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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골목길 여행] 알록달록 봄맞이 산책, 단양 단성벽화마을
[골목길 여행] 알록달록 봄맞이 산책, 단양 단성벽화마을
  • 민다엽 기자
  • 승인 2022.03.11 14: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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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성벽화마을 전경. 마을이 트릭아트로 꾸며져 있다. 사진/ 민다엽 기자

‘수몰의 아픔’을 간직한 충북 단양의 한 작은 마을. 많은 사람들이 떠나가고 건물도 노후화되면서 쇠퇴하던 상방리 마을에 다시금 생기가 감돈다. 지난 1년 동안 11억 원을 들여 낡은 골목과 담장을 생동감 있는 벽화로 꾸몄다. 따스함이 감도는 단양 단성벽화마을로 봄맞이 산책을 나섰다.

수몰의 아픔을 겪은 옛 단양
옛 단양의 중심지였던 단성면 일대는 1985년 충주댐 건설로 인해 한순간 쇠락을 맞이했다. 마을의 90%가 수몰되어 대부분의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잃고 고향을 떠났다. 사실 단성벽화마을이 조성된 단성면 일대는 옛 단양 군청 소재지이자, 오랫동안 단양 지역 최대 번화가였다. 조선 시대(1415년) 퇴계 이황이 단양 군수로 재임하던 시절에는 이곳에 단양 향교를 창건하면서 교육·교화의 중심지가 되었고, 남한강을 따라 이어지는 수려한 경관과 교통 요충지로서 수많은 문객들이 드나들던 곳이었다.

소수의 주민이 과거의 모습을 간직한채 살아가고 있다. 사진/ 민다엽 기자
건물마다 고즈넉한 분위기의 벽화로 꾸며졌다. 사진/ 민다엽 기자

현대에 들어서도 단양 군청을 비롯해, 소방서·경찰서·학교 등 각종 관공서가 몰려있는 행정의 중심지로, 이 일대에서 가장 큰 시장이 들어서던 곳이어서 항상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하지만 오랜 시간 단양에서 가장 번성하던 마을의 흔적은 이제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마을의 대부분이 물속으로 사라져 버린 이 빛바랜 마을에는 소수의 주민들만이 과거의 모습을 간직한 채 살아가고 있다.

도시재생사업으로 새 단장, 단성벽화마을
주민들 대부분이 떠나고 방문객들의 발길마저 뜸해지면서 마을은 점점 늙고 낙후되어 갔다. 그러던 상방리 마을은 2014년부터 꾸준히 도시재생사업을 벌여 온 결과, 다시금 활력을 되찾기 시작했다. 공모를 통해 지역 예술가나 학생, 주민들의 톡톡 튀는 벽화가 그려지면서 ‘단성벽화마을’이란 이름으로 새롭게 탈바꿈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11억 원의 국비를 들여 마을 전체를 새롭게 단장했다. 세월을 머금은 허름한 주택과 구불구불한 담벼락을 따라 알록달록 벽화가 덧칠해졌다. 발길이 닿는 곳마다 정겨운 분위기가 감돈다.

마당에 심어진 나무를 활용한 트릭아트. 사진/ 민다엽 기자
마을 곳곳에 알록달록한 색이 덧칠해졌다. 사진/ 민다엽 기자

옛 단양의 아름다운 비경과 옛 단양 군수였던 퇴계 이황의 이야기, 착시효과를 이용한 트릭아트까지 마을 골목골목마다 개성 넘치는 벽화로 가득 채워졌다. 특히 1차원적인 벽화가 아닌, 착시효과를 이용한 트릭아트를 활용해 생동감이 느껴진다. 집 전체를 트릭아트로 꾸며 놓거나, 나무나 전깃줄, 장독대, 창문 등 일상의 공간을 활용한 작품을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마을은 크지 않아 30분이면 전부 돌아 볼 수 있으니 좁은 골목골목 놓치지 말길.

벽화에 남겨진 옛 단양의 풍경. 사진/ 민다엽 기자

빠르게 변해가는 요즘 세상에 오랫동안 예전의 모습을 간직하며 살아간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단성벽화마을이 조성된 상방리 마을의 경우에는 수자원 보호로 인해 수십 년간 개발을 할 수 없었다. 자의든 타의에 의해서든 이 마을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누군가에게는 아픈 기억이겠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어린 시절의 향수를 느껴 볼 수 있는 행복한 기억의 조각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숲 속에 자리잡은 새한서점. 사진/ 민다엽 기자
새한서점에서는 영화 <내부자들>이 촬영됐다. 사진/ 민다엽 기자

숲 속의 헌책방 새한서점
이른 아침, 외딴 숲 속에 있다는 독특한 헌책방으로 향했다. 조용한 시골 마을을 지나 아직 차가운 아침공기가 채 가시지 않은 산길로 접어들었다. 곧 도로가 끊어지더니, 차로 갈 수 없는 비포장 산길이 나타난다. 뚜벅뚜벅 비탈길을 따라 걸었다. 저 멀리 굴뚝에서 하얀 연기가 새어나오는 오래된 산장이 눈에 띈다. ‘새한서점’이라는 간판을 보기 전까진 책방이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특이한 외관이 인상적이다.

낡아빠진 나무 문을 지나 수북이 쌓인 책 더미 속으로 조심스레 들어섰다. 세월을 한껏 머금은 퀘퀘한 먼지 냄새가 코를 간질이는데, 썩 나쁘지만은 않다. 사각사각 책장 넘기는 소리와 지저귀는 새 소리 뿐인 고요한 공간 속에서 오랜만에 평화로운 아침을 맞았다.

켜켜히 쌓인 세월의 흔적이 감성을 자극한다. 사진/ 민다엽 기자
서점 안에서는 카메라나 유튜브 촬영은 불가능하다. 사진/ 민다엽 기자

새한서점은 1979년 서울 고려대 앞에 처음 문을 열었다. 출판업계의 침체와 더불어, 더 이상 헌책방이 설 곳이 없어지자 지난 2002년 이곳 단양으로 내려온 것. 지금의 첩첩산중에 터를 잡은 건 2009년에 이르러서다. 주인장인 이금석 대표는 평생을 모은 13만권의 헌책과 함께 이곳에서 지내고 있다. 인문, 사회, 문화, 잡지, 만화, 교과서 등 다양한 종류의 헌책을 소장하고 있다. 어렸을 적 봤던 문학 전집이나 만화책, 수학의 정석같이 익숙한 책들도 눈에 띈다. 먼지 쌓인 책장을 뒤적거리다보니 옛 생각에 ‘피식’ 웃음이 새어나온다.

오로지 책을 위한 공간이고 싶다는 주인장의 바람대로 서점 안에서는 카메라나 유튜브 촬영은 불가능하다. 휴대폰 촬영만 가능하고, 그마저도 책을 소품으로 쓰는 일은 자제해 달라고 당부한다. 2층에는 앉아서 편히 책을 읽을 수 있는 휴게실과 독립 서적이나 각종 굿즈를 구입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구경시장은 먹거리로 풍성하다. 사진/ 민다엽 기자
다양한 특산물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사진/ 민다엽 기자

먹거리 풍성 단양 구경시장
단양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필수 코스. 단양 시내 중심에 위치한 구경시장은 단양에서 가장 큰 재래시장으로, 공기 좋고 물 좋은 곳에서 자란 지역 특산물과 각종 기념품을 둘러볼 수 있다. 무엇보다 구경시장의 가장 큰 강점은 ‘먹는 즐거움’이지 않을까. 단양의 대표 특산물인 흑마늘이 들어간 떡갈비와 순대를 비롯해, 흑마늘닭강정, 흑마늘 빵, 흑마늘만두 등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구경시장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메뉴는 바로 흑마늘 순대와 떡갈비다. 35년간 장사를 해온 ‘백년가게’부터 각종 TV 방송에 소개된 맛집에는 항상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먹음직스런 순대와 떡갈비에 큼지막한 마늘이 콕콕 박혀있는게 마늘 좋아하는 한국인들의 입맛에 딱이다. 단양 마늘은 쓴맛이 적고 단맛이 나기 때문에 순대나 고기의 잡내와 느끼한 맛을 줄여준다고 한다.

구경시장의 대표 메뉴인 흑마늘이 들어간 떡갈비. 사진/ 민다엽 기자
줄 서서 먹는 구경시장 마늘빵집. 사진/ 민다엽 기자

점심을 먹고 난 뒤 구경시장을 돌아보면 유독 눈에 띄는 한 가게가 있다. 줄이 끊이지 않는 마늘빵 맛집. 흑마늘로 만든 바게트 마늘빵에 크림치즈나 스위트 포테이토, 피넛 커스터드 등의 소스를 더한 다양한 메뉴를 맛볼 수 있다. 기본 메뉴인 오리지널 바게트 빵과 ‘겉바 속촉’ 크림치즈 마늘빵이 가장 인기다. 알싸한 마늘 향과 달짝지근한 크림치즈가 환상의 궁합을 이룬다. 이밖에도 달큰하면서도 구수한 맛이 일품인 강냉이 막걸리도 추천할 만하다. 구수한 맛을 살리기 위해 향이 아니라 진짜 옥수수 가루를 넣었다고 한다.

 

INFO 단성벽화마을
주소 충북 단양군 단성면 상방리 98-1

새한서점
주차공간이 별도로 마련돼 있지 않다. 임도에 주차를 하고 걸어서 산길로 내려가면 된다. 휴대폰 카메라를 제외한 촬영 장비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영업 시간 오전 9시~오후 6시, 매주 화·수요일 휴무 입장료 없음 주소 충북 단양군 적성면 현곡리 56

구경시장
단양 시내에 위치한 전통 시장. 강변에 조성된 하상 공영주차장에 무료 주차할 수 있다.
주소 충북 단양군 단양읍 도전리 615 운영시간 오전 8시~오후 8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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