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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겨울 여행지 추천] 수묵화 세상을 선물한 겨울, 진도 운림산방
[겨울 여행지 추천] 수묵화 세상을 선물한 겨울, 진도 운림산방
  • 박상대 기자
  • 승인 2024.01.16 0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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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눈이 내려 수묵화 같은 풍경을 선사해준 진도 운림산방을 소개한다. 사진 / 박상대 기자
하얀 눈이 내려 수묵화 같은 풍경을 선사해준 진도 운림산방을 소개한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여행스케치=진도] 조선 남종화의 전성기를 연 소치 허련이 살던 운림산방. 그 후 5대가 대를 잇고 있는 화가 집안 사람들과 작품들, 그리고 하얀 눈이 덮인 운림산방. 진도 사람들이 한국 최고의 석양이라고 자랑하는 세방낙조를 보고 왔다.

폭설에 만난 진도 워매 징하게 많이 쏟아지요
일기예보에서 전남 서해안에 폭설이 내릴 것이라고 했다. 광주에서 진도 여행을 포기하려고 했는데 여행 프로그램을 기획한 강광석 센터장이 눈 온다고 여행을 안합니까?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으니 일단 갑시다하고 앞장을 선다.

운림산방 입구. 사진 / 박상대 기자
운림산방 입구. 사진 / 박상대 기자
운림산방 앞 소치1관에는 소치와 후손들의 그림이 전시되고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운림산방 앞 소치1관에는 소치와 후손들의 그림이 전시되고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버스는 하얗게 눈이 덮인 도로를 달려간다. 월동 준비를 잘했다는 버스 기사는 거리낌 없이 앞으로 달려간다. 창밖에는 여전히 함박눈이 내린다. 들과 산은 이미 하얀 세상이다. 하얀 눈을 지붕에 이고 앉아 있는 시골집들은 평화롭기 그지없다.

버스가 진도대교를 넘어간다. 진도대교와 울돌목 바다 위로 하얀 눈발이 흩날린다. 진도대교 위로 케이블카가 눈 내리는 하늘 위를 오가고 있다.

요즘 텔레비전 광고까지 등장한 진초록 진도 대파나 겨울을 견디고 나서 판매할 연두빛 배추들도 모두 눈 속에 파묻혀 있다. 이제 막 새싹을 움틔우고 있던 파릇파릇한 청보리는 느닷없이 찾아온 동장군한테 쩔쩔매고 있는 모양새다. 추운 겨울을 잘 견뎌야 더 달콤한 채소들이 안쓰러워 보인다. 진도를 수십 차례 다녔지만 이렇게 많은 눈이 쌓여 있는 모습은 처음이다.

운림산방 초가집의 부엌 모습. 사진 / 박상대 기자
운림산방 초가집의 부엌 모습. 사진 / 박상대 기자

역사와 문화, 먹을거리가 풍부한 보배섬
눈길에 진도까지 여행을 오셔서 감사합니다. 진도를 보물섬이라고 하는데 진도에는 3가지 보물이 있어요. 진돗개, 구기자, 진도곽이 보물입니다.”

배정희 문화관광해설사가 입을 연다. 그런데 여행객들은 진도의 3대 보물을 운림산방, 셋방낙조, 신비의 바닷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진도의 보물 같은 3()로 구기자, 홍주, 울금을 말하기도 한다.

운림산방을 찾은 관광객들. 사진 / 박상대 기자
운림산방을 찾은 관광객들. 사진 / 박상대 기자
운림산방 초가집에 하얀 눈이 쌓여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운림산방 초가집에 하얀 눈이 쌓여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이 세 가지는 모두 진도가 원조입니다. 구기자를 말할 때 청양을 원조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사실은 진도가 원산지입니다. 그리고 겨울에는 간재미회무침과 꽃게탕이 좋습니다.”

배 해설사는 진도를 자랑하기 시작한다. 점심을 먹을 때도 간재미회무침을 먹을 때는 울금막걸리를 한 잔 곁들이면 더 맛있다고 귀띔한다. 읍내에서 점심을 먹고 의신면에 있는 운림산방으로 가는데 중간에 왕온(王溫)의 묘가 있다. 왕온은 고려 삼별초군이 강화도에서 고려를 지키다가 진도로 피난할 때 함께 온 고려의 왕족(현종의8대손)이자 진도에서 삼별초군이 왕으로 추대한 인물이다. 진도에서 항몽 투쟁을 하던 중 몽고군의 습격으로 아들과 함께 피살되었다.

운림산방으로 오가는 골목길도 온통 하얀 세상이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운림산방으로 오가는 골목길도 온통 하얀 세상이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소치기념관에서는 그림과 글씨를 전시하고, 남종화 작품들을 미디어아트로 선보이고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소치기념관에서는 그림과 글씨를 전시하고, 남종화 작품들을 미디어아트로 선보이고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그 무덤 앞 도로에서 해마다 교통사고가 나서 사람들이 죽는 거예요. 동네 이장을 맡은 제가 정월초에 묘에 찾아가서 제사를 올렸어요. 그랬더니 10년 넘게 교통사고가 없는 거예요.”

배 해설사는 진도에 왕의 묘가 있고, 용장산성이나 남도석성 등 역사 유적이 많이 있다고 강조한다.

소치 이래 5대가 이어온 화가 가문
운림산방에 도착했을 때 하얀 눈송이가 쏟아졌다. 더러는 우산을 펼쳐들기도 하고, 더러는 눈을 받아 먹기도 하고, 동심으로 돌아가 눈을 뭉쳐서 친구들에게 던지는 사람도 있다. 운림산방 바로 뒤에 있는 첨찰산은 정상이 안 보일 정도로 많은 눈이 내린다.

운림산방 아랫마을에 있는 운림예술촌. 사진 / 박상대 기자
운림산방 아랫마을에 있는 운림예술촌. 사진 / 박상대 기자
운림예술촌 구름숲 카페에서 커피체험을 하고 있는 사람들. 사진 / 박상대 기자
운림예술촌 구름숲 카페에서 커피체험을 하고 있는 사람들. 사진 / 박상대 기자

운림산방 앞 연못(연지)과 연못 가운데 있는 배롱나무, 주변 나뭇가지에 눈이 하얗게 쌓여간다. 운림산방 초가지붕과 장독대도 온통 하얀색이다.

운림산방은 고택과 소치1, 소치2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조선 후기 남종화의 대가로 불리는 소치 허련(小痴 許鍊)이 말년에 한양 생활을 그만두고 고향인 이곳에 돌아와 머무르며 그림을 그리던 화실의 당호다.

소치 선생은 1809년 진도읍 쌍정리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그림에 재주를 보였다. 28세부터 해남 대흥사 일지암에서 기거하던 초의 선사에게 가르침을 받고, 30대 초반 그의 소개로 한양으로 가서 추사 김정희에게 본격적인 서화 수업을 받아 남종화의 대가로 성장했다. 왕실의 그림을 그리고 여러 관직을 맡기도 했으나 노년에 고향에 내려와 운림산방을 마련하고 그림에 몰두했다.

배정희 문화관광해설사. 사진 / 박상대 기자
배정희 문화관광해설사. 사진 / 박상대 기자

운림산방은 오랫동안 방치되다가 1982년 손자인 남농 허건(南農 許楗)이 주도하여 복원하였다. 화실 안에는 허 씨 집안 3대의 그림이 복제된 상태로 전시되어 있고, 새로 지어진 소치기념관에는 운림산방 5대의 작품과 수석, 도자기 등이 전시되어 있다.

족욕 전문 스파에서 피로를 풀고
운림산방 소치기념관을 둘러보고 나왔는데도 눈이 내린다. 진도 사람들도 근래에 보기 드문 폭설이라며 놀란다. 그래도 겨울에 눈이 많이 오면 내년에 풍년 들겠다고 하니까 고개를 젓는다. 자동차로 움직이는 시대라 당장 운전하기 힘들어서 문제라고 한다.

운림산방을 돌아나오는데 운림예술촌에 들러 차를 한 잔 마시고 가잔다. 운림예술촌은 진도북춤을 비롯한 진도 문화예술을 공연하고 계승하는 사람들이 모여 일하는 곳이다. 그 옆에 구름숲이라는 한옥 카페가 있다. 구름숲에서는 커피 만들기와 맛보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진도 의신농협에서 마련해 놓은 족욕스파에서 울금 족욕체험을 하고 있는 사람들. 사진 / 박상대 기자
진도 의신농협에서 마련해 놓은 족욕스파에서 울금 족욕체험을 하고 있는 사람들. 사진 / 박상대 기자

진도 의신농협에서 운영하는 울금 스파가 있다. 울금과 구기자를 원재료로 다양한 건강식품을 제조하는 곳인데 여행객과 동네 주민들을 위해 족욕 전문 스파를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20명이 체험할 수 있는 스파인데 개인별로 수도꼭지를 틀어서 40따뜻한 물을 받아서 10분 동안 명상을 하면 된다. 울금과 소금을 녹여 만든 온수에 발을 담그면 금방 기분이 좋아진다.

통증완화, 동맥경화 예방, 아토피 개선, 피부노화방지, 신진대사 촉진, 항암효과 등 다양한 효과를 볼 수 있다라고 벽면에 써붙여 놓고 있다. 스파를 마치고 구기자차나 울금차를 한 잔 마시면 컨디션이 더 좋아진다.

진도 사람들의 자긍심이 담겨 있는 세방낙조. 사진 / 박상대 기자
진도 사람들의 자긍심이 담겨 있는 세방낙조. 사진 / 박상대 기자
세방낙조 전망대 모습. 사진 / 박상대 기자
세방낙조 전망대 모습. 사진 / 박상대 기자

진도의 명품 해넘이 풍경은 유람선 낙조
진도에는 한국 최고를 자랑하는 해넘이 풍경이 있다. 진도 사람들은 세방낙조를 못 본 사람은 낙조 이야기를 꺼내지 말라고 한다. 전라남도에서도 연말에 가볼만한 여행지를 선정할 때 해넘이 명소로 자주 언급한다. 진도군 지산면 가학리는 이제 지산면 세방낙조로라는 새로운 주소를 사용하고 있다.

세방낙조는 도로변 전망대에서 해넘이 광경을 구경하는 것이 가장 손쉬운 방법이지만 동물섬투어라는 진도관광유람선을 타면 한층 이색적인 체험을 할 수 있다. 쉬미항에서 유람선을 타고 다른 섬들을 구경하고, 선상에서 해넘이 광경을 구경하는 것이다. 동물을 닮은 무인도와 바위들을 보는 재미도 있고, 검붉은 태양이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모습은 뭍에서 보는 것과 맛이 다르다. 태양은 황금빛 바다 위에 떠 있다가 서서히 빨갛게 변하고, 다시 검붉은 빛을 내다가 이내 어둠 아래로 사라진다.

쉬미항에서 출발하는 동물섬 유람선에서도 낙조를 감상할 수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쉬미항에서 출발하는 동물섬 유람선에서도 낙조를 감상할 수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INFO 진도관광유람선
주소 전남 진도군 진도읍 서부해안로 411 유람선터미널(쉬미항)
문의 061-543-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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