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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만화 속 배경 여행] 만약 조선에서 공룡 화석이 발견된다면?…웹툰 '므싀미르'의 배경지, 경남 고성에 가다
[만화 속 배경 여행] 만약 조선에서 공룡 화석이 발견된다면?…웹툰 '므싀미르'의 배경지, 경남 고성에 가다
  • 서찬휘 여행작가
  • 승인 2019.04.09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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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골(용의 뼈)'을 소재로 삼은 팩션 '므싀미르'
작품 속 주요 배경이 한데 모인 상족암군립공원
함께 여행하기 좋은 옥천사와 당항포관광지
상족암군립공원에서 볼 수 있는 상족암.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상족암군립공원에서 볼 수 있는 상족암.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여행스케치=고성] 만화 속 배경 여행거대한 몸집을 지닌 지구의 옛 지배자, 공룡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끊임없이 자극한다. 이번에 소개할 웹툰 <므싀미르> 속 ‘만약에’라는 가정은 더욱 독특하다. 만약에 조선시대 한반도에서 공룡 뼈가 발견된다면, 그 시기 우리네 양반들은 어떻게 움직였을까?

예송논쟁이 한창이던 시대에 발견된 ‘용의 뼈’
웹툰 <므싀미르>는 ‘무서운 용’이라는 뜻을 지닌 중세 우리말을 제목으로 삼은 작품이다. 작품 속 시대적 배경은 현종 15년. 적장자가 아니었던 현종을 둘러싸고 예송논쟁이 한창이었던 이 시기는 대기근으로 인해 민심이 몹시 흉흉했다. 이런 때에 경남 고성에서 용골(용의 뼈)과 용의 흔적이 발견된 것이다.

내의원 참의 ‘오봉팔’은 발견된 용골을 임금에게 약재로 바칠 생각이었지만, 정국을 주도하던 서인 당파에서는 자연재해와 기근을 체이부정(體而不正ㆍ맏아들이 아닌 중자 혹은 서자가 후사를 이은 경우)과 연결 지으며 때마침 등장한 용골을 이용하려 한다.

오봉팔의 친우이자 승정원 주서인 ‘박춘봉’은 평소 용에 대한 관심이 지대했던 인물로, 용골 발견 소식을 듣자마자 만사를 제쳐두고 달려든다. 서인들은 박춘봉을 이용해 상황을 의도대로 끌고 가려 하지만, 용 이외에는 관심이 없던 박춘봉은 그 바람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용골을 둘러싸고 각자의 목적과 욕망이 교차하는 가운데, 적통을 두고 일어난 논쟁에 지겹도록 휘둘렸던 현종의 건강이 급격하게 악화된다.

<므싀미르>는 이렇듯 아직 실학이 등장하기 전이었던 이 시기에 공룡 뼈와 발자국이 발견됐다면 조선의 사대부들이 어떻게 움직였을지를 그럴싸하게 풀어놓는다. 어울리기 쉽지 않은 조선시대와 공룡의 조합은 ‘예(禮)를 둘러싼 정치적 충돌’과 ‘임금의 건강’으로 제약을 만들며 상당한 긴장감과 박진감을 자아낸다.

웹툰 '므싀미르' 단행본 표지.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웹툰 '므싀미르' 단행본 표지.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Tip 웹툰 <므싀미르>
2010년 1월부터 3월까지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된 <므싀미르>는 2009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지역우수문화콘텐츠 발굴 및 마케팅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제작된 작품이다. 조선시대라는 실제 역사와 공룡이라는 소재를 섞어 만든 팩션(Faction,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덧붙인 장르)이며, 20회 분량으로 완결 후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작품 속 주요 배경이 한데 모인 곳, 상족암군립공원
작품의 무대가 된 경남 고성은 1982년 1월, 국내 최초로 공룡 발자국 화석이 발견된 곳이다. 군 곳곳에서 발자국 화석 수천여 개와 알 화석이 발견되어 미국 콜로라도, 아르헨티나 서부 해안과 함께 세계 3대 공룡 발자국 화석산지로 꼽힌다. 이에 고성은 ‘공룡 수도’를 자처하며 2006년부터 네 차례에 걸쳐 ‘경남 고성공룡세계엑스포’를 개최했고, <므싀미르> 역시 고성의 공룡 관련 명소들을 작품 속에 충실히 담고 있다.

<므싀미르>의 주 배경지로 등장하는 곳은 발자국 화석이 처음 발견된 하이면 덕명리 해안 일대로 상족암군립공원으로 불리는 곳이다. 작중에서는 각종 공룡 발자국과 용골이 발견되는 곳이자 중요한 대목마다 꼬박꼬박 등장하는 곳이다. 상족암이라는 이름의 유래에는 겹겹이 층을 이룬 모습이 밥상 다리인 상족(床足)을 닮았다는 설과 양발로 선 모양새로 쌍족(雙足)이라 불렸다는 설이 있다.

고성공룡박물관 입구 동상.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고성공룡박물관 입구 동상.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박물관 내부에는 공룡 화석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전시해놓았다.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박물관 내부에서는 공룡 화석 등 다양한 전시물을 볼 수 있다.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고성공룡박물관 외부에 조성된 이구아노돈 조형물.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고성공룡박물관 외부에 조성된 이구아노돈 조형물.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공원을 둘러보기 전에 고성공룡박물관을 먼저 방문해 공룡 관련 지식을 살펴보는 것을 권한다. 박물관에는 재미난 볼거리와 학습 자료가 많아 온 가족이 즐겁게 관람할 수 있고, 전망대에서 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 박물관에 전시된 화석과 전시물 중에서는 <므싀미르> 속 소품으로 등장한 것도 있어 구석구석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공룡을 테마로 꾸며진 카페에서는 돈가스와 우동 등 간단한 식사도 가능하다.

박물관을 빠져나오면 상족암 방향으로 내려갈 수 있다. 상족암군립공원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상족암으로, 작중에서는 공룡 화석을 발굴하는 장소로 등장했다. 동굴 입구는 근사한 촬영 포인트가 되어주기 때문에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뜨겁다. 

동굴 밖으로 나오면 주인공 박춘봉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던지는 공룡 발자국 화석지들이 나온다. 이곳에서부터 시작해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는 발자국 화석산지와 퇴적층, 그리고 제주도에서나 볼 수 있을 줄 알았던 주상절리 절벽인 병풍바위는 절경을 자랑한다. 

상족암 내부에서 바라본 풍경. 작중 배경으로 등장하는 공간이다.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상족암 내부에서 바라본 풍경. 작중 배경으로 등장하는 공간이다.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상족암 화석지에서 볼 수 있는 공룡 발자국 화석.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상족암 화석지에서 볼 수 있는 공룡 발자국 화석.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상족암 곳곳의 화석산지를 구경하고 싶다면 걸어서 둘러보는 것이 좋다.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상족암 곳곳의 화석산지를 구경하고 싶다면 걸어서 둘러보는 것이 좋다.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상족암군립공원은 걸어서 둘러봐도 좋지만, 유람선을 타고 감상해보는 것도 좋다. 덕명항에서 출발해 원숭이바위, 수우도(동백섬), 상족암 등을 돌아볼 수 있으며, 장소와 소요 시간에 따라 총 3개 코스로 구성되어 있다. 길 곳곳의 화석산지를 구경하고 싶다면 걷기를, 멋진 풍경을 멀찍이서 편하게 조망하고 싶다면 유람선을 타볼만 하다.

Info 고성공룡박물관
운영시간
오전 9시~오후 6시
입장료 성인 3000원, 청소년ㆍ군인 2000원, 어린이 1500원
주소 경남 고성군 하이면 자란만로 618

Info 상족암군립공원
주소
경남 고성군 하이면 덕명5길 42-23

Info 상족암유람선
이용요금
제1코스(1시간 30분) 성인 1만5000원, 소인 8000원, 제2코스(2시간) 성인 1만9000원, 소인 1만원, 제3코스(3시간) 성인 2만3000원, 소인 1만2000원
주소 경남 고성군 하이면 덕명4길 39-53

옥천사를 거쳐 당항포관광지에서 끝맺는 여정
고성의 공룡 발자국 화석은 상족암군립공원과 박물관이 가장 유명하며, <므싀미르>도 대부분 이곳을 배경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고성은 14개면 중 10개면에서 발자국 화석이 발견될 만큼 곳곳에서 공룡의 자취를 엿볼 수 있다. <므싀미르> 역시 상족암과 더불어 다른 공간을 작품 속에 배치해 두었다.

상족암군립공원에서 동쪽으로 약 30km가량 떨어진 곳에는 고성남산공원이 있다. 주차장에서 약 1km 정도 산길을 오르면 남산정이라는 정자가 나온다. 작중에서는 주인공인 박춘봉이 내의원 참의 오봉팔과 술잔을 나누며 공룡의 몸 구조에 대해 격정적인 이야기를 나누던 곳이다. 고성공룡박물관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바다 풍경도 좋지만 남산정은 고성읍과 바다를 동시에 조망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해서 보는 맛이 또 각별하다.

남산공원에서 북서쪽으로 27km 남짓 차량으로 이동하면 연화산도립공원 내에 자리한 옥천사가 나타난다. 해안가에서는 다소 떨어져 있지만 이곳 옥천사 계곡에서도 공룡 발자국 화석이 있어 고성군 일대 서식 분포를 짐작게 한다. 

옥천사의 자방루.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옥천사의 자방루.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대웅전 뒤편에 자리한 맑은 샘. 사시사철 시원하고 단 샘이 솟아오른다고 하여 ‘옥천’이라 이름 붙었다 한다.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대웅전 뒤편에 자리한 맑은 샘. 사시사철 시원하고 단 샘이 솟아오른다고 하여 ‘옥천’이라 이름 붙었다 한다.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옥천사 계곡의 공룡 발자국 화석은 작품 속에서 약방 여인 ‘연이’가 박춘봉에게 산속에도 해안가와 비슷한 발자국이 발견되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데려온 곳으로 묘사된다. 

옥천사는 신라시대에 창건한 오래된 절이다. 임진왜란 때 승병의 군영 역할을 한 사찰로 왜병의 손에 불타 1700년대 들어 원래 규모보다 더 크게 중건했다고 전해진다. <므싀미르>의 시대적 배경은 현종 15년(1674)으로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이후여서 작품 속에는 타다 만 골조 형태로 묘사되어 있다. 

널찍한 앞마당과 함께 묵직하게 내부 구조물을 감싸고 있는 자방루 문을 넘어 들어가면 대웅전과 더불어 명부전 등의 건물이 빼곡하게 자리 잡고 있다. 오랜 역사와 한때 화엄 10대 사찰로 꼽히기도 했던 사찰이지만, 비교적 소박한 인상을 준다. 대웅전 뒤편에는 맑은 샘이 있어 그곳에서 목을 축여 봐도 좋다.

당항포관광지 내부를 오가는 공룡열차.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당항포관광지 내부를 오가는 공룡열차.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야외 공룡동산에서는 거대한 규모의 공룡 조형물을 볼 수 있다.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야외 공룡동산에서는 거대한 규모의 공룡 조형물을 볼 수 있다.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마지막으로 가볼 곳은 당항포관광지다. 상족암군립공원이 고성군 서쪽 공룡 명소를 대표한다면 고성공룡세계엑스포가 열렸던 당항포는 동쪽에서 손꼽히는 명소다. <므싀미르> 속에는 배경지로서 별달리 묘사된 바는 없으나 공룡과 관련한 공간을 찾는다면 함께 둘러볼 만하다. 야외 공룡동산에 조성된 공룡 조형물의 종류가 다양하며, 규모 또한 상당한 편이어서 어린이들에게 무척 인기가 좋다.

Info 옥천사
입장료
성인 1900원, 청소년ㆍ군인 1400원, 어린이 900원
주소 경남 고성군 개천면 연화산1로 471-9

Info 당항포관광지
운영시간
오전 9시~오후 6시(매주 월요일 휴관, 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화요일 휴관)
입장료 성인 7000원, 청소년ㆍ군인 5000원, 어린이 4000원, 만 3세 미만 무료
주소 경남 고성군 회화면 당항만로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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