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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한민족 여행 테라피] 천년의 시간을 따라 걷는 치유 여행, 합천&고령
[한민족 여행 테라피] 천년의 시간을 따라 걷는 치유 여행, 합천&고령
  • 김소연 여행작가
  • 승인 2023.11.14 08: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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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에는 '한민족 여행 테라피'를 통해 경남 합천과 고령에 다녀왔다. 사진은 햇살 좋은 오후의 해인사 풍경. 사진 / 김소연 여행작가
이 달에는 '한민족 여행 테라피'를 통해 경남 합천과 고령에 다녀왔다. 사진은 햇살 좋은 오후의 해인사 풍경. 사진 / 김소연 여행작가

[여행스케치=합천, 고령] 천년의 시간을 품은 마을과 고찰을 만날 때면 그 깊은 울림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위로가 된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 대가야의 숨결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고령과 팔만대장경의 기록을 품은 해인사가 있는 합천까지. GKL사회공헌재단의 한민족 여행 테라피를 통해 한국에 살고 있는 고려인 가족들과 삶의 쉼표를 찾아 여행을 떠났다.

350년 역사를 품은 고령 개실마을
경상북도 고령군에는 단정하게 기와를 이고 있는 한옥과 토석담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마을이 있다. 이곳은 조선 시대 문신이자 성리학자인 김종직 선생의 후손이 터를 잡고 350년째 대를 이어 살고 있는 곳이다.

350년의 역사가 살아 있는 고령 개실마을의 한옥. 사진 / 김소연 여행작가
350년의 역사가 살아 있는 고령 개실마을의 한옥. 사진 / 김소연 여행작가
개실마을 골목 풍경 속에서 사람의 향기가 난다. 사진 / 김소연 여행작가
개실마을 골목 풍경 속에서 사람의 향기가 난다. 사진 / 김소연 여행작가

꽃이 피는 아름다운 골이라는 뜻으로 개화실이라 부르던 마을은 오늘날 개실마을이라 불리고 있다. 마을을 감싸고 있는 화개산과 대나무숲이 있어 더욱 아늑하게 느껴진다. 마을은 2000년에 들어서 마을 가꾸기 사업을 통해 마을 안길을 정비하고 세상을 향해 문을 열었다. 대부분 70대가 넘은 초고령화 마을이지만, 농어촌 인성학교로 지정되어 20여 개에 이르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활발히 운영하고 있다.

개실마을에서 앞치마 그림체험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 김소연 여행작가
개실마을에서 앞치마 그림체험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 김소연 여행작가
체험 프로그램에 열중인 고려인 가족들. 사진 / 김소연 여행작가
체험 프로그램에 열중인 고려인 가족들. 사진 / 김소연 여행작가

선비 옷과 갓을 입고 개실마을을 산책하고 나면 시간 여행을 한 것처럼 기억에 남은 추억이 될 겁니다. 또한 마을 안에 어르신들이 운영하시는 각자의 민박집에서는 푸근한 정을 느낄 수 있죠.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지만 특히 아이들은 조청을 활용한 엿 만들기와 야생화 그리기 수업을 좋아합니다. 개실마을은 물론 살기 좋고 깨끗한 저희 고령군을 찾는 이들이 더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개실마을의 김민규 위원장은 김종직 선생의 18대손으로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어가고 있다.

고령 개실마을 골목길과 고풍스런 담장. 사진 / 김소연 여행작가
고령 개실마을 골목길과 고풍스런 담장. 사진 / 김소연 여행작가

Tip 여기서 머물러요!
고령 개실마을
경상북도 고령군 개실마을에서는 한옥에서 머무르며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떡 메치기, 도자기 만들기, 유과, , 두부 등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어 아이들은 물론 가족 단위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주소 경북 고령군 쌍림면 개실129
문의 054-956-4022

1500년 전으로 시간 여행, 대가야 박물관
500년 역사와 가야금으로 대표되는 독특하고 아름다운 문화를 이뤘던 대가야. 고구려, 신라, 백제와 같은 단일국가가 아니라 낙동강 하류 지역에 존재했던 여러 국가들의 연맹체를 말한다. 그중에서도 고령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한 대가야는 후기 가야 연맹을 이끌었다.

562년 신라의 침입으로 역사에서 사라진 가야는 수준 높은 문화와 활발한 대외 활동으로 그들만의 찬란한 문명을 이뤄냈다. 남아있는 기록이 많지 않지만, 대가야의 흔적들을 만날 수 있게 조성한 대가야 역사테마 관광지가 있다. 관광지 내에는 고대 가옥촌과 지산동 고분군, 대가야 탐방 숲길, 왕릉전시관 등이 있다.

대가야 박물관 왕릉전시관 내부에 재현된 고분. 사진 / 김소연 여행작가
대가야 박물관 왕릉전시관 내부에 재현된 고분. 사진 / 김소연 여행작가

무덤 주인이 죽으면 산 사람도 함께 묻는 순장 풍습은 언제부터 있었나요? 대가야 사람들은 사후 세계를 믿었나요? 돌널무덤에 주검을 안치하는 방법에는 어떤 규칙이 있었나요?”

대가야의 고분을 실제 크기로 재현한 왕릉전시관에 들어서자 해설사에게 질문이 쏟아진다.

대가야의 문화에 대해서는 처음 보았거나 생소한 이들이 많았기에 기록으로만 존재하던 한국의 순장 풍습을 신기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많았다.

고분가얏길을 오르는 고려인 가족들. 사진 / 김소연 여행작가
고분가얏길을 오르는 고려인 가족들. 사진 / 김소연 여행작가
지산동고분군 오르는 길. 사진 / 김소연 여행작가
지산동고분군 오르는 길. 사진 / 김소연 여행작가

고령 지산동 고분군 중에 44호분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확인된 최대 규모의 순장 무덤이다. 순장된 사람들은 10대에서 60대에 이르는 다양한 연령대의 남자와 여자로, 왕의 저승 생활을 위한 시종, 호위무사, 창고지기, 마부, 백성 등이 함께 묻혔다. 지금 27m에 이르는 하나의 고분에서 40여 명이 순장되어 발견되었다.

왕릉전시관을 나와 다 같이 지산동 고분군으로 이어지는 고분가얏길을 오른다. 능선을 따라 옛 무덤들이 솟아있는 신비한 풍경이 펼쳐지자 여기저기에서 탄성이 터진다. 대가야읍 뒤로 우뚝 서 있는 주산에는 이렇게 1500년 전 대가야의 흔적인 지산동 고분군이 펼쳐져 있다.

대가야수목원에서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는 고려인 가족. 사진 / 김소연 여행작가
대가야수목원에서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는 고려인 가족. 사진 / 김소연 여행작가

숲이 주는 위로, 대가야 수목원
대가야 역사테마 관광지에서 차로 5분 거리, 대가야수목원이 있다. 식민지 수탈과 전쟁으로 황폐해졌던 산림을 푸른 산으로 가꿔낸 산림녹화 사업을 기념하고자 건립된 곳이다. 금산 폭포, 팔각정을 만나고 구름다리에 이르는 등산로도 인기가 많지만, 천천히 수목원 내부를 걷는 것만으로 충분히 숲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다.

대가야수목원에서 숲 해설사의 이야기를 통역하고 있는 고려인 동포. 사진 / 김소연 여행작가
대가야수목원에서 숲 해설사의 이야기를 통역하고 있는 고려인 동포. 사진 / 김소연 여행작가

수목원 입구에 이르자 정신을 맑게 깨우는 피톤치드를 느끼며 정성스럽게 가꿔온 다양한 분재를 볼 수 있는 분경분재관이 있다. 이곳에 행운의 상징이라 여겨지는 소철나무 꽃이 피어나 관광객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100년에 한 번 피어난다는 활짝 피어난 소철나무 꽃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고려인 동포들의 표정이 밝다. 싱그러운 자연의 생명력이 느껴지는 수목원을 걸으며 새로운 힘을 얻는다. 한국전쟁으로 헐벗고 거친 환경이었던 이곳을 주민들의 힘으로 녹지를 만들어 지금에 이르렀다고 하니 더욱 가치가 있는 수목원이 아닐까.

천년고찰 해인사를 찾은 고려인 가족들. 사진 / 김소연 여행작가
천년고찰 해인사를 찾은 고려인 가족들. 사진 / 김소연 여행작가

하루에 천년을 걷다, 해인사
우리의 마음을 어지럽게 하는 번뇌들이 멈추고, 비로소 우주의 참모습이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 그것을 해인이라고 부른다. 경상북도 합천군에 위치한 해인사는 맑고 청명한 자연 속에서 삼라만상의 고민을 멈추고 쉼과 깨달음을 얻어 갈 수 있는 천년고찰이다.

고령 개실마을에서 하루를 보내고 합천 해인사로 이동하는 길. 늦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가야산의 넉넉한 풍경부터 마주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두 가지나 품고 있는 곳. 해인사에 소장되어 있는 고려 팔만대장경은 국보로도 지정된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합천해인사의 삼층석탑. 사진 / 김소연 여행작가
합천해인사의 삼층석탑. 사진 / 김소연 여행작가
마음이 차분해지는 다도체험. 사진 / 김소연 여행작가
마음이 차분해지는 다도체험. 사진 / 김소연 여행작가

해인사는 올해 개산 1221주년을 맞아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천년 고찰답게 개산 역대 조사들의 가르침을 되새기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어요. 아름다운 가야산의 풍경과 팔만대장경의 우수한 문화유산에 대한 자긍심도 느낄 수 있으면 더 좋겠습니다.”

해인사 경내를 함께 걸으며 역사와 문화 이야기를 전해준 주민공정여행사 합천 댕김의 한의수 해설사의 이야기다.

이번 GKL 한민족 여행 테라피를 통해 합천과 고령에서 12일의 여정을 보낸 고려인 가족들에게 우리 고유의 문화 유산과 아름다운 자연을 통해 커다란 위로와 쉼을 얻었으리라 기대한다.

해인사에서 만난 팔만대장경의 웅장한 모습. 사진 / 김소연 여행작가
해인사에서 만난 팔만대장경의 웅장한 모습. 사진 / 김소연 여행작가

‘GKL 한민족 여행 테라피
2021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GKL 한민족 여행 테라피는 독립운동사에 큰 족적을 남긴 고려인들이 같은 동포로서의 자긍심을 높이고 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국내 여행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시작했다.

올해는 국내 고려인 가정 및 이주여성, 북한이탈주민, 사할린 동포를 대상으로 전국 5개 권역에서 총 23회 국내 여행을 실시하고 있으며, 전년도보다 참여자 수를 확대해 600명으로 진행되었다.

GKLGKL사회공헌재단은 이 사업을 통해 우리 동포들에게 국내 여행 및 한국 문화 이해의 기회를 제공하고, 어려웠던 지역의 관광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GKL사회공헌재단은 공기업 GKL(그랜드코리아레저)이 출연하여 설립한 공익법인이며, 관광 기반의 사회공헌 사업으로 관광의 가치확장, 관광산업 성장지원, 사회적 이슈 대응을 목표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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