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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시장 탐방] 김장 대목에 들썩이는 절임배추의 본 고장, 괴산오일장
[시장 탐방] 김장 대목에 들썩이는 절임배추의 본 고장, 괴산오일장
  • 김수남 여행작가
  • 승인 2023.11.14 08:5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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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철을 맞아 교유의 특색과 계절적 특성을 한 눈에 보여주는 괴산오일장을 찾아간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김장철을 맞아 교유의 특색과 계절적 특성을 한 눈에 보여주는 괴산오일장을 찾아간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여행스케치=괴산] 오일장은 그 지역 고유의 특색이 담기기도 하지만 계절적 특성이 담기기도 한다. 김장철인 11월에서 12월 중순까지는 재래시장이나 오일장에 김장 재료가 대거 쏟아진다. 가을걷이가 마무리되는 시점인데다가 추위가 오기 전에 김장을 마쳐야 해서 주부들의 마음은 바빠진다. 본격적인 김장철을 앞둔 괴산오일장의 분주한 풍경을 담았다.

600년 넘게 불러왔다는 이름 괴산군의 ()’는 느티나무나 회화나무를 뜻하는 한자다. 그래서 괴산군을 상징하는 군목도 느티나무다. 이름에 걸맞게 군 전체에 300년 넘은 오래된 느티나무가 50그루 넘는다는 뉴스도 있었다. 느티나무가 지닌 듬직함과 믿음직스러움은 오늘날 괴산의 유기농 산업으로 이어졌다. 대표 정기시장으로는 매3일과 8일에 열리는 괴산오일장이 있다.

괴산오일장은 매 3일과 8일에 장이 열린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괴산오일장은 매 3일과 8일에 장이 열린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김장철이 가까워지자 장터에도 김장재료가 눈에 많이 보인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김장철이 가까워지자 장터에도 김장재료가 눈에 많이 보인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온갖 김장 재료에 절임배추까지
전국의 재래시장에 김장 재료가 넘쳐날 시기인데 괴산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특히, 괴산은 절임배추를 전국에서 처음 시작하고 보급시킨 절임배추의 고장이다.

원래 김장은 배추를 구입해서 소금에 절인 후에 양념으로 버무리는 게 전통적인 방법이다. 그래서 가정에선 보통 이틀 일정으로 김장을 한다. 하지만 소비자가 좀 더 편하게 김장을 할 수 있도록 배추를 세척 해서 천일염에 절인 후에 판매하는 절임배추가 주부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힘든 김장 작업이 하루로 단축되었다.

괴산은 고추가 특산품으로 유명한 데다가 일교차가 심한 날씨로 배추 역시 쉬이 무르지 않고 저장성이 좋다. 거기에 신안군에서 생산한 간수 뺀 천일염에 청정 괴산의 지하 암반수로 절였으니 명품 절임배추라 자랑할 만하다. 지난 113일부터 5일까지 괴산종합운동장에서는 열린 괴산 김장축제에서는 다양한 김장체험 프로그램과 괴산 배추 요리대회, 김장 마켓 등의 행사가 있었다.

평소에는 보기 힘든 갓무.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평소에는 보기 힘든 갓무.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햇생강도 김장 재료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햇생강도 김장 재료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괴산시장 한쪽에선 직접 배추를 절이는 상인들도 보인다. 김치의 주연급인 배추와 무는 물론이고 갓, 마늘, 생강, 대파와 쪽파 등 밭에서 올라온 싱싱한 농산물들이 시장 구석구석에서 주부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충청도 한가운데 내륙지방이다 보니 어물이 귀할 수밖에 없을 텐데 김장의 필수재료 새우젓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바다에서 산 넘고 물 건너 넘어온 새우젓이 싱싱하고 맛깔나 보인다.

좌판을 둘러보는데 처음 보는 농산물도 보인다. ‘갓무. 생김새도 독특하다. 이름처럼 밑에는 무인데 잎은 갓처럼 생겼다. 충북 내륙지역의 민가에서 종종 재배하는 토종 작물인데 종이 푯말에는 원산지를 괴산이라고 표시해 놓았다. 갓무로도 김치를 담그는데 보통 잎보다는 무를 사용한다.

내륙지방인데도 싱싱한 새우젓이 많이 나왔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내륙지방인데도 싱싱한 새우젓이 많이 나왔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장 보러 나온 사람들이 유독 몰리는 곳이 있어 고개 들어 보니 치킨집이다. 상호가 재미있다. ‘그냥 치킨이다. 사장이 직접 지은 이름이라는데 이것저것 고민하지 않고 그냥 지은 이름 같지만 정말 많이 고민한 이름일 것이다. 치킨은 말 그대로 그냥 기름에 튀긴 후라이드치킨이다. 통닭도 있고 날개나 다리만 모아서 팔기도 한다. 그 작은 매장 앞에는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장바구니를 들고 서 있고 어린이가 어머니 손잡고 서 있고 다정한 젊은 연인도 서 있다. 소문이 난 건지 외지 관광객들도 보인다.

괴산시장 명물 그냥치킨.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괴산시장 명물 그냥치킨.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그냥치킨은 가마솥에서 튀겨낸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그냥치킨은 가마솥에서 튀겨낸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밖에서는 밀려드는 손님들을 상대하며 분주히 봉투에 담아주고 안에서는 큼지막한 솥을 여럿 걸어놓고 연신 튀겨낸다. 통닭을 보니 닭이 맞나 싶을 정도로 크기가 크다.

우리는 토종닭, 큰 걸 씁니다. 보통 1.8kg ~2kg 짜리를 써요!”

맛을 보니 그냥 튀기기만 한 게 아니다. 튀김옷이 두껍지 않고 닭고기도 연하고 부드러워 그냥 입안으로 쏙쏙 들어간다. 튀김 간이 과하지 않고 적당하여 많이 먹어도 물리지 않을 맛이다. 괴산과 더불어 음성장을 번갈아 다니며 영업을 했다는데 앞으로는 괴산장에만 집중할 예정이란다.

괴산전통시장 앞 골목이 오일장 좌판으로 성황을 이루고 있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괴산전통시장 앞 골목이 오일장 좌판으로 성황을 이루고 있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가을은 식수의 계절이기도 하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가을은 식수의 계절이기도 하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그냥도 팔고 잘라서도 팔고
그냥판다는 치킨집이 있는 반면에 극강의 소분 마케팅으로 인기를 끄는 곳도 있다. ‘꿀송이농원이라는 명함을 들고 노점판매를 하는 오정철(51) 씨가 그렇다. 그는 벌꿀을 팔고 있었는데 커다란 벌집을 한 사람이 먹기 알맞게 잘라서 팔고 있었다. 기발하고 신선한 발상이다. 작은 종이 접시에 얇게 자른 벌집꿀과 땅콩 서너 알, 그리고 나무 막대를 넣고 이천 원을 받고 있었다. 지나가다가도 호기심에 사 먹을 수 있는 가벼운 금액이다. 이천 원을 건네고 접시를 받아 벌집을 스틱으로 잘라 입에 넣어보니 벌 특유의 단맛과 향이 몸을 깨워주는 듯하다. 벌집 찌꺼기와 함께 남은 여운은 땅콩이 정리해주니 땅콩이 신의 한 수다. ‘이천 원의 행복이라 할 만하다.

귀한 영지버섯이 나왔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귀한 영지버섯이 나왔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뻥튀기는 대개 부부가 팀을 이뤄 판매한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뻥튀기는 대개 부부가 팀을 이뤄 판매한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이렇게 저렴하게 팔면 남는 것도 없고 손만 많이 갈 것 같다고 했더니 통으로 파는 것보다는 낫다고 한다. 벌집 한 통에는 10만 원 받는데 이렇게 소분해서 팔면 13만 원 정도가 되어서 땅콩과 스틱값을 빼도 괜찮다는 답이 돌아왔다.

매형이 하는 꿀을 받아와 판다고 한 그는 사실 3년 전만 하여도 직장생활을 하였단다. 그러나 지금이 오히려 직장생활보다 낫다고 한다. 단순히 수입만으로 직업을 비교하는 건 아닐 터, 오일장에 나오는 상인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밝다.

소분한 벌집꿀을 판매하는 꿀송이농원의 오정철 씨.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벌집꿀을 판매하는 꿀송이농원의 오정철 씨.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벌집을 소분해서 판매하는 전략이 먹히고 있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벌집을 소분해서 판매하는 전략이 먹히고 있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고향이기도 한 괴산을 비롯하여 안성장, 송탄장, 진천장 등을 다니면서 벌꿀을 판다. 소분한 벌집꿀만 파는 게 아니라 로얄제리나 화분, 밀랍 등도 판매하고 있다. 뭐든 게 생각의 차이라고 했든가. 가만히 다시 생각해보니 돈을 받고 꿀을 시식시키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여행쪽지
시장 맛집 깨끗한 하천이 있는 곳이면 어디나 나오는 다슬기는 지역에 따라 부르는 이름이 다르다. 충청도에선 올갱이라는 정겨운 이름으로 불린다. 올갱이국은 해장국으로 인기 끌 정도로 숙취 해소에 좋고 간 기능과 시력 회복에 도움이 된다. 시장 입구 건너편에 있는 기사식당(043-833-5794)은 이름만 기사식당이지 올갱이국 전문점이다. 올갱이국이 깔끔하고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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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대 2023-12-05 12:36:06
괴산은 본래 고추의 고장인데... 절임배추도 많이 팔리겠네요. 나도 가보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