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심천] 사람들 속에 부대끼며 살아도 사람이 그리워 무작정 기차를 탄다. 심천. 경북의 작은 역마을이다.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될 거란 생각은 하지 말자. 하지만 만나는 사람 한명 한명, 스쳐지나가는 정겨운 풍경 하나하나가 그리움에 목마른 도시민에게는 훈훈한 추억이 된다.
심천은 조용한 곳이다. 산과 들 사이를 비집고 내려앉아 있는 지형적 특성 때문일까? 객지 사람이 잘 들어오지도, 이곳 사람들이 잘 드나들지도 않는다. 심천역에서 내려 역사로 들어간다.
다시 서울로 올라가는 표를 끊어놓겠다는 생각으로 창구를 바라보는데 피식 웃음이 난다. ‘표 사시는 곳’. 저게 어법에 맞는 말인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손님은 왕’이란 말이 떠오르면서 시골마을의 순박한 정을 느낄 수 있다.
역사를 빠져나오니 전형적인 시골마을의 풍경이다. 공해의 냄새라고는 전혀 없는 상쾌한 공기는 기본이오, 약국 하나, 구멍가게 하나, 노래방 하나, 식당 하나, 다방은 두 개가 있다. 기차역 근방에 꼭 있을만한 가게들이 더도 말고 꼭 하나씩만 모여 있는 경제성(?)까지. 여기에다 세련되지 않아 더 정겨운 총천연색의 간판에까지 시선이 머무르면 속에서 아우성치던 복잡한 마음이 순식간에 차분해진다. 요즘엔 얼마 전에 방영되었던 <포도밭 그 사나이>란 드라마를 이곳에서 찍어서 간간이 젊은 사람도 찾아온다고 한다.
역에서 왼쪽으로 돌아나가면 금강의 상류인 버들내가 나온다. 야트막한 언덕을 끼고 오른쪽으로 유유히 휘돌아가는 강의 모습에서 한껏 멋스런 여유가 느껴진다. 1930년대에 지어진 목구조건물이란 특징과 수려한 역 주변 경관 때문에 심천역은 최근 문화재청으로부터 간이역문화재로 등록 예고되기도 했다.
여유 바이러스가 전염되었는지 다음 기차가 오기 전까지 책 한 권 읽기로 마음먹는다. 염상섭의 <만세전>. 이 소설 안에서도 심천역이 등장한다. 그 내용이 궁금하다면 <만세전>책 한권 들고 심천행 기차를 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