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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생태 나들이] 죽은 호수에서 생명의 땅으로 알고 있었니? 시화호가 품은 보물들
[생태 나들이] 죽은 호수에서 생명의 땅으로 알고 있었니? 시화호가 품은 보물들
  • 서태경 기자
  • 승인 2007.09.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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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07년 9월. 사진 / 서태경 기자
생태관광지로 태어난 시화호. 2007년 9월. 사진 / 서태경 기자

[여행스케치=화성] 과거 무분별한 수질오염의 대명사였던 시화호가 생태관광지로 다시 태어났다. 인간에 의해 파괴되고 다시 인간에 의해 회복의 길을 걷게 된 시화호. 한때 ‘죽음의 호수’로 불렸던 시화호가 그렇게 많은 보물들을 품고 있는 줄은 누구도 상상을 하지 못했다. 혹독한 대가를 치른 뒤 알게 된 환경의 가치가 새삼 소중하다. 

화성 공룡알 화석지
지금으로부터 약 1억 년 전 공룡들의 집단서식지로 추정되는 한반도. 그중에서도 다수의 알이 발견되어 세계적인 공룡알 화석지로 주목받고 있는 곳이 바로 화성이다. 1998년 시화호 간석지에서 환경단체들이 지질조사를 벌이던 중 중생대 백악기의 퇴적층이 발견되었고 이후  닭섬과 개미섬, 한염 일대에서 공룡의 것으로 보이는 알 300여 개가 발견되었다.

2007년 9월. 사진 / 서태경 기자
윗부분이 깨진 공룡알 동그란 테두리가 보인다. 2007년 9월. 사진 / 서태경 기자

하마터면 흔적도 없이 사라질 뻔했던 공룡알 화석지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면서 생태 여행의 중심지로 서게 된 것이다. 공룡알 화석지에 가면 화석뿐만 아니라 고라니와 족제비와 같은 포유류는 물론, 평소 접하기 힘든 칠면초, 퉁퉁마디, 갯질경이와 같은 염생식물의 관찰도 가능하다.

백악기 공룡알이 여기저기에 공룡알 화석지가 있는 곳은 시화호의 남측 간석지. 1998년 200여 개의 공룡알 화석이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300여 개가 발견되었는데, 현재 관람객이 접근할 수 있는 곳은 화석이 가장 많이 발견된 중한염과 그 주변이다. 지금까지 발견된 알의 종류는 3가지인데 이들은 알껍질의 두께와 껍질 표면, 숨구멍 모양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전체의 95%를 차지하는 1타입은 지름 13cm, 두께 1mm로 그렇게 크지도 않고 매우 얇은 모습이다. 지금 볼 수 있는 모습은 조류에 침식된 알의 단면. 또 대부분 알의 윗부분이 깨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새끼가 부화했다기보다는 갑작스러운 홍수(당시에는 이곳이 바다가 아니었으므로) 등으로 파손된 것으로 보고 있다. 2타입의 공룡알은 개미섬에서 몇 개가, 3타입은 한 개만 발견되었다. 

2007년 9월. 사진 / 서태경 기자
염생식물 중 하나인 칠면초. 2007년 9월. 사진 / 서태경 기자
2007년 9월. 사진 / 서태경 기자
생성연대의 생태를 짐작케 해주는 생흔화석들. 2007년 9월. 사진 / 서태경 기자

여러 차례 홍수가 나고 자연재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일대에서 꾸준히 공룡알이 발견되는 것은 그래도 당시 한반도가 공룡 서식에 좋은 환경을 갖추었던 것으로 보여진다는 것이 이선숙 문화관광해설사의 설명이다. 

관람은 해설사와 함께 하는 것이 좋다. 물론 자유관람도 가능하지만 혼자 둘러볼 경우 흙 속에 파묻혀 있는 공룡알 화석을 발견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 특히 아이들과 함께 찾았을 경우에도 눈높이에 맞는 설명을 해주므로 생태교육에도 도움이 된다. 

서울 용동초등학교 3학년 황준하 어린이는 “솔직히 다른 데에서는 선생님이 설명을 해주셔도 이해가 잘 안 됐었는데 오늘은 아주 쏙쏙 들어와요. 옛날에 여기에서 티라노사우스 같은 공룡이 살았을 거라고 생각하니깐 너무너무 신기해요”라며 무척이나 흥분한 모습이다. (물론 이곳에 티라노사우스가 살았다는 증거는 없지만…), 실제 존재했던 사실을 바탕으로 다양한 상상을 해볼 수 있으니 현장교육으로는 좋은 기회가 될 듯하다.  

시화호 갈대습지
지난 2002년 환경부의 시화호 수질개선대책의 일환으로 문을 연 우리나라 최대의 인공습지다. 물속의 오염물을 영양분으로 흡수하는 갈대는 특별한 조치 없이도 물을 자연 정화시키며 수생식물에 붙어사는 미생물 역시 오염물질을 흡착, 분해해 습지의 가치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시화호 갈대습지가 생겨난 것도 습지의 생태적, 환경적, 경제적 가치를 가늠해보기 위해서다.

2007년 9월. 사진 / 서태경 기자
공룡알의 원형을 재현한 모습. 2007년 9월. 사진 / 서태경 기자

환경생태관을 시작으로 생태연못, 야생화꽃길, 관찰로, 조류관찰대 등으로 이루어진 1.7km의 탐방로는 다양한 수생식물과 사계절 날아드는 철새를 관찰할 수 있게끔 조성된 곳. 가족 방문객은 물론, 연인들이나 사진동호회 등에서도 즐겨 찾을 정도로 풍광이 훌륭하다. 수질 정화를 위해 갈대습지를 만들었지만 이제는 문화적, 교육적 기능까지도 담당하게 된 것이다. 

습지를 돌아보기 전에 데스크에 문의하면 간단한 안내와 동선에 대해서는 알려주지만 관람은 자유관람이 기본이다. 환경생태관은 시화호와 관련된 다양한 전시를 하고 있는 곳. 습지의 역할은 물론 시화호에서 살아가는 혹은 사라진 동물들을 볼 수도 있고 관련 영상물도 상영한다.  

2007년 9월. 사진 / 서태경 기자
.갈대습지에 조성된 탐방로. 2007년 9월. 사진 / 서태경 기자

환경생태관에서 기본적인 정보를 얻었다면 이제는 현장학습에 나설 차례. 가만히 살펴보면 갈대뿐만 아니라 비비추, 금낭화와 같은 야생화도 있고 철새들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철새를 가까이서 보려면 조류관찰대를 이용하면 된다. 어도(물고기가 자유롭게 다닐 수 있도록 만든 길) 주변에 몰려 있는 왜가리, 물닭과 같은 새들을 볼 수 있는데 가을에는 흰뺨검둥오리를 비롯해 청둥오리 등이 습지공원을 찾는다.    

시화호로 찾아든 작은 희망 
경기도 시흥과 화성에 걸쳐 있는 대규모 인공호수인 시화호는 본래 바닷물이 드나들던 갯벌이었던 곳. 여기에 담수호를 만들어 물막이 공사로 생긴 농지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고자 했다. 하지만 6년여 만에 물막이 공사가 완료되고 보니 시화호는 심각한 수질오염 문제에 직면해 있었다. 

2007년 9월. 사진 / 서태경 기자
박제와 살아있는 곤충도 볼 수 있다. 2007년 9월. 사진 / 서태경 기자
2007년 9월. 사진 / 서태경 기자
조류관찰대에서 보니 어도에 다양한 새가 모여 있다. 2007년 9월. 사진 / 서태경 기자

인근 시화·반월 등 공단에서 흘러나온 오·폐수와 생활하수가 여과 없이 흘러들어갔기 때문. 결국 시화호는 조성된 지 채 3년도 되지 않아 농업용수는커녕 공업용수로도 사용하지 못하는 썩은 호수가 되어버렸다. 1996년 6월부터 배수갑문을 열어 조금씩 해수를 유입시켰지만 이로 인해 인근 어장의 고기가 떼죽음을 당하면서 정부는 시화호의 담수화 사업을 아예 포기하게 된다.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입기는 했지만 점차 회복되어가는 시화호에 염생식물과 철새가 다시 찾아들고 있어 작은 희망이나마 가져볼 수 있게 되었다.

한편 지난 8월 16일 건설교통부와 한국수자원공사는 시화호 북측 간척지에 시화멀티테크노밸리(MTV)의 기공식을 갖고 첨단·해양레저 복합도시 건설을 시작했다. 시민단체들의 반대로 6년여 만에 공사가 진행되기는 하지만 친환경에 얼마나 부합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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