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호 표지이미지
여행스케치 5월호
[사진 맛집] 단단하게, 때론 우아하게
[사진 맛집] 단단하게, 때론 우아하게
  • 정은주 여행작가
  • 승인 2023.07.13 08: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행스케치=서울] 사진 속에서 바위와 돌들이 주인공이 되는 일은 무척 드물다. 산과 바다에서 찾은 이색적인 포토 스폿들.

한풀선사가 하나하나 돌을 쌓아 만든 삼성궁의 모습.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한풀선사가 하나하나 돌을 쌓아 만든 삼성궁의 모습.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거대한 암석 사이로 돌계단이 나 있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거대한 암석 사이로 돌계단이 나 있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연못과 성벽, 나무가 한 세트인 포토 스폿.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연못과 성벽, 나무가 한 세트인 포토 스폿.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바위로 만든 성전
하동 배달성전 삼성궁

지리산을 굽이굽이 돌아 해발 850m 고지에 올라서면 수십 년간 돌과 바위를 쌓아 만든 경이로운 성전이 나타난다. 삼성궁은 민족 고유의 정신과 혼을 계승하고 알리기 위해 한풀선사가 고조선 시대의 소도를 복원한 수행 도량이다. 환인과 환웅, 단군을 모시고 있는 공간은 마치 신화와 전설이 살아 있는 다른 차원의 세계처럼 보인다. 매년 10월마다 이곳에선 고조선이 건국된 날을 기념한 개천대제가 열린다.

무엇보다 수행자들과 더불어 50여 년간 폐허가 된 원시림에 직접 돌을 날라다 세운 솟대와 돌탑, 성벽들이 감탄사를 자아낸다. 산의 정기를 품은 연못이 영롱하게 빛나고 바위에 새겨진 상형문자들이 고대의 시간으로 이끈다. 그야말로 배경이 열일하는 곳. 셔터를 누르는 대로 멋진 장면들이 쏟아져 나오니 어디서든 카메라를 들지 않을 수 없다. 사진 찍는 맛이 절로 나는 아름다운 명소다.

INFO
주소 경남 하동군 청암면 삼성궁길 86-15
입장료 어른8,000, 청소년 5,000, 어린이4,000
문의 055-884-1279

인스타 사진 명소로 떠오른 별방진 성벽.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인스타 사진 명소로 떠오른 별방진 성벽.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하도 포구를 빛내는 무지개 빛깔 경계석.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하도 포구를 빛내는 무지개 빛깔 경계석.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성벽 너머엔 푸른 바다
제주 별방진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쌓은 성벽이 인스타 감성의 사진 명소로 탈바꿈했다. 동쪽의 작고 소박한 어촌인 하도리 마을에 있는 별방진은 도지정 기념물 제24호로 제주 성곽들 중 비교적 원형이 잘 남아 있는 역사적 자료이다. 원래 김녕 해안에 구축된 방호소를 옮겨온 것이기에 별도의 방어 진지라는 뜻에서 별방진이 되었다는 설이 있는데 이름에 얽힌 유래가 어찌 되었든 입에서 굴러가는 소리가 매력적이다.

검은 현무암을 빈틈없이 쌓아 올린 높은 벽을 오르면 하도 포구가 지척에 내려다보인다. 둘레가 1km 남짓한 성곽은 긴 타원을 그리며 마을을 둘러싸고 있다. 근래 보수를 했다지만 앞으로도 100년은 더 갈 것처럼 느껴진다. 성벽 위에서 사진을 찍을 땐 곡선을 이룬 지점이 포토 스폿이 된다. 오전에는 역광이 되기 때문에 오후 시간에 방문해야 파란 하늘이 돋보이는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포구 앞에 늘어선 무지개 빛깔 경계석도 놓치면 아쉽다.

INFO
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3354

돌탑 사이마다 작은 불상들이 들어앉아있는 천불천탑.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돌탑 사이마다 작은 불상들이 들어앉아있는 천불천탑.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돌탑이 품은 불상
합천 천불천탑

합천 허굴산 중턱에는 용탑 스님이 10여 년에 걸쳐 만든 돌탑들이 즐비하다. 판돌과 기둥 돌을 켜켜이 쌓아 올린 형태가 일반적인 돌탑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돌탑 사이에 생긴 빈 공간에는 작은 불상들을 모셔 놓았다. 하나같이 자애로운 표정을 짓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돌탑 주변에 경건한 분위기가 감돈다. 이런 돌탑이 하나만 있어도 놀라울 텐데 천불천탑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산길을 따라 끝도 없이 늘어서 있다. 우직하게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바위들이 참선을 수행하는 스님들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돌계단을 올라 탑 아래를 지나가는 기분은 더욱 묘하다. 속세를 벗어나 해탈에 이르는 마음이 이러할까. 잠깐이나마 머릿속이 잡념 하나 없이 깨끗하게 비워진 느낌이다. 짙은 녹음을 배경 삼아 줄지어 선 불탑 앞에 자리를 잡아 보자. 카메라에 파노라마 기능이 있다면 더욱 웅장한 분위기를 표현할 수 있다.

INFO
주소 경남 합천군 가회면 월계리 산 88

국내 유일한 피라미드형 석릉인 전구형왕릉.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국내 유일한 피라미드형 석릉인 전구형왕릉.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아치형 다리 위에서 커플샷을 남기기 좋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아치형 다리 위에서 커플샷을 남기기 좋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가야국 마지막 왕의 돌무덤
산청 전구형왕릉

푸른 산과 맑은 물이 흐르는 산청에 신비로운 돌무덤이 숨어 있다. 이곳에선 시간이 거꾸로 흐른다. 삼국 시대가 열리기 전인 먼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역사서 귀퉁이에 한 줄 문구로 남은 가락국의 자취를 찾을 수 있다. 가락국의 마지막을 이끈 구형왕은 전쟁으로 백성들이 고통받게 될 것을 염려해 신라에 왕위를 넘겨주는 대신 이들의 안위를 지켰다고 한다. 하지만 나라를 구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자신의 무덤은 일반적인 왕릉이 아닌 돌을 쌓아 올리라는 유언을 남긴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전구형왕릉이다. 국내 유일한 피라미드형 석릉이다.

산기슭 경사면에 작은 암석들을 층층이 쌓은 무덤 앞에 서면 망국의 왕릉이라는 처연함과 백성을 먼저 생각한 임금의 마음이 동시에 느껴진다. 왕릉에 닿으려면 작은 계곡에 놓인 아치형 돌다리를 건너야 한다. 단단한 다리는 과거와 현재를 영원토록 이어 줄 것처럼 보인다. 언제까지나 곁에 있고픈 연인들의 약속 같은 사진을 남겨보자.

INFO
주소 경남 산청군 금서면 구형왕릉로 92-12
문의 055-970-6443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