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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일상탈출, 트레킹 여행] 모악산의 마르지 않는 물, 금평저수지
[일상탈출, 트레킹 여행] 모악산의 마르지 않는 물, 금평저수지
  • 조용식 기자
  • 승인 2022.05.13 1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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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본 금평저수지 풍경. 사진/ 조용식 기자

[여행스케치= 김제] 초여름의 색상이 한껏 묻어나는 길, 붉은 빛을 내는 철쭉과 싱그러움이 묻어나는 연초록의 물결이 가득한 곳, 그 너머로 모악산의 마르지 않는 저수지가 있다. 김제 금평저수지다. 따사로운 햇살에 더욱 푸른빛을 더하는 풍경은 어머니의 품안처럼 따뜻하게 느껴진다. 

잔잔하게 흐르는 금평저수지에 바람이 불어온다. 그 바람에 나뭇가지는 흔들리고, 싱그러운 꽃향기가 덤으로 찾아온다. 저수지 너머로 보이는 연녹색의 물결이 한층 시야를 밝게 한다. 유난히 햇살이 따사로운 날에 만난 금평저수지는 마을 주민들에게도, 모악산 주변의 종교 시설을 찾은 여행자에게도 기분 좋은 꽃길이 된다.

연초록 물결을 따라 걷는길

금평저수지의 시작은 주차가 편안한 증산법종교 본부에서 시작된다. 철쭉과 조팝나무, 벚나무, 원추리 등이 금평저수지를 찾는 여행자를 반갑게 맞이한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저수지를 한바퀴 돌아보고 싶지만, 금평저수지 수리시설 개보수사업으로 인해 202312월까지는 금평저수지 제방구간 순례길의 통행이 불가하다. 하지만, 왕복으로 트레킹하는 금평저수지는 오히려 새롭고, 지나친 것들을 발견하게 되는 재미를 준다.

그늘과 바람이 불어 걷기 좋은 금평저수지. 사진/ 조용식 기자
수변데크를 따라 걷는 여행자들. 사진/ 조용식 기자

연초록의 물결이 터널을 이루고 있는 가로수길을 따라 걸어가면, 아름다운 한 편의 시들이 일정한 거리를 두고 전시되어 있다.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선이 다르겠지만, 푸르른 자연 속에서 시를 읽으니 전해지는 느낌이 더욱 특별해진다. 출발한 지 10여 분도 지나지 않아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정자가 보인다. 그늘진 정자 안에는 잠시 쉬어가는 여행자들이 보인다. 모악산 줄기를 타고 내려오는 물길 덕분인지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오고, 수변데크는 구름다리 같은 느낌이다. 발 아래로는 모악산에서 내려오는 물줄기가 시원스럽게 흐르고 있다.

저수지 옆으로 대순진리회가 웅장하게 자리하고 있으며, 그 옆으로는 식당과 카페, 그리고 잠시 쉴 수 있는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공원을 지나 다리에 서면 한옥이 보이는데, 바로 동곡약방이다. 동곡약방은 한국 민족종교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강증산이 세운 곳이다. 동학혁명에 실패한 강증산은 인간의 힘으로는 세상을 바꾸는 것이 어렵다고 보고 하늘과 땅의 질서를 근본적으로 뜯어 고쳐 인간세상을 구원하려고 했다. 그는 혼란한 세상, 병약한 민중의 몸과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1908년 동곡약방을 열고, 자신의 믿음도 전했다.

금평저수지 수변테크와 대순진리회. 사진/ 조용식 기자
여행자들이 철쭉과 꽃잔디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조용식 기자

장차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메시아가 온다는, ‘오리알 터

태을교, 훔치교, 선도교, 미륵불교, 보화교, 보천교, 태극도, 동화교 등 그 뒤를 따라는 수많은 종파들이 탄생했으며, 소멸하기를 반복하면서 현재는 증산교, 대순진리회 등 수십 개의 종파들이 그의 뒤를 따르고 있다. 동곡약방을 세운 강증산의 묘가 있는 증산법종교 본부는 강증산의 외동딸 강순임이 설립했다. 증산미륵불을 봉안한 삼청전과 증산부부가 잠들어 있는 묘각인 영대는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송남진 김제시 문화관광해설사는 김제 사람들은 금평저수지를 오리알 터라고 부른다. 장차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메시아가 오는 곳이라는 뜻의 올 터가 변해서 된 지명이라며 “1961년 조성된 금평저수지에는 마을 하나가 물밑에 들어가 있는데, 사상가이자 혁명가인 정여립이 39세에 이곳으로 내려와 천하는 일정한 주인이 없는 모두의 것이다라는 천하공물설을 주장한 곳이라고 설명한다.

금평저수지를 걷는 여행자들이 붉게 물든 꽃잔디와 철쭉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 길을 따라 서서히 걷다보면 금평저수지의 회귀점이 나온다. 앞서 말했지만, 수리시설 개보수사업으로 제방구간 순례길 통행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등산길을 오를 때와 하산할 때의 풍경이 다르게 보이는 것처럼 금평저수지를 돌아오는 길의 풍경은 걸을 때 놓친 모습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모악산 자락에 위치한 금산사 전경. 사진/ 조용식 기자
국보 제62호로 지정된 미륵전 안에는 높이 11.82m에 이르는 금산사미륵장륙상이 모셔져 있다. 사진/ 조용식 기자
금산사를 찾은 어린이들. 사진/ 조용식 기자

 

4대 종단을 품은 김제의 아름다운 순례길도 인기

모악산은 다양한 종교 시설이 들어서 있는 것이 특징이다. 금산사(불교), 금산교회(개신교), 수류성당(천주교), 원평교당(원불교) 4대 종단을 비롯해 증산법종교본부, 대순진리회, 동곡약방, 만유사, 월명암 등의 종교시설이 몰려 있어 종교 순례길이라는 테마 여행이 인기를 끌고 있다.

김제의 아름다운 순례길은 3층 법당의 미륵전이 있는 금산사에서 시작된다. 모악산 금산사는 약 1400년 전(599), 삼국시대에 창건된 유서깊은 도량이다. 지난 51일 제1256주년 금산사 미륵강탄제가 열린 대적광전에는 비로자나불을 본존불로 모시고 있다. 그 앞쪽의 육각다층석탑과 석련대 등 총 10점의 보물이 있다.

송남진 해설사는 “39척에 이르는 거대 불상이 있는 3층 미륵전은 국보 제62호로 지정되어 있다라며 고통 없는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하생 하실 미륵부처님은 누구든지 간절히 기도하면 만날 수 있다는 신앙을 확산시킨 인물이 있는데, 바로 신라시대 12살의 나이로 금산사로 가출한 진표율사고 말했다.

1908년 세워진 금산교회는 자형 한옥으로 지어진 것이 특징이다. 남녀가 유별했던 시절이기에 강단의 앞쪽은 남자 신도들이, 동쪽은 여자 신도들이 나눠 앉아 예배를 보게 했던 것으로 외래종교와 유교전통이 만들어낸 독특한 구조를 보이고 있다.

금평저수지 옆에 자리한 증산법종교 본부 전경. 사진/ 조용식 기자
증산법종교본부. 사진/ 조용식 기자

금산교회를 더욱 빛나게 하는 것은 양반 조덕삼과 마부 이자익의 이야기 때문이다. 미국인 선교사 테이트가 전라도 지역을 선교활동하면서 조덕삼이 운영하는 마방에 말을 쉬게 하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조덕삼이 신앙을 받아들였고, 마부로 일하던 머슴 이자익도 함께 교인이 되었다고 한다. 1908년 조덕삼이 내놓은 땅에 교회를 짓어지면서 장로를 선출하는 선거가 열리게 된다. 100여 명의 교인이 투표를 한 결과, 장로로 선출된 자는 바로 머슴 이자익이었다.

이에 대해 조덕삼은 이 결정은 하나님이 내리신 결정이다. 나는 교회의 결정에 순종하고 이자익 장로를 잘 받들어 열심히 교회를 섬기겠다라고 말했다. 그 후 이자익이 평양신학교에 진학하여 목사가 되기까지 조덕삼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이자익도 1924년 예수교장로 총회장에 당선되고 나서 나는 마부였다라며 자신의 신분을 밝히며 설교를 시작했다고 한다.

연초록의 물결이 아름다운 길. 사진/ 조용식 기자

송남진 해설사는 모악산은 억압받고 소외당한 이들을 품어온 곳이다. 옳고 그름을 떠나 민중들과 함께 했던 수많은 믿음도 품은 곳이 모악산이다라고 했다. 금평저수지를 걸으며, 김제의 아름다운 종교 순례길을 만나는 동안 자연으로부터의 힐링과 마음 속으로 깊이 전해지는 치유의 손길이 유난히 느껴지는 여행지이다.

 

INFO. 금평저수지

모악산에서 내려오는 수량으로 인해 마르지 않는 저수지로 알려진 곳이다. 전북 김제시 금산면 소재지에서 금산사 방향으로 가는 길에 위치한다. 수변 문화 체험 숲을 조성한 금평저수지 일대는 산책과 드라이브 코스로 많이 찾는다. 주변에 증산교본부를 비롯한 각종 신흥종교단체들이 운집해 있어 역사 문화의 보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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