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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아름다운 섬 여행] 지겟길 내고 얼씨구, 출렁다리 놓고 지화자 경남 통영 연대도
[아름다운 섬 여행] 지겟길 내고 얼씨구, 출렁다리 놓고 지화자 경남 통영 연대도
  • 전설 기자
  • 승인 2015.05.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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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15년 6월 사진 / 전설 기자
2015년 6월 사진 / 전설 기자

[여행스케치=통영] 처음엔 통영 앞바다에 널린 500여개 섬 중 하나에 지나지 않았다. 그랬던 것이 탄소배출 0%의 생명섬으로, 걷기 좋은 지겟길 내고 출렁다리를 놓으면서 확 떴으니 출세도 이런 벼락출세가 없다. 지금 이순간 통영 앞바다에 가장 ‘핫’한 섬 연대도, 그 섬으로 간다.

“출렁다리 본다꼬 갑니까.” 달아선착장에서 연대도로 들어가는 길. 섬나들이호의 조연제 선장이 대뜸 묻더니 무어라 쭝얼쭝얼 혼잣말을 늘어놓는다. “내사 마 그 다리 따문에 죽겠다. 배 타는 사람마다 연대도 출렁다리 볼라 카는데 한번 드가면 구경 한다꼬 늑장 피다가 막배에 한꺼번에 몰리가 배가 모자를 파이라.” 속타는 조 선장의 하소연에 기분이 들뜬다.


연대도와 만지도를 잇는 길이 98.1m, 폭 2m의 출렁다리가 개통한 것은 올해 1월, 그런데 벌써부터 입소문 들은 사람들이 몰려와 오래 머무르려 욕심을 부린다니. 여행지 한 번 제대로 찾았구나싶다. 기대 속에 20여분의 짧은 항해를 마치고 연대도 선착장에 내려선다. 이른 아침인데도 꽃분홍 등산복차림의 관광객들이 선착장 앞으로 모여 있다. 무슨 구경거리라도 났나 했더니 할머니 몇 분이 방풍나물이며 돌미역을 바닥에 늘어놓는다.

배 들어오는 시간에 맞춰 열렸다가 막배 뜰 때 접는 연대도 도깨비 난전이다. “예전엔 팔 거이 남아돌아도 뭍으로 보냈는데 이젠 찾아오는 사람이 늘어 직접 팔러 나와. 방풍나물은 내 밭에서 뜯어온 긴데 서울꺼정 가도 시들지도 않고 파래. 서울이 뭐고, 일본까지 가도 끄떡없을 낀데. 미역은 돌에 붙은 돌미역 딴기라. 귀한기라꼬.” 장을 보기에는 이른 시각. 한바퀴 둘러보고 들리겠노라하고 돌아서는데 할머니가 “여다 여!” 바닥을 가리킨다. 그제야 파란 페인트로 써진 ‘바다백리길’ 글자가 눈에 들어온다. 눈앞에 지겟길 입구를 두고 몰라봤구나.

2015년 6월 사진 / 전설 기자
 연대도선착장 앞 풍경. 할머니는 나물을 널고 할아버지는 미역을 말린다. 2015년 6월 사진 / 전설 기자
2015년 6월 사진 / 전설 기자
2015년 6월 사진 / 전설 기자

지겟길 따라 연대도 한바퀴
연대도의 지겟길은 통영 앞바다 6개 섬의 걷기길을 하나로 묶는 바다백리길의 4번째 구간이다. 섬사람들이 지게지고 발길로 다진 길을 따라 총연장 2.3km의 둘레길을 조성했는데 쉬엄쉬엄 걸어도 2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다만 원시림과 바다가 맞닿아 있어 짧은 코스 내내 달뜬 비경이 펼쳐진다. 특히 6월은 연중 가장 예쁘장한 연대도를 만날 수 있는 적기.
“작년에 산악회 따라 왔었는데 말도 못하게 좋데예. 비탈이 얼마 없어가 땀도 안 흘리고 올라가지예, 걷는 내내 파란 바다가 넘실넘실거리지예. 양귀비꽃이 흐드러지가 새빨갛고 지천에 엄지손가락만한 산딸기 열고. 캐서 애들 델꼬 왔는데 우야노. 꽃이 아직 안핐다.”

2015년 6월 사진 / 전설 기자
 파란 물감을 쏟아부은 듯 시푸른 연대도 앞바다. 2015년 6월 사진 / 전설 기자
2015년 6월 사진 / 전설 기자
 띄엄띄엄 서 있는 바다백리길. 표지판을 따라 다 같이 돌자, 지겟길 한 바퀴. 2015년 6월 사진 / 전설 기자

꽃대가 여물기에는 이른 봄과 여름 사이. 칭찬 자자한 양귀비 꽃밭을 못 보는 것이 못내 아쉬워 입을 삐죽인다. 지겟길이 기막힌 풍경을 내어주기만을 바라며 마을을 가로지르는데 집집마다 내걸린 문패가 말을 건다. “연대도의 유일한 점방이 있었던 김채기 할머니 댁, 점빵집으로 불렸어요.”, “가장 오래된 밀감나무와 시원한 우물이 있습니다, 백또성아 할머니 댁.” 문패 소개말을 눈으로 훑었을 뿐인데도 처음본 집과 마을의 풍경이 내 것이 된다.

마을에서 벗어나 태양광 발전소를 지나면 이내 탄탄한 흙길이 시작된다. 한사람이 걷기에 딱 맞는 오솔길 양옆으로 찔레꽃이 한아름이다. 그 곁에 까치수영이 작은 꽃송이를 북실북실 키우고 완두콩을 닮은 콩자개덩굴이 바위 표면을 타고 오른다. 발에 채이는 물봉선, 꿩의 다리, 무릇꽃 등 키작은 야생화와 눈을 맞추고 걷다보니 어느덧 북바위 전망대다.

캬, 얹힌 속이 뚫릴 때 같은 탄성이 터진다. 바다위로 내부지도, 연화도, 욕지도가 훤히 내다보이는 풍경에 속이 탁 트인다. 전망대를 뒤로하고 걷는 동안에는 오른편의 해송 사이로 쪽빛 바다와 오곡도, 비진도, 용초도가 줄지어 나타난다. 좋은 풍경 두고 앞서 걷기 아쉬워 숲길의 옹달샘에서 쉬다가, 중간 중간 놓인 벤치에 앉았다가 하며 지겟길 탐방을 이어간다.

2015년 6월 사진 / 전설 기자
 에코아일랜드 체험센터로 가는 해안 산책로. 2015년 6월 사진 / 전설 기자

동전이 필요 없는 뽈라구 자판기
지겟길의 끝은 대안에너지 체험을 할 수 있는 에코아일랜드 체험센터다. 연대해변과 맞닿은 폐교에 알록달록 꼬까옷을 입혀 꼭 동화 속 삽화처럼 꾸며 두었다. 아담한 운동장에 있는 자가발전 시소와 모노레일 같은 놀이기구를 찬찬히 둘러보고 해변으로 내려선다. 속이 내다보이는 유리빛깔 바다를 보니 그대로 첨벙 뛰어들고 싶다. 양말을 몇 켤레 챙겨왔더라, 세면서 갯바위에 올라선다. 갑작스런 인기척에 바위 주변의 물고기 떼가 순식간에 흩어진다.

2015년 6월 사진 / 전설 기자
 거센 파도에 떨어졌나, 갈매기 부리에 당했나. 투명한 바다 아래 거북손 하나. 2015년 6월 사진 / 전설 기자

“지금이야 지겟길에 출렁다리 있어 여행 온다지만 예전에는 죄 낚시꾼만 왔어요. 볼락이 많이 잡힌다고 뽈락섬, 뽈라구 자판기라고도 불렀으니까요. 예전엔 연대도 앞 바다가 진짜 맑아서 바다에 들어갈 때마다 볼락 군단을 봤어요. 볼락이 한 놈씩 안다니고 떼를 지어서 다니는데 한자리에 모여서 딱 멈춰 있는 게 정말 육지서는 절대 못 볼 진귀한 그림이죠.”

연대도 앞바다를 손바닥 보듯 훤히 아는 강훈대 다이버의 설명을 듣다 보니 손이 근질근질하다. 그 길로 민박집에 낚시대 빌리고, 연대도슈퍼에서 미끼용 새우를 사서 낚시에 나선다. 찌를 던지면서도 초짜 손에 눈먼 고기가 잡힐까 싶었는데, 이게 웬걸. 넣자마자 낚싯줄이 팽팽해지면서 손끝이 묵직하다. 영문도 모르고 당기는데 미꾸라지 같은 것이 딸려온다.
“그기 뽀드라치. 회쳐 놓으면 없어 못 먹는 기라꼬. 쫀닥쫀닥하고 맛이 달아서 참 좋은데 그기 왜 꾼 손에 안걸리고 애먼 아가씨 손에 잡힜을까. 선무당이 물괴기를 잡은기라.”

낚싯대 바다에 넣자마자 1초 만에 거둔 조과에 부풀어 오른 것도 잠시. 첫 끗발 개 끗발이라 했던가. 입질이 뚝 멈춘다. 장장 4시간에 걸친 낚시의 최종 스코어는 뽀드라치 1마리, 볼락 3마리 뿐. 기대에는 못 미치지만 어떠리. 소주 한 잔에 곁들일 근사한 안주와 첫 바다낚시의 손맛과 밤낚시의 추억을 얻었으니 마음만은 만선이다.

2015년 6월 사진 / 전설 기자
출렁다리를 건너면 만지도선착장까지 해안 산책로가 이어진다. 2015년 6월 사진 / 전설 기자

출렁다리 건너 만지도까지
이른 아침 첫배로 연대도에 들어와 지겟길을 걷고 갯바위 낚시를 하며 하루를 꼬박 썼다. 그런데도 볼거리가 남았으니 조막만한 섬에 무슨 볼거리가 이리 많은지. 조르륵, 조르륵, 몽돌해변에 파도가 들이쳤다가 빠져나가는 소리를 들으며 해송숲을 오른다. 100m 전방 손에 닿을 듯 가까운 만지도가 있다. 그리고 바다 위로 출렁거리는 빨간다리가 눈에 들어온다.

“저기 보이소. 뱀 갑니다, 뱀.” 시퍼런 바다위에 놓인 출렁다리를 건너는 것도 겁나는데 바다 한가운데서 난데없이 뱀이라니. 다리위에서 고개만 빠끔히 내밀어 바다를 본다. 발밑은 시푸른 바다, 게다가 높다. 손에 땀이 찬다. “저짝이요, 저짝!” 길잡이를 자청한 최정우 다이버가 손끝을 따라가 보니 정말 뱀 한 마리가 바다를 건너고 있다. 아니, 저 정도 크기면 뱀이 아니라 구렁이다. 진귀한 광경에 잠시 두려움을 잊는다. 윤슬로 반짝이는 바다 위를 미끄러지듯 헤엄치는 구렁이를 홀린 듯 바라본다. 구렁이가 스르륵 만지도에 도착하는 것까지 지켜보다가 문득 깨닫는다. 내가 지금 섬과 섬 사이 바다에 떠 있음을. 방금 연대도를 떠나 구렁이 바다 넘어가듯 새로운 섬, 만지도로 향하고 있음을 말이다.

INFO
교통
달아선착장에서 섬나들이호가 하루 4번(7:50, 11:00, 14:10, 16:40) 출항하며 6~7월 성수기나 토요일 및 공휴일은 수시 운항한다. 요금은 성인 4000원, 청소년 및 어린이 2500원이다. 카드결제 가능. 날씨에 따라 결항될 수 있으므로 출항 여부를 꼭 확인할 것.
주소 경남 통영시 산양읍 산양일주로 1015(달아선착장)

연대도 지겟길
길이 2.3km(1시간 30분소요)
코스 연대선착장~연대마을~찔레나무 군락지~북바위 전망대~옹달샘~천선과나무 군락지~에코아일랜드 체험센터~연대마을

에코아일랜드 체험센터 
대안에너지의 원리를 몸으로 배우고 익히는 체험장이다. 자가발전 시소와 모노레일 같은 놀이기구를 직접 체험해 수 있다. 아담한 연대해변과 맞닿아 있어 물놀이와 에너지 놀이를 함께 즐기기에 제격이다. 30인 이상은 사전예약에 한해 숙박 및 식사도 해결할 수 있다.
주소 경남 통영시 산양읍 연대길 142

연대도 맛집 
선착장 앞, 출렁다리 밑의 연대도 식당은 멍게비빔밥의 열풍을 불러일으킨 원조 ‘멍게밥’을 맛볼 수 있는 식당 겸 횟집이다. 철마다 가장 신선하고 맛있는 횟감을 선별해 푸짐한 제철 모둠회와 정식을 차린다. 최근 새롭게 선보인 전복해물라면도 추천 메뉴.
경남 통영시 산양읍 연대길 1 

연대도 숙박
연대도 내에는 크고 작은 민박집과 전문 다이버에게 스킨스쿠버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연대리조트 등 다양한 잘 곳이 마련돼 있다. 숙박 문의는 연대도 홈페이지나 에코아일랜드 체험센터 편으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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