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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월드컵 독일 여행기] 유럽 최대 레게 페스티벌 ‘우버제 축제’ 젊음의 열기가 모여들기 시작하면
[월드컵 독일 여행기] 유럽 최대 레게 페스티벌 ‘우버제 축제’ 젊음의 열기가 모여들기 시작하면
  • 이분란 객원기자
  • 승인 2006.05.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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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06년 5월. 사진 / 이분란 객원기자
2006년 5월. 사진 / 이분란 객원기자

[여행스케치=독일]한여름이라고는 하나 그늘진 유럽은 쌀쌀하다. 비라도 내리는 날이면 특히 그렇다. 며칠째 철도역에 모여드는 틴에이저로 시끌벅적하다. 노출의상도 볼 만하거니와 요란한 헤어스타일이 심상치 않다. 복합 염색한 머리카락에 희한한 커트 스타일.

“쟤내들 어딜 저렇게 몰려다니는 거예요?”, “곧 레게 축제가 시작되잖아요?”
축제? 레게? 물론 음악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아이들의 요란한 모습만으로도 상상은 간다. ‘우버제 축제’는 1년에 한 번 그것도 매년 독일에서 개최되는 유럽 최대의 레게 축제로 지금 유럽의 틴에이저들이 대거 독일로 모여들고 있는 것이다.

2006년 5월. 사진 / 이분란 객원기자
손목매듭 입장권 검사가 끝나면 입구에서는 경찰들이 보안을 위해 몸수색을 간단히 한다. 2006년 5월. 사진 / 이분란 객원기자

브라질의 리오데자네이로에서는 삼바 축제를 위해 1년을 준비한다고 하더니, 그래도 여기 독일의 우버제 레게 축제는 단 3일간의 축제를 위해 한 달 전부터 아이들이 대이동을 했단다.

기차역에 내려 매 10분마다 오는 버스를 탔다. 아침부터 계속 비가 내려 축제의 열기가 다소 식었을 법도 한데 버스에 탄 아이들의 흥분은 하늘을 찌른다. 10여분을 이동하자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대형 서라운드 사운드 뮤직에 버스가 진동을 한다.

“버스는 몇 시까지 다니나요?”,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축제 기간에는 24시간 운행하니까요.”
괜히 인파에 밀려 버스도 못타고 기차를 놓치나 걱정을 잠시 했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도로에서 부딪히는 방문객으로 정신이 없다. 비가 내렸지만 우산을 들고 다니는 사람은 없다. 그냥 비를 맞으며 흥얼흥얼 어깨춤을 추고 다닌다.

“소매 올려 보세요.”, “네?”
웬 소매? 순간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했다. 눈치로 옆줄을 보니 다들 손목을 보여주고 들어간다. 아하~! 그랬다. 메인 무대로 들어가려면 매표소에서 티켓을 사는 것이 아니라 축제 3일 동안 무제한 출입이 가능한 증표로 손목에 끈을 매고 다니는 것이었다. 참으로 간단하다. 하지만 객은 허탈하다. 겨우 여기까지 왔는데 그런 입장표가 있을 줄이야~. 입구에서 안쪽 중앙 무대만 훔쳐보다가 뒤돌아 나올 수밖에.

축제장으로 들어가지 못한 마음을 달래며 주변을 서성거린다. 축제장 주변 여기저기 적당히 먹거리점이 일정한 간격으로 쭉 들어서 있다. 독일 아니랄까봐 맥주 판매대에 온통 소시지 안주뿐이다. 대형 천막을 치고 만든 임시 노천카페도 나름대로 운치있다.

2006년 5월. 사진 / 이분란 객원기자
종합운동장 몇 개를 합친듯한 대규모 텐트촌 풍경 중 일부. 2006년 5월. 사진 / 이분란 객원기자
2006년 5월. 사진 / 이분란 객원기자
축제장 주변에 한 달 전부터 들어섰다는 텐트촌이 질서정연하다.  2006년 5월. 사진 / 이분란 객원기자

도로 뒤쪽으로 가지런하게 색색깔의 텐트가 들어서 있다. 한 달 전부터 자리잡기 전쟁이 시작되었다고 하더니 한눈에 보아도 준비된 질서 현장이다. 시골에 따로 숙소가 마땅찮으니 숙소를 대신할 거라곤 텐트뿐인 셈이다. 마치 자로 잰 듯 네모반듯하게 구역을 나누어 텐트와 텐트 사이에 차량이 다닐 정도로 길을 터놓았다. 종합 운동장 몇 개를 합친 듯한 대규모 텐트촌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텐트촌을 벗어나자 소가 한가롭게 노니는 시골 들판이 보인다. 멀리 알프스 산자락에는 그동안 내린 비 무게에 구름마저 낮게 산 중턱에 얹혀 있다. 매년 이곳 우버제 주민들은 유럽최대의 레게 축제를 위해 마을 앞 들판을 축제장으로 허락해 준다고 한다.

해마다 8월이면 마을 앞 들판을 축제장으로 내주는 주민도 대단하거니와 여기까지 -시골이라면 엄청 시골인- 우버제까지 와서 한 달 전부터 텐트 생활을 하고 있는 친구들도 대단하다.

“축제 재미있어요? 아무래도 비가 와서 좀 그렇죠?”
“다시는 레게 축제 때문에 1박2일 비행기 타고 오는 일은 없을 겁니다. 과테말라에서 이탈리아 거쳐 오늘 겨우 도착했는데 비가 와서 옷이 엉망이 되어 버렸어요.”

잔뜩 인상을 쓰고 성질을 부리며 옷에 묻은 진흙을 털고 있는 여자와 달리 남자 친구는 그냥 옆에서 웃기만 한다. 오랫동안 레게 축제를 고대하며 잔뜩 멋을 내고 여기까지 왔는데 날씨 때문에 크게 실망한 모양이다. 그렇다. 이번 축제 때 비만 오지 않았더라면 이곳의 열기는 손목에 끈도 안 맨 객이 서성거리고 다닐 틈도 없이 흥분의 용광로였을지도 모른다.

2006년 5월. 사진 / 이분란 객원기자
매년 축제가 열리는 우버제 마을의 한가로운 목가적 풍경. 2006년 5월. 사진 / 이분란 객원기자

그래도 한편에서는 웃통을 벗어던진 남자 아이들과 비키니 차림의 여자들이 그저 신나게 바닥을 뒹굴며 흙장난을 치고 있다. 비가 와서 질퍽해진 바닥이 머드축제장인 양 얼굴과 몸에 서로 진흙을 발라가며 놀고 있다.

조용한 시골마을 우버제를 유유히 휘어 감고 흐르는 티롤러 아체(Tiroler Ache)강의 존재가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강둑에 서서 보니 벌써 강가에서는 용감하게 알몸을 씻고 있는 아이들이 있다. 여자 아이들도 과감하게 가슴을 들썩거리며 진흙을 씻고 있다. 강물이 오늘같은 날에는 자연 샤워장 역할까지 하는 것이다.

또 다른 강둑 아래쪽에는 아랫도리 살을 뽀얗게 드러내 놓고 볼일을 보고 있는 친구도 있다. 이 얼마나 자연스럽고 자유로운 분위기인가! 오히려 강둑에 서서 이런저런 모습을 훔쳐보는 나그네가 더 당황할 정도로~.

작년 레게 축제 때처럼 올해 날씨만 좋았어도 지금 이 강변은 환상의 누드강변으로 변했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좋은 볼거리(?)를 놓친 셈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여행도 축제도 다 날씨가 중요한 것을. 그런데도 일주일간 더 머무르며 유럽의 다른 도시도 돌아보고 싶다는, 멀리 중남미에서 날아온 한 여자 아이의 아름다운 열정에 박수를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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