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호 표지이미지
여행스케치 5월호
햇살 머금은 산그리메, 정선 가리왕산 케이블카 일출 여행
햇살 머금은 산그리메, 정선 가리왕산 케이블카 일출 여행
  • 민다엽 기자
  • 승인 2023.12.12 14:33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겨울에 설산의 진가를 보여주는 정선 가리왕산으로 케이블카 여행을 다녀왔다. 사진 / 민다엽 기자
겨울에 설산의 진가를 보여주는 정선 가리왕산으로 케이블카 여행을 다녀왔다. 사진 / 정선군청

[여행스케치=정선] 정선의 가리왕산은 사계절이 아름다운 곳이지만, 겨울에 비로소 그 진가가 드러난다. 눈 덮인 설산을 뚫고 태백산맥의 심장부에 우뚝 서, 아스라이 펼쳐진 수묵화 사이로 떠오르는 장엄한 일출을 감상할 수 있는 곳. 케이블카를 타고 편하게 우리나라 최고의 경치를 볼 수 있는 가리왕산 일출 케이블카를 소개한다.

해발 1,560m 가리왕산은 남한에서 8번째로 높은 산이다. 수십 수백 개의 고봉이 겹겹이 펼쳐지는 태백산맥 중에서도 가장 높은 산 중 하나, 가히 태백산맥의 지붕이라 불릴 만하다. 사방팔방 끝없이 이어지는 산그리메가 마치 한 폭의 수묵화를 연상케 할 만큼 깊은 여운을 남긴다.

가리오아산에서 본 장엄한 일출. 사진 / 민다엽 기자
가리왕산에서 본 장엄한 일출. 사진 / 정선군청

태백산맥의 지붕, 가리왕산
가리왕산은 크게 가장 높은 상봉(1,560m) 외에 중봉(1,436m), 하봉(1,381.7m) 3개의 고봉으로 이뤄져 있다. 하지만 흙으로 이뤄진 육산에다가 각 봉우리가 완만한 능선으로 이어져 있어, 산 아래에서 보면 비교적 유순한 느낌을 준다. 반대로, 정상부에 서면 구름마저 발아래로 깔리는 압도적인 높이를 단번에 실감할 수 있다. 사방으로 거칠 것이 없이 장쾌한 풍광이 유감없이 펼쳐지는데, 과연 산 이름에 ()’ 자가 들어갈 만하다.

옛날 맥국의 갈왕(葛王) 또는 가리왕(加里王)으로 불리는 왕이 이곳 가리왕산까지 쫓겨 와서 성을 쌓고 머물렀기에 갈왕산이라 불렀다고 한다.”

1911년 조선총독부에서 전국의 지명과 지지(地誌) 사항을 조사해 작성한 <조선지지자료(朝地誌資料)> 필사본에 따르면, ‘갈왕가리왕으로 변해 현재의 이름이 됐다고 전한다. 또 다른 설은 과거 농산물이나 땔감을 쌓아놨던 모습 따위를 가리라고 칭했는데, 마치 산 정상 부근이 이 가리같이 생겼다고 해서 가리산이라고 불리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가리왕산에 올라서면 첩첩산중이라는 말이 절로 실감이 난다. 사진 / 민다엽 기자
가리왕산에 올라서면 첩첩산중이라는 말이 절로 실감이 난다. 사진 / 민다엽 기자
유려한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가리왕산의 중봉과 상봉. 사진 / 민다엽 기자
유려한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가리왕산의 중봉과 상봉. 사진 / 정선군청

태백산맥 정중앙,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가리왕산은 우리나라 최고의 원시림으로 손꼽히는 곳이기도 하다. 가리왕산에는 희귀식물 1백여 종과 멸종위기 포유류 4, 희귀조류 10여 종을 포함한 수 십 종의 야생동물이 서식하며, 특히 분비나무와 신갈나무 원시림이 산 전체를 메우고 있어 보존 가치가 상당히 높다. ‘자연의 정기를 고스란히 품은 명산으로 불리는 이유다. 가리왕산은 산림청에서 선정한 대한민국 100대 명산에도 이름을 올렸다.

올해는 산 정상에서 색다른 새해 어때?
지난 20231, ‘2018 평창 동계 올림픽때 사용했던 곤돌라를 활용한 케이블카의 정식 운행이 시작했다. 가리왕산 하봉(해발 1,381m)까지 이어지는 케이블카를 타고, 누구나 힘들이지 않고 산 정상에서 태백산맥의 장쾌한 풍광을 편하게 감상할 수 있게 됐다.

가리왕산 케이블카 입구. 사진 / 민다엽 기자
가리왕산 케이블카 입구. 사진 / 민다엽 기자
케이블카를 타고 편하게 설경을 감상할 수도 있다. 사진 / 정선군청
케이블카를 타고 편하게 설경을 감상할 수도 있다. 사진 / 정선군청

케이블카를 타고 눈 덮인 숲과 나무를 지나 아름다운 가리왕산의 자연을 만끽하다 보면 15분 만에 정상부에 닿는다. 발아래로 펼쳐진 압도적인 풍광에 탄성이 절로 난다. 눈앞에 펼쳐진 파노라마 풍경과 세찬 바람에서 겨울 정취를 한껏 느껴진다.

정상부에는 짧게나마 하봉 전체를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는 생태 탐방로가 마련돼 있다. 눈길이 닿는 곳마다 그야말로 장관이다. 끝없이 솟은 수많은 봉우리와 그 사이를 흐르는 보드라운 운무가 한데 어우러져 태백산맥이 통째로 넘실거리는 느낌. 수많은 봉우리가 겹겹이 쌓여 마치 한 폭의 수묵화처럼 짙은 여운을 남긴다. 수묵화 너머로 장엄한 태양이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면, 햇살을 머금은 산그리메가 절정을 향해 간다.

가족들과 함께 색다른 새해 여행을 떠나보기 좋은 정선 가리왕산 케이블카. 사진 / 민다엽 기자
가족들과 함께 색다른 새해 여행을 떠나보기 좋은 정선 가리왕산 케이블카. 사진 / 민다엽 기자
가리왕산 케이블카 상부 정거장에 있는 포토존. 사진 / 민다엽 기자
가리왕산 케이블카 상부 정거장에 있는 포토존. 사진 / 민다엽 기자

한 번쯤 산 정상에서 맞는 특별한 새해 일출을 꿈꿔왔다면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자. 가리왕산 케이블카에서는 11~2월까지 주말마다 사전 예약자에 한해 해맞이 특별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보통은 오전 10시부터 케이블카 운행이 시작되지만, 해맞이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해 뜨는 시간(오전 640분 전후)에 맞춰 케이블카에 탑승할 수 있다. 추위에 떨며 등산할 필요 없이 태백산맥의 지붕에서 떠오르는 새해 일출을 만끽할 수 있는 것. , 20명 이상 예약 시에만 케이블카가 운영되며, 인원이 부족할 경우 프로그램은 취소된다. 진행 여부는 매주 금요일 12시에 홈페이지 또는 네이버 예약 알림을 통해 확정되니 사전에 반드시 예약이 필요하다.

한폭의 그림 같은 산그리메가 끝없이 이어지는 풍경을 볼 수 있다. 사진 / 민다엽 기자
한폭의 그림 같은 산그리메가 끝없이 이어지는 풍경을 볼 수 있다. 사진 / 민다엽 기자

자연과 올림픽 유산, 그리고 가리왕산의 미래
관광도 좋고 자연도 좋지만, 가리왕산은 우리에게 한 가지 진중한 화두를 던진다. 문득 자연 복원과 올림픽 유산 보존 사이에서 갈등하는 가리왕산의 미래에 대해서도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정선의 가리왕산에서는 폭발적인 스피드와 현란한 기술로 동계올림픽의 꽃으로 불리는 알파인 스키 대회가 열렸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많은 활강경기가 펼쳐졌던 곳으로, 가리왕산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알파인 활강 경기를 치를 수 있는 경기장이다.

뜨거웠던 평창 동계 올림픽의 열기. 사진 / 정선군청
뜨거웠던 평창 동계 올림픽의 열기. 사진 / 민다엽 기자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의 마스코트 중 하나인 '반다비'. 사진 / 민다엽 기자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의 마스코트 중 하나인 '반다비'. 사진 / 민다엽 기자

하지만 올림픽 이후, 가리왕산 경기장은 한동안 방치되었다. 올림픽이 끝난 후 시설물 존치를 둘러싸고, 당초 계획대로 원상 복원을 해야 한다는 환경부산림청의 입장과 동계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 낸 올림픽 유산으로서, 일부 시설을 보존해야 한다는 정선군체육계의 목소리가 엇갈리면서 갈등을 빚은 탓이다.

안타깝게도 가리왕산 경기장을 조성하기 위해 무려 78의 산림이 훼손되었고 잘려 나간 나무만 58,000여 구에 이른다고 한다. 이로 인해, 자칫 우리나라 최고의 원시림인 가리왕산의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다. 반대로, 전 세계 사람들의 평화와 희망이 깃든 올림픽 유산을 이대로 허무하게 폐기하는 것이 마땅하냐는 의견도 많다. 우리의 먼 후손들에게도 이 올림픽 유산이 전해져야 한다는 입장. 무엇이 정답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 모두가 한 번쯤 생각해 볼 사안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가리왕산에서는 인기 종목 알파인 스키 경기가 진행됐다. 사진 / 민다엽 기자
가리왕산에서는 인기 종목 알파인 스키 경기가 진행됐다. 사진 / 민다엽 기자

현재 생태 복원과 올림픽 유산 보존을 두고 대립하던 양측은 3년간의 한시적 운영(곤돌라)을 통해 최종 철거 여부를 다시 판단하기로 합의했다. 존치 여부는 아직 모른다. 부디 좀 더 신중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 자연과 올림픽 유산이 공존하는 장소로 남을 수 있기를 작게나마 소망해 본다.

INFO 정선 가리왕산 케이블카
주소 강원 정선군 북평면 중봉길 41-35
운영시간 10:00~18:00 (탑승마감 16:00), 매표마감 10분 전
요금 대인 15,000, 소인 11,000
문의 033-560-3467

정선의 속살을 달리는 정선 레일 바이크. 사진/ 민다엽 기자 

Editor's Pick
정선을 달리다!, 정선 레일 바이크
굽이굽이 이어지는 정선의 깊은 골짜기를 따라 내달리는 레일 바이크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산골짜기 간이역인 구절역에서부터 아우라지역까지 7.2km를 달린다. 이제는 멈춰버린 철길을 따라 우거진 숲을 지나고 터널을 지나, 눈이 시릴 정도로 맑은 계곡을 달리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맑은 청정 자연을 온몸으로 느껴볼 수 있다.

레일바이크는 하루 5번 운행되며 소요 시간은 왕복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 코스가 꽤나 길고 곳곳에 오르막도 있어 만만하게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레일바이크는 2인용과 4인용으로 나뉘는데, 페달을 힘차게 밟을 수 있는 다리 힘이 좋은 인원 조합(?)이 필요해 보인다. 종점인 아우라지역에서 구절역까지는 미니 열차로 복귀하게 된다.
주소 강원 정선군 여량면 노추산로 745
운영시간 10:30~14:50 (첫차 8:40/ 10:30/ 13:00/ 14:50/막차 16:40)
문의 033-563-8787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박상대 2023-12-25 11:24:38
가리왕산 스키장 좋아요... 여름과 가을에도 좋은 산인데 겨울에는 더 넉넉한 모습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