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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베스트 겨울 여행지 ①] 우리나라 최고의 설경 '야호! 나는 대관령이 좋아!'
[베스트 겨울 여행지 ①] 우리나라 최고의 설경 '야호! 나는 대관령이 좋아!'
  • 손수원 기자
  • 승인 2010.01.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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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눈 내린 대관령 양떼목장의 풍경. 사진 / 손수원 기자

[여행스케치 = 대관령] ‘하늘 아래 첫 동네’, ‘한국의 알프스’라고 불리는 강원도 대관령은 사계절 둘러보아도 좋은 여행지지만, 특히 겨울엔 설국으로 변신하여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낭만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이곳이야말로 ‘대한민국 특급 겨울 여행지’다. 

강원도 영서와 영동을 잇는 대관령은 해발 800m 고지에 펼쳐진 아름다운 고개이다.‘큰 고개’라는 뜻의 대관령은 지금은 영동고속국도가 시원하게 뚫려 지나기 수월하지만 옛날엔 ‘데굴데굴 구르며 넘어가는 고개’라 해서 ‘대굴령’이라는 별명까지 붙었었다. 그러나 이제 여행지로서 대관령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눈 소식을 전하는 곳으로, 눈꽃축제와 겨울 레포츠의 장으로 대표된다. 

대관령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대표 이미지는 목장이다. 대관령 양떼목장과 삼양목장이 가장 유명한데, 두 곳 모두 광활한 대지 위에 펼쳐진 초지의 목가적인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드라마와 영화, CF의 단골 촬영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양떼목장엔 산책로가 있어 눈길 트레킹을 즐기기 좋다. 사진 / 손수원 기자

두 목장 모두 양과 소를 키우는데, 양떼목장에는 양이 좀 더 많고, 삼양목장에서는 젖소와 한우의 모습을 더 많이 볼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양떼목장을 추천한다. 겨울철엔 양떼가 초지 위를 뛰어다니는 모습을 볼 수 없지만(방목은 5월부터 11월 정도까지만 한다) 양에게 마른풀을 주는 먹이 체험을 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목장 내의 산책로가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어 한 시간 정도면 목장을 한 바퀴 돌 수 있다. 

대관령 스노우파크에서 신나게 얼음썰매를 타는 어린이. 사진 / 손수원 기자

삼양목장은 국내 최대의 목장답게 웅장하고 빼어난 전망을 자랑한다.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드넓은 초지 위엔 산책로가 꾸며져 있고 그 길을 따라가면 드라마 <가을동화>의 ‘은서·준서 나무’와 타조방목장, 영화 <연애소설>에 나온 나무 등 크고 작은 명소들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삼양목장의 자랑은 웅장한 전망이다. 해발 1140m 정상에는 커다란 풍력발전기가 여러 대 들어서 있어 대관령의 미끈한 능선과 어우러져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동쪽으로 눈을 돌리면 구름과 어우러진 동해바다의 모습이 지평선처럼 펼쳐지고, 그 앞으로 강릉과 주문진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양떼목장에서는 입장권을 건초로 바꿔 양에게 먹이로 줄 수 있다. 사진 / 손수원 기자

또한 삼양목장은 자동차로 목장을 둘러볼 수 있어 연인이나 부모님을 모시고 드라이브를 즐기기에 알맞다. 목장 내에 도로가 사방으로 뻗어 있는데, 평소에는 셔틀버스가 다니지만 겨울철에는 한시적으로(올해는 4월까지 예정) 개인 자동차 출입이 가능하다. 창문을 열고 알싸한 찬바람을 맞으면서 목장을 달리는 기분은 오직 겨울철 삼양목장에서만 즐길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다. 목장 입구에서 전망대까지 올라갔다 돌아오는 거리는 약 18km 정도가 된다. 

목장에서 목가적인 풍경에 한껏 취했다면 겨울철 레저의 즐거움에 빠져볼 차례다. 양떼목장 근처에 위치한 ‘대관령 스노우파크’에는 겨울철에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놀거리가 즐비하다. 365일 방목되는 양떼 구경과 먹이 주기 체험은 물론이고 눈썰매와 튜브썰매, 스노모빌래프팅, 설원 ATV 등 눈 위에서 마음껏 뒹굴며 겨울을 만끽할 수 있다. 가족과 함께라면 치즈 만들기, 딸기잼 만들기 등 재미있는 체험 프로그램에도 참가해볼 만하다. 

대관령에서 꼭 걸어봐야 할 길도 있다. 대관령 옛길은 영동과 영서를 오가며 장사를 하던 이들이 지나던 오솔길로, 강릉이 고향인 신사임당이 시댁으로 떠날 때마다 오가던 길로도 유명하다. 또한 그의 아들 율곡 이이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도 전해지는데, 이이가 과거시험을 보기 위해 한양으로 가는 길에 곶감 100개를 챙겨 대관령 옛길을 지나게 되었다. 굽이를 넘으며 힘들 때마다 곶감을 한 개씩 먹었는데 대관령을 다 넘고 보니 딱 한 개가 남았다 하여 대관령을 ‘아흔아홉 굽이’라고 부른다는 이야기다. 

봇짐을 진 장수들이 걷던 대관령 옛길을 오르는 등산객들. 사진 / 손수원 기자

옛길은 구 영동고속국도(456번 지방도)의 대관령 박물관에서 시작된다. 대관령박물관에는 선사유물, 불교미술품, 민속자료 등 여섯 개의 테마로 나눈 전시물들을 볼 수 있어 트레킹 전에 둘러보면 좋겠다. 

옛길에 오르면 사방에서 들려오는 새소리만이 정적을 깰 뿐이다. 대관령 옛길은 소나무 숲이 좋다. 어디에나 흔한 소나무가 아니라 춘양목, 강송으로 불리는 금강송이 빼곡해 한껏 맑은 공기를 들이마시며 계곡과 너럭바위 등을 볼 수 있다. 입구에서 3km 정도를 가면 옛 주막터가 나오는데, 최근 전통 귀틀집으로 주막집을 복원해 그 옛날 괴나리봇짐을 진 장사꾼들이 모여 탁배기 한잔을 기울이던 장면을 떠올릴 수 있다. 길을 걷는 동안 만나는 나무들에는 이름표를 붙여놓아 아이들의 자연학습에도 도움이 된다. 또한 입 안 가득 도토리를 물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다람쥐는 산행을 즐겁게 하는 친구이다. 

대관령박물관엔 우리나라 고대의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 / 손수원 기자

길을 오르다 보면 숨 막히는 장관을 감상할 수도 있는데, 산과 산을 장쾌하게 잇는 영동고속국도를 내려다보는 풍경과 구름과 어우러진 동해와 강릉의 모습은 감탄사를 자아내게 한다. 신사임당이 부모를 그리면서 읊은 <사친가> 시비와 대관령을 지나는 나그네들을 위해 개인 재산을 털어 여관을 열었던 이병화의 은혜를 기리는 뜻으로 세운 비석도 작은 구경거리다.  

대관령박물관에서 구 영동고속국도와 만나는 반정까지는 6km 정도로 넉넉잡아 3시간 정도 소요된다. 반듯하고 편한 길은 아니지만 경사가 완만하고 별다른 위험 요소가 없어 아이들도 한번 걸어볼 만한 길이다. 이 구간만 걷고 트레킹을 마치기 아쉽다면 길 건너 이정표를 따라 국사성황당까지 1.8km의 구간을 더 걸을 수 있다. 국사성황당은 강릉에서 단오제가 열릴 때마다 성황신을 모시고 내려가는 곳이다. 신라의 장군 김유신과 승려 범일 국사가 산신으로 모셔져 있다. 오르막 트레킹이 부담스럽다면 반정의 쉼터에 주차하고 대관령박물관까지 내리막길만 걷는 방법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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