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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베스트 걷기길②] 제멋대로 생겨 멋스러운 길 충북 충주 비내길
[베스트 걷기길②] 제멋대로 생겨 멋스러운 길 충북 충주 비내길
  • 서지예 기자
  • 승인 2013.05.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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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13년 6월 사진 / 서지예 기자
2013년 6월 사진 / 서지예 기자

[여행스케치=충주] 서울에서 고작 2시간을 달려왔을 뿐인데 손때 묻지 않은 청정 지대를 거니는 호사를 누린다. 환상적인 남한강 변 오솔길, 충북 충주의 비내길이다.

2013년 6월 사진 / 서지예 기자
2013년 6월 사진 / 서지예 기자
2013년 6월 사진 / 서지예 기자
봉황섬에서 놀다온 새가 솟대가 되었다. 그림같이 잔잔한 풍경이 멋스럽다. 2013년 6월 사진 / 서지예 기자
2013년 6월 사진 / 서지예 기자
비내길 초입에 피어 있는 노란 꽃다지 무리. 2013년 6월 사진 / 서지예 기자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걷기길이 또 하나 생겨나는 요즘이다. 제주 올레길에서 시작된 걷기 열풍에 자연 속에서 평온을 찾으려는 힐링 열기까지 가세한 결과다. 산길, 옛길, 해안길 등 걷기길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이들이 추구하는 최고의 지향점은 청정 자연에서 얻는 평온함이 아닐까. 그런 점에서 2011년 말, 충주에서 개통한 비내길은 인공적인 손길을 최대한 배제했다. 깔끔한 정비를 명목으로 나무 데크로 산길을 덮고 곳곳에 호화로운 전시관과 화장실을 지어놓은 곳과는 다르다. 비내길 초입은 마을 사람들이 복숭아 과수원으로 가는 농로를 활용했고 강변 오솔길에는 인공적인 구조물 대신 흙길을 만들었다. 친환경적 면모를 인정받아 비내길은 행정안전부가 2012년에 선정한 ‘우리마을 녹색길 베스트 10’에 뽑혔다. 

2013년 6월 사진 / 서지예 기자
벼슬바위는 마고할머니가 흘리고 간 수정이라는 전설이 있다. 2013년 6월 사진 / 서지예 기자
2013년 6월 사진 / 서지예 기자
푸른 물결 속으로 뛰어들 것처럼 그네를 뛰어본다. 2013년 6월 사진 / 서지예 기자

비내길은 할미바위라고도 불리는 벼슬바위를 지나 남한강 변에 난 오솔길을 따라 걷는 1구간과 울창한 밀림 속을 탐험하는 2구간이 있다. 두 구간 모두 앙성온천 광장에서 출발해 한 바퀴를 돌아 원점으로 돌아오는 식으로 호젓한 남한강 풍광을 감상할 수 있는 구간이 포함된다. 울창한 산길을 통과하는 2구간은 나뭇잎이 풍성한 여름과 가을에 특히 인기. 이번 트레킹은 1구간을 선택했다. 이 구간은 평탄한 구간이 많고 길이도 7.5km로 부담이 없어 가볍게 산책하는 마음으로 나서기에 좋다.

트레킹 시작점인 앙성온천 광장을 출발해 둑길로 접어들자 아늑한 시골 풍경이 나타난다. 복숭아 과수원 사이로 높게 쌓은 둑길을 따라가는 길이다. 마을 사람이 사용하는 농로를 활용하여 사실 인위적으로 조성된 꽃길같이 단숨에 눈길을 사로잡는 멋은 없다. 

하지만 오랜 세월 지나는 이의 걸음으로 단단히 다져진 흙길과 제멋대로 피어난 들풀이 가득한 시골길엔 편안한 정취가 배어 있다. 냉이와 꼭 닮았지만 꽃이 노란 꽃다지, 나팔을 닮은 보라색 꽃다발을 한 아름 품은 현호색 무더기, 샛노란 애기똥풀 같은 들꽃이 들녘을 수놓았다. 

4대강 자전거길의 잘 닦인 포장도로와 비내길이 겹치는 구간도 있지만 대부분은 흙을 밟으며 걸을 수 있다. 이렇게 슬슬 마실 가듯이 걷는 구간이 2.5km가량 이어진다. 길을 따라 식재한 산수유나무와 단풍나무가 아직 터널을 이룰 만큼 자라지 않아 풍경이 다소 심심한 것이 아쉽다. 이땐 앙성천 갈대밭 사이로 고라니나 우아하게 비상하는 백로를 찾아내는 재미로 아쉬움을 덜어보자.

평화롭지만 단조로운 길이 끝나면 벼슬바위가 나타난다. 커다랗고 둥그런 모양의 바위 가운데 돌기가 한 줄로 나 있는 모습이 닭 볏을 연상케 한다. 볏 모양을 닮아서 벼슬바위인가 싶었지만 오랫동안 높은 벼슬자리를 점지하는 기도 명당으로 통했단다. 마고할미가 치마폭에 싸가던 수정 구슬 중 하나를 떨어뜨려 영험한 기운을 지닌 벼슬바위가 되었다는 전설이다. 

2013년 6월 사진 / 서지예 기자
남한강 너머로 건넛마을과 그 마을을 닮은 물그림자가 있다.2013년 6월 사진 / 서지예 기자

벼슬바위를 휘감아 도는 커브 길을 돌면 남한강의 너른 물길이 등장한다. 아기자기한 시골길 옆을 흐르던 앙성천이 한강 원류인 남한강과 만나는 합수머리다. 두 물이 만나는 곳에는 새들의 놀이터 봉황섬이 자리하고 있다. 마치 늪처럼 수생식물로 여기저기 덮여 있어 철새의 놀이터 역할을 한다고. 철새전망공원에 설치된 망원경으로 백로와 재두루미, 이름 모를 작은 새끼 새들이 어미를 따라 어설프게 자맥질하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다. 공원 내에 말고는 1구간 길에 화장실이 없다.

철새전망공원의 끝자락에서 시작되어 옛 조대나루터까지 이어지는 오솔길은 비내길 최고의 비경이 내내 이어지는 코스. 왼쪽으로는 괭이눈, 현호색, 암석에 피어난 하얀 돌단풍꽃이 봄빛을 내뿜고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그림 같은 남한강 정경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과 맑은 하늘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환상의 색채 조화에 마음이 절로 느긋해진다. 잔잔한 물결은 강 너머 소태면의 작은 마을과 푸른 산이 드리운 물그림자를 깨뜨리지 않을 만큼 고요하다. 그 느린 정취에 취해 발걸음을 늦추다가 결국 과거에 배가 드나들었다던 옛 조대나루터에 자릴 잡고 경치에 취해본다. 순수한 자연을 온몸으로 만끽하는 것이 걷기의 미학이다. 

“굽이 하나를 넘으면 풍경이 바뀌는 것이 가장 멋져요. 산에서 졸졸졸 흘러나오는 작은 개울물 소리도 듣기 좋아요. 참, 그러고 보니 비내길에 들어서면서부터 물소리가 끊이지 않았네요. 그래서 그런지 마음이 참 편안해져요.”

함께 동행한 이현복 숲해설사가 비내길의 가장 큰 매력을 수변 산책 구간에서 꼽는 이유다. 오솔길을 걷는 동안 작은 굽이가 이어지는데 어느 구간에선 솟대가, 다른 어느 곳에선 몸이 서로 얽힌 커다란 뽕나무가 나타난다. 굽이를 다 돌기 전에는 제비뽑기할 때처럼 어떤 풍경이 나타날지 미리 알 수가 없어 소소한 재미가 있다. 작은 골짜기를 건널 때 등장하는 통나무 다리는 투박해서 더 정겹다. 조림사업을 하다가 나온 나무를 활용해 다리와 구간 곳곳의 빗면에 통나무 받침대를 만들었다고. 알뜰하면서도 친환경적인 아이디어다. 

2013년 6월 사진 / 서지예 기자
비내섬 안의 버드나무 군락지. 2013년 6월 사진 / 서지예 기자

조붓한 오솔길을 빠져나오면 이내 거대한 비내섬이 나온다. 남한강 위에 떠 있는 부교를 건너 비내섬으로 들어간다. 남이섬보다 규모가 크지만 너른 면적에도 불구하고 비내섬에 아무런 시설이 들어서지 않은 까닭은 서울 시민의 상수원인 남한강 보호를 위한 규제 때문이다. 덕분에 자칫 카페며 레스토랑으로 휘황찬란했을지 모르는 섬 안에 버드나무와 갈대 군락이 빼곡하다. 

“비내섬의 경치가 워낙 좋으니까 사람들은 캠핑장을 지어라, 물놀이 할 수 있는 시설을 지어라 여러 아이디어를 내놓습니다. 하지만 사람 손이 닿으면 자연은 그 상태로 있을 수 없죠. 훼손되는 겁니다. 그래서 비내길은 최대한 자연적으로 놔두려 합니다. 자연 그대로의 걷기길, 정말 오랜만이지 않나요?”

2013년 6월 사진 / 서지예 기자
제멋대로 생긴 통나무 다리가 정겹다. 2013년 6월 사진 / 서지예 기자

충주시 환경정책과 우광원 씨의 말이 와 닿는다. 비내섬에서 나와 조터골 마을을 거쳐 출발점인 앙성온천 광장으로 가는 여정은 일반 도로를 따라가는 구간이 있어 앞서 지나온 풍경만 못하다. 걷기에 자신이 있다면 비내섬을 돌아보고 왔던 길을 되짚어가면서 풍광을 되새겨보는 것도 좋겠다. 출발 겸 도착 지점인 앙성온천 광장에서 시원하게 탄산 온천욕까지 마치면 힐링 여행은 마침표를 찍는다.

INFO. 
먹을 곳 앙성농협 참한우마을의 한우, 마당가든의 매운탕,  나의 살던 고향은의 오리백숙
가는 법 대중교통 동서울터미널에서 탑승, 용포시외버스터미널에서 하차 후 택시로 5분 앙성온천 광장.
자가운전 앙성온천 광장에 주차

Tip.
1구간 내에 화장실은 출발 지점과 철새전망대에만 있으니 참고할 것.
물과 간식거리도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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