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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이상재 박사의 차 여행⑤] 으슬으슬 감기, 걸렸다 싶을 땐! 완주 봉동 생강을 찾아서
[이상재 박사의 차 여행⑤] 으슬으슬 감기, 걸렸다 싶을 땐! 완주 봉동 생강을 찾아서
  • 이상재
  • 승인 2014.0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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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14년 2월 사진 / 이상재
2014년 2월 사진 / 이상재

 

[여행스케치=완주] 생강하면 겨울철 감기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감기 기운이 있을 때 따뜻한 생강차를 마시면 좋다는 우리 고유의 건강 문화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 생강의 시발지이자 최대 생산지 완주 봉동을 다녀왔다. 

2014년 2월 사진 / 이상재
2014년 2월 사진 / 이상재

한의학에서 감기는 바람이나 차가운 기운[風寒]과 같은 외부의 사기(邪氣)가 우리 몸에 들어와서 생기는 것으로 설명한다. 이 나쁜 기운은 주로 피부를 통해서 들어온다고 생각했다.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호흡기를 통해 들어와서 감염이 일어난다는 시각과는 사뭇 다르다. 이런 이유로 감기를 물리치는 방법은 들어온 나쁜 기운을 빼내주는 것인데 나쁜 기운이 주로 피부를 통해 들어온다고 생각했으므로 땀을 빼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감기 걸렸을 때 콩나물국에 고춧가루를 풀어서 먹고 이불을 뒤집어썼던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생강은 성질이 따뜻하고 맛은 맵다. 생강의 매운 맛은 땀을 잘 나게 해준다. 땀을 나게 해서 피부에 파고든 찬바람을 몰아내주는 작용이 있다.


생강의 또 다른 작용은 생강의 따뜻한 성질에서 찾을 수 있다. 옛 사람들은 음식을 영양학적으로 인식한 것이 아니라 기운으로 인식하였다. 찬 기운, 따뜻한 기운으로 음식을 나누었다. 이는 한의학에서는 아주 중요한 개념인데 우리가 아는 온도적인 개념의 차고 따뜻함이 아니다. 오이를 썰어서 얼굴에 붙이면 시원하지만 마늘을 썰어 얼굴에 부치면 벌겋게 닳아 오른다. 오이는 찬 성질이고 마늘은 따뜻한 성질이기 때문이다. 생강이 따뜻한 성질이라는 것은 생강이 우리 몸을 따뜻하게 해준다는 의미이다. 특별히 ‘속’을 따뜻하게 해준다. ‘속’이라 함은 소화기 전반을 일컫는 말이다. 속이 차면 위나 장의 운동성이 떨어져서 소화가 잘 안되어 잘 체하고, 설사를 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속이 찬 사람들은 손발도 차고 아랫배도 찰 가능성이 높다. 생강은 찬 속을 따뜻하게 해주는 작용을 한다.  

속이 차고, 손발이 차고, 아랫배가 찬 증상을 주로 몸이 마른 타입의 여성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다. 약간 예민한 성격에 항상 소화에 문제가 있는 마른 체격의 여성이라면 생강을 가까이 하면 좋다. 몸을 따뜻하게 하고 싶은 목적으로 생강을 섭취할 때는 생으로 쓰기보다 생강을 동전 두께로 썰어서 잘 말려서 이용하는 것이 더 좋다. 이를 건강(乾薑)이라고 한다.  

2014년 2월 사진 / 이상재
2014년 2월 사진 / 이상재

옛 사람들이 경험으로 알아낸 생강의 중요한 작용이 하나 더 있다. 그것은 멀미할 때 생강을 씹어 먹던 우리 민간요법을 통해 이해할 수 있는데 우리 몸에 생기는 노폐물의 일종인 담을 삭여주는 작용이다. 우리가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담은 기침할 때 나오는 가래다. 기침 가래에 생강을 이용해 볼 수 있다. 또 다른 담은 소화기에 생기는 담이다. 위나 장에 눈으로 보이는 담이 있는 것 같진 않지만 옛 사람들은 위에도 담이 있다고 생각하였다. 구체적으로 마치 멀미하는 것처럼 속이 미식거리면서 어지럽고, 눈 주위나 관자놀이 쪽으로 머리가 아픈 증상이 있을 때 ‘위장에 담이 있다’고 생각하였다. 필시 담을 삭여주는 약을 쓰면  증상이 개선되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한 듯하다. 이러한 증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날 때도 생강을 활용해 볼 수 있다. 


생강은 매운 맛이 강한 것이 더 좋다고 했다. 묵은 생강이 좋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묵을수록 매운맛이 더 강해지는 생강의 성질을 빗대 강계지성(薑桂之性)이라는 말도 있다. 늙을수록 더욱 강직(剛直)해지는 성품을 의미한다. 묵을수록 매워지고 효과도 더 뛰어나다는 생강. 하지만 썩기 쉬워 오래 보관하기 까다로운 것이 또 생강이다. 생강을 오래 보관하기 위해 땅속에 굴을 파고 저장하는 곳이 있다고 하여 찾아가 보았다.

2014년 2월 사진 / 이상재
2014년 2월 사진 / 이상재
2014년 2월 사진 / 이상재
2014년 2월 사진 / 이상재

금산 인삼, 청양 구기자, 제천 황기처럼 생강에 붙는 이름은 봉동이다. 봉동 생강. 시장에서 생강 장수 할머니가 봉동 생강이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파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우리는 봉동 생강이라는 말은 알면서도 봉동이 어딘지는 잘 모르고 있다. 봉동은 전라북도 완주군 봉동면의 봉동을 말한다.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삼례(완주군 삼례읍)행 버스를 타고 가 삼례터미널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봉동으로 들어간다. 생강굴이 많다는 봉동면 은하리에서 이장님의 설명으로 생강에서 대해서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봉동 생강의 유래에 대해서는 지금으로부터 1300여 년 전 신만석이라는 사람이 중국에 사신으로 갔다가 중국 봉성현(鳳城懸)이라는 곳에서 생강을 가지고 와서 지명에 봉자가 있는 이곳 봉상(鳳翔)에 심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봉상은 봉동의 옛 지명이다. 조선시대의 <동국여지승람> <택리지> 등에도 생강이 이곳의 토산품으로 기록되어 있다. 재래종 생강 품종을 ‘봉동재래’라고 부르는 것을 보아도 봉동 생강의 오랜 역사를 알 수 있다. 

생강은 씨앗으로 심지 않고 감자처럼 덩이줄기를 심어 키운다. 열대식물인 생강이 날씨가 추워지면 누렇게 시들어 꽃을 피우지 못하여 씨앗을 맺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겨울이 혹독한 기후에 토착화하면서 일년생으로 바뀐 것이다. 덩이줄기를 조각내 심으면 싹이 돋고 성장을 하면서 종자생강 옆으로 새로운 생강이 자라는 것이다. 종자로 심은 생강도 썩지 않고 함께 수확이 되는데 이를 구강(舊薑)이라고 한다. 종자생강 옆으로 새로 자란 생강은 신강(新薑)이라고 부른다. 신강 중에서 종자로 쓰이는 것은 이듬해에 구강이 되는 식으로 반복된다. 그러다 보니 생강은 품종 개량이 안 된다고 한다. 지금도 재배되고 있는 크기가 작고 매운맛이 강한 토종 생강은 영조임금이 1765년 10월 10일 연회에서 술 대신 마신 그 생강차를 만든 생강과 같은 종류이리라. 

그런데 최근 시중에 판매되는 생강은 토종이 드물다고 한다. 중국에서 수입되어온 다른 품종의 생강이 재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생강은 토종 생강보다 크기가 커서 수확량이 많고 병충해에 강해서 재배 농가에서 선호한다고 한다. 생강굴을 안내해준 이장님은 토종 생강이 맛이나 향이 더 낫다고 했다. 봉동 사람들은 생강을 가지고 다니면서 씹어 먹는다고 하시며 차 속에 먹다 남은 생강을 보여 주었다. 생강을 씹으면 졸음도 쫒을 수 있고 소화도 잘되어 속도 편하다단다.

2014년 2월 사진 / 이상재
 생강한과, 편강 등 생강으로 만든 다양한 제품들. 2014년 2월 사진 / 이상재

밭 한가운데에도 생강 굴 덮개가 여기저기 보이고, 집 마당이나 처마 밑에도 생강굴이 있었다. 그중에 한곳을 직접 들어가 보는 행운을 얻었다. 생강 굴은 생각보다 훨씬 웅장했다. 처마 밑에 덮인 천 조각을 제거하자 바닥이 보이지 않는 깊은 웅덩이가 나타났다. 조명을 넣어 비추니 까마득한 바닥이 보였다. 깊이가 7~8m는 되어 보였다.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는 것이 아니고 틈에 발과 손을 번갈아가면서 옮기며 내려갔다. 처음에는 무척 긴장되고 무서웠지만 나중에 올라올 때는 참 잘 만들었다는 생각을 했다. 밑바닥에 다 내려와서 보니 옆으로 여러 갈래의 굴이 있고 굴마다 생강 포대가 쌓여 있다. 밖의 추운 날씨와 달리 굴 속은 따뜻했다. 습도도 무척 높은 듯하였다. 15도 정도의 온도와 높은 습도가 유지되어야 썩지 않고 보관된다고 했다. 가정에서 일 년 내내 싱싱한 생강을 구할 수 있는 것은 이 생강 굴 덕이었다. 

2014년 2월 사진 / 이상재
봉동에 있는 하나로마트에선 봉동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생산자의 이름을 걸고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 생강과 관련된 상품이 많다. 2014년 2월 사진 / 이상재

 

가정에서도 생강은 보관이 어렵다. 냉장고에 넣어 두어도 썩기가 쉬운데 썩은 생강에는 사프롤이라는 독성 물질이 있어서 세심한 주위가 필요하다. 사프롤을 섭취할 경우 간세포를 파괴하여 감암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썩은 생강은 절대 섭취해서는 안 된다. 양념으로 쓸 생강은 갈아서 냉동실에 얼려두고 조금씩 꺼내 쓰는 것이 안전한 방법이다. 생강차를 미리 만들어 두거나 건강(乾薑: 생강을 말린 것)차의 형태로 활용하는 것이 좋겠다. 생강차는 싱싱한 생강을 깨끗이 씻어 껍질을 벗기고 썰어서 설탕이나 꿀에 재어 손쉽게 만들 수가 있다. 평소에 손발이 차고 소화 기능이 약하면서 속이 냉한 사람들은 건강차를 마시면 좋다. 껍질째 동전 두께로 썰어 볕에 잘 말리거나 건조기에 바삭할 정도가 될 때까지 말리기만하면 건강차가 된다. 텀블러에 건강 5조각 정도 넣고 끓는 물을 부어 두면 하루 종일 건강차를 마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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