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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떳다 식객] 별미진미 제주도의 맛 ‘멋진 섬’ 제주? ‘맛난 섬’ 제주!
[떳다 식객] 별미진미 제주도의 맛 ‘멋진 섬’ 제주? ‘맛난 섬’ 제주!
  • 손수원 기자
  • 승인 2009.06.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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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사진 / 손수원 기자
도마에서 잘려나가 이름 붙은 돔베고기. 사진 / 손수원 기자

[여행스케치=제주] 제주도는 섬이지만 그 안에서도 먹을거리가 풍부해 미식가들이 자주 찾곤 한다. 특히 육지에서는 좀처럼 구경하기 어려운 제주도만의 특이한 토속음식들은 식도락가들의 마음을 설레게 할 만큼 맛깔스럽다. 제주도에서 찾아낸 기막힌 토속의 맛을 소개한다. 

사방이 바다인 제주에서는 신선한 해물이 식탁에 줄을 잇는다. 육지에서는 귀하다고 치는 해물들도 제주에선 쉽게 먹을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초여름엔 자리돔과 옥돔이 제철이고 가을엔 은갈치와 고등어, 겨울엔 가자미와 방어가 펄떡이며 미식가들을 제주도로 불러 모은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국에서도 소문난 제주토종흑돼지는 담백하고 고소한 맛으로 입에 착착 감기며, ‘말은 제주도로 보내라’는 말마따나 말고기도 빼놓을 수 없는 제주의 진미다.   

제주 음식의 특징이라면 투박하고 소박하게 차려낸다는 것인데, 이는 섬이라는 특성과 제주민의 궁핍했던 과거와 깊이 연관되어 있다. 여기에 뭐든지 듬뿍 내주고 얹어주려는 질박한 인정이 더해 제주만의 맛깔 나는 토종음식이 완성된 것이다. 

도마 위에서 슥슥슥, 돔베고기
돔베는 부엌에서 사용하는 도마의 제주 사투리이다. 옛날 제주사람들이 돼지를 잡아 즉석에 삶아서는 그 자리에서 도마 위에 고기를 올려놓고 썰어 먹었다고 해서 돔베고기라 한다. 

도마와 관련된 유래를 제외하곤 육지의 돼지고기보쌈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하지만 이 돼지고기가 가장 큰 차이이다. 제주가 돼지고기로 유명한 것은 익히 아는 사실. 제주의 돔베고기는 이 질 좋은 돼지고기를 재료로 쓰기에 그 어느 곳의 고기보다 담백하고 고소하다. 

돼지고기는 마늘을 듬뿍 넣어 삶는 덕분에 노린내가 전혀도 나지 않는다. 그 고기를 도마 위에 올려 두툼하게 썰어내는 것이 돔베고기다. 가끔 육지 사람들이 고기의 두터운 비계를 보고 놀라기도 하는데, 돔베고기의 참된 맛은 살코기와 어우러지는 이 비계에 있다. 쫀득쫀득하면서도 느끼하지 않은 맛은 질 좋은 제주산 돼지고기와 제주민 특유의 조리방법에 있다. 

돔베고기를 먹는 방법은 크게 네 가지인데, 첫 번째는 왕소금에 찍어 먹는 법, 두 번째는 생미역에 마늘과 함께 싸서 먹는 법, 세 번째는 쌈채소에 고기를 얹고 자리젓과 멜젓(멸치젓)을 곁들여 먹는 법, 마지막으로는 묵은지에 싸서 먹는 법이다. 방법은 여러 가지지만 그래도 변하지 않는 것은 차지고 담백한 고기의 맛이다. 여기에 미지근한 제주 소주 한잔이면 금방 도마 위가 비워진다. 기름기를 쫙 뺐기 때문에 다이어트에 민감한 여성들도 부담없이 먹을 수 있다. 

사진 / 손수원 기자
담백한 고기국수. 사진 / 손수원 기자

육수와 고기의 담백함이 일품, 고기국수
이름도 생소한 ‘고기국수’는 제주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이색적인 국수다. 만화 <식객>에서는 고기국수를 ‘순댓국밥에 밥 대신 국수를 말아 먹은 데서 유래되었다’고 하고, 또 어떤 이는 돼지고기 육수에 메밀국수를 말아 먹던 것에서 유래된 음식이라 하기도 하는데, 그 유래야 어찌되었건 지금의 고기국수가 제주를 대표하는 음식임에는 분명하다. 

고기국수는 푹 곤 돼지뼈 국물에 굵은 국수를 말아서 만든다. 그리고 그 위에 돔베고기 몇 점을 얹는데, 국수에 고기를 얹는다는 것 자체가 생소하다. 어찌 보면 일본의 돈코츠 라멘과 비슷하지만 제주의 고기국수가 훨씬 담백하고 묵직한 느낌이다. 

고기국수를 처음 먹어보는 사람들은 느끼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소금으로 간을 하고 적당하게 익은 김치와 함께 먹으면 담백한 육수와 어우러져 감칠맛을 낸다. 그래도 느끼하다고 생각된다면 고춧가루 양념을 더하면 된다. 

고기국수는 서민들이 즐겨온 음식이기에 무엇보다 푸짐하다는 것이다. 어디를 가나 단돈 3000~4000원이면 먹을 수 있고, 웬만한 음식 곱빼기는 될 만큼 기본 양도 넉넉하다. 

맛도 좋고 몸에도 좋고, 깅이죽
‘깅이’는 제주도 사투리로 ‘작은 게(방게)’를 말하는 것이다. 제주 해안가에선 돌멩이를 들추기만 하면 쉽게 잡을 수 있는 바닷게의 일종으로. 제주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이 깅이를 잡아 볶아 먹거나 튀겨 먹었다. 깅이죽은 주로 해녀들이 몸보신용으로 먹었는데, 키토산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원기회복에 그만이다. 

깅이죽은 제주도에서도 두 가지로 불리는데, 제주시권에서는 ‘깅이죽’이라 부르고 성산포 등의 동부지역에선 ‘갱이죽’이라 부른다. 어떻게 부르는 것이 중요한 건 아니지만 혹시라도 깅이죽을 보고도 ‘갱이죽’을 찾는 일이 있을지도 모르니 알아두자.   

깅이죽은 방게를 민물에서 해감을 한 후 생으로 찧어서 즙을 짜고 체로 걸러낸 뒤 물을 붓고 죽을 쑨다. 연한 갈색을 띠는 깅이죽은 쌀죽에 구수한 게맛이 은은하게 풍겨 남녀노소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여기에 짭짤한 게껍데기의 질감이 더해 다른 양념을 하지 않고도 쉽게 먹을 수 있다. 깅이죽은 묵은 김치보다 갓 담근 김치와 먹으면 더 맛있다. 

사진 / 손수원 기자
칼칼한 맛이 일품인 갈치조림. 사진 / 손수원 기자

제주 바다 한 그릇, 전복해물뚝배기
앞서 말했듯 제주만큼 해물이 풍부한 곳도 드물다. 전복해물뚝배기는 제주해물의 맛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는 음식이다. 쫄깃한 조개와 달콤한 노란 성게알, 싱싱한 새우와 꽃게가 뚝배기를 아예 전세 놓고 있는 모습. 거기에 빼놓을 수 없는 터줏대감은 다름 아닌 ‘귀한 몸’이신 전복이다. 이만하면 작은 뚝배기 안이 차고 넘칠 만도 한데, 맛 또한 차고 넘친다. 

각종 양념을 넣어 우려낸 육수에 된장을 풀어 맛을 낸 국물은 시원한 제주 바다만큼이나 시원하면서도 칼칼한 맛이다. 

푸짐한 해물을 하나하나 가려 먹고 작지만 속이 꽉 찬 전복까지 먹으면 제주 바다를 다 먹었다는 소리가 절로 나올 지경이다. 몸에 좋은 해물이 들어간 덕분에 음주 후 속풀이 해장용으로는 전복해물뚝배기만한 것이 없을 정도.  

사진 / 손수원 기자
다양한 제주 해물이 가득 들어간 해물 뚝배기. 사진 / 손수원 기자

제주조랑말이 최고, 말고기
다소 생소한 요리지만 말고기는 제주에서 제대로 먹을 수 있다. 깨끗한 풀을 뜯고, 좋은 공기 마시고, 잘 뛰놀며 자란 제주 조랑말은 식재료로 최상급이다. 제주에선 2~4년 생 조랑말을 식용으로 많이 쓰는데, 지방질보다 섬유질이 많은 말고기의 특성상, 질 좋은 고기가 아니면 육질이 매우 질기기 때문에 꼼꼼히 따질수록 맛있는 고기를 먹을 수 있다. 

말고기회는 뒷다리살과 엉덩이살, 뱃살이 주로 오르는데, 지방이 거의 없지만 부드러우면서도 쫄깃쫄깃한 맛이 일품이다. 회는 김에 싸서 참기름에 찍어 먹는 게 일반적인데, 말고기 특유의 노린내가 심하지 않아 간장에만 찍어 먹어도 된다. 말고기를 구워서 먹을 때는 굽는 시간이 중요한데, 불에 오래 익힐수록 질겨지므로 쇠고기처럼 육즙이 남아 있을 정도로 살짝만 굽는 것이 정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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