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 = 한라산] 백두산 2750m, 한라산 1950m. 우리 국토에 대해 공부를 시작할 때 가장 먼저 외우는 숫자다. 남한에서 가장 높으며, 지리산, 금강산과 함께 삼신산(三神山)으로 손꼽히는 한라산은 그만큼 깃들어 있는 의미도 남다르다.
한라산은 봄에는 철쭉으로, 여름이면 초록의 향연을 벌여 사시사철 관광객을 불러들이지만, 겨울엔 그 화려하던 옷을 다 털어내고 솜이불 같은 눈을 덮은 채 단순한 매력을 뽐낸다. 보통 12월부터 눈이 쌓이기 시작하는데, 올해는 지난 11월부터 예년보다 일찍 아름다운 설경을 만들어놓았다고 한다. 시야 가득 펼쳐지는 순백의 도화지에 파란 하늘이 빚어내는 단순하면서도 경이로운 풍경이 압권이다.
여기에 전 세계적으로 크리스마스트리로 유명한 구상나무의 원산지가 한라산인 만큼 흰 눈과 어우러진 초록 구상나무의 하모니는 이 겨울이 아니면 볼 수 없는 절경으로 손꼽힌다. 구상나무는 일견 전나무와 비슷하지만 그보다 균형이 잘 잡혀 있어 그 모습이 아름답다. 보통 해발 1500m에서부터 산꼭대기 근처까지 군락을 이루며 자라는데, 성판악 탐방로 쪽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다.
여기에 ‘바람의 고향’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매섭게 몰아치는 바람의 결을 따라 나무 끝에 달린 얼음 역시 자연이 빚어놓은 또 하나의 예술품이다. 그래서 등반가 오희삼 씨는 ‘한라산에선 바람마저 풍경’이라 말하기도 하였다.
마지막으로 백록담 정상에 오르면 올망졸망하게 파도치는 40여 개의 오름이 내려다보인다. 다만 기상악화 등으로 등반로가 불시에 폐쇄되기도 하므로 사전에 문의하는 것이 현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