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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수산물 따라가는 맛있는 전남여행 ⑧]영광 법성포 사람들을 먹여 살리는 생선 영광 굴비
[수산물 따라가는 맛있는 전남여행 ⑧]영광 법성포 사람들을 먹여 살리는 생선 영광 굴비
  • 박상대 기자
  • 승인 2022.08.16 0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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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구이를 비롯한 푸짐한 생선구이 상차림.
조기구이를 비롯한 푸짐한 생선구이 상차림. 사진/ 박상대 기자

[여행스케치= 영광] 영광의 대표적인 산업은 수산식품업이며, 그 가운데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굴비다. 굴비관련 수산업체만 620개, 굴비정식을 판매하는 음식점은 법성포에만 92개가 있다. 법성포에는 굴비를 먹으려는 여행객이 사계절 끊임없이 찾아오고 있다. 

조기구이.
조기구이. 사진/ 박상대 기자

발해만과 칠산바다에서 산란기를 보낸다

굴비의 본명은 조기다. 바다에 있을 때는 물론 그물에 걸려 육지로 잡혀온 후에도 조기다. 그래서 조기로 탕을 끓이면 조기탕이고, 구워 놓으면 조기구이다. 소금간을 해서 건조한 뒤에야 비로소 굴비가 된다. 조기는 대부분 성어가 잡히는데 크기는 20cm 안팎이다. 한때 중국어선들이 쌍끌이어선으로 어린 조기들까지 잡아가서 어획량이 급감했는데 근래에는 다시 회복된 상태라고 한다. 

조기는 동지나해역에서 월동하다 산란하기 위해 발해만까지 북상했다가 유턴한다. 초봄부터 초여름까지 서해에서 활동하다 연평도 부근에서 여름을 나고 다시 가을에 칠산바다로 내려온다. 어업인들은 이 시기에 조기잡이에 나선다. 어업인들의 손에 잡힌 조기는 법성포 수협위판장을 거쳐 수산업자들에게 팔려나가고, 굴비로 변신한다. 조기를 소금에 10~12시간 절인 후 민물에 세척한다. 보통 3, 4회 세척을 하는데 소금간을 하고 세척하는 것이 기술이다. 

법성포에서 40년 가까이 굴비정식을 판매하고 있다는 골목식당 박영임 사장.
법성포에서 40년 가까이 굴비정식을 판매하고 있다는 골목식당 박영임 사장. 사진/ 박상대 기자

예전에는 조기를 한 마리씩 소금에 절여 그늘에다 3일간 돌로 눌러 놓았다가 물이 빠지면 10마리를 한 두릅으로 엮어서 덕장에다 건조시켰다. 그런데 요즘에는 돌로 눌러 놓는 과정 대신 기계로 한다. 굴비는 소금간과 민물 세척, 그리고 덕장에서 건조하는 시간에 따라 맛이 조금씩 달라진다. 세척한 조기는 야외덕장에서 건조하고, 미처 다 건조하지 못한 조기는 냉동해 두었다가 차근차근 꺼내서 해동하고, 건조기에서 건조시킨다. 냉동보관했다가 건조기에서 건조시키는 과정 은 많은 수산업자들이 하지 않는다. 비용과 기술이 필요한 탓이다. 

굴비의 고장인 법성포 전경.
굴비의 고장인 법성포 전경. 사진/ 박상대 기자

항아리 모형의 법성포, 해풍이 자고 가는 포구 

법성포는 서해 칠산바다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포구다. 법성포는 오랜 세월 항아리처럼 생긴 포구였다. 지금은 가운데 있던 섬을 개발하여 상가가 들어서 있지만 법성포는 전형적인 어촌 포구다. 섬을 가운데 두고 바닷물이 드나드는 물길이 있고, 그 물길로 어선이 드나든다. 법성포가 포구라는 사실을 사람들만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갈매기들과 물고기들도 알고 있다. 가로등이나 도로변 펜스에서 갈매기들이 놀고 있다. 항아리 모형을 한 법성포는 조기잡이 어선들이 쉽게 접안할 수 있다는 지리적인 이유와 바닷바람이 포구에 들어와 ‘잠을 자고 나간다’는 부드러운 해풍이 있는 포구다. 그래서 거의 모든 집에서 덕장을 만들어 조기를 만들었고, 조기산업이 발달할 수 있었다.

고추장 굴비는 굴비 살을 발라서 고추장과 버무린 후 숙성시킨 음식이다.
고추장 굴비는 굴비 살을 발라서 고추장과 버무린 후 숙성시킨 음식이다. 사진/ 박상대 기자
조기탕.
조기탕. 사진/ 박상대 기자

지금도 거리를 걷다보면 조기두릅을 내걸고 판매하는 가게를 여러 곳 볼 수 있다. 법성포는 그야말로 조기의 고장이다. 조기를 가공해서 굴비로 유통 판매하는 수산회사가 424개, 굴비정식을 판매하는 음식점이 92곳, 한정식에 보리굴비나 조기매운탕을 판매하는 음식점까지 계산하면 100곳이 훨씬 더 된다. 법성포와 영광읍내에는 다양한 굴비세트를 판매하는 전문점이 많이 있고, 고추장에 절인 고추장 굴비를 선물세트로 가공해서 판매하기도 한다. 굴비는 크기에 따라 가격이 조금씩 다르다. 무게는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사이즈를 우선시한다. 

굴비찜은 살을 발라서 녹찻물에 적시거나 물에 만 밥숟가락에 올려서 먹으면 더 맛있다.
굴비찜은 살을 발라서 녹찻물에 적시거나 물에 만 밥숟가락에 올려서 먹으면 더 맛있다. 사진/ 박상대 기자

조기 살은 숟가락으로, 부세 살은 녹찻물에 적셔 먹는다 

조기는 일반적으로 참조기와 사촌쯤 되는 부세가 있다. 조기는 크기가 20cm 안팎이고, 부세는 25~30cm에 이른다. 매운탕이나 구이로 먹는 생물은 대부분 참조기고, 부세는 건조시킨 후 쪄서 먹는다. 조기 구이나 매운탕에 들어 있는 조기를 발라 먹을 때는 젓가락으로 집어 먹지 않고 숟가락으로 먹는 것이 요령이다. 조기 살이 연해서 젓가락으로 집으면 잘게 부서진다.

부세 굴비를 먹을 때는 녹찻물에 밥을 말고, 생선 살점을 녹찻물에 적셔서 먹는다. 차가운 녹찻물에 밥을 말면 밥알이 잘 풀어지지 않고 살아 있어서, 생선 살점을 물에 적시면 부드러워져서 응용한 방법이라고 한다. 조기는 언제부터 사람들의 밥상에 올려졌는지, 언제부터 굴비로 재탄생했는지는 알 수 없다. 고려 인종 때 이자겸에 의해 처음으로 궁중에 진상되었으며, 중국에도 널리 알려졌다고 한다. 굴비의 어원은 법성포에서 귀양살이를 하던 이자겸이 비굴하게 살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그 맛이 변하지 않는 영광 굴비를 임금님께 진상하면서 ‘비굴’의 글자를 바꾸어 ‘굴비’ 라고 하였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하고 있다. 

 

TIP 참조기와 부세조기 구별법 

참조기는 30㎝까지 자라나 보통 15~20㎝가 시장에서 팔리고, 부세는 30㎝급이 시장에서 많이 팔린다. 부세가 더 크고 통통하며, 참조기는 체형이 날씬하고 체고가 좁다. 부세는 머리가 전체적으로 둥글고 매끈하며, 참조기는 살 짝 굴곡이 있다. 참조기는 꼬리 지느러미가 다소 거칠고, 부세는 지느러미가 부채꼴 모양이다. 

갯벌의 멋쟁이 물고기인 짱뚱어.
갯벌의 멋쟁이 물고기인 짱뚱어. 사진/ 박상대 기자
짱뚱어탕은 장어탕과 추어탕에 버금가는 보양음식이다.
짱뚱어탕은 장어탕과 추어탕에 버금가는 보양음식이다. 사진/ 박상대 기자

순천 짱뚱어탕 

서남해안 갯벌 옆을 지나다 보면 칠게들 옆에 화려한 외모로 눈길을 끄는 물고기가 있다. 몸길이 약 10cm 안팎, 미꾸라지를 닮았는데 갈색 피부에 파랑색이나 초록색 반점이 있다. 화려한 등지느러미가 있고, 눈이 좀 튀어나온 듯 보인다. 이 물고기의 이름이 짱뚱어다. 사람들은 여름부터 가을까지 홀치기 낚시로 짱뚱어를 잡는다. 먼 옛 날에는 짱뚱어로 기름을 짜서 호롱불을 밝혔고, 식량이 부족하던 때에는 짱뚱어로 탕을 끓여 먹었다.

지금도 귀한 손님이 오면 짱뚱어탕을 끓여 대접하고, 농번기 뒤끝에는 짱뚱어탕으로 몸보신을 한다. 바닷가 사람들은 장어탕이나 추어탕과는 다른 별미라고 짱뚱어탕을 추켜세운다. 순천만이나 보성, 무안 등 갯벌에서 서식하는 짱뚱어는 바닷가 사람들에게 적잖은 소득원이 되고 있다. 올여름에는 짱뚱어탕을 먹어야 겠다. 


백제불교 최초 도래지.
백제불교 최초 도래지. 사진/ 박상대 기자

<맛있는 영광여행>

법성포 주변 여행지 

영광군은 법성포 굴비음식거리를 활성화하기 위해 굴비전문 음식점 에 대해 메뉴개발·위생·친절서비스 등 컨설팅을 하고 있다. 법성포 굴비음식거리는 지난해 법성포 일원에 지역 특색에 맞는 굴비음식과 문화의 거리로 음식관광객 유치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조성되었다. 법성포에는 백제불교 최초 도래지가 있다. 그 주변에 법성진숲쟁이 공원이 있고, 주변에 배롱나무 가로수길이 아름답다. 백수해안도로는 해당화가 피는 봄철에 특히 아름답지만 여름이나 가을에도 걷기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이나 자전거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다. 해안도로 정상 부위에는 노을길이 있다. 영광대교 아래로 해가 지는 노을 모습은 정말 아름답다. 길가에 카페가 여러 곳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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