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에는 보성다향제‧철쭉제 개최
[여행스케치=보성] 여행기자로 일하면서 우리나라의 방방곡곡으로 취재를 다녀봤지만 가장 긴 출장은 2박 3일, 그보다 더 길게 한 지역에 머물러 본 적이 없었다.
취재와는 별개로 ‘한 번 쯤은 바다가 보이는 마을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가져오던 차, 마침 ‘전남에서 먼저 살아보기’의 마을 중 남해가 내려다보이는 보성 다향울림촌이 눈에 들어왔다. 녹차의 고장으로 유명한 보성은 또 어떤 매력을 가진 곳일지 설렘과 함께 기차에 올랐다.
보성으로 가는 길은 쉽지만은 않다. 용산에서 보성을 잇는 무궁화호 열차는 왕복 하루 1회 운행한다. 서울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보성 버스터미널로 오는 버스도 마찬가지로 왕복 하루 1회다. 대신 광주터미널에서 보성으로 오는 버스는 자주 있기 때문에 광주행 열차를 택했다. 광주에서 열차를 내려 버스로 환승한 뒤 한 시간을 달리니 보성터미널이다.
보성의 오랜 장터, 향토시장
본격적으로 마을에 들어서기 전 ‘녹차골 보성 향토시장’에 들렀다. 보성 시내에서 2일, 7일마다 열리는 오일장으로 그 역사가 깊다. 마침 22일 장날을 맞아 상인들과 손님들로 시장이 분주하다.
한 과일 노점에서 ‘보성에서 자라는 것은 무엇이냐’고 묻자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답이 돌아온다. 본격적인 여름철이 되면 포도, 복숭아 등 보성에서 키운 싱싱한 과일들이 다양하게 시장에 나온다는 것이 상인의 부연 설명이다. 요즘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희고 탐스런 양파다. 이외에도 봄 제철을 맞은 산나물부터 주꾸미, 낙지 등 해산물까지 시장에서 취급하는 품목도 다양하다.
한참 장구경을 하다 보니 허기가 진다. 생각해보니 9시에 기차를 타면서 김밥을 한 줄 먹은 것 이후로 6시간 째 배를 곯았다. 오일장 양편으로는 떡갈비, 국밥, 백반 등 여러 식당들이 일렬로 줄지어 서 있다.
시장에서도 가장 안쪽에 자리한 ‘우성할매국밥’으로 들어갔다. 머릿고기국밥부터 선지국밥, 순대국밥, 모듬국밥까지 모든 메뉴가 6000원이다. 순대국밥을 주문하니 빨간 국물에 순대를 동동 띄워 들깻가루를 듬뿍 뿌린 뚝배기가 나왔다. 서울에서 먹는 순대국밥의 뽀얀 국물과 대조적이다. 아삭한 깍두기를 곁들여 먹다보니 한 그릇이 후루룩 넘어간다.
서울에서 보성까지 넘어오는 시간이 꽤 길었던지 국밥을 먹고 나오니 벌써 파장 분위기다. 보성터미널로 발걸음을 옮겨 다향울림촌이 있는 율포행 마을버스에 올랐다.
다향울림촌과 율포해수욕장
보성터미널에서 다향울림촌이 있는 율포까지는 약 25분 거리다. 구불구불한 산길 사이로 드라이브를 잠시 즐기다 보니 별안간 남해가 펼쳐졌다. 버스에서 내리니 비로소 눈앞의 바다가 실감이 났다.
다향울림촌 펜션은 남해를 마주 보고 서 있어 객실에서 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방에 가방을 풀고 ‘전남에서 먼저 살아보기’ 프로그램의 다른 참가자들과 함께 인사를 나눴다. 광주에서 온 모자 방문객 한 팀과 부산에서 온 남자 손님 한 분까지 총 4명. 시간이 늦은 만큼 첫날은 간단한 다과를 즐기며 서로 인사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김영희 다향울림촌 위원장은 “보성의 관광지 돌아보기부터 된장‧고추장 담그기, 감자 캐기 등 농촌 관련 체험까지 다향울림촌을 찾는 방문객들이 보성으로의 귀농을 고려해볼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라며 “보성을 방문하기 가장 좋은 시기는 다향제와 철쭉제가 개최되는 5월”이라고 귀띔한다.
다과회 이후에는 인근의 마트로 장을 보러 다녀왔다. 다향울림촌 인근의 율포해수욕장은 캠핑장과 콘도가 잘 조성된 관광지다. 다향울림촌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마트가 두 개 있고, 율포해수욕장까지 나가면 관광객들을 위한 큰 마트가 하나 더 있다.
해수욕장 인근으로는 화려한 조명으로 거리 일부를 꾸며 놓아 밤에 산책 겸 걷기도 좋다. 다향울림촌 바로 옆으로는 어선에서 내린 해산물을 파는 회센터도 있다. 싱싱한 해산물을 꽤 괜찮은 가격에 살 수 있다.
다향울림촌에 머무는 5일 동안 장 담그기와 녹차 족욕, 주변 여행지 등을 체험해볼 예정이다. 남은 시간 동안 보성의 어떤 얼굴을 보게 될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