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밀양] 밀양은 그 땅에서 나고 자란 선비의 기풍을 닮아 번잡하지 않고 호젓하다. 밀양강을 바라보며 우뚝 선 영남루의 색 바랜 단청은 자연의 빛깔을 닮아 있었고, 선조들의 기품 있는 춤사위에선 호쾌함과 자유스러움이 동시에 묻어난다. 울긋불긋한 위양지의 가을은 촉촉하게 마음을 적신다.

소박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담다, 위양지
이 가을을 담기에 너무도 아름다운 장소. 밀양 부북면에 있는 위양지는 무려 신라시대에 만들어진 농업용 저수지로 위량(位良), 즉 ‘백성을 위한다’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못 가운데는 총 5개의 크고 작은 섬이 있고 둘레는 1km 남짓이다. 그 특유의 아름다움과 고즈넉한 분위기로 예부터 선비와 문인들이 즐겨 찾았던 장소였다고 한다.

위양지는 밀양을 여행한다면 놓치면 안 될 장소로 사시사철 연못에 반사된 아름다운 반영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특히 매년 5월이면 작은 눈송이가 휘날리는 듯한 이팝나무가 장관을 이룬다. 가을이면 울긋불긋한 단풍과 연못에서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한데 어우러져 촉촉한 가을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이른 아침 간지러운 흙길을 따라 연못을 한 바퀴 돌아본다. 연못의 유려한 곡선과 때 묻지 않은 소박한 자연의 아름다움이 눈앞에 선하다. 걷는 동안에는 울긋불긋한 가을 단풍과 귓가를 적시는 물소리, 가는 길목마다 꽃잎 보드라운 야생화가 소담스러운 자태를 뽐낸다.

못 한가운데 있는 고즈넉한 분위기의 ‘완재정’이 눈에 띈다. 이곳은 안동 권씨 집안의 정자로 안동 권씨 위양 종중의 입향조인 학산 권상변을 추모하기 위해 1900년 후손들이 세운 것이다. 조선 중기 권상변은 위양지의 아름다움에 반해 이곳에 정자를 세우고 싶어 했었는데, 그 뜻을 이루지 못하였고 250년이 지난 후에야 후손들이 이 섬에 정자를 지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완연하게 있다’라는 뜻을 가진 완재정은 이름처럼 사방 어디에서 바라봐도 그 존재감이 뚜렷하다. 잔잔한 연못에 비친 파란 하늘과 울창한산, 그리고 단풍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풍경을 선사한다. 특히 일교차가 심한 날에는 연못에서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더해져 한층 몽환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밀양의 전통춤을 한 자리에서, 선비풍류공연
경남 밀양시에서 전해지는 전통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흥겨운 공연이 열린다. ‘2023 밀양방문의 해’를 맞이해 밀양시 교동 한옥마을에 있는 예림서원에서 매주 토요일 오후 3시에 ‘밀양 선비풍류 공연’이 열린다. 공연은 1회당 총 여섯 종류의 전통 공연 중 4개의 공연이 진행된다. 더불어, 선비풍류 공연과 함께 한복 복식 체험과 한옥 문화 체험 등도 즐길 수 있다. 가격은 무료다.

먼저, ‘밀양새터가을굿놀이’는 경남 밀양지역에 새터라는 마을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민속놀이로 가을마당이 끝나고 추수감사행사로 행해지는 민속놀이이다. 이 놀이는 서낭신에게 추수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풍년을 기원하는 데 의의가 있다. 추수를 마친 햇곡식을 서낭신에게 바치고 재래의 농기구가 총 망라된다는 특징이 있다.

공중에서 휙휙 칼을 휘두르는 ‘밀양 검무’도 매력적인 춤사위다. 밀양 검무는 18세기(조선시대) 응천교방에서 전승된 밀양의 대표적인 전통춤으로 양손에 장검을 들고 날렵하게 움직이는 춤사위다. 밀양 출신의 관기인 운신에 의해 처음 추어지기 시작해 조선 정조 때는 한양까지 진출할 정도로 검무에 능했다고 한다. 18세기 말 검무를 추는 한양 기생들은 모두 그녀의 제자였다는 말도 전해진다.

또한 맛깔스러우면서도 역동적이며 남성적인 멋이 넘치는 ‘밀양양반춤’도 눈여겨볼 만하다. 밀양 특유의 가락과 몸짓에서 우러나는 호쾌하고 자유스러움이 인상적인 덧배기춤. 이 밖에도 밀양아리랑 토속소리와 밀양백중놀이의 범부춤과 양반춤 그리고 농사짓는 모습을 동작화하여 결합한 ‘아리랑동동’, 덧배기 장단을 타고 흥겹게 노는 ‘밀양북춤’, 문충공 점필재 김종직 선생의 도학 사상을 선양하기 위해 선비정신과 아리랑 정신을 결합한 ‘점필재 아리랑’ 등 흥겨운 공연이 연이어 이어진다.

공연장인 예림서원 주변에는 1900년대 지어진 교동마을의 고가(한옥)들도 만날 수 있다. 규모가 크진 않아도 우리나라 고유 건축양식과 선조들의 삶을 엿볼 수 있다.

우리나라 3대 누각, 영남루
밀양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영남루는 흔히 진주 촉석루와 평양 부벽루와 함께 우리나라 3대 누각으로 손꼽힌다. 밀양 8경 가운데 제1경에 해당하며 밀양 여행의 시작점이라고 볼 수 있다. 신라시대에 있던 영남사 절터에 지어진 영남루는 임진왜란 때 소실되어 1844년에 새로 지은 것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영남루는 조선 후기의 뛰어난 건축미와 자연과의 조화가 돋보이는 ‘우리나라 전통 누각의 진수’로 평가받는다. 굵직한 기둥으로 누마루를 높여 웅장하면서도 시원시원한 느낌이 인상적이다. 이 아름다움에 반해, 한때는 내로라하는 문인들의 시와 글을 새긴 현판이 300개나 걸려있었다고 한다. 현재는 누각 안쪽에 6개의 현판이 남아있다.

화려하게 재탄생 한 밀양 사람 이야기들, 가을 밀양강 오딧세이
영남루에서 내려다본 밀양의 풍경도 아름답지만, 화려하게 조명을 밝힌 영남루의 야경은 더욱 낭만적으로 다가온다. 특히 봄과 가을에는 영남루 건너편 밀양강 둔치 공원에서 영남루를 배경으로 다양한 축제들이 개최되어 한층 즐거운 여행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오는 10월 13~15일까지 사흘간 ‘가을 밀양강 오딧세이’가 열려 밀양의 밤을 아름답게 물들일 예정이다. 밀양강 오딧세이는 밀양에서 주최하는 가장 큰 연례행사로 1,500여 명의 출연진이 참여하는 문화·예술 페스티벌이다. 오랜 밀양의 역사를 비롯해, 신라 경덕왕부터 사명대사, 김종직, 김원봉 등 밀양을 대표하는 인물들을 배경으로 스펙타클한 쇼가 매일 밤 펼쳐질 예정이니 놓치지 말아야겠다.

민다엽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