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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Special 山캉스] 가족 여행엔 바다보다 산 삼복더위 잡는 경기 가평 경반계곡
[Special 山캉스] 가족 여행엔 바다보다 산 삼복더위 잡는 경기 가평 경반계곡
  • 손수원 기자 
  • 승인 2010.08.23 1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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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사진 / 손수원 기자
캠핑장으로 사용되고 있는 경반분교. 사진 / 손수원 기자

[여행스케치=가평] <1박 2일> 멤버들과 메이저 리그 박찬호 선수가 혹한기 캠프를 꾸려 얼음을 깨고 계곡물에 뛰어들던 그곳이 바로 경반계곡이다. 하지만 한여름 경반계곡엔 복불복이 없다. 아이들의 물놀이도, 어른들의 트레킹과 캠핑도 모두 만족시키는 ‘복복복’만이 있는 곳이다. 

경반계곡은 얼마 전만 하더라도 오프로드를 즐기는 이들만 알음알음 알던 곳이었다. 가평 용추계곡 인근에 있지만 워낙 길이 험해 지프나 MTB 자전거가 아니면 감히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러던 것이 지난 2008년 여름 칼봉산 자연휴양림이 들어서면서 일반 승용차도 들어설 수 있을 만큼 길이 정비되었다. 하지만 그렇게 들어가는 길도 칼봉산 자연휴양림 입구까지. 경반계곡의 속살로 들어서려면 아직도 지프 차와 MTB, 튼튼한 다리가 필수다.

경차를 몰고 얕은 개울가를 지나니 울퉁불퉁한 비포장 길이 나타난다. ‘설마 차 한 대 못 지나겠어?’란 생각으로 계속 들어가다 이내 포기하고 만다. 자갈이라고 하기엔 조금 큰 돌들이 길에 널려 있어 계속 차를 몰고 들어갔다면 여름휴가비만큼 차 수리비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경반계곡이 시작되는 수락폭포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길은 3.5km. 

사진 / 손수원 기자
오프로드를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 알음알음 소문이 나 있던 경분계곡. 사진 / 손수원 기자

이 정도면 트레킹하는 셈치고 걸을 만하다. 깊은 계곡으로 가는 길이라 경사가 높고 험할 줄 알았더니 의외로 평평하고 길도 넓다. 길가로는 침엽수와 활엽수들이 빼곡히 들어서 공기가 상쾌하다. 여느 산림욕장에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흙길이 들어선 것만 제외한다면 사람의 손을 탄 흔적도 없어 곳곳에선 다람쥐가 튀어나와 사람을 놀라게 하고 쏙 숨는다. 나무 어디에선가 딱따구리가 한창 집을 만드는 모양이다. 

계곡이라 하면 으레 다람쥐보다 사람이 더 많고, 새소리보다는 사람들의 떠들썩함이 더 흔하다고 생각하지만 이곳은 그렇지 않다. 오로지 자분자분 흙길을 걷는 사람의 발걸음 소리와 자연의 소리만이 울릴 뿐이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만큼 숲이 우거진 길을 지나니 계곡물이 발길을 멈추게 한다. 유리처럼 맑은 물이 길을 막고 있다. 그 투명한 물빛에 홀리듯 들어간다. 물이 얕아 안심하고 건널 만하다.  

맨발로 물에 들어서니 물이 빠진 발목이 시큰거릴 정도로 물이 차다. 순식간에 이마에 흐르던 땀이 식을 정도다. 이곳이 길 중간이라는 것도 까맣게 잊고 바위에 앉아 뜬금없는 탁족을 즐긴다. 물이 흐르는 길 주변엔 제법 물놀이를 즐길 만한 곳도 있다. 그 깊이가 겨우 어른 허리 아래라 아이들에겐 무척 훌륭한 물놀이장이 될 듯싶다. 

사진 / 손수원 기자
계곡 곳곳엔 물놀이를 즐길 만한 명소가 숨어 있다. 사진 / 손수원 기자

“아빠, 여기에 올챙이 있어요!”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가봤더니 한 가족이 계곡에서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아이들이 한 개울 한쪽에서 올챙이 집을 발견한 모양이다. 파란 양동이에서 올챙이가 서너 마리가 헤엄치고 있다. 

뒷다리가 쏙 나온 녀석들도 있다. 작은 피라미들도 올챙이인 척하며 노닐고 있다. 갑자기 어린 시절 온종일 개울가에서 멱을 감으며 올챙이 잡고 개구리 잡고 놀던 때가 떠오른다. 그때는 사람이 살던 곳에서도 흔하게 이런 광경을 볼 수 있었는데….

경반계곡은 칼봉산 자연휴양림의 일부에 속해 계곡 내에서는 텐트를 치거나 취사를 하는 야영은 금지된다. 하지만 휴양림의 휴양촌과 함께 단 한 곳, 캠핑할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옛 경반분교 자리다. 지금은 폐교되고 캠핑장으로 꾸며놓았다. 지난겨울 KBS <1박 2일> 프로그램에서 소집해제한 김종민을 납치해 박찬호 선수와 함께 혹한기 캠프를 보내며 얼음을 깨고 계곡물에 입수한 곳이 바로 이곳이다. 

사진 / 손수원 기자
경반계곡은 항상 물이 일정해 어른들보다는 아이들이 물놀이하기에 더 좋다. 사진 / 손수원 기자

학교의 운동장이었을 캠핑장엔 이미 예닐곱의 캠핑 팀이 자리를 잡고 있다. 
“우리는 옛날부터 여기를 다녔는데, 아, 큰일 났어요. 그 TV 프로그램에 나온 뒤로 자리 잡기가 어렵다니까. 옛날엔 우리만의 놀이터였는데 말이에요. 결국 들켜버렸지 뭐야.”

6~7년 전부터 오프로드를 하며 이곳을 즐겨 찾았다는 이영민 씨는 최근 이곳을 찾는 사람이 많아 경쟁률(?)이 높아졌지만 덕분에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재미도 늘었다며 껄껄 웃는다. 

“내가 전국 어디를 둘러봐도 여기만한 곳이 없어요. 물 좋지, 경치 좋지, 산책로도 있지, 자전거 길도 있지, 폭포도 있지, 야영장도 있지…. 뭐 하나 빠지는 것이 없어요. 참, 여기까지 와서 수락폭포를 안 보고 가면 섭섭하지요. 조금만 더 올라가 봐요. 진짜 ‘환장하게’ 좋은 곳이 있을 테니.”

사람들의 계곡 자랑을 뒤로하고 수락폭포로 가는 길로 접어드니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 같은 원시림이 펼쳐진다. 빼곡한 수풀과 새파랗게 돋아난 이끼는 ‘과연 이런 곳이 아직도 있었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한다. 

사진 / 손수원 기자
계곡길에 그냥 풀어놓고 기르는 토종닭. 사진 / 손수원 기자
사진 / 손수원 기자
경반계곡 길은 MTB 자전거 코스로도 인기가 좋은 곳이다. 사진 / 손수원 기자

계곡을 10여 분 헤쳐가자 ‘쏴아~’하는 장쾌한 물소리와 함께 한 줄기의 물이 부채처럼 펼쳐지며 아래로 떨어지는 장엄한 폭포가 나온다. 이곳이 바로 경반계곡의 시작인 수락폭포다. 마침 이곳에 오기 전날 비가 온 덕분에 폭포는 새하얀 물살을 제대로 부채처럼 펼치고 있다. 

폭포가 떨어지는 곳에서 얼굴을 씻는다. 뜨거운 여름인데도 얼굴에 얼음이 어는 듯한 기분이다. 머리가 쭈뼛 설 정도의 찌릿함에 기분이 몹시 좋다. 

찻길이 끝난 곳에서 시작된 산행은 상쾌한 트레킹이 되었고, 길을 가로막는 계곡물은 훌륭한 물놀이 장이 되었다. 여기에 마음마저 시원하게 해주는 폭포까지 만났으니 계곡에서 ‘도랑 치고 가재 잡고’ ‘마당 쓸고 돈 줍는’ 경험은 다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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