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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수산물 따라가는 전남 여행] 건강식으로 소문난 겨울철 대표 녹조류, 남도 매생이
[수산물 따라가는 전남 여행] 건강식으로 소문난 겨울철 대표 녹조류, 남도 매생이
  • 박상대 기자
  • 승인 2023.12.13 08:2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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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워지면 제철을 맞는 남도 대표 해조류 매생이. 추운 날씨에 몸을 뜨끈히 덥히기 좋은 식재료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추워지면 제철을 맞는 남도 대표 해조류 매생이. 추운 날씨에 몸을 뜨끈히 덥히기 좋은 식재료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여행스케치=장흥] 남도에는 해조류가 많이 있다. 찬바람이 불면 매생이와 김이 제철이다. 매생이는 귀한 것이라 이런저런 음식으로 만들어 먹는다. 장흥에서 매생이 떡국과 매생이국, 매생이 부침개를 맛보고 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즐겨 먹은 건강식
90년대 중반만 해도 남도 사람이 아니면 매생이를 잘 모르고 살았다. 매생이국을 먹자고 하면, ‘매생이가 뭔데?’하고 묻는 사람이 많았다. 수도권의 고급 한정식집에서 겨울철에 잠깐 매생이국을 서브 메뉴로 내놓거나 서울시내 극히 일부 한식당에서 매생이국을 판매했다. 그러면 남도 사람들은 추억의 음식이라며 맛있게 먹었지만 수도권 토박이나 다른 지역 출신들은 이끼처럼 생긴 걸 먹네?’ 하며 호기심을 갖는 정도였다.

매생이는 겨울철 건강식으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매생이는 겨울철 건강식으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매생이국에는 참기름과 참깨를 고명으로 사용한다. 사진 / 박상대 기자
매생이국에는 참기름과 참깨를 고명으로 사용한다. 사진 / 박상대 기자

그런데 김대중 전 대통령 덕분에 호남의 대표 먹거리였던 매생이와 홍어가 전국적인 먹거리가 되었다. 진위를 따지기도 전에 매생이와 홍어는 김 전 대통령이 즐겨 먹는 건강식이라는 소문이 돌았고, 한정식집을 중심으로 여러 음식점에서 매생이국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남도 사람들 특히 바닷가 출신 사람들은 고향 사람들에게 생매생이를 주문해서 추억의 요리를 만들어 먹었다. 노량진 수산시장은 물론 서울시내 재래시장에서도 생매생이를 판매했고, 가히 전국에서 매생이를 찾게 되었다.

장흥, 완도, 강진, 진도, 고흥 등 남도 어촌에서는 매생이를 양식하는 어업인들이 늘고 있고, 대규모 양식과 다량 수확으로 많은 소득을 올리는 사람들도 나타났다.

매생이는 여러 가지 음식으로 재탄생하는데, 매생이부침개와 매생이굴전도 그중에 하나다. 사진 / 박상대 기자
매생이는 여러 가지 음식으로 재탄생하는데, 매생이부침개와 매생이굴전도 그중에 하나다. 사진 / 박상대 기자
매생이국은 생굴과 궁합이 잘 맞는다고 한다. 사진 / 박상대 기자
매생이국은 생굴과 궁합이 잘 맞는다고 한다. 사진 / 박상대 기자

매생이는 오폐수나 화공 약품이 있으면 도망친다
매생이는 가늘고 부드러운 녹조류이다. 파래보다 가늘고, 김과 파래의 중간 색인 진한 녹색이다.

전라남도 장흥 대덕과 강진 마량, 완도 고금도 일대 청정바다에서 많이 서식하고 있다. 옛날에는 김에 붙어 있으면 김의 상품성을 떨어뜨린다는 이유로 어업인들의 천대를 받았다. 한 마디로 빌어먹을 해초였다. 그런데 몸에 좋은 해조류로 평가받는 요즘에는 매생이 양식장을 만들어서 매생이를 따로 수확하는 어업인이 많이 있고, 적잖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빌어먹을 매생이가 효자 매생이로 바뀐 것이다.

매생이떡국은 떡국을 먼저 익힌 후 매생이를 나중에 넣어야 한다. 사진 / 박상대 기자
매생이떡국은 떡국을 먼저 익힌 후 매생이를 나중에 넣어야 한다. 사진 / 박상대 기자
남도 사람들은 남도를 여행할 때 꼭 매생이를 맛보라고 권한다. 사진 / 박상대 기자
남도 사람들은 남도를 여행할 때 꼭 매생이를 맛보라고 권한다. 사진 / 박상대 기자

매생이는 주로 찬 바람이 불 때 잘 자란다. 12월에서 3월까지가 제철이다. 3m 길이의 대나무를 잘게 쪼개서 60개씩 엮어낸 매생이발에 포자를 붙여서 가까운 바다에 장착해둔다. 바닷물 온도가 18이하로 내려가면 매생이가 자란다. 수온이 미지근하거나 염산 따위 화공약품이나 오염수가 흘러들면 매생이는 다른 바다로 도망친다고 한다. 매생이는 생장조건이 까탈스러워서 바닷물이 깨끗하지 않으면 살지 못한 연약한 생명체다. 심하게 말하자면, 매생이가 살지 못한 바다는 병든 바다다. 매생이는 머리카락보다 가늘어서 이끼처럼 보이는데 길이는 15cm 정도 일 때 수확한다.

매생이는 한번 발을 치고 포자는 붙이면 한 번 수확한다. 수확을 마친 발을 뭍으로 꺼내서 말린 뒤 다시 포자를 붙여 바다에 설치한다. 이를 채종이라 하는데 한 해에 보통 2회 정도 한다.

매생이는 청정 바다에서 서식한다. 오폐수나 화공약품 냄새를 싫어한다. 사진 / 박상대 기자
매생이는 청정 바다에서 서식한다. 오폐수나 화공약품 냄새를 싫어한다. 사진 / 박상대 기자
매생이를 조리할 때는 수돗물로 한두 번 씻어내면 된다. 사진 / 박상대 기자
매생이를 조리할 때는 수돗물로 한두 번 씻어내면 된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수확할 때는 기계로 하지 않고 일일이 손으로 뜯어낸다. 주로 여성들이 배를 타고 나가 배에 가슴을 대고 매생이발에서 뜯어내느라고 두세 시간 일하고 나면 가슴에 멍이 들 정도라고 한다. 발에서 뜯어낸 매생이는 뭍으로 내와서 성인 남자 두 주먹만 한 크기로 뭉쳐 놓는다. 재래장터나 수산시장에 가면 움친 매생이를 판매하는데 이를 한 제기 두 제기로 표현한다. 한 제기는 보통 성인 기준 매생이국 다섯 그릇 정도를 만들 수 있는 분량이다.

매생이국 먹을 때 필요한 기술
매생이는 철분과 칼륨, 칼슘, 비타민 등을 함유하고 있다. 그래서 빈혈 예방에 도움을 주고 뼈를 튼튼하게 해준다고 정평이 나 있어, 골다공증이 걱정되는 여성들이 즐겨 찾는다. 엽록소와 식이섬유도 풍부해 먹으면 포만감을 주고 소화 흡수가 빨라 다이어트에도 도움을 준다고 한다. 기자는 몇 해 전 장흥에서 친구와 술을 마시고 잠을 잤는데, 이튿날 아침에 숙취 해소에는 매생이국 한 그릇이면 충분하다면서 읍내 토요시장 근처 음식점으로 안내했다.

장흥토요시장이나 남도의 시군 전통시장에서는 겨울철에 매생이를 판매한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장흥토요시장이나 남도의 시군 전통시장에서는 겨울철에 매생이를 판매한다. 사진 / 박상대 기자
겨울철에 매생이를 구매해서 냉동보관하는 사람들도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겨울철에 매생이를 구매해서 냉동보관하는 사람들도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매생이국에는 하얀 굴이 몇 마리 들어있고, 참기름이 둥둥 떠 있었다. 가늘게 썬 대파와 참깨도 들어있었다. 남도 출신 어머니가 끓여주는 매생이국과 다를 바 없었다.

매생이국을 처음 본 사람들은 이끼 아니냐?’고 묻는다. 해조류를 좀 아는 사람은 감태나 파래를 들먹거린다. 마치 이끼처럼 생긴 매생이국은 미세하게 김이 난다. 매생이국을 먹어본 사람들은 국물이 뜨겁다는 사실을 안다. 그래서 젓가락으로 몇 차례 저어주거나 젓가락으로 조금씩 집어서 먹는다. 처음부터 숟가락으로 듬뿍 떠서 입에 넣었다가는 입안을 데고 만다.

매생이는 밥을 말아서 먹으면 더 맛있다. 식은 매생이국을 데우지 않고 먹으면 별미다. 사진 / 박상대 기자
매생이는 밥을 말아서 먹으면 더 맛있다. 식은 매생이국을 데우지 않고 먹으면 별미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천천히 식혀가면서 매생이국을 절반 정도 먹은 뒤 밥을 말아서 먹는 것이 바른 방법이다. 처음부터 국에다 밥을 말아 먹는 것은 서툰 짓이다.

매생이를 이용한 음식으로는 매생이국과 매생이떡국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죽과 전 등을 만들어 먹는데 생굴을 넣으면 매생이굴국이나 매생이굴전이 된다.

장흥에선 사계절 매생이 음식을 판다
장흥 토요시장이나 고흥, 강진, 해남, 완도 등지 수산시장과 재래시장에서는 대부분 매생이를 판다. 여행중에 한 박스를 사서 택배로 보내면 이튿날 집에 도착한다.

매생이를 손질하는 어업인. 사진 / 박상대 기자
매생이를 손질하는 어업인. 사진 / 박상대 기자
생매생이를 낱개로 포장해서 판매하기도 한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생매생이를 낱개로 포장해서 판매하기도 한다. 사진 / 박상대 기자

매생이는 상온에 놓아두면 녹아버리거나 상한다. 냉장고에 보관해야 하는데 보관할 때에는 수돗물에 헹구지 말고 배송된 그대로 한 제기씩 비닐봉지에 담아서 냉동 보관한다. 나중에 먹고 싶을 때 꺼내서 자연 해동시킨 후 물로 한두 번 헹군 후 조리하면 된다.

조리할 때는 일반적으로 끓는 물과 굴, 야채 등을 먼저 익힌 후 나중에 매생이를 넣어서 조리한다. , , 전 모두 그렇게 한다. 매생이가 부드럽고 열에 약하기 때문이다. 또한 매생이는 익히지 않고 김치나 초무침으로 만들어 먹지 못한다. 김양식장에서 염산을 뿌리면 매생이들이 다 사라져 버린 것처럼 김이나 파래, 다른 해조류처럼 빙초산을 쳐서 조리할 수가 없다.

장흥읍내 토요장터 옆에는 매생이와 토속음식을 판매하는 음식점들이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장흥읍내 토요장터 옆에는 매생이와 토속음식을 판매하는 음식점들이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요즘에는 계란말이, 냉면, 라면, 파스타 등에 매생이를 활용하기도 하고, 매생이를 좋아하는 남도 사람들의 기호에 맞춰 호떡을 만들어 팔기도 한다. 심지어 건조 매생이를 가공하여 판매하기도 한다.

매생이는 굴과 최상의 조합을 자랑하며, 돼지고기와도 궁합이 좋다. 돼지고기의 영양소가 매생이의 영양소를 배가시키는 효과를 나타내기 때문이라고 한다.

장흥 토요시장에서 매생이 요리와 향토음식을 판매하고 있는 끄니걱정이혜영 사장은 어머니가 20년 남짓 해온 음식점을 부부가 대를 이어 꾸려가고 있다. “매생이는 건강식품이며, 장흥군민들과 여행객들이 사계절 찾는 음식입니다. 매생이떡국, , 굴전, 부침개 등 여러 가지를 준비하고 있어요.” 이 사장은 매생이가 제철에 먹으면 가장 맛있지만 사계절 찾는 분들을 위해 냉동 보관해 놓고 손님들이 원할 때 음식을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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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대 2023-12-25 11:22:18
추운 겨울에는 역시 매생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