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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기다란 장흥의 배꼽 같은 산, 억불산과 정남진 우드랜드
기다란 장흥의 배꼽 같은 산, 억불산과 정남진 우드랜드
  • 박상대 기자
  • 승인 2021.12.15 0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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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길을 따라 휠체어를 타고 정상까지
억불산 30만 평에 편백나무 숲 조성
산림 치유로 면역력 높이는 힐링 투어
우드랜드에서 억불산 정상까지 무장애 데크등산로가 조성되어 있다. 사진/ 박상대 기자

[여행스케치= 장흥] 장흥읍내에서 남동쪽으로 우뚝 솟아 있는 억불산(518m). 피톤치드가 풍기는 편백나무숲에 자리하고 있는 우드랜드. 억불산 정상까지 휠체어도 올라갈 수 있도록 데크 등산로를 조성해놓은 말레길을 다녀왔다.

이른 아침 새들의 지저귐을 들으며 기상하다

장흥에는 산이 많다. 기암괴석과 동백숲으로 이름난 천관산이나 봄이면 철쭉꽃 때문에 분홍산이 된다는 제암산, 천년고찰 보림사를 품고 있는 가지산, 그리고 우드랜드로 더 널리 알려진 억불산이 있다. 억불산에 있는 우드랜드는 개장한지 10년도 더되었다. 2009"정남진 편백숲 우드랜드" 란 이름으로 개장했다.

숲속에 안내판이 여러 개 서 있다. 사진/ 박상대 기자

정남진 우드랜드로 통칭하는 이곳은 억불산 30만 평에 조성된 편백나무숲에 자리하고 있다. 해가 진 뒤에 입실한 탓에 빽빽이 서 있다는 50~60년생 편백나무숲은 볼 수 없었다. 그러나 차에서 내리자마자 편백나무 향이 가슴을 파고들었다. 별들이 저마다 존재감을 드러내는 고요한 밤하늘을 감상하다 통나무집 편백나무로 꾸며놓은 방에 들었다. 숲속에서 지내는 초겨울 저녁이라 조금은 적적했다.

이른 아침 새들의 지저귐 소리를 들으며 새로운 하루를 맞이하는 것은 행운이며 기쁨이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 있는 편백나무 사이로 아침햇살이 빛난다. 관리실 앞에 있는 안내판을 살펴보니 우드랜드의 규모가 엄청나다. 억불산 난대 자생식물원이 조성되어 있다. 동백나무림, 향기원, 암석원, 온실원, 수생원, 녹차나무과원 등 특성화된 식물원을 조성 해놓은 것이다. 우드랜드를 관리하는 사람들과 여행객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숲속을 거니는 사람들도 보인다.

정남진 우드랜드에는 미로처럼 여러 갈래 길이 뚫려 있다. 사진/ 박상대 기자
우드랜드에는 야외에 편백 족욕탕, 실내에 편백소금찜질방(이용료 8,000원)이 있다. 사진/ 박상대 기자

여행이 치유의 한 과정이 된 지 오래다. 놀고 즐기고 먹는 여행이 아닌 힐링을 통해 건강을 다지는 예방적 치유를 즐기는 여행자들이 늘고 있다. 예방적 치유 가운데 으뜸이 산림치유라고 한다. 산림치유란 숲속의 다양한 환경요소를 활용하여 인체의 면역력을 높이고 건강을 지키는 활동이다.

숲은 바라보기만 해도 스트레스 발생 호르몬을 감소시키고, 자율신경의 균형을 돕는 등 건강에 이롭다고 한다. 숲길은 인지력을 높여주고 긍정적인 감정을 갖게 한다.

 

휠체어가 오를 수 있는 데크 등산로. 사진/ 박상대 기자

우드랜드에서 억불산 정상까지 휠체어길을 걷다

우드랜드 소금편백찜질방 아래에서 억불산 정상까지 무장애 데크가 깔려 있다. 장애인에게도 산정 상에 오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자는 단순한 생각이 큰 역사를 이룬 것이다. 518미터 정상까지 걸어서 1시간 30분 걸리는 등산로 대신 휠체어가 오를 수 있는 데크 등산로가 깔린 것이다. 그 길을 말레길이라 부른다.

말레는 전남지역 방언인데 널빤지가 깔린 마루를 가리키는 말이다. 말레길은 우드랜드보다 천문과학관 쪽에서 오르면 경사가 조금 덜 가파르다. 기자는 여러 등산로 가운데 데크를 따라 걸었다. 무릎에 무리가 안 가고 호흡이 가쁘지 않아서 좋다. 서두를 필요가 없고 해찰을 부려도 될 만큼 걷는 동안 여유가 생긴다.

정남진 우드랜드에는 전통한옥, 목공예체험실, 목재문화체험관 등이 있다. 사진/ 박상대 기자
편백나무로 지어진 통나무집. 사진/ 박상대 기자

말레길 중간에 명상치유센터가 있다. 유리창을 통해 숲을 바라보며 명상에 잠길 수 있다. 걷다가 나무들을 만져볼 수도 있고,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 마치 코로나 시대에 맞춰 설계한 것처럼 띄엄띄엄 의자들이 놓여 있어 동행한 사람들끼리 앉아서 간식을 나눠 먹을 수도 있다.

한참 걷다보니 저 멀리 장흥읍내가 보인다. 가을걷이를 마친 들녘은 황량하지 않고 평화롭다. 숲에서 바라본 세상은 도시 아스팔트나 달리는 차안에서 바라본 세상과 달리 보이게 마련이다. 그것이 힐링이 아닐까.

정상까지 데크 등산로가 이어진다. 사진/ 박상대 기자 

동백꽃과 할미꽃이 가장 먼저 피는 산

산정상에 다다르자 사람들이 더 자주 눈에 띈다. 이른 아침에 산에 오른 사람들이나 다른 길을 따라 산에 오른 사람들이다. 등산로에는 참나무와 소사나무, 물푸레나무 잎이 수북이 쌓여 있다. 사람들의 등산화에 부서지는 낙엽소리가 들린다.

산은 대체로 높이 올라갈수록 경사가 급해진다. 데크 등산로는 지그제그를 급하게 그려댄다. 그런데 등산로로 오르는 사람들과 거의 비슷한 속도로 산을 오르고 있다. 산에서 지름길을 찾거나 발걸음을 서두르는 일은 바보 짓이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두꺼비가 앉아 있는 듯한 바위. 사진/ 박상대 기자
장흥읍내에 있는 억불산은 높이가 518m이지만 주민들이 산책하듯 오른다. 사진/ 박상대 기자

마침내 정상에 올랐다. 정상 바로 아래 70대 노부부가 앉아서 간식을 잡수고 있다. 읍내에 산다고 한다. “집에 있으면 심심한 게 날마다 오지라 ㅎㅎ아주머니는 마스크 때문에 사진이 안 이쁠 것이라고 아쉬워하고, 아저씨는 쑥스러워하며 고개를 숙인다.

억불산 정상에 따뜻한 남해안 지역으로 봄의 길목, 봄꽃(동백, 할미꽃, 철쭉)의 시작점이며, 북쪽에서 가장 추운 중강진과 남쪽에서 가장 따뜻한 장흥이 일직선상에 있다고 밝히고 있다. 저 멀리 강진·영암·나주·화순과 다도해가 한눈에 보인다. 다도해를 감상하고 있는데 이제 겨울이 시작되고 있음을 알리는 찬바람이 하산을 재촉한다.

우드랜드에는 다양한 숲길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손을 맞잡고 걸을 수 있는 사랑의 숲길, 여러 시가 걸려 있는 시인의 숲, 맨발로 걸을 수 있는 지압하는 길, 톱밥을 깔아놓은 길, 여기저기로 연결해 놓은 모든 숲길이 힐링하기 좋은 길이다. 걷는 것이 불편하거나 게을러서 걷기 싫은 사람을 위한 쉼터도 많이 있다. 어디서든 앉아서 힐링 할 수 있겠다.

INFO 우드랜드
위치 장흥군 장흥읍 우드랜드길 180
문의 061-864-0063
예약 www.jhwoodland.co.kr (인터넷 예약만 가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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