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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10월호
[여행길에서 만난 사람] 홍일화 화백, 제주조각공원에서 마주한 사람과 숲, '곶자왈 속 해녀전' 열어
[여행길에서 만난 사람] 홍일화 화백, 제주조각공원에서 마주한 사람과 숲, '곶자왈 속 해녀전' 열어
  • 박상대 기자
  • 승인 2019.05.22 11: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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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곶자왈 숲을 본 순간 빨리 화폭에 담고 싶은 마음뿐"
"숲에서 새로운 세상의 질서를 볼 수 있어"
제주조각공원에서 곶자왈 속 해녀전을 열고 있는 홍일화 화백. 그림은 위안부 할머니 그림전 모습. 사진 / 박상대 기자

[여행스케치=제주] 모슬포에서 고등어회를 먹고 일주서로를 타고 중문으로 가는데 덕수삼거리에 제주조각공원 입간판이 서 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공원으로 들어갔다.

매표소를 들어서자 좌우로 반원형 전시공간이 시선을 잡아끈다. 전시실은 통유리로 되어 있어 내부가 들여다보인다. 숲을 그려놓은 그림들이다.

“2017년도에 처음으로 곶자왈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2018년도에 제주조각공원 안에 있는 곶자왈과 제주도립 곶자왈에서 산책했지요.”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하다 곶자왈에 붙잡혀 그림을 그리고 전시회를 열고 있다는 홍일화 작가는 곶자왈을 처음 마주했을 때, 폴 고갱 촬영을 위해 가 본 타히티 섬의 원시림 같은 느낌이었다고 한다. 그는 짙고 젖은 야생의 숲에서 한동안 발걸음을 옮길 수 없었다는 기억을 내놓았다.

화폭에 제주 원시림의 모든 것을 담아낸, 탐험가 정신

제주조각공원 이성훈 대표의 안내를 받아 사람의 발길이 전혀 닿지 않은 원시림 속에서 많은 것들을 시선에 담았다. 

홍일화 화백이 곶자왈 숲을 본 순간 빨리 화폭에 담고 싶었다고 밝힌 곶자왈 그림. 사진 / 박상대 기자

초록색 나뭇잎과 풀, 이리저리 뒤엉켜 있는 넝쿨 식물, 가시덤풀과 그 아래 멋대로 자리하고 있는 돌멩이들! 돌멩이에 붙어 있는 이끼류까지 모든 생명체가 저마다의 몸짓을 보이고 있었다. 그 생명체들을 위해 쏟아붓는 듯한 햇빛은 가슴이 오그라들게 했다. 

이성훈 대표와 홍일화 작가는 인디아나 존스의 탐험가처럼 칼로 위험한 가시덤불을 쳐내면서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숲으로 들어갈수록 여러 생명체가 꿈틀거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고,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 정적 속에서도 생명체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었다. 처음 느껴보는 설렘이었다. 

홍 작가는 “곶자왈 숲을 카메라에 담았고, 이 감정을 그대로 유지한 채 최대한 빨리 화폭에 담아내고 싶었다”고 회고했다.

그리고 그 이튿날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아침 8시부터 자정까지 쉬지 않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곶자왈 숲에는 모든 것이 얽히고설켜 있다. 생존하기 위해 참아내야 하고 버텨야 하며 때로는 기회에 따라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야 한다.

어떤 생명체는 한 번 나오면 갈 수 있는 한 최대한 앞질러 가야 한다. 그러다 갑작스럽게 멈추고 다시 땅속으로 숨어 들어가야 한다. 이는 생존의 법칙이며 자연의 섭리인지 모른다.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다. 얹혀 있고 덮여 있으며 깔려 있고 부러져 있다. 그렇게 부러진 형태에 작은 기운이 몰래 숨죽이며 형태를 드러낸다. 

젊은 해녀. 사진 / 박상대 기자
제주조각공원 전시실에 걸려있는 해녀들 그림. 사진 / 박상대 기자

“제주의 곶자왈은 내가 듣고 자란 생존의 법칙, 할머니나 어머니들의 이야기와 흡사했어요. 한국뿐만 아니라 파리나 뉴욕의 인간사회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더군요. 내 것을, 내 형태를 만들려면 지저분한 덩굴이 묶어 버리고 눌러서 훼방을 놓고, 더 올라가지 못하게 얽어맵니다. 그리고 어떤 식물은 경쟁자를 끌어 내리고, 끌려 내려온 식물은 숨죽여 기다리다 기운을 모으고 한 차례 더 뻗어 올라갑니다. 자신이 나아갈 수 있는 방향으로 뻗어 나가지요.”

홍 작가는 숲에서 새로운 세상의 질서를 보게 되었다. 곶자왈은 그렇게 많은 생명체가 수많은 세월을 무수히 반복하여 얽히고 설켜 있었다. 그 누가 주도 종도 아니다. 공존이며 기생이고 생존이다.

때론 그렇게 치열하게 생존하다 꺾이고 부러져 죽는다. 그렇다고 어느 무엇도 위로해 주지 않는다. 죽어서 썩어 버리는 그 터 위에 내 자리를 만든다. 그리고 자연스레 색이 바랜 형체는 하나둘 떨어져 다른 무언가의 거름이 된다. 그렇게 자연스레 흘러가고 거듭난다.

INFO 곶자왈 속 해녀전

전시기간  5월 14일~30일
장소 제주조각공원 전시관
관람료 무료

홍일화 작가는...
1974년 수원에서 태어나 1998년부터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며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총27회 개인전과 그룹전에 작품을 선보였다. 2014년 EBS 미술기행을 진행했다. 피카소를 본받아 최대한 다작을 그려내고 있다. 한국미래환경협회 홍보대사, 파리 재불작가 소나무협회회원, 한국판화작가협회 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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