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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가족체험여행] 까치놀섬마을 무의도 체험기, 하루종일 놀아도 빠듯한 섬
[가족체험여행] 까치놀섬마을 무의도 체험기, 하루종일 놀아도 빠듯한 섬
  • 손수원 기자
  • 승인 2006.05.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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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무의도로 가려면 이 배를 꼭 타야 한다. 잠진도 선착장에서 단 5분이면 무의도에 도착한다. 2006년 5월. 사진 / 손수원 기자
무의도로 가려면 이 배를 꼭 타야 한다. 잠진도 선착장에서 단 5분이면 무의도에 도착한다. 2006년 5월. 사진 / 손수원 기자

[여행스케치=인천] 작은 섬마을에 아이들의 꺄르르 웃음소리가 가득하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산과 바다에서 펼쳐지는 신나는 체험에 시간가는 줄도 모른다. 섬 전체가 자연 놀이터인 마을, 멀리 수평선 위로 황금빛 석양이 잠기는 풍경이 아름다운 인천 무의도 까치놀섬마을을 찾았다.

“잠진도에서 무의도로 들어가려면 배를 몇 시간이나 타는지 아는 사람?” 아이들은 거창한 대답들을 쏟아낸다. “1시간!” “반나절이요!” 그러나 아이들은 타자마자 5분 만에 내려야 하는 참담한(?) 상황에 그만 넋을 잃고 만다. 그러나 이제 알았을 것이다. 이 세상 배 중에는 출발하고 한바퀴 돌자마자 5분 만에 목적지에 도착하는 배도 있다는 것을.

주말을 맞아 무의도로 농어촌체험을 떠난 열여덟 가족은 짐을 풀고 국사봉 쪽으로 향했다. 봄을 대표하는 산나물인 달래캐기체험을 하기 위해서다. 호미를 하나씩 받고 달래를 캐라는데 당최 달래가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마을주민의 설명을 듣고 또 들어도 지천에 널린 달래가 잡초처럼 보이고 잡초가 달래처럼 보이기만 하니 이건 완전히 좌충우돌 ‘잡초제거체험’이다.

열심히 달래를 캐는 체험가족들. 하지만 잡초를 더 많이 캔 것 같다. 2006년 5월. 사진 / 손수원 기자
열심히 달래를 캐는 체험가족들. 하지만 잡초를 더 많이 캔 것 같다. 2006년 5월. 사진 / 손수원 기자

와중에 열심히 쑥을 뜯고 있는 선오는 ‘왜 달래 안 캐고 혼자서만 쑥을 캐고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말한다. “엄마가 쑥만 가르쳐 줬어요.” 순간 선오 어머님께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생각났다. ‘어머님, 다음엔 선오에게 산삼을 가르쳐 주세요!!’

무의도는 여기저기 놀 곳이 지천으로 널렸으니 하루로는 빠듯한 곳이다. 하나개해수욕장에서는 모래성 쌓기 대회가 열렸다. 나누어받은 도구라고는 달랑 모종삽 하나가 전부인데도 가족들은 모두 나름대로 예술혼이 담긴 작품들을 쌓아나간다.

어디서 구했는지 각목과 양동이 등을 이용해 한 차원 높은 작품을 만드는 가족도 있다. 하지만 고분을 쌓건 만리장성을 쌓건 이 순간 열여덟 가족은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행복에 젖어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순식간에 해수욕장 한 곳에는 ‘모래성 공원’이 만들어졌다.

조그만 방게를 잡고 '사진 찍어 주세요!'라며 멋진 폼을 잡은 성환이. 2006년 5월. 사진 / 손수원 기자
조그만 방게를 잡고 '사진 찍어 주세요!'라며 멋진 폼을 잡은 성환이. 2006년 5월. 사진 / 손수원 기자

넓게 펼쳐진 해변 위에서 펼쳐질 까치놀의 향연을 기대하며 가족들은 바위 사이사이에서 게며 조개 따위들을 잡아본다. “아저씨 이것보세요! 게 잡았어요 게!” 제 엄마보다 기자에게 먼저 와서 자랑을 하는 성환이의 손에 조그만 방게 한 마리가 꼬물거린다.

여기저기서 조개껍질이며 게를 잡아 서로 자랑하는 목소리가 왁자지껄하다. 그 와중에 일부 아빠들은 잡은 조개나 게를 보면서 입맛을 다진다. 그 속내를 눈치 챘는지 한 곳에서 이런 말이 들려왔다. “아빠 이런 건 매운탕 한 그릇도 안 나와. 그리고 이렇게 작은 꼬맹이들은 놔 주는거야. 그래야 생태계가 유지되는 거야.”

지당하신 말씀. 역시 아이들은 어른의 스승이다. 저녁에는 솟대만들기 체험이 마련되었다. 강사가 솟대 만드는 방법을 앞에서 가르쳐주자 아이들은 신이 나서 재료인 나무토막을 손에 들고 조심스럽게 깎기 시작했다.

그러나 연필 한번도 안 깎아봤을 요즘 아이들 손에서 이게 쉽게 될 리가 있나. 5분도 안 되서 여기저기서 짧은 한숨들이 터져 나온다. “에이~ 어려워! 아빠가 해, 난 안 해.” “왜~? 잘하는데 계속 해 봐.”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엄마와 장난치기에 열중인 진호. 2006년 5월. 사진 / 손수원 기자
엄마와 장난치기에 열중인 진호. 2006년 5월. 사진 / 손수원 기자

옆에서 지켜보던 엄마의 칭찬 한마디에 용현이는 입이 헤벌쭉 벌어져서 다시 열심히 나뭇가지를 매만진다. 가장 나이가 어린 6살 진호는 솟대 만들기에 도무지 관심이 없다. 아빠는 고개 한번 안 들고 솟대를 만드는데 진호는 나뭇가지로 엄마하고 장난치기에 바쁘다. 아빠의 열정 때문이었을까. 솟대 만들기가 끝난 후 진호는 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멋진 솟대를 두 손에 들고 활짝 웃고 있었다.

이튿날 까치놀섬마을 해병대 캠프장에는 난리가 났다. 명색이 ‘귀신 잡는 해병대’인데 꼬맹이들에게 큰 군복을 입혀놨더니, 영락없이 국방색 포대자루에 담아놓은 강아지들 같다면 심한 말일까? 아빠들의 군 시절 허풍도 빠지지 않는다.  

해병대캠프. 교관의 설명을 경청하는 체험가족들. 2006년 5월. 사진 / 손수원 기자
해병대캠프. 교관의 설명을 경청하는 체험가족들. 2006년 5월. 사진 / 손수원 기자

해병대 체험의 종목은 레펠 타기. 10m정도 되는 절벽을 줄 하나에 의지해서 내려가야 한다. 방금 전까지 허풍을 늘어놓던 그 기개는 어디가고 아빠들은 점점 말이 없어진다. 오히려 엄마들이 도전해보겠다고 아우성이다. 10살 지현이도 도전하겠다며 앞으로 나섰다.

“자~ 왼손으로 줄을 잡고 오른손은 가볍게, 두 발로 힘껏 벽을 차는 거야 알았지?” 교관의 설명을 듣는 지현이의 눈망울이 초롱초롱하다. 이윽고 지현이가 절벽에 두 다리를 통통 튕기며 레펠에 성공했다. 일행들은 일제히 ‘대단하다’며 탄성을 지른다.

절벽 앞에 서 있더라도 가족이라는 줄은 항상 서로의 몸을 튼튼하게 묶어 지켜주고 있다. 이 당연하고도 평범한 진리를 1박 2일이라는 시간동안 까치놀섬마을에서 몸소 체험한 열여덟 가족들은 행복에 겹다.

어른들도 무서워하는 레펠에 도전한 지현이. 미래의 꿈이 여군이란다. 역시! 2006년 5월. 사진 / 손수원 기자
어른들도 무서워하는 레펠에 도전한 지현이. 미래의 꿈이 군인이란다. 역시! 2006년 5월. 사진 / 손수원 기자

Info
● 숙박 _ 하내개해수욕장 내 해변방갈로나 까치놀섬마을에 민박집이 많이 있다.

● 맛집 _ 무의도 선착장에 도착해서 까치놀섬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에 각종 해물구이집이 많다.

● 가는 길
자가운전 _ 신공항고속국도 → 영종대교 → 용유·무의 이정표 → 해안고속도로 진입 → 잠진도 선착장 → 무의도행 승선
대중교통 _ 인천국제공항(3층 5번 출구) → 버스 222번 운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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