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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근교 여행] 도시 속 쉼터로 다시 돌아온 동대문운동장
[근교 여행] 도시 속 쉼터로 다시 돌아온 동대문운동장
  • 손수원 기자
  • 승인 2010.03.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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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사진 / 손수원 기자

[여행스케치 = 서울] 동대문운동장은 서울의 역사와 함께한 장소이다. 1925년 일제에 의해 건립되어 2007년 철거되기까지 경성운동장에서 서울운동장으로, 다시 동대문운동장으로 이름을 바꿔가며 사람들의 가슴속에 추억을 하나하나 새겨준 곳이다. 그 추억을 담은 공간이 철거된 지 3년 만에 공원으로 다시 돌아왔다.

동대문운동장엔 야구장과 축구장, 육상경기장, 수영장 등이 있었지만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고교야구의 전성기를 이뤘던 야구장이 아닐까 싶다. 봉황대기, 청룡기, 황금사자기 등 전국 규모의 고교야구가 동대문운동장 야구장에서 열리며 장종훈, 이만수, 선동열, 박찬호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야구선수들은 예외 없이 동대문운동장에서 실력을 갈고 닦았다.

동대문운동장기념관에서 볼 수 있는 옛 권투 경기 포스터. ‘스포-쓰’란 단어가 재밌다. 사진 / 손수원 기자

하지만 그 추억의 장소는 2007년 서울시 고교야구 가을철 리그 결승전을 끝으로 역사 속으로 묻혔다. 그리고 2009년 10월, 동대문운동장은 ‘동대문역사문화공원’이란 이름으로 우리에게 다시 돌아왔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은 아직 공사가 한창이다. 디자인 갤러리, 동대문역사관, 동대문운동장기념관이 문을 열었지만, 공원의 메인 격인 동대문디자인플라자는 내년 12월에야 개관할 예정이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은 이제껏 봐오던 도심의 공원과는 그 모습이 약간 다르다.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는 공원과 건물, 풍경과 건축이 하나로 통합된 공간을 설계했다. 

페트병을 활용해 서울의 상징 ‘해태’를 만들었다. 사진 / 손수원 기자

공원으로 들어서면 그 어디서고 건물을 찾을 수 없다. 우리가 생각하던 빌딩형의 건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건물은 공원의 산책로 밑에 숨어 있다. 반듯반듯한 길을 따라가다 건물의 정문을 찾는 습관이 배어 있다면 약간 어리둥절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건물을 숨김으로써 훨씬 탁 트인 시야를 확보할 수 있어 시원한 느낌이 든다. 

공원 내에서 가장 먼저 발견할 수 있는 것은 동대문운동장 밑에서 발굴된 문화유산들이다. 동대문운동장을 철거하고 땅을 파내자 서울성곽을 비롯해 개천 위에 설치된 이간수문, 방어시설인 치성, 옛 건물지와 우물, 훈련도감인 하도감터 등이 그대로 드러났다. 이곳들은 동대문유구(遺構)전시장이란 이름으로 꾸며 관람객들이 바로 앞에서 볼 수 있게 했다. 

옛날 동대문야구장에서 고교야구가 열리는 날이면 발 디딜 틈도 없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사진 / 손수원 기자

크기가 작은 생활 유물들은 동대문역사관에서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이곳에는 운동장 부지에서 출토된 백자와 엽전 등 조선 전기~일제강점기 때의 유물 200여 점이 전시되고, 유물 발굴과정을 담은 3D 영상을 상영해 동대문의 과거와 현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게 했다. 

동대문운동장을 추억하는 공간인 동대문운동장기념관은 관람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경성운동장 시절부터 동대문운동장으로 이름을 바꿔 학원 스포츠의 메카로 불리던 시절까지의 역사를 비롯해 고교야구가 열리던 시절의 야구방망이, 글러브, 야구공 등이 전시되어 있다. 물론 실제 경기에서 사용했던 물건들이다. 그 시절 ‘대한 늬우스’에 나온 야구경기와 축구경기 동영상을 검색할 수 있는 곳에서는 추억을 회상하는 이들의 웃음이 가득하다. 이 밖에도 디자인 갤러리에서는 수시로 기획전을 열어 디자인에 관한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동대문운동장기념관 근처에는 운동장에서 사용되던 조명탑 2개와 성화대가 그대로 남아 있어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해준다. 성화대는 매일 해가 진 후부터 오후 11시까지 LED 조명을 이용해 불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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