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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수산물 따라가는 전남 여행] 가을 식탁 장악한 구이와 조림의 대명사, 여수 은갈치&먹갈치
[수산물 따라가는 전남 여행] 가을 식탁 장악한 구이와 조림의 대명사, 여수 은갈치&먹갈치
  • 박상대 기자
  • 승인 2023.10.16 08: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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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먹을 수 있는 갈치이지만, 가을에 더 맛있어지는 갈치를 즐기러 여수에 다녀왔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사계절 먹을 수 있는 갈치이지만, 가을에 더 맛있어지는 갈치를 즐기러 여수에 다녀왔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여행스케치=여수] 갈치는 사계절 생선이지만 미식가들은 가을 갈치를 높이 평가한다. 남해안 항구도시 어디를 가나 갈치를 소재로 조리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갈치회와 갈치구이, 갈치조림과 갈치속젓까지 가을 입맛을 확 살릴 수 있는 갈치요리다.

날씬한 은빛 몸매를 자랑하는 생선
갈치는 기다란 대검처럼 생겼다. 그 생김새 때문에 칼치·도어(刀魚)라고도 한다. 바다에서 막 건져 올릴 때나 수산시장 좌판에 누워 있을 때 색깔은 은백색이다.

바다에서 낚시로 갈치를 잡아본 사람들은 은백색 갈치를 보면 눈이 부시다고 말한다. 갈치가 낚싯바늘을 문 채 기다란 몸을 비틀고 버틸 때는 장정이 단번에 끌어내기 힘들다고 한다.

갈치는 회, 조림, 초무침, 구이 등 다양한 음식으로 만들어 먹는다. 사진 / 박상대 기자
갈치는 회, 조림, 초무침, 구이 등 다양한 음식으로 만들어 먹는다. 사진 / 박상대 기자
갈치낚시로 잡아올린 갈치를 아이스박스에 넣고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갈치낚시로 잡아올린 갈치를 아이스박스에 넣고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생김에 싸먹는 갈치초무침. 사진 / 박상대 기자
생김에 싸먹는 갈치초무침. 사진 / 박상대 기자

갈치낚시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하나는 한꺼번에 낚싯바늘 10개를 묶어서 물속에 넣는 방식이고, 다른 한 가지는 낚싯줄에 바늘 하나를 묶어 바닷물에 드리우는 방식이다. 갈치를 많이 잡고 싶으면 10 개씩 줄에 묶어서 넣는 낚시 방식을 선택하지만 한 마리를 기다리는 전통방식을 선호하는 낚시꾼들도 많이 있다. 낚싯바늘 10개를 한 줄에 묶어서 물속에 넣으면 한꺼번에 대여섯 마리가 따라 올라오기도 한다.

갈치낚시를 자주 해본 사람들은 갈치가 물속에서 낚싯배 위로 올라올 때면 에너지 넘치는 섹시미를 자랑한다.”고 말한다. 햇빛에 반사되는 몸짓은 마치 춤을 추는 듯하여 옆자리에서 구경하는 사람도 입맛을 다실 정도라고.

신선도가 생명인 갈치회는 은갈치로 만들어 먹는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신선도가 생명인 갈치회는 은갈치로 만들어 먹는다. 사진 / 박상대 기자
갈치회도 생김에 싸서 먹는다. 사진 / 박상대 기자
갈치회도 생김에 싸서 먹는다. 사진 / 박상대 기자

갈치는 은백색을 띠며 등지느러미는 연한 황록색을 띤다. 꼬리는 가느다란 실 모양이고 배에는 지느러미가 없다. 남도 할머니들은 갈치 지 꼬랑지 잘라 먹듯한다.”는 이야기를 한다. 갈치는 실제로 자기 꼬리를 잘라 먹기도 하고, 형제들끼리 서로 잡아먹기도 한다. 그래서 갈치낚시할 때 처음엔 꽁치살을 미끼로 사용하다 미끼가 부족하면 갈치살을 사용하곤 한다.

제주도 근해와 서해를 오가는 갈치들
갈치는 60~70m 물속에 살지만, 항상 깊은 물에 머무르진 않는다. 육지와 가까운 연안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갈치는 물속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수영의 귀재다. 마치 서 있는 것처럼 머리를 위로 세우고 있기도 하고, 이동할 때는 자유형을 하고, 한가롭게 배영이나 접영을 하기도 한다. W자 모양으로 꼬리를 움직여서 이동하는데 무리지어 움직일 때는 마치 군무를 추는 듯하다.

이때 갈치잡이 수산업자들은 자루 모양의 그물을 끌어서 갈치를 무더기로 잡아올린다. 고등어나 병어를 잡을 때도 이런 방식을 취하는 데트롤(Trawl)어업이라고 한다.

여수에는 갈치요리를 코스요리로 개발해서 판매하는 음식점도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여수에는 갈치요리를 코스요리로 개발해서 판매하는 음식점도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남도의 수산시장에서 판매하는 생갈치. 사진 / 박상대 기자
남도의 수산시장에서 판매하는 생갈치. 사진 / 박상대 기자

갈치는 제주도 인근 바다에서 겨울을 보내다가, 4월경 추자도 위 북쪽으로 이동한다. 한여름에는 거문도와 완도 인근 남해와 서해에 머무르며 알을 낳기 시작한다. 암컷 한 마리가 약 10만 개의 알을 낳는다. 산란기인 7월에는 금어기로 정해 두었다.

갈치는 사계절 맛이 있는 생선이지요. 봄갈치와 가을갈치가 있는데. 갈치도 알을 낳고 나면 살이 빠져요. 그래서 한 달 간은 갈치가 맛이 더 떨어져요. 9월부터 본격적으로 갈치잡이에 나서지요.”

여수에서 갈치 박사로 통하는 남진이네 갈치명가 정종기 회장은 이틀에 한 번 꼴로 갈치낚시를 다닌다. 한 번 나가면 3시간 안팎으로 갈치와 씨름을 하고, 600마리 정도 잡아온다.

정 회장은 트롤어업으로 잡아온 갈치보다 낚시로 잡아온 갈치를 손님들 상에 올린다고 한다. 수산시장에 있는 갈치와 직접 낚시로 잡아온 갈치는 먹갈치와 은갈치의 차이라고 보면 된다.

갈치구이는 적당히 소금 간을 해둔 갈치를 프라이팬에 올려서 노릿노릿해질 때까지 구우면 된다. 사진 / 박상대 기자
갈치구이는 적당히 소금 간을 해둔 갈치를 프라이팬에 올려서 노릿노릿해질 때까지 구우면 된다. 사진 / 박상대 기자
갈치초무침은 막걸리식초와 고추장을 사용한다. 사진 / 박상대 기자
갈치초무침은 막걸리식초와 고추장을 사용한다. 사진 / 박상대 기자

낚시로 잡은 은갈치와 그물로 잡은 먹갈치
은갈치는 낚시로 잡은 갈치라 은백색 비늘이 벗겨지지 않은 갈치이고, 먹갈치는 트롤어업으로 잡은 갈치라 서로 몸을 부대끼다 은백색 비늘이 좀 벗겨진 갈치다. 사실 갈치는 딱딱한 비늘이 없다. 뼈와 살과 껍질로 되어 있고, 비늘처럼 보이는 은백색 물질은 행주로 문질러도 벗겨지는 가루의 일종이다.

은백색 가루는 신선한 갈치를 고를 때 기준이 되기도 한다. 은백색 가루가 고르게 잘 붙어 있으면 싱싱한 것이다. 이 은백색 가루의 성분은 구아닌(Guanine)이라는 색소로 진주에 광택을 내는 원료이며 립스틱을 만들 때도 사용되는 것이다. 날것으로 먹으면 배탈이 나기도 한다.

갈치코스요리를 판매하는 음식점에서는 돌게장을 같이 주기도 한다. 사진 / 박상대 기자
갈치코스요리를 판매하는 음식점에서는 돌게장을 같이 주기도 한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여수 남진이네 갈치명가 정종기 회장과 아들 정재훈 사장. 사진 / 박상대 기자
여수 남진이네 갈치명가 정종기 회장과 아들 정재훈 사장. 사진 / 박상대 기자

은갈치와 대비되는 먹갈치는 겉으로 보이는 그 빛깔이 은백색보다 검은빛이 돌아서 먹갈치라고 부른다. 같은 바다에서 살다가 낚싯줄에 잡혔는가 그물에 잡혔는가에 따라 달리 불릴 뿐 맛은 별 차이가 없다.

갈치는 단백질이 풍부하고 맛이 있어 사계절 인기가 좋으며 직접 낚시하지 않아도 시장에서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갈치는 크기와 상관없이 시장에서 구입할 수 있다. 어린 갈치는 풀치라고 한다. 풀치는 조림으로 조리하여 먹기도 하지만 말려서 막걸리나 소주 안주로 가볍게 먹는다.

갈치는 쉽게 접할 수 있는 생선 가운데 하나이다. 요즘은 갈치가 비싸고 살이 통통 찐 굵은 것이 많이 보이지만 옛날에는 크기가 작고 값이 저렴한 서민형 생선이었다.

갈치살을 발라낸 후 조리한 갈치조림. 사진 / 박상대 기자
갈치살을 발라낸 후 조리한 갈치조림. 사진 / 박상대 기자
갈치내장으로 만든 젓갈인 갈치속젓. 쌀밥이랑 같이 먹으면 맛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갈치내장으로 만든 젓갈인 갈치속젓. 쌀밥이랑 같이 먹으면 맛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어린 시절 오일장이 열리는 날이면, 할아버지는 귀갓길에 곧잘 갈치 두어 마리를 새끼줄에 묶어서 들고 귀가하셨다. 강아지가 생선 냄새를 맡고 킁킁거리며 뒤를 따르면 지팡이로 쫓아내던 정겨운 풍경이 떠오른다.

저녁 밥상에는 노릿노릿하게 익은 갈치토막이 올라오거나 갈치조림이 올라왔다. 할아버지와 겸상한 손주는 할아버지가 발라준 살점을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다.

여수 은갈치회와 순살 갈치조림
갈치는 사계절 조리해 먹는 방식이 다양하다. 싱싱한 갈치는 회로 만들어 먹는다. 갈치회는 신선도가 생명이라서 낚시하는 사람들이야 쉽게 먹을 수 있지만 대도시 사람들은 쉽게 접할 수 없다. 여수시 내에서도 갈치회를 파는 횟집을 쉽게 발견하기 어렵다. 직접 낚싯배를 운영하거나 가까운 사람이 낚시해서 제공하지 않으면 계속 판매하지 못한다.

남도 음식점에서는 갈치회와 초무침, 갈치구이, 갈치조림을 한꺼번에 맛볼 수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남도 음식점에서는 갈치회와 초무침, 갈치구이, 갈치조림을 한꺼번에 맛볼 수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갈치조림은 무나 감자를 넣고 간장으로 간을 맞춰서 조리한다. 양파와 다진마늘, 대파와 고춧가루를 양념으로 사용한다. 갈치가 굵을수록 먹기도 좋고 맛도 좋다. 여수에 있는 남진이네 갈치명가는 갈치 살을 기다랗게 발라낸 뒤 살만 둥그렇게 말아서 조림을 만든다. “손님이 뼈를 발라내지 않고 바로 잡술 수 있게 만든 것이라고 정재훈 사장은 말한다.

갈치찌개는 생갈치 토막에 묵은김치를 넣고 국물을 많이 부어서 만드는 음식이다. 갈치국은 중간 크기 갈치에 풋배추와 대파 등 양념을 넣고 국물을 충분히 부어서 조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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