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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제주 거문오름 트레킹
제주 거문오름 트레킹
  • 유은비 기자
  • 승인 2017.02.06 1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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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길목에서 곶자왈을 만나다
거문오름 전경 사진. 사진 제공 /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

[여행스케치=제주]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어 있는 거문오름용암동굴계. 용암이 흘러간 자리에 커다란 굴이 생기고 오랜 세월이 흘러 여러 동식물들이 함께 생태계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 거문오름을 걷는 일은 제주의 자연을 가장 깊숙이 느껴볼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다.

단순히 기생화산으로 여겨졌던 오름. 하지만 거문오름에서 분출된 용암이 약 14km 떨어진 해안을 향해 흘러 만장굴, 벵뒤굴, 김녕굴, 용천동굴, 당천물동굴 등을 만들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거문오름용암동굴계는 그 지리학적 독특함을 인정받아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됐다.

거문오름 탐방 초입.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사진 / 유은비 기자

거문오름을 탐방하는 방법
거문오름을 탐방하는 코스는 총 3가지. 전망대에 올라 거문오름 주변을 조망하는 ‘정상 코스’, 거문오름의 거대한 분화구와 일본군갱도진지 등 역사유적지를 돌아볼 수 있는 ‘분화구 코스’.

그리고 이 두 코스를 아우르며 능선을 따라 여덟 개의 봉우리까지 탐방하는 ‘태극길 코스’로 나눠진다. 거문오름 트레킹은 자연유산해설사와 동행하는 것이 원칙이며 해설사와는 2시간 30분 동안 ‘분화구 코스’를 돈다.

곳곳에서 발견되는 독특한 곶자왈 식생. 사진 / 유은비 기자

거문오름 깊숙이 펼쳐지는 곶자왈
거문오름 초입에 울창한 삼나무 숲길이 펼쳐진다. 삼나무는 제주어로 ‘숙대낭’이라고 부르는데 바람 많은 섬의 방풍림으로 제격이어서 예로부터 해안가와 집 주변, 과수원 밭 주변에는 삼나무를 많이 심었다고 한다.

오지은 자연유산해설사는 “70년대에 이루어진 녹화(綠化)사업으로 원래 민둥산이었던 오름들에 삼나무를 줄지어 심었다”며 “현재는 삼나무 간벌을 통해 베어낸 자리에 본래의 자연 식생이 회복되도록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삼나무 숲길을 지나 더 깊숙이 들어가면 거문오름의 특징적인 생태환경인 곶자왈이 펼쳐진다. 곶자왈은 제주어로 숲을 말하는 ‘곶’과 돌이나 바위를 뜻하는 ‘자왈’이 합쳐져 ‘돌이 많은 숲’을 뜻한다.

선연한 초록빛을 띠는 이끼들에 둘러싸인 돌들과 흙 밖으로 뿌리가 드러난 나무들이 돌과 바위를 감싸 안고 있는 모습을 심심찮게 만난다. 이 때문에 거문오름 트레킹을 하다보면 사람의 손이 전혀 닿지 않은 원시림을 거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말발굽형 분화구, 용암협곡을 따라 걷다
삼나무군락지를 지나 10여분 정도 오르면 곧 거문오름 정상에 도착한다. 날씨가 화창할 경우 멀리 한라산과 동쪽으로 성산일출봉까지도 보인다.

길을 계속 이으면 이내 거문오름용암동굴계를 만들었던 용암협곡이 나타난다. 이곳에서 거문오름의 또 하나의 특징을 볼 수 있다. 거문오름은 북동쪽으로 뻥 뚫린 말발굽형태를 하고 있는데, 이는 용암의 분출량이 많아 오름의 한쪽 면을 뚫고 흘러갔기 때문이다.

협곡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지만 그 윗길을 걸으며 용암이 쓸고 간 협곡의 크기를 체감해볼 수 있다. 한편, 오지은 해설사는 “7월 즈음에 열리는 국제 트레킹 행사 때 거문오름을 찾으면 용암협곡을 걸어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답니다”라고 말했다.

알오름전망대에 도착하면 거문오름 분화구 중앙에 들어와 있게 된다. 그곳에 서 있으면 거문오름이 마치 병풍처럼 전망대를 감싸 안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전망대를 내려오면 일본군 갱도진지를 만난다. 이곳은 태평양 전쟁 때 일본군이 만들어 놓은 비상통로로, 제주에 남겨진 전쟁의 상흔이다.

숯가마터가 보존되어 있는 모습. 사진 / 유은비 기자
화산이 쏜 탄알 마냥 거대한 돌이 땅에 박혀있는 화산탄. 사진 / 유은비 기자
거문오름을 돌아 나오는 길. 뒤쪽으로 안개에 휩싸인 거문오름이 보인다. 사진 / 유은비 기자
거문오름 탐방안내소 가는 길. 사진 / 유은비 기자

거문오름을 돌아 나오는 길
일본군 갱도진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숯가마터가 있다. 숯가마터는 거문오름 깊숙이 들어와 밭을 일구며 살았던 제주 화전민들의 흔적으로, 이제 제주에는 거문오름 분화구 내부와 한라산 고지대에서만 드물게 볼 수 있다고 한다.

숯가마터를 지나면 풍혈을 볼 수 있는 지점이 나온다. 풍혈은 여름에는 시원한 바람을, 겨울에는 따뜻한 바람을 느낄 수 있어 잠시 쉬었다 가기 좋은 곳이다. 곧이어 커다란 돌덩이가 덩그러니 놓여진 ‘화산탄’을 보게 된다. 화산탄은 화산이 폭발하면서 튕겨 나온 용암덩어리가 땅이나 절벽에 박힌 것인데, 쉽게 말해 화산이 쏘아 올린 탄알인 것이다.

이후, 일본군이 물자수송을 위해 만들어 놓은 병참도로를 지나면 어느새 거문오름 수직동굴에 도착한다. 자연유산해설사와 함께 걷는 분화구 코스는 여기까지. 이왕 거문오름에 온 김에 태극길까지 완주하고 싶다면 이곳에서 해설사와 헤어진 후 탐방을 이어나가도 된다.

용암함몰구 쪽으로 방향을 틀어 거문오름의 능선을 따라 여덟 개의 봉우리를 오르내릴 수 있다. 탐방길은 일방통행이므로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돌아 나오는 길은 출발했던 탐방로 입구다.
 
Tip
거문오름은 자연환경 보호를 위해 하루 탐방객 450명만을 예약 받으니 탐방을 하려면 전화나 인터넷 상으로 사전예약이 필수다. 거문오름에 도착해서는 매표소에서 티켓팅 후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에서 발행하는 출입증을 받으면 된다.

Info 거문오름 예약 정보
탐방시간 오전 9시~오후 1시(매주 화요일, 설날, 추석 휴일)
탐방 이용요금 어른 2000원, 청소년·군인·어린이 1000원
주소 제주시 조천읍 선교로 569-36
홈페이지 http://wnhcenter.jeju.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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