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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소문난 먹거리촌⑥] 부드러운 소고기가 내뿜는 육즙의 풍미, 예산 광시 한우거리
[소문난 먹거리촌⑥] 부드러운 소고기가 내뿜는 육즙의 풍미, 예산 광시 한우거리
  • 노규엽 기자
  • 승인 2022.09.14 0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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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질 좋은 한우를 맛볼 수 있는 예산군 광시면.
육질 좋은 한우를 맛볼 수 있는 예산군 광시면. 사진/ 여행스케치

[여행스케치=예산] 예부터 지금까지 한우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귀한 대접을 받고 있는 음식 중 하나다. 덕분에 전국 각지에 한우를 특산물로 내세우는 명소들이 즐비하지만 유독 암소 한우의 부드러움으로 유명세를 탄 동네가 있다. 30년 이상 쌓아온 노하우로 직접 키운 암소를 맛볼 수 있는 예산군 광시면의 한우거리를 찾아간다.

광시 한우거리의 역사는 3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0년대만 해도 조용한 시골마을이었던 광시면에서 한 축산 농가가 정육점을 연 것을 시작으로 한두 집씩 정육점과 식당이 늘어나며 한우거리를 형성했다. 현재도 광시리 광시소길300m 도로변에 약 30개의 고깃집이 있어 육질 좋은 한우를 맛보려는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광시면에 밀집되어 있는 한우거리의 식당들.
광시면에 밀집되어 있는 한우거리의 식당들. 사진/ 여행스케치

광시 한우의 맛은 암소에 대한 고집

지금의 한우거리로 명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밑바탕에는 광시만의 몇 가지 특별한 비결이 숨어있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비결은 거세한 수소를 흔히 먹는 수도권 지역과 달리 암소 한우에 대한 고집이다. 이곳도 처음에는 수소를 도축해서 판매했지만 일부 정육점에서 전략을 바꿔 암소 한우를 팔았고, 수소보다 부드러운 암소의 육질에 대한 소문이 전국으로 퍼져나가면서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이후 광시 한우거리에서는 암소 한우만 손님상에 내어놓게 되었고, 현재는 생산이력제를 도입하여 보다 철저하게 품질을 관리해 더욱 맛좋은 소고기를 맛볼 수 있게 되었다.

광시 한우거리의 식당들은 대부분 정육점을 겸하고 있다.
광시 한우거리의 식당들은 대부분 정육점을 겸하고 있다. 사진/ 여행스케치
암소 한우의 다양한 부위를 맛볼 수 있다.
암소 한우의 다양한 부위를 맛볼 수 있다. 사진/ 여행스케치

두 번째 비결은 도축하는 암소에도 까다로운 기준을 잡아놓은 데에 있다. 수익성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새끼를 두 번만 낳은 45개월에서 55개월 사이의 암소만 도축해서 판매한다. 이때의 고기가 가장 담백하고 육질이 부드럽기 때문이라고 한다. 새끼를 한 번도 낳지 않은 30개월 미만의 소고기는 부드럽지만 육즙의 깊은 맛이 없고, 50개월이 넘으면 뼈에서 국물이 잘 우러나지 않아 정육점을 함께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가치가 떨어진다고도 한다. 여러 고기를 비교하며 연구한 결과가 현재의 기준으로 남은 것이다.

양질의 한우 고기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은 이뿐만이 아니다. 대부분의 식당과 정육점이 자급자족으로 한우를 공급하고 있다. 소를 길러 가공하고 유통해서 손님들에게 판매되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각각의 업소가 직접 챙기고 있는 것. 이만큼 많은 정성을 들이니 질 좋은 상품 고기를 준비할 수 있는 것이고, 가격도 타지에 비해 저렴하게 형성되어 더욱 인기가 높아진 것이다.

풍족하게 차려진 소고기 한 상.
풍족하게 차려진 소고기 한 상. 사진/ 여행스케치

천혜의 성장 환경과 업자들의 친절함이 만들어낸 최고의 맛

이중환의 <택리지>에는 예산 지역이 충청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땅이라 일컬은 바 있고, 추사 김정희 등 조선시대 세도가들도 예산 땅에 근거지를 둔 경우가 많았다. 흥선대원군도 2대에 걸쳐 왕이 나올 자리라는 풍수지리를 믿고 아버지의 묘를 예산으로 옮겼고, 결과적으로 그 풍수지리가 맞아 떨어졌으니 역사적으로도 전국에서 손꼽히는 가거지지(可居之地ㆍ머물러 살 만하거나 살기 좋은 곳)라 할 만하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 멸종되었던 천연기념물 황새가 고향인 예산으로 돌아왔다. 황새가 환경의 건강을 평가해주는 생물 지표종이라는 점에서 이곳이 얼마나 청정한 지역인지 알 수 있다. 이 모든 결과들은 광시를 비롯한 예산군 일대가 예부터 풀이 곱게 잘 자라 소를 키우기에 적합했다는 말에 믿음을 더해준다.

육질이 부드러운 50개월 내외의 암소 한우를 고집한다.
육질이 부드러운 50개월 내외의 암소 한우를 고집한다. 사진/ 여행스케치

광시 한우거리의 고기가 특히 맛좋은 이유는 사육 과정에서도 찾을 수 있다. 좋은 사료의 공급과 소독 및 질병 관리 등을 철저히 하고, 도축, 가공, 숙성 등의 과정도 꼼꼼하게 챙겨 잘 키운 소의 맛을 더욱 높이고 있다. 숙성이 제대로 되지 않은 고기는 모세혈관이 끊어지지 않아 육즙이 적고 풍미가 떨어지게 되는데, 때문에 광시에서는 최소 3~4주의 시간을 오로지 숙성만을 위해 투자한다고 한다.

설명을 듣는 것보다 직접 맛을 봐야 광시 한우거리의 유명세를 확연히 깨달을 수 있다. 광시 한우거리의 여러 식당 중 어느 곳을 찾아도 질 좋고 맛 좋은 한우를 양껏 먹을 수 있다. 식당에 따라 육회, 육사시미, 간, 천엽 등 맛보기 메뉴를 기본 반찬으로 내준다. 때때로 특별한 부위가 서비스로 나올 때도 있다. 주문한 메뉴보다 더 반가울 수 있는 음식이 불쑥 상에 등장하고, 그 맛이 입에 맞으면 추가로 주문해 즐길 수 있는 것이다. 그 훈훈한 서비스가 광시 한우거리를 더욱 정겨운 곳으로 기억하게 해준다.

구이만이 아닌 육사시미, 천엽 등의 메뉴도 식욕을 자극한다.
구이만이 아닌 육사시미, 천엽 등의 메뉴도 식욕을 자극한다. 사진/ 여행스케치

또 대부분의 식당이 정육점을 같이 운영하고 있어 맛있게 먹은 부위가 있다면 바로 구매할 수 있는 점도 즐거운 일이다. 정육점에는 가공이 끝난 후 잘 숙성시킨 고기가 손님을 기다린다. 토시살, 부채살, 살치살, 안창살, 치마살, 갈빗살, 끝치살, 등심 등 다양한 부위의 소고기뿐 아니라 뼈나 국거리도 함께 판매한다. 한우 한 마리의 모든 것이 모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 광시 한우거리를 찾아와 맛본 맛을 그대로 집까지 가져갈 수 있을 뿐 아니라, 전국으로 택배도 가능하니 함께 오지 못한 지인들과도 함께 좋은 소고기를 즐길 수 있어 더욱 좋다.

식사 메뉴도 모자람 없이 풍족하다.
식사 메뉴도 모자람 없이 풍족하다. 사진/ 여행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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