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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월드 트래블] 여행에 여행을 더하다, 레이오버로 즐기는 암스테르담 스몰 여행
[월드 트래블] 여행에 여행을 더하다, 레이오버로 즐기는 암스테르담 스몰 여행
  • 송윤경 여행작가
  • 승인 2023.10.16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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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고 굵게 즐기기 좋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소개한다. 사진 / 송윤경 여행작가
짧고 굵게 즐기기 좋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소개한다. 사진 / 송윤경 여행작가

[여행스케치=암스테르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짧고 굵게 즐기기 좋다. KLM 네덜란드 항공에서 운영하는 인천-암스테르담 노선이 주 7회 운항해 언제든 떠날 수 있다. 또 별도의 신청 없이 공항 밖으로 나갈 수 있고, 시내까지 기차로 20분이면 도착한다. ‘레이오버로도 알차게 즐길 수 있는 암스테르담을 미리 만나보자.

해외여행을 갈 때 직항 노선이 없는 여행지로 떠나거나 여행경비를 줄여보려고 저렴한 항공권을 선택한 경우, 1회 이상 비행기를 갈아타게 된다. 이때 레이오버(Rayover)’를 경험한다. 항공편 경유지에서 24시간 이내로 머무는 경우다.

165개의 운하를 타고 흐르는 일상의 낭만
인천에서 출발한 비행기는 오전 520분에 암스테르담 스히폴 공항에 도착한다. 기차로 이동해 중앙역을 나서면 아직 잠에서 깨지 않은 고요한 도시를 만난다. 쉬지 않고 흐르는 운하를 따라 걷는다. 강이 바다로 가는 수순처럼 자연스러운 일이다. 165개의 수로가 도시 대부분을 통과하고 있어서다.

17세기에 만들어진 암스테르담의 운하. 물길을 따라 이어진 건물 파사드가 매력적이다. 사진 / 송윤경 여행작가
17세기에 만들어진 암스테르담의 운하. 물길을 따라 이어진 건물 파사드가 매력적이다. 사진 / 송윤경 여행작가
암스테르담에서 보트는 흔한 이동수단이다. 사진 / 송윤경 여행작가
암스테르담에서 보트는 흔한 이동수단이다. 사진 / 송윤경 여행작가
한적한 운하를 즐기는 암스테르담 사람들은 여행자에게 하나의 풍경으로 다가온다. 사진 / 송윤경 여행작가
한적한 운하를 즐기는 암스테르담 사람들은 여행자에게 하나의 풍경으로 다가온다. 사진 / 송윤경 여행작가

네덜란드는 국토 대부분이 해수면보다 낮거나 해발 1미터인 저지대라서 홍수나 해일 피해가 크다. 암스테르담도 그렇다. 암스텔(Amster)강과 둑을 뜻하는 담(Dam)의 합성어로 강에 둑을 쌓아 만든 간척지다. 질척한 땅에서 물을 빼기 위한 배수시설로 건설된 운하는 도시 곳곳에 거미줄처럼 얼기설기 얽혀있다. 약한 지반 탓에 다닥다닥 이어진 건물들, 금방이라도 동화 속 소녀가 창문을 열고 손을 흔들 것만 같은 삼각형 지붕 아래 다락방들, 운하를 따라 보트를 타거나 친구와 물가에 앉아 다정한 시간을 보내는 시민들. 운하를 걷는 것만으로 암스테르담 사람들의 일상을 진하게 느껴볼 수 있다.

이러한 지리적 특성은 동화 <한스 브링커(Hans Brinker)>를 탄생시켰다. 제방에 난 구멍을 막아 마을을 구한 소년의 이야기다. 아무리 동화라 해도 재해를 막기 위해 만든 댐을 어린아이의 팔로 막았다니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거친 바다에 맞서 삶의 터전을 개척한 그들의 숭고한 의지를 소년의 모습으로 형상화한 것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운하를 걷는 것만으로 암스테르담 사람들의 일상을 느껴볼 수 있다. 사진 / 송윤경 여행작가
운하를 걷는 것만으로 암스테르담 사람들의 일상을 느껴볼 수 있다. 사진 / 송윤경 여행작가

네덜란드 회화의 거장들을 만나다
17세기 네덜란드는 무역으로 얻은 풍요로 황금시대를 누렸다. 나라가 부유해지자 예술 활동도 활발해졌는데 유럽 전역에서 유행한 르네상스 미술과는 달랐다. 신화나 성서 이야기 대신 부자 상인의 초상이나 시민의 일상생활을 그리는 상업 미술이 발달했다. 네덜란드 화가 렘브란트(Rembrandt Harmenszoon van Rijn)는 그런 면에서 대표적인 예술가였다. ‘인간의 영혼을 그리는 초상화가로 알려져 많은 작품을 남겼다. 그림을 팔아 모은 돈으로 당시 부촌이었던 요덴브레이스트라트(Jodenbreestraat)에 집을 샀으나 튤립 투기로 말년에 파산해 쫓겨났다. 수많은 걸작을 탄생시킨 이곳은 현재 렘브란트 하우스 박물관으로 변신했다. 내부에는 그의 작업실을 비롯해 200여 점의 판화, 소묘작품 등을 전시하고 있다.

1480년에 지어진 종탑 문토렌. 사진 / 송윤경 여행작가
1480년에 지어진 종탑 문토렌. 사진 / 송윤경 여행작가
네덜란드는 입헌군주제 국가로 암스테르담 왕궁은 왕실의 영빈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사진 / 송윤경 여행작가
네덜란드는 입헌군주제 국가로 암스테르담 왕궁은 왕실의 영빈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사진 / 송윤경 여행작가
왕궁 앞 담 광장에선 관광객과 현지인이 모여 행위예술을 하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다. 사진 / 송윤경 여행작가
왕궁 앞 담 광장에선 관광객과 현지인이 모여 행위예술을 하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다. 사진 / 송윤경 여행작가

렘브란트의 주요 작품은 암스테르담 국립박물관에서도 만날 수 있다. 대표작인 <야간순찰>은 시민 민병대의 단체 초상화다. 일렬 배치로 그리던 동시대 그림과 달리 다양한 회화적 구도로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빛과 어둠으로 만든 뛰어난 공간감은 관람객마저 대장의 출정 명령을 기다리는 대원으로 만드는 듯하다. 국립박물관에는 렘브란트 외에도 거장들의 작품이 모여 있다. 따뜻한 시선으로 작품을 그린 피테르 브뢰헬(Pieter Bruegel)은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담은 풍속화를, 유쾌함을 묘사하는 작가 프란츠 할스(Frans Hals)는 웃는 얼굴의 초상화를 화폭에 담았다. 정적인 순간을 그리는 요하네스 베르메르(Johannes Vermeer)의 작품 <우유를 따르는 여인>도 만날 수 있다. 허름한 부엌 창가에 선 여인은 집중한 얼굴로 우유를 따르고 있다. 베르메르 특유의 세밀하고 사실적인 표현 덕분에 조금씩 흐르는 한 줄기 우유를 숨죽이고 바라보게 한다.

국립미술관에선 네덜란드 회화의 거장들을 만날 수 있다. 사진 / 송윤경 여행작가
국립미술관에선 네덜란드 회화의 거장들을 만날 수 있다. 사진 / 송윤경 여행작가
국립미술관 앞 정원에는 일정 기간 한 작가의 조각품으로 꾸며져 감상하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사진 / 송윤경 여행작가
국립미술관 앞 정원에는 일정 기간 한 작가의 조각품으로 꾸며져 감상하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사진 / 송윤경 여행작가

자유로운 영혼, 반 고흐를 위한 미술관
예술 기행에 관심이 있다면 국립박물관 앞 반 고흐 미술관도 반드시 들러야 한다. 네덜란드 대표 인상파 화가인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는 밝고 강렬한 색채와 물감을 두껍게 칠해 질감 효과를 내는 기법으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화가다. ‘살아있는 동안 단 한 점의 그림을 팔았을 뿐이라는 비운의 역사와 달리, 1973년 문을 연 반 고흐 미술관은 매년 150만 명의 관광객을 불러 모은다.

본관 1층과 2층에 200여 점의 회화 작품이, 3층엔 500여 점의 소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관람객이 화풍의 변화를 이해하도록 생애 흐름대로 작품을 배치했다. 초기 작품인 <감자 먹는 사람들>을 보면 고흐를 색의 마술사로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낯설 정도로 어두운 색채를 띠고 있다. 고된 노동자의 삶을 그린 이 그림은 고흐 자신이 최고의 걸작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할 만큼 아끼는 작품이었다.

반 고흐 미술관 앞에는 미술관 크기의 약 10배에 행당하는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사진 / 송윤경 여행작가
반 고흐 미술관 앞에는 미술관 크기의 약 10배에 행당하는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사진 / 송윤경 여행작가
미술관 내부에는 레스토랑이 있어 오랜 시간 머무르며 작품을 감상하기 좋다. 사진 / 송윤경 여행작가
미술관 내부에는 레스토랑이 있어 오랜 시간 머무르며 작품을 감상하기 좋다. 사진 / 송윤경 여행작가
고흐의 마지막 작품으로 유명한 '까마귀가 나는 밀밭'. 사진 / 송윤경 여행작가
고흐의 마지막 작품으로 유명한 '까마귀가 나는 밀밭'. 사진 / 송윤경 여행작가

그랬던 그가 <별이 빛나는 밤>이나 <해바라기>, <아를의 도개교>와 같은 밝은 화풍으로 바꾼 이유는 뭘까? 바로 1886년 네덜란드에서 파리로 이주한 뒤 인상주의 화가들의 영향을 받아 화려한 색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후반 관람으로 갈수록 복잡해지는 그의 심상을 느낄 수 있다. 생의 마지막에 그린 <까마귀가 나는 밀밭>은 바람에 일렁이는 밀밭과 곧 폭풍을 몰고 올 듯한 먹구름이 그의 심적 고통을 표현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곳에는 그림 외에도 그의 조력자였던 동생 테오(Teo)와 주고받은 편지를 포함한 750여 점의 개인 기록과 미디어 전시가 마련되어 있어 화가 개인의 삶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

슈퍼마켓보다 많은 박물관
암스테르담은 전 세계에서 면적당 박물관이 가장 많은 도시다. ‘운하치즈’, ‘다이아몬드등 특색 있는 주제가 많다. 특히 네덜란드 국화(國花)를 주제로 만든 튤립박물관이 여행객에게 인기다. 지하에는 16세기 오스만제국으로부터 선물 받아 시작된 튤립의 역사와 재배 방법을 전시한다. 튤립 한 송이에 집 한 채 값을 호가하던 튤립 투기 사건의 전말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1층에는 튤립을 형상화한 기념품과 알뿌리를 판매한다. 가장 많이 찾는 품종은 렘브란트 튤립이다. 색이 뚜렷하고 병충해에 강해 귀하다.

네덜란드를 상징하는 꽃, 튤립을 주제로 한 박물관이 있다. 사진 / 송윤경 여행작가
네덜란드를 상징하는 꽃, 튤립을 주제로 한 박물관이 있다. 사진 / 송윤경 여행작가
13세 소녀의 고통과 희망이 안쓰러워서일까. 안네의 동상은 많은 사람의 손때가 묻어 있다. 사진 / 송윤경 여행작가
13세 소녀의 고통과 희망이 안쓰러워서일까. 안네의 동상은 많은 사람의 손때가 묻어 있다. 사진 / 송윤경 여행작가
암스테르담의 슬로건 'I am sterdam.' 사진 / 송윤경 여행작가
암스테르담의 슬로건 'I am sterdam.' 사진 / 송윤경 여행작가

또 이곳에서 안네 프랑크 박물관이 지척이다. 2차 세계대전 중 나치의 유대인 박해를 피해 안네의 가족이 숨어 살던 은신처이자 <안네의 일기>가 탄생한 곳이다. 내부에는 70개국 언어로 번역된 <안네의 일기> 원본과 관련 내용을 전시한다. 회전식 책장 뒤로 안네 가족과 일행이 숨어 지내던 은신처도 당시 모습 그대로 복원했다. 밝게 웃는 소녀의 초상과는 달리 암울한 환경은 전쟁과 인종차별의 참혹함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한다.

놀랍도록 개방적인 도시
네덜란드는 2001년 세계 최초로 동성결혼을 합법화하고 다음 해에 세계 최초로 안락사를 합법화했다. 현재는 대마초와 성매매까지 합법화하고 있다. 논란의 여지가 많은 어려운 주제들이지만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는 그들은 서로의 다양성을 포용하며 살아간다. ‘책임이 따르는 건강한 자유를 추구하는 모습은 여행자에게도 많은 영감을 불러일으킨다.

안을 들여다볼 수 있을 정도로 큰 창문은 그만큼 내부 청결에 신경을 쓴다는 의미다. 창가 앞 공간을 꾸미는 문화인 벤스터방크도 한 몫한다. 사진 / 송윤경 여행작가
안을 들여다볼 수 있을 정도로 큰 창문은 그만큼 내부 청결에 신경을 쓴다는 의미다. 창가 앞 공간을 꾸미는 문화인 벤스터방크도 한 몫한다. 사진 / 송윤경 여행작가
대마초도 판매하는 커피숍(Coffee Shop). 간판으로 확인할 수 있으니 주의하도록 하자. 사진 / 송윤경 여행작가
대마초도 판매하는 커피숍(Coffee Shop). 간판으로 확인할 수 있으니 주의하도록 하자. 사진 / 송윤경 여행작가

중앙역 주변에 있는 홍등가도 다양성 문화 가운데 하나다. 으슥한 뒷골목 대신 메인 운하 주변을 붉은 등으로 밝히고 있다. 시내 중심이라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오가지만 그들에겐 성 노동자의 일터일 뿐 다른 의미는 없다. 여행객들만이 이곳을 흥미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뿐이다.

알아두어야 할 것이 또 있다. ‘카페(cafe)’에서는 음료만 팔고 커피숍(coffee shop)’에서는 대마초도 판다. 대마초 흡연은 네덜란드에서는 합법이지만 우리나라는 불법이므로 귀국 후 처벌된다.

중앙역 근처를 포함해 시내 곳곳에서 자전거 대여 업체를 만날 수 있다. 사진 / 송윤경 여행작가
중앙역 근처를 포함해 시내 곳곳에서 자전거 대여 업체를 만날 수 있다. 사진 / 송윤경 여행작가
튤립 박물관 내부에서 만났던 기념품과 튤립 씨앗. 사진 / 송윤경 여행작가
튤립 박물관 내부에서 만났던 기념품과 튤립 씨앗. 사진 / 송윤경 여행작가

암스테르담을 즐기는 또 다른 방법
암스테르담은 인구 1,600만 명에 자전거가 1,700만 대인 도시다. 도시를 효율적으로 여행하려면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지하철과 트램이 시내 구석구석을 달리지만, 관광지끼리 밀집해 있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엔 가깝고 걸어가긴 멀다.

특별한 하룻밤을 원한다면 운하 가장자리에 떠 있는 보트하우스 호텔에서 묵어보자. 땅이 좁고 집값이 비싸다 보니 화물선을 개조해 만든 주택이다. 보트하우스라고는 하지만 침실과 화장실, 샤워실까지 다 갖추고 있다.

Travel information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비자 쉥겐 협약으로 90일간 비자 없이 여행한다.

기후 유럽 북부에 있어 가을이 빨리 찾아온다. 평균 기온은 7~14°C로 우리나라 11월 초 기온이다. 옷은 늦가을에 맞춰 두꺼운 옷을 준비하자. 비가 오는 날이 보름 정도로 우산과 방한용품을 챙기면 좋다.

백신 백신접종은 필수가 아니다.

항공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는 스히폴 공항은 유럽의 대표 허브 공항이다. 네덜란드 국적기인 KLM 네덜란드 항공이 인천-암스테르담 직항 노선에 주 7회 운항한다.

송윤경 여행작가
여행을 떠나고, 쓰고, 말하는 사람이다. 여행의 모든 갈래를 걷고 싶은 여행자이자 사람들에게 경험을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꾼이다. 치열한 밤을 보낸 배들이 만선을 기원하듯 여행자를 유혹하는 글이 되길 하마하마 기다리며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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