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대구] 집안에서만 뒹굴거리다 휴일 하루를 다 보내기 억울하다면 대구 팔공산으로 차를 몰아보자. 인근마을에서부터 정상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볼거리이고, 굽이마다 깃든 사연이 예사롭지 않다.
팔공산은 대구를 북동쪽으로 감싸 안은 해발 1,192m의 높은 산이다. 전체 능선 길이만도 20km에 이르는데 주봉인 비로봉에서 좌우로 이어지는 동봉·서봉들이 날개를 퍼덕이는 독수리처럼 기세 좋게 뻗어 있다.
예로부터 팔공산은 신성한 산으로 여겨졌으며, 신라시대부터는 호국을 염원하는 불사가 계속되었다. 동화사, 파계사 등 천년고찰이 골짜기마다 들어서 있으며 불상, 탑, 마애불이 수없이 산재해 불교문화의 성지를 이루고 있다.
팔공산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동화사이다. 동화사는 임진왜란 때 승병들의 사령부가 있었던 곳으로, 호국불교의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절 좌우로 경관 좋은 계곡이 몰려 있으며, 진귀한 보물과 내력을 간직한 암자들이 산중에 흩어져 있다.
동화사에서 길을 돌려 수태골 방향으로 달리면 부인사, 파계사가 잇달아 나타난다. 부인사는 신라 선덕여왕이 창건한 절로, 고려 최초의 대장경인 초조대장경이 보관되었던 곳이다. 파계사는 수려한 계곡으로 명성이 자자한 곳으로, 계곡의 물줄기가 흘러나가지 못하도록 모은다는 뜻에서 파계사라 하였다.
팔공순환도로를 타고 팔공산 서쪽 기슭으로 접어들면 가산산성, 한티재, 송림사 방면의 길이 이어진다. 가산산성에는 지금도 성벽과 문터가 남아 있어 축조 당시의 위용을 살펴볼 수 있다. 정상까지의 길이 평탄해 가벼운 등산을 즐기기도 적당하며, 억새풀이 군락을 이뤄 사진 찍기에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