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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새해에 가볼만한 산] 여행스케치 추천 ‘1월의 산 3선’ 겨울 산, 그 길 위를 걷다
[새해에 가볼만한 산] 여행스케치 추천 ‘1월의 산 3선’ 겨울 산, 그 길 위를 걷다
  • 황소영 객원기자
  • 승인 2023.12.13 08:2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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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꽃과 설경, 일출, 빼어난 야경 등을 즐길 수 있는 겨울에 가볼만한 산들을 소개한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눈꽃과 설경, 일출, 빼어난 야경 등을 즐길 수 있는 겨울에 가볼만한 산들을 소개한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여행스케치=광양, 함양, 무주] 이상한 일이었다. 나이가 들어 체력이 떨어지는 데도 산은 더 가까운 존재로 다가왔다. 겨울도 예외는 아니었다. 가끔은 휑한 모습에 쓸쓸하지만 눈만 내려준다면 그것처럼 예쁜 세상이 또 없다. 산을 오르는 일은 매번 힘들다. 그러나 모든 산이 그렇다는 건 아니다. 겁내지 말 것! 방법은 다양하다.

01. 탁트인 바다 전망이 일품! 광양 구봉산
멀리서도 산꼭대기 위에 서 있는 조형물이 보였다. 광양 시내를 벗어난 길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조형물의 산으로 구불구불 이어졌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문을 연 순간부터 차가운 바람이 옷 밖으로 드러난 피부를 괴롭혔다. 따뜻한 볕의 도시 광양조차도 해질녘 겨울바람을 막아낼 재간이 없다. 옷깃을 여미고 구봉산전망대로 올라선다.

구봉산전망대는 '2020 한국 야간관광 100선'에 선정된 곳으로 365일 개방돼 언제든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구봉산전망대는 '2020 한국 야간관광 100선'에 선정된 곳으로 365일 개방돼 언제든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구봉산의 옛 이름은 건대산 혹은 천태산인데, 1194년 봉수대가 설치되면서 봉화산이 되었다가 봉수대가 다른 곳으로 옮겨지면서 2011년 지금의 이름을 얻었다. 해발 473m의 정상에 서면 순천과 여수, 날이 좋을 땐 하동과 남해를 지나 지리산 능선까지 한 눈에 보인다.

존재감을 뽐냈던 조형물은 희양에서 광양이 된 940(고려 태조 23)을 기념해 높이도 딱 940cm로 맞춘 은빛 봉수대다. 세계에 하나뿐인 메탈아트 봉수대로 매화와 봉화를 동시에 이미지화한 작품이다. 광양을 상징하는 빛, , , 항만을 소재로 삼았는데, 무엇보다 개화하는 매실 꽃의 생명력을 담았다고 한다. 열두 개의 꽃잎은 12지간과 12개의 읍면동, 또 빛과 철의 도시인 광양의 이미지에 맞춰 특수강과 LED 조명을 이용했다. 밤이 되면 저 벌어진 꽃잎 사이사이로 환한 불빛이 쏟아진다.

발아래 펼쳐진 국가산업단지와 광양항 일대, 날이 좋으면 인근의 남해, 하동, 순천, 여수, 지리산 일대가 잘 보인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발아래 펼쳐진 국가산업단지와 광양항 일대, 날이 좋으면 인근의 남해, 하동, 순천, 여수, 지리산 일대가 잘 보인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차량 통행이 가능해 누구나 쉽게 구봉산 일몰과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해맞이 축제를 했었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차량 통행이 가능해 누구나 쉽게 구봉산 일몰과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해맞이 축제를 했었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해는 바다 건너 산업단지 뒤로 넘어갈 모양이다. 너울진 산능선 위에 두터운 구름이 장막처럼 드리워져 있었다. 추위를 피해 전망대 카페로 가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카페에서 가장 유명한 건 아이스크림이다. 매화 모양의 머랭쿠키가 노을색 아이스크림 위에 꽃을 피웠다.

아이스크림을 들고 다시 밖으로 나온다. “빨리 녹을 것이라는 직원의 걱정과는 달리, 오후 바람은 보드란 크림을 더 단단히 얼렸다. 일몰을 기다리는 사람들 뺨도 아이스크림 빛깔로 물이 들었다. 봉수대 곁으로 선분홍 햇살이 미끄러져 내렸다. 빛은 아이스크림을 투과해 더 예쁘게 보였다.

세계 유일의 메탈아트 봉수대. 매화와 봉화를 동시에 이미지화한 작품으로 광양의 빛, 철, 꽃, 항만을 소재로 삼았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세계 유일의 메탈아트 봉수대. 매화와 봉화를 동시에 이미지화한 작품으로 광양의 빛, 철, 꽃, 항만을 소재로 삼았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구봉산전망대 카페에서 가장 유명한 매화아이스크림. 흑임자를 넣은 시멘트아이스크림도 인기가 좋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구봉산전망대 카페에서 가장 유명한 매화아이스크림. 흑임자를 넣은 시멘트아이스크림도 인기가 좋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날씨에 따라 표현되는 방법이 다르긴 하지만 해는 단 한 번도 우리를 떠난 적이 없다. 빗줄기 뒤에서, 폭설로 가려진 구름 뒤에서, 해는 늘 환하게 비칠 날을 기다릴 뿐 암흑 너머로 영원히 사라진 적은 없다. 그걸 알면서도 우리는 지는 해 앞에서, 또 뜨는 해 앞에서, 매번 설레는 가슴으로 서성댄다.

해가 지고 나면 세상은 어두워지지만 광양의 바다는 낮보다 밝고 별보다 빛난다. 추위쯤은 상관없다는 듯 대단위 국가산업단지는 밤에도 낮에도 뜨겁게 타올랐다. 구봉산전망대는 ‘2020 한국 야간관광 100에 선정될 만큼 아름답다. 산이 꼭 힘들지는 않다. 차를 타고 올라 몇 걸음 걷지 않아도 발아래 이렇게 황홀한 풍경을 펼쳐 놓으니 말이다.

INFO 구봉산전망대
일몰, 야경, 일출 감상이 모두 가능한 전망대로 365일 운영된다. 별도의 주차요금과 입장료가 없어 언제든 방문할 수 있다. 전망대 안에 카페가 있다. 매일 오전 10시부터 저녁 6시까지 영업한다. 대표메뉴인 아이스크림 6,500, 커피는 5,000원이다. 카페 옆에 구봉산 전시관도 있어 들러볼 만하다.
주소 전남 광양시 구봉산전망대길 155
문의 061-791-2004

우리나라에서 한라산 다음으로 높은 지리산 천왕봉. 경남 산청 중산리나 함양 백무동 등에서 오를 수 있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우리나라에서 한라산 다음으로 높은 지리산 천왕봉. 경남 산청 중산리나 함양 백무동 등에서 오를 수 있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02.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일출, 지리산 천왕봉
흔히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지리산 천왕봉 일출. 한라산 다음이자 남한 내륙에선 가장 높은 산이다. 하여 이 산까지 올라가 해맞이를 한다는 건 여간한 열정과 체력이 아니고선 감당할 수가 없다. 산 아래에서 정상까진 약 5.4km 4시간, 해발 1,915m여서 그 4시간 조차도 결코 만만치가 않다.

정상에 닿았다고 고행이 끝난 건 아니다. 겨울 새벽 찬바람을 견뎌내는 일도 곤욕이다. 북풍 한기에 흩날리던 습기가 그대로 나무에 맺혀 얼어버린 길, 바람에 맞춰 댕강댕강 종소리처럼 소리 내는 길. 가끔은 눈마저 강풍에 쓸려 휑하기 그지없는 높은 겨울 산중을 사람들은 어둠을 뚫고 올라선다.

능선 가장 끝에 높이 보이는 봉우리가 반야봉이다. 천왕봉 일출과 더불어 '반야낙조'는 지리10경에 뽑힌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능선 가장 끝에 높이 보이는 봉우리가 반야봉이다. 천왕봉 일출과 더불어 '반야낙조'는 지리10경에 뽑힌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천왕봉 외에도 지리산에서 일출을 볼 수 있는 곳은 더 있다. 사진은 촛대봉으로 세석대피소에서 15분 거리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천왕봉 외에도 지리산에서 일출을 볼 수 있는 곳은 더 있다. 사진은 촛대봉으로 세석대피소에서 15분 거리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천왕봉에서 1시간 거리의 장터목대피소는 1231일이 되면 그야말로 장터처럼 붐빈다. 신년 아침, 해는 아직 멀었지만 밤잠을 설친 산짐승처럼 어둠 속에서 능숙하게 배낭을 싸고 대피소를 나서는 인파들. 천왕봉으로 줄줄이 이어진 랜턴 불빛이 이웃한 다른 산에서도 보일 정도다. 가물대는 불빛은 바위를 돌아설 땐 사라졌다 능선으로 나오면 다시 보였다.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되다정상석 글귀 뒤로 붉은 기운이 퍼져 올랐다. 해는 세상을 얼릴 듯한 공기 속에서도 여전히 활활 달구어진 얼굴로 솟아올랐다. , 여기저기 감탄이 쏟아진다. 그 감탄마저도 금세 얼어붙어 나뒹굴지만 중요한 건 아니었다. 해가 완전히 솟은 후에야 사람들은 하나 둘, 따뜻한 산 아래 세상으로 내려선다.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되다' 글귀가 적혀있는 지리산 천왕봉 정상석.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되다' 글귀가 적혀있는 지리산 천왕봉 정상석.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INFO 지리산 천왕봉
경남 산청군 시천면 중산리와 함양군 마천면 백무동에서 오를 수 있지만 해가 짧은 겨울엔 하루에 왕복하기가 쉽지 않다. 장터목이나 로타리대피소에서 하룻밤 자고 다음날 새벽에 나서는 12일 코스가 좋다. 대피소 예약은 국립공원 홈페이지에서 반드시 해야 한다.
문의 055-970-1000

03. 눈부신 설경, 명불허전 덕유산
겨울 산만큼 서글픈 곳도 없지만 일단 눈이 내리고 쌓였다면 단풍이나 봄꽃에 비할 바가 아니다. 대표적으로 바래봉(1,165m), 소백산(1,439.5m), 발왕산(1,458m), 한라산(1,950m) 등이 설경으로 유명한 곳인데, 곤돌라를 이용해 해발 1,500여 미터까지 올라가는 덕유산만큼 편한 곳도 드물다. 하여 겨울이면 왕국입성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붐비는 산이기도 하다.

눈꽃 터널을 이룬 무주 덕유산. 곤돌라를 이용하면 설천봉까지 쉽게 이동할 수 있어 사람들로 붐빈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눈꽃 터널을 이룬 무주 덕유산. 곤돌라를 이용하면 설천봉까지 쉽게 이동할 수 있어 사람들로 붐빈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신록도 꽃도 단풍도 없는 겨울 산은 한없이 휑하지만 일단 눈이 내리고 쌓이면 얘기가 달라진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신록도 꽃도 단풍도 없는 겨울 산은 한없이 휑하지만 일단 눈이 내리고 쌓이면 얘기가 달라진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곤돌라에서 내려 처음 닿는 봉우리는 설천봉이고, 설천봉에서 20분쯤 올라서면 덕유산 정상 향적봉(1,614m)에 닿는다. 길이 넓고 좋아서 유치원 아이들도 곧잘 가는데, 태어나 처음 만나는 실사판 겨울왕국에 아이들은 손이 시린 줄도 모르고 눈밭에 제 몸을 굴리며 뛰논다. 설경 속에서 어른과 아이를 구분 짓는 건 의미가 없다. 어른을 어린이로 만드는 마법, 바로 눈이다. 아는 가사라곤 “let it go let it go”뿐인 노래가 저절로 입가를 맴돈다.

정상에서 저 아래 향적봉대피소까지 내려가도 된다. 대피소에선 멋진 주목길을 따라 중봉으로, 중봉에선 동엽령을 지나 삿갓재대피소까지 갈 수도 있다. 길은 나뭇가지마냥 좌우로 뻗었지만 만반의 준비가 없인 섣불리 나설 수 없는 게 겨울산이기도 하다. 오늘은 여기까지, 가르마처럼 뻗은 덕유산 능선을 가슴에 꾹꾹 눌러 담고 올랐던 설천봉으로 내려간다.

덕유산 정상 향적봉. 때로는 정상 인증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기도 한다. 아래쪽에 향적봉대피소가 있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덕유산 정상 향적봉. 때로는 정상 인증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기도 한다. 아래쪽에 향적봉대피소가 있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겨울 산행은 여느 계절에 비해 준비하고 챙겨야 할 것들이 많다. 가깝고 쉬운 산이라도 방심은 금물.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겨울 산행은 여느 계절에 비해 준비하고 챙겨야 할 것들이 많다. 가깝고 쉬운 산이라도 방심은 금물.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Travel tip
겨울 산행 떠나기 전, Check List!
빙판에서 안전한 보행을 도와줄 아이젠과 폭설로부터 보호해 줄 스패츠, 여벌 장갑과 양말, 뜨거운 물을 담은 보온병, 덧입을 패딩, 목을 감쌀 넥워머와 모자, 핫팩, 방전을 대비한 보조 배터리 등등 배낭에 넣을 짐이 많은 계절이다. 선글라스와 선크림도 필수! 등산 시 옷을 너무 많이 입으면 땀이 나고, 나중엔 그 땀이 마르지 않아 오히려 저체온증에 걸릴 수 있다. 피부와 밀접한 내의는 속건성 의류로 입고, 아주 춥지 않다면 두꺼운 패딩은 쉴 때 덧입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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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대 2023-12-25 11:20:54
겨울산을 누비고 다니던 때가 언제였나? 눈이 펑펑 쏟아지던 그해 겨울 소백산 오대산 대관령이 생각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