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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12월호
[문화관광해설사] 옛 멋 그득한 '추억상자'를 열다
[문화관광해설사] 옛 멋 그득한 '추억상자'를 열다
  • 박지원 기자
  • 승인 2016.04.18 13: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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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숙 대전시 문화관광해설사
박은숙 대전시 문화관광해설사. 사진 / 박지원 기자.

[여행스케치=대전] 누구나 다 알고 있어 북적이는 관광지는 싫증 나고, 그렇다고 현실과 동떨어진 오지는 별로라는 그대여. 대전으로 떠나라. 대전이라고 하면 번쩍하고 떠오르는 그런 여행지가 아니다. 화장기 하나 없이 수수한 민낯으로 꼭꼭 숨어있던 명소가 그대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50년이 넘은 대창 이용원. 사진 / 박지원 기자.

소제동 소제마을
“마을 명칭은 ‘소제호’란 호수 이름에서 유래했어요. 우암 송시열 선생이 찬탄할 만큼 아름다웠지만, 일제 강점기 때 메워졌지요. 옛 소제호 자리에는 1930~40년대 지은 철도 관사 40여 채가 있답니다. 이곳을 전통과 근대가 어우러진 마을이라 일컫는 것도 이 때문이에요.”

대전역 동광장에 있는 근대 문화유산 ‘구 철도청 대전지역사무소 보급 창고’를 둘러보고 고샅길로 접어들면 시곗 바늘을 거꾸로 돌려놓은 듯한 착각에 빠진다. 크고 작은 철도관사, 나무로 만든 전봇대 등 여행자의 발길을 붙드는 풍경이 수두룩 하니까.

이발을 하며 마을 이야기를 해 주시는 사장님. 사진 / 박지원 기자.

특히 50년 넘게 한자리를 지킨 ‘대창 이용원’은 마을 명물이다. 온화한 인상으로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이곳 사장님은 외지인을 반기며 마을에 관한 이야기보따리를 푼다.

Tip코스 : 대전역 동광장 - 구 철도청 대전지역사무소 보급창고 - 철도관사촌 - 대창 이용원 - 대전 전통나래관.

신안동 새터마을
“떠들썩한 동네였지만 쌍둥이빌딩이 들어서면서 집이 밀리고 토박이가 떠나는 등 적잖은 변화를 겪었어요. 하지만 우리 곁에 머뭇거리고 있는 추억이 많지요. 옛이야기가 가득한 다방, ‘솜틀거리’, 만둣집은 여전히 건재하니까요.”

전기밥솥에서 잔을 꺼내 '둘둘둘' 커피를 타주는 대우다방. 사진 / 박지원 기자.

‘대우다방’의 낡은 간판과 건물 앞 녹슨 캐비닛을 보면 폐업한 가게인가 싶어 쉬이 지나칠 거다. 그러나 엄연히 영업 중인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이다. 칠순이 넘은 마담이 전기밥솥에서 잔을 꺼내 1000원짜리 ‘둘둘둘’ 커피를 타준다.

노부부의 40년 손맛이 담긴 호돌이만두. 사진 / 박지원 기자.

솜 타는 소리가 요란하고, 홑청 꿰매는 아낙네가 있는 솜틀거리도 이색적이다. 노부부가 40년 넘게 운영하는 ‘호돌이만두’도 꼭 가보자. 수제비처럼 쫀득한 만두피 그리고 채소 와 고기로 꽉 찬 만두소가 일품인데, 1000 원에 3개다.

Tip 대우다방에 마담이 없다면 동네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됨.

대동 벽화마을
“도심 한복판에 있는 이곳은 ‘언덕마을’, ‘하늘마을’이라고도 불린답니다. 대전의 대표적인 달동네예요. 삭막했던 마을이 공공미술 프로젝트 덕에 여행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명소로 탈바꿈했답니다.”

언덕마을 벽면에 알록달록한 그림들이 수놓아져 있다. 사진 / 박지원 기자.

벽을 수놓은 다채로운 벽화, 언덕으로 이어진 구부정한 계단길, 이 길과 맞닿은 집들을 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느리게 걷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예쁜 벽화 앞에서 멋진 사진을 찍으며 발걸음에 탄력을 붙이다 보면 풍차가 있는 ‘하늘공원’에 닿는다.

대전시내를 바라보고 있는 하늘공원의 풍차. 사진 / 박지원 기자.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를 정도로 힘들게 오른 높은 산도 아닌데 대전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하늘공원 가까이 있는 ‘연애바위’는 연애가 신통치 않은 여행자에게 권한다. 남녀의 사랑과 소원이 이뤄진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니 말이다.

이 중에 아직 가보지 않은 마을이 있다면 고민말고 대전으로 떠나자. 사람들이 모여 살며 마을을 이룬 곳에는 곳곳에 재미난 이야기 혹은 슬픈 사연들이 있기 마련이다. 마을을 둘러 보는 것은 아주 잠시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시선이 되어 보는 것이다. 새로울 것 없어 보이지만 그 안에도 여행의 묘미가 담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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