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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독자 여행기] 졸업 45주년 기념 추억 여행, 31명의 친구들과 다시 경주로….
[독자 여행기] 졸업 45주년 기념 추억 여행, 31명의 친구들과 다시 경주로….
  • 신기수(서울사대부고 23회 졸업생)
  • 승인 2016.12.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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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떠나는 수학여행 - 서울사대부고 23회
기념여행 아닌 진짜 수학여행
밤 깊도록 꺼내는 저마다의 추억담
사진 / 정영수(서울사대부고 23회 졸업생)
졸업 45주년 기념 추억 여행, 31명의 친구들과 다시 경주로…. 사진 / 정영수(서울사대부고 23회 졸업생)
[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여행스케치=경주] “웃고 떠들고 먹고 마시고 논다.” 이 네 가지 동사를 잘 실천하면 사람은 행복해진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 친구들과 떠난 이번 여행은 행복의 연속이었다.

파울로 코엘료는 <흐르는 강물처럼>이란 책 중 ‘다르게 여행하기’에서 여행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적었다. “박물관을 피한다. 당신이 낯선 도시에 있다면, 그 도시의 과거보다 현재가 더 흥미진진하지 않겠는가?”, “술집에 간다. 술집에 가면 그 도시의 삶이 보인다”, “여행은 혼자서 가되, 결혼한 사람이라면 배우자와 간다”, “너무 많이 사지 말자”. 평소 좋아하던 코엘료의 여행 교훈이지만 이번 45주년 여행과는 별로 맞지 않았다. 박물관에도 갔고, 저녁이면 들르는 골목 술집 근처에는 가보지도 못했다. 친구들과 떼로 몰려다녔고, 가이드의 화려한 언변에 넘어가 안 사도 될 것을 3+1이라고 친구들과 앞다투어 샀다. 코엘료의 기준으로 본다면 빵점짜리 여행이었다. 하지만 졸업한 지 45주년을 맞아 다시 떠나는 수학여행은 즐거움과 웃음의 연속이었다.

45년 전 경주로 다시 향하다
솔직히 이야기 하자면, 다시 떠나는 수학여행은 두 번째다. 이미 졸업 40주년을 기념해 친구들과 함께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 터였다. 하지만 그건 기념여행이었을 뿐, 진짜 다시 떠나는 수학여행은 아니었다. 1969년 고등학교 때 떠났던 수학여행지 경주로 떠나자는 의견이 나왔다. 가서 그때 그 시절처럼 교복도 입어보고, 예전 허름한 모습의 불국사도 다시 가보자. 모두들 의견에 흔쾌히 동의했다. 경주 거제도 그리고 대마도, 부산을 함게 여행하기로 하고 31명의 친구들이 모였다. 

경주엔 우리처럼 다시 수학여행을 오는 이들을 위해 교복을 대여해준다. 우리도 옛날을 추억하며 교복을 입었다. 예전 고등학교 시절의 학생처럼 보인다며 서로를 추켜세웠다. 멋쩍어 하면서도 신이나 웃고 떠드느라 정신없는 건 그때와 마찬가지였다. 

친구들과 함께 다시 찾은 불국사는 예전의 허름한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멋진 불국사로 탈바꿈해 있었다. 기억 속의 먼지 폴폴 나던 불국사의 모습은 지워져있었다. 안압지의 멋진 야경과 천마총의 유물들은 새로운 수학여행의 추억거리를 더해주었다.

사진 / 정영수(서울사대부고 23회 졸업생)
전교회장 완장을 찬 친구. 사진 / 정영수(서울사대부고 23회 졸업생)
사진 / 정영수(서울사대부고 23회 졸업생)
어느새 재단장하여 새로워진 불국사. 사진 / 정영수(서울사대부고 23회 졸업생)
사진 / 정영수(서울사대부고 23회 졸업생)
옛 교복을 입고 신이난 친구들. 사진 / 정영수(서울사대부고 23회 졸업생)

고등학교 2학년 수학여행 때 묵었던 숙소는 허름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나 좁고 낡은 여관방에서 밤새 떠들어댔던 그때와 비교할 수도 없이 깨끗한 호텔방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시끄러웠다. 몸은 피곤해도 바로 잠드는 친구 하나가 없었다. 방을 나눈 것이 무색하게 함께 모여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 당시 여관 반찬에서 나온 담배꽁초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친구, 이 방 저 방을 돌아다니면서 수상한 물건들(?)이 없나 시뻘개진 눈으로 단속하시던 담임선생님의 추억을 늘어놓다보니 저마다의 추억담이 하나둘씩 꺼내져 밤이 깊어도 잠에 드는 친구가 없었다. 

내친 김에 1969년 수학여행 때 기차 칸에서 목이 쉬도록 불렀던 기억에 그때처럼 노래도 한 곡조 뽑았다. 얼마나 웃고 떠들었는지 다들 아침마다 목이 쉬어 있었다.

웃으며 떠들고 먹고 마시고 논 3박 4일
우리는 나흘 동안 5개의 도와 산을 다녔다. 경주에서 거제도, 장사도 그리고 대마도, 부산까지 함께 여행하며 새로운 추억을 쌓았다. 먹기도 잘 먹었다. 오죽하면 ‘먹으러 왔냐’는 핀잔을 날리는 친구도 있었다. 경주의 한정식, 거제도의 멍게 비빔밥, 대마도의 종합 BBQ 그리고 부산의 아귀찜을 얼마나 맛있게 잘 먹었는지… 그렇게 잘 먹어놓고 대마를 오가는 배 안에서 멀미로 토하는 친구도 있었지만 그걸 놀려먹는 재미 또한 수학여행과 같았다. 그리고 두 번의 노래방과 한 번의 해변 파티에서 얼마나 잘 먹고 마시고 놀았는지. 행복지수가 극대화되었다.

한 친구가 미국의 한인신문 여행 광고란에 나왔다는 문구를 일러주었다. “다리 떨리기 전에 세계 여행가자. 내가 번 돈 내가 쓰고 가자.” 맞는 소리라며 여기저기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나이로 보면 자유롭게 여행을 다닐 수 있는 기간도 많지 않은 것 같다. 정말로 다리가 떨리기 전에 많이 가봐야겠다. 혼자서! 또 나의 소중한 친구들과 함께! 

사진 / 정영수(서울사대부고 23회 졸업생)
황룡사 문 너머로 보이는 하늘. 사진 / 정영수(서울사대부고 23회 졸업생)
사진 / 정영수(서울사대부고 23회 졸업생)
불국사에서 찍은 단체 기념사진. 사진 / 정영수(서울사대부고 23회 졸업생)
사진 / 정영수(서울사대부고 23회 졸업생)
바다를 배경으로 예쁘게 한 컷! 사진 / 정영수(서울사대부고 23회 졸업생)

여행 마지막 밤, 대마도의 허술하고 조그만 낚시꾼용 방에 31명이 전부 모여 우리는 각자 살아온 이야기와 살아가는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웃기도 하고 미소도 지으며 우리는 친구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였다. 

그리고 창조와 나는 1969년 경주였다면 3주 정학 맞을 일을 감행하였다. 여학생들만의 맥주 파티 방에 들어간 것이다. 다행히 바로 쫓겨나는 수모를 당하진 않았다. 쫓겨나는 대신 얼마 전 홀아비 신세를 면한 내게 어떻게 색시에게 처신해야 집안이 화목해지는지를, 그리고 아직 싱글인 창조에게는 어떻게 배필을 골라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싶은 누님들(?)의 배려였다. 실제로 우리는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꿈같던 3박 4일의 추억 여행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친구는 기쁨을 두 배로 만들고 슬픔은 반으로 해준다’는 글귀가 생각났다. 이번 여행을 말해주는 글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여행을 함께 한 친구들, 여행을 같이 가지는 않았지만,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준 다른 동기 모두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신기수는 서울 사대부고 23회 졸업생으로 한국전자통신연구원으로 30여 년을 근무하다 작년 정년퇴직 하였다.
정영수는 서울 사대부고 23회 졸업생으로 인하대 교육학과 교수이며 2월 정년퇴직 예정이다.

※ 이 기사는 하이미디어피앤아이가 발행하는 월간 '여행스케치' 2017년 1월호 [다시 떠나는 수학여행] 코너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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