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호 표지이미지
여행스케치 5월호
[수산물 따라가는 맛있는 전남여행 ⑩]혀만 굴려도 살살 녹는 등푸른 생선 해남 삼치
[수산물 따라가는 맛있는 전남여행 ⑩]혀만 굴려도 살살 녹는 등푸른 생선 해남 삼치
  • 박상대 기자
  • 승인 2022.10.13 09: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남도 사람들은 삼치를 주로 회로 먹는다.
남도 사람들은 삼치를 주로 회로 먹는다. 사진/ 박상대 기자

[여행스케치= 해남]삼치의 계절이 왔다. 가을철이면 해남 땅끝마을은 물론 읍내 선술집에서도 삼치회를 판다. 추자도와 해남 사이 서남해지역에서 잡힌 가을철과 겨울철 삼치가 가장 맛있다고 하여 다녀왔다. 

삼치회는 생김에 흰 쌀밥을 놓고, 양념장과 함께 먹는다.
삼치회는 생김에 흰 쌀밥을 놓고, 양념장과 함께 먹는다. 사진/ 박상대 기자

두툼한 회, 생김에 싸먹는 가을 삼치

몇 해 전, 해남을 여행하면서 삼치회를 처음 맛보았다. 해남 땅끝마을 어느 횟집으로 데려간 친구는 삼치회를 주문했다. 서울에서 참치회가 접대용 회로 한창 이름을 날릴 때였다. 그래서 처음엔 참치회를 주문하는 것으로 들었다. 그런데 참치회가 아닌 푸른 듯 붉은 듯 하얀 듯한 회가 나왔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회의 두툼한 두께와 큰 접시를 가득 채운 푸짐한 양이었다. 참치회가 아닌 것 같다고 했더니 친구는 일갈했다.

“참치회는 서울에서나 드시게. 우린 참치회는 안 먹네. 여기서는 삼치가 최고여. 여름에는 민어, 가을엔 삼치지. 하하하.” 친구는 소줏잔을 부딪치며 넉살좋게 웃었다. 이어서 여사장님이 삼치회 먹는 법을 설명했다. 살점을 집어서 양념장에 찍어 먹어도 되지만, 생김에 흰 쌀밥을 반스푼 정도 올리고 그 위에 삼치회 한 점을 놓고, 양념장에 있는 파를 올려서 쌈을 싸먹으라고 한다.

삼치회는 1cm 두께로 썰어야 씹을 때 식감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삼치회는 1cm 두께로 썰어야 씹을 때 식감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사진/ 박상대 기자

1cm 두께로 썰어놓은 회는 참치보다 부드럽다. 다른 생선회를 먹을 때처럼 위아랫니로 씹으려는데 힘을 가하기도 전에 사르르 씹혀버린다. 그렇다고 식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잇몸에선 생선 살이 부딪치고, 부드러운 촉감이 느껴진다. 김이나 밥에 싸지 않고 살점만 입안에 넣었더니 생선의 육즙과 기름기, 조금 단맛과 감칠맛까지 오묘한 맛이 입안에 가득하다. 생선 특유의 비린내도 거의 없고, 입가엔 저절로 미소가 그려진다.

“다른 회처럼 얇게 썰면 식감을 느낄 수가 없어요. 혀에 닿는 순간 가루얼음처럼 녹아버려요. 그래서 두껍게 썰어놓지요.” 이학식당 김광수 사장은 냉동시킨 삼치를 썰어 먹으면 1cm 두께도 금방 혀 위에서 녹아버린다고 한다. 삼치를 쌀밥과 함께 싸먹는 것은 남도 사람들의 멋이다. 사실은 찬 회를 먹기 거북해하는 사람을 위해 따뜻한 밥과 김에 싸서 먹으라고 권하던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김은 생김을 사용한다. 구운 김이나 조미김은 회맛을 방해하므로 사용하지 않는다. 생김에 스며 있는 달작지근한 맛이 삼치를 더 달콤하게 한다.

삼치조림.
삼치조림. 사진/ 박상대 기자

태아부터 노인까지 몸에 좋은 불포화지방산 함유

삼치는 거문도에서 추자도까지 남해에서 주로 서식한다. 수심 50m 물속에서 살다가 산란기인 4~6월 중 내륙에 가까운 연안이나 서해 북쪽으로 이동한다. 삼치는 성장이 빠른 편인데 치어 상태에서 6개월이면 길이는 40cm 이상, 몸무게 1kg 정도 자란다. 1년이면 성어가 되고, 3년 정도 지나면 길이 1m에 몸무게 5kg에 이른다. 고등어처럼 생겼으나 몸집이 날씬하고 기다란 편이다. 머리도 기다란 삼각형을 이루고 입이 뾰족하다. 이가 날카롭고 주로 멸치, 정어리 새끼, 까나리 등 어린 물고기를 잡아먹고 산다. 그래서 서식지가 멸치와 겹친다고 한다. 삼치는 워낙 성질이 급해 양식을 하지 못하고 있다.

삼치는 매우 날렵하게 헤엄친다. 유영하는 속도가 시속 수십 km에 이를 만큼 초고속으로 움직인다. 물속으로 빠르게 질주하다 물 위로 2~3m까지 날아오르기도 한다. 뾰족한 입과 빠른 몸짓 때문에 낚시로 잡기는 어렵고, 어선 서너 척이 선단을 이루어 그물로 잡아 올린다. 삼치 낚시하는 사람들은 삼치떼가 움직일 때 빠르게 움직이면서 루어낚시로 낚아올린다.

삼치는 고등어과 등푸른 생선이며 불포화지방산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 건강관리에 이로운 불포화지방산은 동맥경화·뇌졸중 등 순환기 계통 질환을 예방하고, 당뇨병·고혈압·심장마비 등 성인병 예방 및 각종 암 발생 억제 효과에 효험이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삼치에 함유된 불포화지망산은 태아의 두뇌 발달이나 노인의 치매 예방, 기억력 증진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삼치는 태아에서 노인까지 누구나 먹으면 건강에 도움을 주는 건강식품인 셈이다.

삼치구이.
삼치구이. 사진/ 박상대 기자

너무 빨리 상해서 도시에선 먹기 힘들던 삼치

조선 시대 정약전 선생은 <자산어보>에서 “삼치는 다른 물고기보다 세 배 크고, 세 배 빠르며, 세 가지 맛이 난다”고 기록하고 있다. 당시 망어(亡魚 : 쉽게 상해서 붙여준 이름)로 불리던 생선을 ‘삼치’라고 부르게 된 배경은 세 가지 맛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 세 가지 맛이 구체적으로 어떤 맛인지는 전하지 않는다. 아마도 달콤한 맛, 고소한 기름 맛, 감칠맛이 아닐까.

삼치는 고등어와 마찬가지로 부레가 없고, 헤엄치면서 계속 아가미로 물을 흘려보내는 것으로 호흡을 대신한다. 그래서 물을 벗어나면 곧장 죽어버리고, 지방이 많은 생선이라 몇 시간 지나면 상해버린다. 냉동 기술이 발달하기 전에는 삼치회를 바닷가 사람들만 맛 볼 수 있었던 이유가 거기에 있다. 지금도 도시에서 신선한 삼치를 먹기 위해서는 잡은 즉시 피를 빼고 얼음에 채워서 운반해야 한다. 삼치는 대부분 회로 먹는다. 해남이나 진도, 완도 사람들은 주로 회로 먹는데, 활어회로 먹지 않고 숙성시켜서 선어회로 먹는다. 도시에서 흔히 한 마리가 통째로 밥상에 오르는 삼치구이는 사실은 삼치의 새끼인 ‘고시’다. 삼치조림과 큰 삼치토막을 사용하는 삼치구이는 성어를 사용한다. 10월부터 2월까지가 삼치 맛이 가장 좋다고 한다.

전어구이.
전어구이. 사진/ 박상대 기자

가을엔 강진 전어

가을철 대표 생선으로 전어가 있다. 전어는 전남지역 항구도시에서는 쉽게 마주할 수 있는 생선이다. 9월부터 시작해서 찬바람이 불 때까지 전어를 먹는다. 전어를 양식하는 양식장도 많이 있다. 어린 전어는 회를 떠서 먹는다. 얇게 회를 떠서 들깻잎에 쌈을 싸서 먹는다. 풋고추와 풋마늘, 된장을 넣고 쌈을 싸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식초와 고추장, 양파와 야채 등 갖은 양념으로 회무침을 만들어서 흰 쌀밥에 비벼 먹는다. 10월부터 잡히는 전어는 구이로 먹으면 더 맛있다. 도시 사람들은 전어구이를 젓가락으로 살을 발라 먹는데, 남도 사람들은 구운 전어를 통째로 들고 머리부터 베어 먹는다. 이유를 물었더니, 그래야 먹는 것 같고 더 맛있기 때문이란다. 강진 마량항에는 이즈음 전어구이 냄새가 진동한다.


<맛있는 해남여행> 

해남 고산윤선도유물전시관. 사진/ 박상대 기자
해남 고산윤선도유물전시관. 사진/ 박상대 기자

해남읍내 주변 여행지

해남에서 삼치회를 먹을 수 있는 곳은 해남읍내와 땅끝마을, 남창항, 우수영이다. 이곳에는 삼치회를 판매하는 횟집이 여러 곳 있다. 해남읍에서 가까운 여행지는 고산 윤선도 유적지가 있다. 고산의 선대 어른들이 살던 집과 유물전시관이 있다. 많은 여행객이 고택과 유물전시관을 둘러보고 발길을 돌리는데 마을 골목길을 돌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가을에는 더 정겨운 골목길을 마주할 수 있다. 그 이웃에 땅끝순례문학관이 있고, 큰길로 나와 좌회전하면 대흥사와 두륜산이 있다. 가을에 대흥사 입구에서 두륜산 케이블카를 타는 여정도 괜찮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