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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이슈 여행] 멋진 풍경에 ‘오!’, 간이역 앞에서 ‘브이~’ O트레인·V트레인 매력 집중 탐구
[이슈 여행] 멋진 풍경에 ‘오!’, 간이역 앞에서 ‘브이~’ O트레인·V트레인 매력 집중 탐구
  • 서지예 기자
  • 승인 2013.06.19 2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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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13년 7월 사진 / 서지예 기자
2013년 7월 사진 / 서지예 기자

[여행스케치] 석탄산업의 황금기, 석탄을 실은 열차가 달리던 중부내륙철도가 색다른 관광 코스로 거듭났다. 최초의 협곡 관광열차인 V트레인과 환상의 전망형 관광열차 O트레인이 바로 그것. 4월 개통 이후 벌써 2만여 명의 승객이 다녀갔다는데 그 인기 비결을 알아보기 위해 직접 체험해 봤다.  

깊은 산세와 때 묻지 않은 자연환경으로 이름난 중부내륙권을 연결하는 중부내륙권 관광열차의 인기가 식을 줄을 모른다. 관광열차의 종류는 2가지로 제천에서 출발해 14개 역을 거쳐 다시 제천으로 돌아오는 O트레인과, 열차 노선 중 가장 경치가 뛰어나다는 철암~분천 구간만 연결한 V트레인이다. 특히 1955년에 완공된 옛 영암선(영주~철암) 구간은 자연의 순수함과 에너지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어 전국 기찻길 중 최고의 비경으로 손꼽힌다. 태백산맥 곳곳을 누비며 석탄을 실어 나르기 위해 험준한 낙동강 최상류까지 선로가 놓였다. 그간 좋은 경치에도 불구하고 한 번에 둘러볼 수 있는 노선이 마땅치 않았던 만큼 새로운 풍경에 목말라하는 여행객의 욕구를 제대로 충족시킨 것이 인기의 비결이다. 무엇보다 특급 관광열차를 연상케 하는 고급스러운 O트레인의 실내와 장난감 열차 같은 V트레인은 한 번쯤 타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한다. 이런 특별한 매력 덕분에 한 달간 O트레인과 V트레인을 이용한 승객이 2만 5000명을 넘는다. 

2013년 7월 사진 / 서지예 기자
추전역에 잠시 정차한 O트레인. 2013년 7월 사진 / 서지예 기자

둥글게~ 둥글게~ O트레인

열차가 제천, 영월을 지나자 강원도 산맥을 따라 슬슬 고도를 높여간다. 커다란 계곡을 곁에 두고 달리는 것 같더니만 어느새 까마득하게 높은 곳에서 아래를 굽어보고 있다.  
“어머, 저기 까마득한 데 아래로 차 지나가는 것 좀 봐라. 어머나, 아찔하네.”

“요로코롬 창에 딱 붙어 있다가 바로 찍어야 안 놓치지.”

칠순을 넘긴 할머니들이 처음 타보는 색다른 기차에 들뜬 기색이다. 카메라를 하나씩 들고 창에 바싹 붙어 셔터 누를 기회만 노리고 있는 모습이 사뭇 진지해 여쭤보니 사진과 음악을 편집해 스위시 동영상을 만드는 동아리에서 나들이를 나오셨다고. 그림 같은 전경을 보고 있자니 카메라를 내려놓을 틈이 없다고 하신다. 멋진 경치를 기대하고 O트레인에 올랐는데 소문대로 차창 밖  풍경이 멋져 좋은 작품이 만들어질 듯하다고.

2013년 7월 사진 / 서지예 기자
분위기 있는 O트레인 카페. 2013년 7월 사진 / 서지예 기자

열차는 해외 특급 관광열차 부럽지 않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눈에 띈다. 특히 일반석(에코석)을 제외한 가족석, 전망석, 패밀리룸, 커플룸은 다른 열차에서 보지 못했던 특별한 좌석으로 취향대로 선택할 수 있다. 좌석을 줄여 간격을 넓혔고, 카페 칸은  글라스데코로 천장을 꾸며 쾌적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O트레인은 제천에서 출발해 태백~분천~영주 구간을 4시간 50분간 달려 다시 제천으로 순환한다.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열차에 올라도 편안하게 경치를 감상하다 돌아올 수 있기 때문에 나이 지긋하신 승객의 이용도 많은 편. 와인열차나 눈꽃열차 같은 기존의 열차 관광 상품과 달리 O트레인은 열차 안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나 인솔 가이드가 없다. 그런데 서울과 제천을 왕복하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하루 종일 기차만 타는 셈이라 지루한 감이 좀 있다. O트레인 노선을 100% 활용하는 방법은 일정 기간 동안 자유롭게 열차를 탑승할 수 있는 O트레인 패스를 이용해 257.2km에 달하는 노선 중 원하는 역에 내렸다 다음 열차를 타는 것이다. 하루 일정이라면 철암이나 분천역에 내려 V트레인을 타는 것이 일반적이고, 시간을 활용하기도 좋다. 협곡열차를 타면 낙동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오지의 간이역도 방문할 수 있다.    

2013년 7월 사진 / 서지예 기자
양원역에서 산나물을 파는 주민들. 2013년 7월 사진 / 서지예 기자

바람과 비경을 싣고서, V트레인
2시간의 환승 시간 동안 철암역 주변을 둘러보고 식사를 마치면 어느덧 V트레인 열차를 탈 시간이다. 철암~승부~양원~분천의 27.7km 구간을 달리는 V트레인의 또 다른 이름은 협곡열차. 낙동강 협곡 구간을 누벼 붙은 이름인데 1시간 10분 정도로 짧은 여정이다. 기관차는 백호를 떠올리게 하는 문양으로 꾸몄고 3칸뿐인 객차는 진한 철쭉색이라 깜찍하다. 
놀이공원에나 있을 법한 열차는 경치로는 한국 기찻길 중 제일이라는 승부~양원 구간을 포함한다. 깎아지른 듯한 웅장한 산골짜기 사이로 인근 태백 황지에서 발원한 낙동강 상류가 소용돌이 치는 곳이다. 승부역을 지나면 협곡은 깊어지고 이내 사람의 흔적이 사라진다. 터널과 교량이 반복되면서 기차도 지형을 따라 커브를 돌기를 수차례다. 큼지막한 창문으로 산들바람이 상쾌하다. 천천히 숨은 비경을 감상하라고 열차는 시속 30km로 완행한다. 

2013년 7월 사진 / 서지예 기자
터널을 지날 때 보이는 야광 별이 예쁘다. 2013년 7월 사진 / 서지예 기자

한국 석탄산업의 황금기에 태백산맥 구석구석을 누비던 석탄열차가 이곳 오지를 드나들면서 지금의 비경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당시 험준한 바위와 물길 위로 교량과 터널을 세우는 과정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역대 가장 힘든 철도 공사였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라 완공을 기리는 의미로 이승만 대통령이 친필로 영암선 개통비를 써서 세웠다고 한다. 
“저기 승부역 옆에 커다란 바위가 있죠? 용관바위라고 합니다. 용이 갓을 쓴 형상이라는 것인데요. 소원을 빌면 들어준다는 말이 전해집니다. 이제 열차가 코너를 돌면 여자 친구 거북이 바위가 나타납니다.” 

탐험가 복장을 한 협곡열차 승무원이 기차 밖으로 흘러가는 풍경에 암석이며 작은 간이역에 대한 설명을 차근차근 이어간다. 나와 같은 코스로 부부 동반 여행을 즐기던 최승언 씨도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바위며 간이역 이야기를 듣고 나니 여행지가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승부역과 양원역을 잇는 구간에선 모두가 감탄을 금치 못한다. 사방에 커다란 창문이 있어 자리에서도 푸른 물결, 굽이치는 물결 모양대로 파인 바위가 생생하게 펼쳐진다. 자동차는 들어올 길이 없으니 오직 기차에만 허락된 낭만이다. 

2013년 7월 사진 / 서지예 기자
분천역 마을 식당 음식. 2013년 7월 사진 / 서지예 기자

이윽고 열차는 나뭇가지가 차창을 두드릴 정도로 좁은 골짜기를 아슬아슬 통과해 양원역에 닿았다. 5분간 정차하는 양원역은 경치는 덜하지만 한국에서 가장 작은 역사가 있다. 최초로 주민들이 사비를 걷어 만든 역이라는 데도 의미가 있다. 민자 역사가 들어선 사연인즉, 열차가 서지 않아 불편을 겪던 양원의 주민들이 대통령에게까지 편지를 보내 호소한 끝에 마침내 1988년 열차가 서기 시작했고 이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양원역을 만들고 관리했다는 것이다. 5분이라는 짧은 정차 시간이지만 지금은 V트레인 열차 시간에 맞춰 곰취며 산나물을 한 아름 뜯어와 파는 할머니도 여럿 모여들어 북적북적하다.  

느릿느릿 달려온 협곡열차의 마지막 역은 분천. 기다렸다가 분천역에 정차하는 O트레인을 타면 제천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다.  

운행 일정 
O트레인 

운행 제천에서 O트레인이 하루 2회 출발한다. 제천~태백~영주~제천을 순환하는 시계 방향 코스와 제천~영주~태백~제천을 도는 시계 반대 방향 코스 중 선택할 수 있다.
운행 시간 (6월 27일 이후) 제천 출발(시계 방향 기준) 9:55, (시계 반대 방향 기준) 10:00
서울에서 하루 1번 7시 45분에 O트레인이 출발한다. 오송, 수원 등에서는 6월 27일 이후부터 O트레인이 출발한다.   
운임 제천 순환 2만7700원(금~일요일), 2만6600원(월~목요일) 
V트레인 
운행 철암~분천 구간을 편도 6회 운행한다. O트레인 패스를 소지한 이용객은 추가 비용 없이 철암역이나 분천역에서 환승 가능(예약 필수). 
운행 시간 분천 출발 10:00, 14:00, 17:10, 철암 출발 12:35, 15:50, 18:45
운임 편도 8400원 
O트레인 패스 
요금 1일권 기준 어른 5만4700원, 청소년(만13~25세) 3만8300원, 어린이 2만7300원(O트레인과 V트레인 및 일반 열차 이용 가능)  

여유가 있다면 즐겨보자! 
카셰어링 철암, 분천, 영월, 단양에 마련된 카셰어링을 이용하면 근거리 여행지를 손쉽게 섭렵할 수 있다. 요금도 저렴한 편. 
30분에 3000원(유류비 별도).

트레킹 고요숲길 승부역~비동승강장(3시간), 낙동강 비경길 승부~양원역(2시간), 가호 가는 길 양원역~비동승강장(1시간), 수채화길 양원역~구암사~무주암(1시간). 아직 표지판 정비가 끝나지 않아 미리 안내소에 문의하고 가는 것이 좋다. 

Tip.
이번 여행은 제천~태백~영주~제천으로 순환하는 시계 방향 코스를 이용했다. 이 경우 철암과 분천에서 2시간의 환승 시간이 생겨 역 근처를 구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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