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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베스트 걷기길①] 그리움이 사무치는 날에는… 양평 두물머리 물래길
[베스트 걷기길①] 그리움이 사무치는 날에는… 양평 두물머리 물래길
  • 송보배 기자
  • 승인 2013.05.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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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13년 6월 사진 / 송보배 기자
2013년 6월 사진 / 송보배 기자

[여행스케치=양평] 두물머리에 가자는 말은 복잡한 세상사에 지친 머리를 잠시 비워두자는 말이고, 고요한 호반에서 인생의 한순간을 함께하자는 말이다. 그런데 이제 그 말이 두물머리를 걷자는 말로 바뀌게 될 듯하다. 행안부 장관상을 수상한 명품 호반길이 생겼으니 말이다.

2013년 6월 사진 / 송보배 기자
2013년 6월 사진 / 송보배 기자

“연민들이 사무치게 번쩍이는 날은 우리 강으로 가, 강 볼까, 강 보며 웃을까.” 최하림 시인의 시 ‘그리운 날’이다. 전국의 강이 푸른 물결과 맑은 바람으로 유혹하지만, 그중에서도 두물머리는 유독 사람의 마음을 뒤흔드는 구석이 있다. 사물의 경계를 지워버리는 물안개는 뱃사람을 미혹하는 그리스신화 속 사이렌의 노래처럼 마음에 젖어들고, 시간마저 잠시 멈춘 듯 잔잔한 물결은 시름까지 고요히 잠재운다. 또 쨍한 날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 소중한 사람들과 즐거운 추억을 나눠 갖고 싶다.

2013년 6월 사진 / 송보배 기자
길의 시작점인 용늪. 2013년 6월 사진 / 송보배 기자
2013년 6월 사진 / 송보배 기자
세미원은 장독 365개로 만든 독특한 정원이 인기. 2013년 6월 사진 / 송보배 기자
2013년 6월 사진 / 송보배 기자
두물머리. 2013년 6월 사진 / 송보배 기자

최근에는 두물머리를 한 바퀴 둘러가는 걷기길이 걷기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2011년 11월에 개통된 두물머리 물래길은 불과 1년도 되지 않아 행안부에서 선정한 ‘우리마을 녹색길 베스트 10’에 포함되었고 이어 올 1월에는 행안부 친환경 생활공간조성사업 평가에서 장관상을 표창했다. 

“수변공간을 활용한 길이라 무엇보다 경관이 뛰어나지요. 개통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탐방객이 부쩍 늘었어요.”

양평군 녹색성장사업과 구자림 씨는 뛰어난 경관을 두물머리 물래길의 자랑거리로 손꼽았다. 또 용늪, 세미원, 두물머리, 남한강 자전거길 등 강이 만들어낸 절경을 모두 포함한 코스라 볼거리도 다양하다. 물(水)로 오라(來)는 의미를 담은 물래길은 양수리 일대를 한 바퀴 도는 8km의 순환 코스로 경사가 없고 평탄해 누구나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다. 

양수역을 나서자마자 용늪 한가운데로 곱게 난 두물머리 물래길이 눈에 들어온다. 누구라도 들어가 자분자분 거닐고 싶은 오붓한 길이다. 용을 상서롭게 여기는 우리나라에서는 동물 중 용과 관련된 지명이 가장 많은데, 용늪 역시 용처럼 길쭉하게 뻗은 모양에서 지명이 유래했다. 늪 건너편으로 버드나무가 연둣빛 머리를 풀어 헤치고, 오리 한 마리가 조용히 물 위를 미끄러진다. 

2013년 6월 사진 / 송보배 기자
세미원. 2013년 6월 사진 / 송보배 기자
2013년 6월 사진 / 송보배 기자
배다리. 2013년 6월 사진 / 송보배 기자

수변으로 이어진 길은 양평의 관광 명소인 세미원에 닿는다. 여름철 연꽃이 피어오른 풍경이 세미원의 백미. 연은 6월 초 대가 올라오고 6월 말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한강의 수질정화를 위해 연꽃 외에도 다양한 수생식물을 식재해 경관이 사철 아름답다. 

“7년 전만 해도 주말에 관광객 1000명이 온다고 하면 기함을 하면서 벌벌 떨었는데, 지금은 주말 평균 5000~6000명이 이곳을 찾습니다. 연꽃이 올라올 때 세미원을 걷노라면 정말이지 천국 같아요.”

세미원의 문화관광해설사 박은수 씨는 급변하는 세미원과 두물머리의 위상을 몸소 느끼고 있었다. 무엇보다 아기자기한 시설이 조성되고, 주변 관광지도 잘 정비된 것이 인기의 비결일 것이다. 

계절 꽃과 장독을 이용한 정원 등 독특한 조경에 마음을 빼앗기다 보니 어느덧 발길이 배다리에 닿는다. 길은 세미원에서 배다리를 통해 두물머리로 이어진다. 

“정조 임금이 아버지 사도세자가 모셔진 현릉원에 가기 위해 정약용이 설계한 배다리를 건넜지요. 거기에 착안해 44척의 배를 이은 다리를 이곳에 조성했어요. 정조의 마음을 생각하며 걸어도 좋겠지요.”

두물머리 해설사 이대희 씨의 설명이다. 두물머리는 잘 알려졌다시피 북한강과 남한강이 합수하는 곳이다. 물길은 이곳에서 만나 한강으로 흘러간다. 250m의 배다리를 건너자마자 두물머리의 상징인 느티나무가 눈에 와 닿는다. 두물머리 느티나무는 원래 도당할매나무와 도당할배나무가 한 쌍이었다. 팔당댐이 완공되면서 도당할매나무는 수장되었고, 사람들은 홀로 남은 나무에 매년 도당제를 열어 마을의 안녕을 기원했다. 연륜이 묻어나는 도당할배나무 주변으로는 이제 젊은 느티나무가 훌쩍 자라 세대를 이어가고 있다. 소원을 이뤄준다는 속설 때문에 나무 주변에는 관광객들이 쌓아놓은 돌탑이 점점 높아가고 있었다. 

“두물머리는 운치가 있어서 참 편안한 느낌이 들어요. 각종 드라마에 나와서 그런지 친숙하기도 하고요.”

2013년 6월 사진 / 송보배 기자
 천변을 따라 난 길. 2013년 6월 사진 / 송보배 기자

주부끼리 의기투합해 떠나왔다는 홍현정 씨 일행은 두물머리에 닿자마자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드넓은 강물을 보는 것만으로도 속이 시원하게 뚫린단다. 두물머리를 거친 길은 양수대교 아래를 지나 한강물환경연구소로 꺾어진다. 여기서 길을 잘못 들어 헤맸다. 한강물환경연구소 앞 갈림길에서 표지판을 따라가니 웬 가정집이 나오는데 여기서 큰길을 따라 옆길로 빠져도, 집으로 연결된 임도를 따라가도 길이 막혀 있다. 집주인이 말하길 이 구간은 아직 조성이 덜 되어 많은 이가 나처럼 길을 잘못 들어 헤맨단다. 한강물환경연구소 앞 갈림길로 들어서면 큰길이 아니라 담장을 따라 난 좁다란 길을 따라가야 한다. 

천변은 두물머리에 비해 한참 고요한 분위기다. 간혹 나물 캐는 주민들이 길가에 나앉아 있을 뿐, 잔잔한 물길이 홀로 이어진다. 물거울에 비친 산 그림자가 잘 찍은 데칼코마니를 보는 것 같다. 물새 몇 마리가 푸드덕 하늘로 솟구친다.

2013년 6월 사진 / 송보배 기자
양수리환경생태공원에서 남한강자전거길로 연결되는 계단. 2013년 6월 사진 / 송보배 기자

길은 양수교에서 한 번 끊긴다. 다리 아래로 길을 잇는 공사가 마무리가 안 된 탓이다. 여기서는 도로를 건너 양서우체국을 지나 다시 천변으로 빠져나간다. 벌써 3/4만큼 온 것인데, 길이 워낙 평탄해 걷기가 수월하다. 

2013년 6월 사진 / 송보배 기자
두물머리에서 꽃구경에 여념이 없는 관광객들. 2013년 6월 사진 / 송보배 기자

양수리환경생태공원을 지나면 천변을 도는 길은 마무리되고, 남한강자전거길로 연결된다. 종착지인 양수역과는 외길이다. 중앙선 폐철도를 활용해 수변보다 높다보니 남한강의 경치가 훤히 조망된다. 오후 햇살을 받아 오렌지빛이 도는 남한강과 지금까지 걸어온 천변길이 눈에 들어온다. 물결도 일지 않는 잔잔한 강은 풍경화 한 폭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만 같다. 이곳이라면 언제든 찾아와 쉼표를 찍고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INFO.
먹을 곳 연밭, 용늪매운탕, 연칼국수
가는 법  대중교통 지하철 중앙선 양수역에서 바로 두물머리 물래길이 시작한다. 양수역 왼쪽 용늪 천변을 따라 트레킹을 시작한다. 
자가운전 올림픽대로를 타고 가다가 서울외곽순환고속국도 강일 IC, 통영대전중부고속국도 하남 IC를 거쳐 팔당대교를 타고 두물머리에 진입한다. 주차는 두물머리 입구 공영 주차장에 하는 것이 가장 편리하다. 주차 후 두물머리에서부터 걷기를 시작하자. 
주소 양수역(대중교통)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용담리 255  두물머리(자동차)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 781

Tip. 
화장실은 양수역, 세미원, 두물머리, 남한강자전거길에 조성되어 있다. 물은 양수역이나 세미원 인근 시내에서 구입하거나 미리 준비하자. 세미원에서는 한지 부채·한지 액자 만들기, 손수건 천연 염색, 민화 족자, 연잎차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개인일 경우 특별한 예약이 없어도 이용 가능하다. 세미원은 어른 4000원, 어린이 2000원의 관람료가 있다. 특별히 관람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면 용늪에서 양수로를 통해 두물머리로 바로 걸어도 관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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