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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청정지역 시골 여행 Ⅱ ①] 지리산 트레킹, 냉이와 음이온으로 활기 되찾는 남원 선돌촌마을
[청정지역 시골 여행 Ⅱ ①] 지리산 트레킹, 냉이와 음이온으로 활기 되찾는 남원 선돌촌마을
  • 조용식 기자
  • 승인 2020.04.12 1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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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가 '한 달 살기' 위해 찾는 지리산 자락 마을
봄내음 가득한 냉이ㆍ삼채로 건강한 식사
만수천 계곡서 누리는 명상과 독서 시간까지
[편집자주] 완연한 봄 날씨가 무색하게도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사회적 거리를 둬야만 하는 일상. 녹음이 짙어가는 계절의 문턱에서 <여행스케치>가 대신 길을 나섰습니다. 시골의 정겨움이 묻어나는 지리산 자락 마을, 농촌과 바다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마을, 도심과 가까워 훌쩍 떠나기 좋은 마을을 소개합니다. #코로나19 함께 이겨냅시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선돌촌에서 일명 ‘털보네’로 통하는 만수천 계곡 바위에서 여유를 만끽하는 모습. 사진 / 조용식 기자

[여행스케치=남원] ‘한 달 살기’에 푹 빠진 사람들이 찾는 마을, 남원 선돌촌. 사람들은 방문만 열면 보이는 지리산을 산책 삼아 트레킹도 하고, 봄 내음 물씬 풍기는 냉이를 캐러 간다. 지리산 자락을 타고 내려오는 만수천 계곡에 누워 음이온으로 코로나19로 지친 몸에 활기를 되찾아 주는 곳, ‘한 달 살기’를 위해 전북 남원 선돌촌을 찾은 여행자와 동행했다.

지리산 자락에서 흐르는 만수천을 따라 내려오면 람천교라는 다리를 만나게 된다. 선돌촌에서 ‘지리산 한 달 살기’를 경험했던 이들에게는 ‘고향 집’으로 가는 다리이기도 하다. 지난해 여름 방학을 이용해 아이와 한 달 살기를 했던 부산의 조미리 씨는 코로나19로 초등학교 개학이 연기되자 선돌촌으로 내려왔다.

아이 개학이 계속 연기돼…한걸음에 달려온 선돌촌
“어릴 적, 아버지가 동생과 함께 보름 넘게 지리산 캠핑을 데리고 갔었어요. 비가 오면 텐트를 옮겨야 했고, 시내에 가서 먹을 것을 사 오는 일도 있었죠. 세월이 흘러 막연하게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던 차에 ‘지리산 한 달 살기’를 알게 됐어요. 벼가 꼿꼿하게 서 있을 때 들어왔다가, 갈 즈음에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어요.”    
 
사진 / 조용식 기자
나무로 된 마루에 앉아 잠시 담소를 나누고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사진 / 조용식 기자
선돌촌마을 숙소 내부 모습. 사진 / 조용식 기자
사진 / 조용식 기자
아기자기한 그림이 그려진 돌. 사진 / 조용식 기자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 이하륜 군에게 정서의 대물림을 해주고 싶어 ‘한 달 살기’를 실행했다는 조미리 씨. 그는 지난여름 벼가 꼿꼿하게 서 있을 때 들어왔다가 갈 즈음에는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을 보고 아이와 함께 계절의 변화를 느낀 것을 기억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아이와 함께 부산 집에 있으면서도 선돌촌 생각이 많이 났다는 그는 아이들 개학이 자꾸 연기되자 부산에서 남원 선돌촌으로 한걸음에 달려왔다고.

 “오늘은 봄나물인 냉이를 캐러 갈 거예요.”

김혜원 선돌촌 사무장의 단백질과 비타민A가 풍부해 면역력에 좋다는 냉이를 캐러 가자는 말에 아이들도 신난 표정이다. 광주리에 호미를 들고 나서는 아이들과 함께 실상사가 관리하는 농경지로 향했다.

선돌촌에서 실상사까지는 약 1.4km로 쉬엄쉬엄 걸어간다. 사무장과 동행하다 보니 마을 구경은 덤이다. 돌담 너머로 할머니를 마주하고 인사를 건넨다. 할머니가 거주하는 집은 아주 옛날식이라며, 양해를 구하고 나무 마루와 부엌을 소개한다. 나무로 만든 부엌문과 아직도 군불을 때기 위해 장작과 아궁이가 있고, 부엌 뒷문으로는 장독대도 있을 것 같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옛날식 부엌을 지금도 사용하는 시골집. 사진 / 조용식 기자
사진 / 조용식 기자
냉이를 캐는 조미리 씨와 김혜원 사무장. 사진 / 조용식 기자

아이들과 함께 봄내음 가득한 냉이삼채 캐기
농사를 짓기 위해 거름을 준 논과 밭을 보며 걸으니 시골의 정겨움이 전해진다. 거대한 자연석 두 개가 유달리 우뚝 서 있는 자리에 김혜원 사무장이 잠시 멈추었다. “마을에 돌이 서 있다고 해서 선독골, 선돌골이라고 불렀어요. ‘독’은 ‘돌’의 전라북도 방언이지요. 지금은 한자로 입석(立石)리라는 지명을 사용하죠.”

두 개의 돌을 지나 갈대가 우거진 들판을 거닐면 어느새 냉이를 캘 밭이 보인다. 아이들에게 냉이를 구별하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함께 캔 냉이로 산나물 비빔밥을 해 먹겠다는 조미리 씨의 표정에서 청정지역에서의 행복을 엿볼 수 있었다.

실상사에서 마을로 오는 샛길에는 나무로 만든 놀이터가 아이들을 기다린다. 아이들은 한걸음에 달려가 나무 위를 건너고 나무 터널을 통과하며 마음껏 뛰어노는 모습이다. 나무 놀이터를 자세히 살펴보면, 한 달 살이를 하면서 손뜨개질로 만든 나무 옷들이 놀이터 곳곳에 아름답게 수를 놓고 있다.

샛길에 세워진 커다란 두 그루의 나무에도 옷이 입혀져 있어 사람 사는 마을과 훈훈한 정까지 더하는 놀이터로 변모한 것이다. 길옆으로는 고사리밭이 새순을 키우고 있었으며, 봄의 시작을 알리는 산수유, 생강나무 등도 들길을 따라 봄의 향기를 전하고 있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마을 입구에 돌이 서 있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 ‘선돌골’이며, 지금은 ‘입석리’라고 부른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사진 / 조용식 기자
나무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어린이의 모습. 사진 / 조용식 기자
사진 / 조용식 기자
길가에 만들어진 나무 놀이터. 사진 / 조용식 기자

부산에서는 가공식품을 주로 먹었다는 조미리 씨는 냉이 캐기를 자주 가면서 냉이를 주재료로 만든 냉이 무침, 냉이 비빔밥 등 자연식이 좋아졌다고 한다. 달콤하고 쌉싸름하며 매운맛이 나는 삼채 캐기, 다듬기를 도와준 보답으로 마을 주민으로부터 초청(?)을 받아 김 사무장과 함께 삼채 1kg를 선물로 받았다고 한다. 삼채 장아찌, 삼채무침, 삼채전, 삼채 뿌리 생채 무침 등을 만들어 반찬으로 해 먹을 계획이라고 말한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지리산 자락에서 흐르는 만수천 계곡의 풍경. 사진 / 조용식 기자

멍 때리기, 명상, 그리고 독서의 공간…만수천 계곡 바위
‘석 달 살기’를 끝낸 분들과 김혜원 사무장이 함께 마지막 소풍을 간 곳은 음이온이 풍부한 만수천 계곡이다. 선돌촌에서는 일명 ‘털보네’로 통하는 이 계곡은 지리산 자락을 타고 흐르는 계곡 물소리와 널찍한 바위가 있어 휴식 공간으로는 최고의 장소이다. 계곡을 따라 위로 올라가면, 용소와 삼단 폭포도 만날 수 있으며, 여름이면 아이들이 물장구를 치며 놀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또한 만수천 계곡의 바위는 여러 명이 앉아서 쉴 수 있을 만큼 넓다. 바람 부는 방향으로 앉아서 흐르는 계곡물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상쾌함이 느껴진다. 그래서 이곳 바위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거나 명상이나 독서를 즐기면서 낮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가끔은 피크닉 장소로도 인기이다.

조미리 씨는 “도시에서는 주로 가십거리를 많이 보게 되는데, 선돌촌에서는 나는 누구인가를 생각하게 된다”며 “시골 생활을 하면서 사색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진 것이 제일 좋은 습관”이라고 말했다. 그와 아이가 돌아올 여름을 반기는 이유는 사색의 시간이 주어지는 시골여행이 기다려지기 때문이다.

사진 / 조용식 기자
하늘에서 바라본 선돌촌마을 전경. 드론 촬영 / 조용식 기자

INFO 선돌촌마을
선돌촌 뒤로는 지리산 국립공원 삼정산 자락이, 마을 앞으로는 낙동강 상류인 만수천 계곡이 있어 ‘한 달 살기’를 하는 사람들이 명상과 독서를 즐기는 곳이기도 하다. 전국 최대의 고사리 재배단지로 유명한 선돌촌에는 황토 소나무 숲길과 구절초 공원, 그리고 실상사가 있다.
주소 전라북도 남원시 산내면 입석길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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