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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마을따라 마음따라] 멋과 흥이 있는 지리산 십승지, 남원 운봉
[마을따라 마음따라] 멋과 흥이 있는 지리산 십승지, 남원 운봉
  • 김수남 여행작가
  • 승인 2023.06.16 0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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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운봉은 정겨운 옛길을 품은 아름다운 산간마을이자, 판소리 동편제의 본향으로 통하는 국악의 성지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남원 운봉은 정겨운 옛길을 품은 아름다운 산간마을이자, 판소리 동편제의 본향으로 통하는 국악의 성지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여행스케치=남원] 산꾼들에게 운봉은 바래봉 철쭉으로 각인된 아름다운 산간마을이다. 걷기 여행자들에게 운봉은 정겨운 옛길을 품은 지리산 둘레길 최고 인기 코스로 기억된다. 국악을 사랑하는 마니아들에게 운봉은 판소리 동편제의 본향으로 통하는 국악의 성지다.

역사적으로 남원에 속했다 분리되기를 반복했던 운봉은 1914년 일제강점기 행정구역 개편 전만 하여도 남원군에 속하지 않은 독립된 고을이었다. 오늘날에는 인구 4천 명이 채 되지 않는, 읍 단위 지역으로도 규모가 작은 편이지만 그 이름은 남원만큼이나 인지도가 있고 존재감도 크다.

운봉을 새롭게 그리다, 지리산허브밸리
구름에 둘러싸인 봉우리란 지명이 말해주듯 운봉은 지리산 중턱에 위치한 고원지대이다. 해발 450~650m에 달하는 고지대이지만 분지를 이루고 있어 물이 풍부한 평야지대에서나 가능한 논농사가 전체 농경지의 77.2%나 되는 1,640ha에 이른다. 깊은 산속 마을임에도 땅이 기름지고 풍요로워 일찍이 예술과 문화가 발달하였다. 정감록의 십승지에도 당당히 그 이름을 올림으로써 어려운 세상에서도 환란을 피해 안락한 생활을 누릴 수 있는 피난지이자 이상향으로 손꼽혔다.

운봉의 지리적 특성을 살펴볼 수 있는 지리산허브밸리.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운봉의 지리적 특성을 살펴볼 수 있는 지리산허브밸리.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이국적인 열대식물에 눈길이 가는 열대식물원 내부 모습.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이국적인 열대식물에 눈길이 가는 열대식물원 내부 모습.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운봉의 지리적 특성을 잘 담아낸 명소가 바래봉 등산로 초입에 있는 지리산허브밸리다. 허브란 이름이 토속적인 것에 의미를 두는 사람들에겐 다소 이질적으로 느낄 수 있는데 지리산이 허락해준 산채나 약초들이 실상은 모두 허브들이다. 전체 규모가 75ha(22만 평)에 이르는 대규모 허브테마파크인데 2005년 남원이 지리산웰빙허브산업특구에 지정된 것이 탄생의 배경이 되었다.

주요 시설과 구성을 보면 열대식물원, 자생식물압화관 그리고 오헤브정원과 같은 다양한 콘셉트의 정원, 스카이트레일, 철쭉동산과 전망대 등으로 되어있다. 그중에서도 일찌감치 문을 연 자생식물압화관은 1,450여 종의 지리산 자생식물 중 400여 종의 초본류를 압화하여 전시해 놓은 곳이다. 꽃에서 뿌리까지 전초를 압화 해놓은 전시물들은 평소 지나치기 쉬운 우리 풀들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고 유익한 데다가 하나하나가 마치 한국화 작품을 보는 듯 아름답기도 하다.

구역 내에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열대식물원은 화려한 볼거리로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온실 안에서 여러 열대식물들을 감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언제라도 구석구석에서 고개를 내미는 꽃들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천정 높이 자란 이국적인 식물들은 방문객들로 하여금 탄성을 내지르게 만든다. 열대식물원 2층에는 아로마향을 체험할 수 있는 작은 카페가 들어섰다.

즐길거리도 많다. 구역을 한 바퀴 돌면서 안내를 하는 코끼리열차는 어린이나 노약자들이 좋아한다. 스카이트레일도 인기가 많은데 지상 3층 높이의 익스트림 스포츠 체험시설이다. 징검다리, 사다리, 밧줄, 짚라인 등 65개의 장애물 코스를 완주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안전벨트를 하고 하늘을 걷는 시간은 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30분에서 1시간 정도 소요된다.

지리산허브밸리 안을 돌아다니는 코끼리열차.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지리산허브밸리 안을 돌아다니는 코끼리열차.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지리산허브밸리에서 만나는 커다란 연인상 조형물.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지리산허브밸리에서 만나는 커다란 연인상 조형물.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가장 높은 곳에는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는데 운봉을 내려다볼 수 있는 탁 트인 조망이 시원하다. 전망대는 커다란 하트가 든든히 받치고 있는 모양새다. 남원은 춘향의 도시이고 사랑의 도시이다. 지리산허브밸리에도 곳곳에 사랑이 심어졌다. 사랑의 하트와 어우러진 전망대뿐 아니라 오헤브정원에 붙여진 이름도 히브리어 사랑(ohev)’에서 따왔다. 특히 압권은 매표소 지나 처음 만나는 커다란 연인상 조형물이다. 만개한 라벤다를 앞에 둔 키다리 연인은 이곳에서 가장 카메라 세례를 많이 받는 주인공이다.

자생식물압화관에서 볼 수 있는 곰취 압화.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자생식물압화관에서 볼 수 있는 곰취 압화.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판소리 동편제의 본향, 국악의 성지
지리산이 운봉의 자연이라면 판소리는 운봉의 문화다. 고래로 남원 출신 이름난 국악인이 여럿이다. 지리산 자락 황산 기슭에는 남원시에서 건립한 국악의 성지가 들어서 있는데 운봉 출신 국악인들의 가묘가 조성되어 있어서 눈길이 간다. 운봉 일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조망 좋은 묘역의 맨 위 자리에는 신라의 거문고 명인 옥보고의 무덤이 자리하고 있다. 옥보고는 지리산 운상원에서 50여 년간 거문고를 수련하였다는데 운상원이 바로 지금의 운봉지역이라고 한다.

옥보고 묘 바로 아래에는 가왕 송흥록(1780년경~1863)의 묘가 있다. 19세기 전반기에 활동했던 송흥록은 판소리의 중시조’, ‘동편제의 시조’, ‘가왕등의 수식어가 따라붙을 정도로 국악사에 큰 평가를 받고 있는데 국악의 성지 바로 아래 비전마을에서 태어났다.

국악의 성지 성인묘역. 옥보고와 송문가의 명창들이 모셔져 있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국악의 성지 성인묘역. 옥보고와 송문가의 명창들이 모셔져 있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콘셉트를 잘 살린 동편제마을 체험관.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콘셉트를 잘 살린 동편제마을 체험관.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송흥록의 묘 아래에는 무덤 3기가 나란히 있는데 송흥록의 동생 송광록과 송광록의 아들 송우용, 그리고 송우용의 아들 송만갑의 묘이다. 모두가 내로라하는 명창들이었다. 송씨 집안은 판소리 명창을 연이어 배출함으로써 우리나라에서 독보적인 명창 가문 송문을 이루었다.

국악의 성지는 선인묘역 외에도 국악전시체험관과 야외공연장, 혼자 소리 공부 할 수 있는 독공장 등을 갖춰서 국악을 전승, 발전시키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악의 성지 아래 비전마을에는 송흥록의 생가와 박초월의 생가가 함께 조성되어 있다. 운봉에서 태어난 송흥록뿐 아니라 박초월(1916~1983) 명창도 운봉에서 성장하였으니 비전마을을 동편제 탯자리라고 해도 지나침은 아니리라.

동편제는 애절하고 여성적인 느낌의 서편제에 비해 통성과 우조 성음이 사용되어 감정을 절제한 듯한 남성적인 느낌이 드는 판소리 유파로 주로 섬진강 왼편의 운봉, 구례, 순창 등지에서 발달한 판소리 창법이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파괴한 비석을 모아둔 황산대첩비지의 파비각.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파괴한 비석을 모아둔 황산대첩비지의 파비각.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비전마을에는 의미있는 역사 유적지가 한 곳 있다. 고려말인 1380(우왕 6)에 이성계 장군이 북상하던 왜군을 크게 무찔렀던 곳이 바로 이곳 황산이다. 고려사에는 당시 왜군의 수효가 아군보다 10배는 많았으나 겨우 70여 명만이 살아 도망쳤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의 대승이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조선 선조 10(1577)에 황산대첩비를 세웠는데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조선총독부가 이를 파괴하였고 1977년에 파편을 모아 다시 복원하였다.

황산대첩비를 구경하고 하천을 건너면 동편제마을이라 명명된 전촌마을이 나오는데 작은 산양농장이 있어 들러볼 만하다. ‘희망씨앗농장이라는 작은 간판이 정겨운 곳이다. 이곳에서는 산양유 요구르트 만들기, 먹이주기 체험과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주로 단체 방문객 위주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어서 개인 단위 여행객들은 특별한 입장료 없이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다. 축산학을 전공한 정영학 대표는 현재 2개 농장에 150여 마리의 산양을 키우며 산양유와 요거트를 생산하고 동물 교감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농장에서 키우는 산양은 유산양인 자넨종으로 성질이 온순하고 모양새도 귀여워서 어린이 체험 프로그램에 적합하다.

희망씨앗농장에서는 산양 먹이주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희망씨앗농장에서는 산양 먹이주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희망씨앗농장 산양 종이접기.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희망씨앗농장 산양 종이접기.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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