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음 가득한 냉이ㆍ삼채로 건강한 식사
만수천 계곡서 누리는 명상과 독서 시간까지
[여행스케치=남원] ‘한 달 살기’에 푹 빠진 사람들이 찾는 마을, 남원 선돌촌. 사람들은 방문만 열면 보이는 지리산을 산책 삼아 트레킹도 하고, 봄 내음 물씬 풍기는 냉이를 캐러 간다. 지리산 자락을 타고 내려오는 만수천 계곡에 누워 음이온으로 코로나19로 지친 몸에 활기를 되찾아 주는 곳, ‘한 달 살기’를 위해 전북 남원 선돌촌을 찾은 여행자와 동행했다.
지리산 자락에서 흐르는 만수천을 따라 내려오면 람천교라는 다리를 만나게 된다. 선돌촌에서 ‘지리산 한 달 살기’를 경험했던 이들에게는 ‘고향 집’으로 가는 다리이기도 하다. 지난해 여름 방학을 이용해 아이와 한 달 살기를 했던 부산의 조미리 씨는 코로나19로 초등학교 개학이 연기되자 선돌촌으로 내려왔다.
“어릴 적, 아버지가 동생과 함께 보름 넘게 지리산 캠핑을 데리고 갔었어요. 비가 오면 텐트를 옮겨야 했고, 시내에 가서 먹을 것을 사 오는 일도 있었죠. 세월이 흘러 막연하게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던 차에 ‘지리산 한 달 살기’를 알게 됐어요. 벼가 꼿꼿하게 서 있을 때 들어왔다가, 갈 즈음에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어요.”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 이하륜 군에게 정서의 대물림을 해주고 싶어 ‘한 달 살기’를 실행했다는 조미리 씨. 그는 지난여름 벼가 꼿꼿하게 서 있을 때 들어왔다가 갈 즈음에는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을 보고 아이와 함께 계절의 변화를 느낀 것을 기억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아이와 함께 부산 집에 있으면서도 선돌촌 생각이 많이 났다는 그는 아이들 개학이 자꾸 연기되자 부산에서 남원 선돌촌으로 한걸음에 달려왔다고.
“오늘은 봄나물인 냉이를 캐러 갈 거예요.”
선돌촌에서 실상사까지는 약 1.4km로 쉬엄쉬엄 걸어간다. 사무장과 동행하다 보니 마을 구경은 덤이다. 돌담 너머로 할머니를 마주하고 인사를 건넨다. 할머니가 거주하는 집은 아주 옛날식이라며, 양해를 구하고 나무 마루와 부엌을 소개한다. 나무로 만든 부엌문과 아직도 군불을 때기 위해 장작과 아궁이가 있고, 부엌 뒷문으로는 장독대도 있을 것 같다.
아이들과 함께 봄내음 가득한 냉이ㆍ삼채 캐기
농사를 짓기 위해 거름을 준 논과 밭을 보며 걸으니 시골의 정겨움이 전해진다. 거대한 자연석 두 개가 유달리 우뚝 서 있는 자리에 김혜원 사무장이 잠시 멈추었다. “마을에 돌이 서 있다고 해서 선독골, 선돌골이라고 불렀어요. ‘독’은 ‘돌’의 전라북도 방언이지요. 지금은 한자로 입석(立石)리라는 지명을 사용하죠.”
실상사에서 마을로 오는 샛길에는 나무로 만든 놀이터가 아이들을 기다린다. 아이들은 한걸음에 달려가 나무 위를 건너고 나무 터널을 통과하며 마음껏 뛰어노는 모습이다. 나무 놀이터를 자세히 살펴보면, 한 달 살이를 하면서 손뜨개질로 만든 나무 옷들이 놀이터 곳곳에 아름답게 수를 놓고 있다.
부산에서는 가공식품을 주로 먹었다는 조미리 씨는 냉이 캐기를 자주 가면서 냉이를 주재료로 만든 냉이 무침, 냉이 비빔밥 등 자연식이 좋아졌다고 한다. 달콤하고 쌉싸름하며 매운맛이 나는 삼채 캐기, 다듬기를 도와준 보답으로 마을 주민으로부터 초청(?)을 받아 김 사무장과 함께 삼채 1kg를 선물로 받았다고 한다. 삼채 장아찌, 삼채무침, 삼채전, 삼채 뿌리 생채 무침 등을 만들어 반찬으로 해 먹을 계획이라고 말한다.
멍 때리기, 명상, 그리고 독서의 공간…만수천 계곡 바위
‘석 달 살기’를 끝낸 분들과 김혜원 사무장이 함께 마지막 소풍을 간 곳은 음이온이 풍부한 만수천 계곡이다. 선돌촌에서는 일명 ‘털보네’로 통하는 이 계곡은 지리산 자락을 타고 흐르는 계곡 물소리와 널찍한 바위가 있어 휴식 공간으로는 최고의 장소이다. 계곡을 따라 위로 올라가면, 용소와 삼단 폭포도 만날 수 있으며, 여름이면 아이들이 물장구를 치며 놀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조미리 씨는 “도시에서는 주로 가십거리를 많이 보게 되는데, 선돌촌에서는 나는 누구인가를 생각하게 된다”며 “시골 생활을 하면서 사색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진 것이 제일 좋은 습관”이라고 말했다. 그와 아이가 돌아올 여름을 반기는 이유는 사색의 시간이 주어지는 시골여행이 기다려지기 때문이다.
INFO 선돌촌마을
선돌촌 뒤로는 지리산 국립공원 삼정산 자락이, 마을 앞으로는 낙동강 상류인 만수천 계곡이 있어 ‘한 달 살기’를 하는 사람들이 명상과 독서를 즐기는 곳이기도 하다. 전국 최대의 고사리 재배단지로 유명한 선돌촌에는 황토 소나무 숲길과 구절초 공원, 그리고 실상사가 있다.
주소 전라북도 남원시 산내면 입석길 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