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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이달의 테마여행] 하늘과 땅이 만나는 지평선의 고장, 김제의 가을이 익어갑니다
[이달의 테마여행] 하늘과 땅이 만나는 지평선의 고장, 김제의 가을이 익어갑니다
  • 민다엽 기자
  • 승인 2023.09.13 08: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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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유일하게 지평선을 볼 수 있는 전북 김제로 가을 여행을 떠나가봤다. 사진 / 민다엽 기자
국내에서 유일하게 지평선을 볼 수 있는 전북 김제로 가을 여행을 떠나봤다. 사진 / 민다엽 기자

[여행스케치=김제] 온통 파릇파릇했던 것들이 조금씩 황금빛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타박타박 지평선을 향해 걷는 길 위에는 산들산들한 바람이 지나고, 눈길이 닿는 곳마다 몸과 마음이 말랑말랑해지는 뭉근한 풍경이 펼쳐진다. 김제의 가을이 익어가는 중이다.

끝을 알 수 없는 넓은 평야가 펼쳐진 김제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지평선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지평선 너머로 저무는 새빨간 노을과 하늘거리는 들판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절로 풍요로워진다.

지평선의 고장김제평야
전라북도 김제와 군산, 익산, 완주에 걸쳐 드넓게 펼쳐진 평야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곡창지대로 유명하다. 서해로 흘러드는 동진강과 만경강 유역에 발달된 이 일대는 김제평야 또는 만경평야라고 불린다. 이른바 우리나라에서 가장 풍요로운 지역으로 꼽히는 호남평야의 중심지가 바로 이곳이다.

2023 지평선 축제가 열릴 벽골제 전경. 사진 / 민다엽 기자
2023 지평선 축제가 열릴 벽골제 전경. 사진 / 민다엽 기자
올해 축제 슬로건은 '안다米로'다. '그릇이 넘치도록 많이'란 뜻의 순우리말. 사진 / 민다엽 기자
올해 축제 슬로건은 '안다米로'다. '그릇이 넘치도록 많이'란 뜻의 순우리말. 사진 / 민다엽 기자
벽골제 쌍용 조형물. 사진 / 민다엽 기자
벽골제 쌍용 조형물. 사진 / 민다엽 기자

김제지역은 예부터 우리나라 최대의 벼농사 지역으로 일찍부터 우수한 농경문화를 꽃피워 왔다. 그와 반대로 가슴 아픈 수탈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김제의 드넓은 평야를 주 무대로 일제강점기 40여 년간의 민족 수난과 투쟁을 처절하게 그려낸 조정래 작가 소설 <아리랑>의 배경지이기도 하다.

비옥한 토양과 풍부한 수량 등 훌륭한 농경의 조건을 갖춘 김제는 오랫동안 우리나라 벼농사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다. 백제시대에는 우리나라 최대의 수리 시설인 벽골제를 축조하여 김제는 물론 주변 지역에 농업용수를 공급했다.

김제 농경문화의 꽃, 벽골제 그리고 지평선 축제
3km에 달하는 거대한 벽골제는 노령산맥의 중복인 모악산과 구성산 등에서 발원한 풍부한 물을 거대한 수로를 통해 보관했다가 농업용수로 사용하는 데 이용했다. 과거 고대 도시의 경쟁력이 농업을 기반으로 했다는 점으로 미뤄봤을 때 김제, 그리고 벽골제가 갖는 가치는 단순히 저수지, 그 이상의 가치를 지녔다고 볼 수 있다.

세계인 대동 연날리기 체험. 사진 / 김제시청
세계인 대동 연날리기 체험. 사진 / 김제시청
지평선 축제에세 우마차를 타고 코스모스 길을 여행할 수 있다. 사진 / 김제시청
지평선 축제에세 우마차를 타고 코스모스 길을 여행할 수 있다. 사진 / 김제시청
외국인 여행자들의 벼 수확 체험. 사진 / 김제시청
외국인 여행자들의 벼 수확 체험. 사진 / 김제시청

벽골제의 규모에 대해서는 문헌마다 조금씩 차이가 난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흘해이사금 21(330) 비로소 벽골제를 개척하니 그 둑의 길이가 1,800보라.”라는 기록이 있다. <태종실록>에는 장() 7,196척이라 하였으며, <동국여지승람>에는 제지장(堤之長) 6843척이라 하였다. 이는 당시 쓰던 단위가 서로 달랐을 뿐 결국엔 3.245~3,362m임을 확인할 수 있다. 1975년 벽골제 발굴 작업 당시 실측 결과는 3,300m로 고대 문헌의 기록과 일치한다.

이처럼 유구한 농경문화의 역사성과 중요성을 간직하기 위해 벽골제 일원에서는 매년 10지평선 축제를 열어 풍요로운 김제의 가을을 많은 사람과 나눈다. 매년 100만 명이 다녀갈 정도로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대표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올해로 25회째를 맞은 김제 지평선 축제는 오는 105일부터 9일까지 벽골제 일원에서 열린다.

지평선 축제 야간 프로그램 횃불 퍼레이드. 사진 / 김제시청
지평선 축제 야간 프로그램 횃불 퍼레이드. 사진 / 김제시청
화려한 공연이 저녁까지 이어진다. 사진 / 김제시청
화려한 공연이 저녁까지 이어진다. 사진 / 김제시청

도롱이 워터터널, 황금 들녘 우마차 체험 등 농경문화의 특성을 살린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과 대한민국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의 에어쇼, 야간에는 벽골제 횃불 퍼레이드와 지평선 판타지쇼&드론쇼 등 화려한 이벤트도 진행된다. 또한 벽골제를 비롯해 금산사와 금평저수지, 아리랑문학마을, 망해사 등 주요 관광지 투어를 연계해 다양한 즐길 거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어머니의 품 안처럼 평온한 금산사
계곡에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미륵신앙의 성지로 꼽히는 금산사로 발걸음을 옮긴다. 울창한 숲길을 사부작사부작 걷다 보니 어디선가 스님의 염불 외는 소리가 귓가에 들려온다. 법당 안에서 흘러나오는 청명한 목탁 소리와 나지막이 읊조리는 염불에 왠지 모르게 마음이 차분해진다. 귓가를 스치는 바람도 한층 시원해진 것이 참 기도하기 좋은 날이다.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용기 내어 미륵장육상 앞에 무릎 꿇고 앉아 가만히 합장을 해본다. 높이 11.82m의 거대한 미륵상 앞에서 잔뜩 주눅 든 것도 잠시, 가만히 부처의 미소를 바라보고 있자니 복잡한 마음의 실타래가 소리 없이 풀어지는 느낌이다. 모든 감각을 열고 모악산에서 만나는 다양한 소리에 귀 기울이며 이 순간을 음미했다.

금산사는 1,400여 년 동안 수많은 고승을 배출한 도량이다. 사진 / 민다엽 기자
금산사는 1,400여 년 동안 수많은 고승을 배출한 도량이다. 사진 / 민다엽 기자
누군가의 소망. 작은 마음들이 애틋하다. 사진 / 민다엽 기자
누군가의 소망. 작은 마음들이 애틋하다. 사진 / 민다엽 기자

김제의 동쪽 끝 모악산(母岳山) 자락에 있는 금산사는 미륵신앙의 성지로 꼽히는 유서 깊은 사찰이다. 금산사는 백제시대 창건되었으며 통일신라시대 진표율사가 중창하여 1,400년의 역사를 지금껏 이어오고 있다. 조선시대 임진왜란 당시에는 호국 사찰의 역할을 다한 곳이기도 하다.

현재 국보 제62호인 금산사 미륵전을 비롯해 고려시대 보물(김제 금산사 오층 석탑)과 조선 후기 목조 건축 등 11점의 국가 지정 문화재가 보존되어 있어 역사·문화적으로도 높은 가치를 지닌다.

대한민국 보물 제25호 김제 금산사 오층 석탑. 사진 / 민다엽 기자
대한민국 보물 제25호 김제 금산사 오층 석탑. 사진 / 민다엽 기자
미륵전의 웅장한 모습. 사진 / 민다엽 기자
미륵전의 웅장한 모습. 사진 / 민다엽 기자

미륵전을 뒤로하고 대적광전, 대장전, 나한전을 둘러보는 동안은 화사한 때깔에 한 번 더 눈이 열린다. 사찰 중앙에 선 커다란 배롱나무를 비롯해 곳곳에 이름 모를 들꽃들이 고개를 빼꼼 내민다. 봄이면 벚꽃이, 여름이면 녹음이, 가을이면 온통 단풍으로 물들겠구나. ‘모악산(母岳山)’이 품은 금산사의 모습은 어머니의 품처럼 평온했다.

모악산의 마르지 않는 물, 금평저수지
금산사에서 내려오면 드넓게 펼쳐진 금평저수지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모악산에서 내려오는 물줄기로 인해 사시사철 마르지 않는 저수지라고 한다. 특히 저수지를 끼고 증산교본부를 비롯한 대순진리회 등 각종 신흥종교단체가 운집해 있어 독특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금평저수지 전경. 저수지를 끼고 다양한 종교 단체가 자리 잡고 있다. 사진 / 민다엽 기자
금평저수지 전경. 저수지를 끼고 다양한 종교 단체가 자리 잡고 있다. 사진 / 민다엽 기자
드라이브 코스로도 아주 좋다. 사진 / 민다엽 기자
드라이브 코스로도 아주 좋다. 사진 / 민다엽 기자

왜 하필 이곳에 이처럼 많은 종교단체가 모여 있을까? 모악산은 예부터 억압받고 소외당한 이들을 품어온 곳이었다고 한다. 옳고 그름을 떠나 민중들과 함께했던 수많은 믿음도 품은 곳이 바로 모악산이라는 것. 실제로도 금산사(불교), 금산교회(개신교), 수류성당(천주교), 원평교당(원불교) 4대 종단을 비롯해 증산법종교본부, 대순진리회, 동곡약방, 만유사, 월명암 등의 종교 시설이 몰려 있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비록 믿음은 서로 다를지언정, 이토록 아름다운 순례길을 따라 걸으며 느낄 수 있는 감정은 모두 같은 마음일 것임을.

수변 데크길을 따라 가볍게 산책하기 좋다. 사진 / 민다엽 기자
수변 데크길을 따라 가볍게 산책하기 좋다. 사진 / 민다엽 기자
산책로에 꽃이 만발했다. 사진 / 민다엽 기자
산책로에 꽃이 만발했다. 사진 / 민다엽 기자

강과 바다, 평야를 바라보는 작은 사찰, 망해사
김제의 서쪽 끝, 하늘과 땅, 그리고 바다가 만나는 진봉면 심포리에는 망해사라는 작은 사찰이 있다. 금산사나 여타 사찰에 비해 규모는 작아도 1589년 창건된 43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아름다운 사찰이다. 망해사를 중심으로 전면에는 서해와 만경강이 만나는 새만금이 펼쳐지고 사찰 뒤편의 전망대에 오르면 풍요로운 김제평야와 저 멀리 고군산군도까지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담장 너머로 강과 바다의 탁 트인 전망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확 뚫리는 듯하다. 특히 해질 무렵 환상적인 낙조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수령 400년이 넘은 망해사 팽나무. 사진 / 민다엽 기자
수령 400년이 넘은 망해사 팽나무. 사진 / 민다엽 기자
망해사는 작지만 유서 깊은 사찰이다. 사진 / 민다엽 기자
망해사는 작지만 유서 깊은 사찰이다. 사진 / 민다엽 기자

사찰 전면에는 조선시대 선조 22년 진묵대사가 창건했다는 낙서전과 그 역사를 함께 한 팽나무가 웅장한 모습을 뽐낸다. 전라북도 기념물로 지정된 망해사 팽나무의 수령은 약 400년 이상으로 추정되며 높이는 무려 21m에 달한다. 스님들이 생활하는 작은 사찰이다 보니, 아무래도 큰 소리를 내거나 사진 촬영 등에 있어서는 비교적 보수적인 편. 되도록 조용하게 운치를 만끽해 보자. 이 밖에도 늦가을 억새의 낭만을 느껴볼 수 있는 새만금바람길을 걸어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새만금 간척지의 억새길을 따라 약 10km를 걷는 트래킹 코스로 진봉면사무소에서 출발해 망해사를 지나 심포항까지 연결된다.

탁 트인 전경이 압권인 망해사. 사진 / 민다엽 기자
탁 트인 전경이 압권인 망해사. 사진 / 민다엽 기자
만경강에 윤슬이 반짝이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사진 / 민다엽 기자
만경강에 윤슬이 반짝이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사진 / 민다엽 기자

석양이 아름다운 심포항
뉘엿뉘엿 저무는 노을에 물든 심포항의 풍경은 쓸쓸한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적막감마저 감돈다. 김제의 가장 끄트머리, 만경강 하구에 있는 심포항은 불과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100여 척이 넘는 어선이 드나들던 큰 어항이었으나, 연안 어업의 쇠퇴와 새만금방조제 공사로 인해 현재는 역사의 뒤안길로 접어드는 중이다. 문을 닫은 상점이나 운항을 멈춘 낚싯배들도 여럿 보인다.

심포항에는 어선이 많이 드나들고 있다. 사진 / 민다엽 기자
심포항에는 어선이 많이 드나들고 있다. 사진 / 민다엽 기자
심포항은 만경강과 서해가 만나는 끝자락에 자리 잡고 있다. 사진 / 민다엽 기자
심포항은 만경강과 서해가 만나는 끝자락에 자리 잡고 있다. 사진 / 민다엽 기자
심포항에서 장엄한 해넘이 광경을 볼 수 있다. 사진 / 민다엽 기자
심포항에서 장엄한 해넘이 광경을 볼 수 있다. 사진 / 민다엽 기자

예전에는 우리나라 백합 생산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성황을 누렸다고 하지만, 현재는 철새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만경강 하구 습지에서는 다양한 철새들이 노니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살펴볼 수 있다. 게다가 찾는 사람이 적으니 조용히 노을 감상하기에도 그만이다. 바다를 끼고 조성된 산책로를 따라 시시각각 물들어 가는 서쪽 하늘을 감상하다 보면 어느새 김제 여행도 마무리된다.

Travel Tip

순금을 찾아 떠나는 보물캠 애플리케이션. 사진/ 민다엽 기자

김제 여행을 더욱 풍성하고 재미있게!
김제의 황금벼를 찾아라

오는 109일까지 김제시 대표 관광 명소 5곳에서 순금 1(5)’을 제공하는 보물찾기이벤트가 진행된다. 보물은 순금 외에도 쌀 10kg(30), 기프티콘 1만원(150), 김제 굿즈 티셔츠(50)등 다양하게 마련돼 있다. 김제를 찾는 여행자들은 보물캠()’을 내려받아 이벤트 페이지를 확인한 뒤, 지평선 축제가 열리는 벽골제를 포함해 금산사 심포항 향교 동헌 일대 수변공원에서 숨겨진 보물을 찾으면 된다. 보물을 찾는 방법은 보물캠을 켜고 돌아다니다 보면 보물을 찾았다는 메시지가 뜨는데, 그때 핸드폰을 움직여 보물 상자를 찾아 사진 촬영 버튼을 누르면 보물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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