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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바다 보며, 꼼장어에 소주 한 잔!
바다 보며, 꼼장어에 소주 한 잔!
  • 김수진 기자
  • 승인 2017.01.10 14: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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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에디터의 부산 먹방 여행
부산 해운대의 겨울 풍경. 사진 / 김수진

[여행스케치=부산] 어느새 16년, 아니 17년! 볼 거 못 볼 거 다 본 사이인 C양과 새삼스레 여행인가 싶지만, 그래도 ‘바다 보면서 꼼장어에 소주 한 잔?!’을 외치며 급 2박 3일 여행, 정확히는 2박 2일 여행을 떠났다.

열차 파업은 띄엄띄엄해진 지하철 간격으로 느끼고 있었지만, KTX에까지 영향을 미쳤을 줄이야. 여행 4일 전 열차 예매 결과는 금요일 서울 출발, 자유석. 일요일 이른 점심 부산 출발, 간신히 좌석! “자유석이라도 30분전에 가면 앉을 수 있을걸?”이라고 말했지만, 이미 늘어서 있는 18호차(자유석 칸) 줄이라니….

맥주와 수다, 여행의 꽃임을 깨달은 새벽 시간

금요일 저녁에 부산 가는 사람들이 새삼 많구나를 느끼며 몸을 던지다시피 자리에 안착! 기차 여행의 꽃은 역시 맥주와 수다임을 다시금 깨달은 2시간 10분이었다.

부산에서 우리 숙소는 오픈한 지 얼마 안 된 신상 호텔, 이비스 앰배서더 해운대!

이비스 브랜드가 워낙 리즈너블한 가격을 내세우는 곳이라 객실 컨디션은 크게 기대하지 않았지만. 웬걸? 생각보다 넓은 룸과 폭신하고 바스락 소리를 내는 호텔 특유의 린넨, 게다가 꼭대기 층에 위치한 ‘무료’ 사우나! 작은 창문으로 해운대 바다를 바라보며 탕에 앉을 수 있는 사우나가 무료라니!

평소 반신욕 좋아하고, 온천 좋아하는 나로선, 아니 우리로선 이보다 더 좋은 호텔이 있을까? 쌀쌀한 겨울 날씨에 포근한 김이 피어오르는 탕에 들어앉아있자니, 욕심 조금 더 부려 옥상에 노천으로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부산 여행의 첫 끼니는 애주가는 물론이거니와 하루를 시원하게 시작하고픈 외지+현지인들의 영원한 아침식사, 바로 금수복국이다. 고백하건데 복국은 처음이다. 금수복국은 그 명성대로 훌륭했다. 직원들은 친절했고, 음식은 빠르게 나왔고, 국물은 시원했다.

세트로 시킨 복 비빔밥은 기대에 못 미쳤지만, 칼칼한 국물은 절로 술을 불렀고 아침 10시부터 “맥주 한 병만 주세요”를 외치게 만들었다.

뚝배기 한 그릇 두둑이 먹고 나니 커피 한 잔 손에 들고 바닷가 구경하기 좋은 몸 상태가 되었다. 토요일 아침의 바다는 차분했고, 떠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지금 서울이었으면 아직까지 이불 속이었겠지라는 생각에 절로 웃음이 새어나왔다.

서울에 첫 눈 오던 날, 부산은 비가 왔다!

저녁은 무조건 자갈치 시장에서 ‘꼼장어와 시원소주’로 정했기에, 오후 시간은 상대적으로 한가로웠다.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 보수동 책방 골목으로 향했다. C양은 꼭 사고 싶은 책이 있다고 했고, 나는 어슬렁대다 눈에 밟히는 책을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그 결과 2009년판 박물관 도록과 추억의 <자연도감>을 가방에 담았고, C양은 절판이라 구하려야 구할 수도 없는 해리포터 스쿨북 <신비한 동물사전>, <쿼디치의 역사>를 단돈 3000원에 구하는 기적을 맞봤다.

뜻하지 않은 득템에 기분이 좋았지만 굵은 빗방울은 우리의 발을 묶었고, 서울 친구들의 첫 눈 온다는 소식을 SNS로 접하며 커피숍 창밖으로 빗속의 남포동 일루미네이션을 감상했다. 비가 오지 않았다면 저 무대에선 무엇이 펼쳐졌을까?

비가 온다고 거제 할매집 꼼장어를 포기할 이유는 없었다. C양의 적극 추천이 더해진 할매의 손맛은 “살아있네~”. 은박지 위에서 익어가는 통통하고 쫄깃한 꼼장어에 소주가 꼴딱꼴딱 넘어갔다.

내리는 비 소리인지, 은박지가 익어가는 소리인지 박자 맞춰주는 덕에 운치가 더해졌다. 볶음밥까지 야무지게 해치우고 나니 어느새 밤이다.

돌아보면 딱히 뭘 했구나 하는 ‘일정’은 없지만, 팔짱끼고 재잘댈 수 있는 C양이 있어 즐거웠다. 맥주와 함께 연애 이야기, 음악 이야기, 여행과 연예인 그리고 대학 시절 이야기까지 눈꺼풀이 덮일 만 하다가도 깔깔대기를 몇 차례 반복하고야 잠이 들었다.

내 집 같았지만, 내 집일 수 없는 호텔에서 마지막 사우나까지 마치니, 이제 서울이다! 며칠 새 익숙해진 1003번 버스에 몸을 실자니 아쉬움이 옷을 잡아 당겼다. 또 떠나게 될 여행에서 C양과 함께일지 혼자일지는 알 수 없으나, 함께였던 부산은 먹스타그램에서 책스타그램으로, 여행스타그램으로 오래도록 남아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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