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강진] 강진은 역사와 문화적 가치가 높은 관광상품이 많이 있다. 강진읍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조선시대 육군 지휘부가 있던 병영성도 그중 하나다. 강진청자축제에 뒤이어 벚꽃이 필 무렵 전라병영성축제가 열린다.
복원되고 있는 조선 육군 지휘부와 옛 상가
강진군 병영면 성동리에 웅장하고 멋드러진 성곽이 하나 있다. 성곽 중간에 서 있는 2층짜리 목조건축물들(동서남문)도 자태가 아름답다. 대한민국의 사적 제397호이며 문화재인 강진 전라병영성이다.
전라병영성은 조선 1417년(태종 17년)에 처음 축조하여 1895년 갑오경장까지 조선왕조 500년간 전라도와 제주도를 포함한 53주 6진을 총괄한 육군의 지휘부였다. 수많은 사람의 흔적과 역사가 담겨 있고, 나라를 지키려는 호국정신을 다진 산 증거였다. 그러던 중 1894년 동학농민전쟁 때 불에 타고, 뒤이은 갑오경장 후 폐영되었다.
그후 문화재로 지정되면서 복원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복원된 성곽과 동서남문은 관광객들에게 개방되고 있다. 성곽 위에서 기념사진도 찍고, 성곽 주변에 번창했던 옛날 상업지구와 수백년 된 농촌마을들을 구경할 수 있다.
병사들과 생활필수품을 사고팔면서 상권이 형성되고, 일찌감치 장사기술을 배워 돈을 많이 번 사람들이 살던 거리도 있다. 5일장도 있으며, 돼지불고기를 비롯한 맛있는 음식을 파는 맛집들도 있다.
또한 1656년 3월부터 1662년 2월까지 이곳에 머물렀던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직원 하멜 일행이 살다간 흔적들도 남아 있으며, 그들의 거주를 기념한 하멜기념관도 있다.
조선 육군 지방 사령부를 되살려본 병영성축제
오는 3월 29일부터 31일까지 3일간 병영성축제가 열린다. 이 축제의 주요 테마는 조선시대 병영과 병사들의 문화를 재현하고, 그 과정에서 주민들과 관광객들의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갖는 일이다. 전라병마절도사 입성식, 조선 병영 체험, 조선 병사들의 화려한 퍼레이드와 퍼포먼스, 군 문화 페스티벌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병사들의 무예 체험, 활쏘기와 전통 놀이 체험, 어린이 외줄타기 체험, 소원성취 성곽밟기 등 흥미로운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전라병마절도사 입성식에는 당시 군인과 주민들이 화려한 복장을 하고 병영성 안으로 진입한다. 특히 강진 고을 주민들이 저마다 무기와 깃발을 들고 행렬에 참여한다. 복장이야 고증을 거친 당시 군복도 있지만 화려한 현대적 감각을 도입한 퓨전 복장도 있다.
당시 병사들이 거주했던 병영 막사를 짓고, 무기와 복장을 비치하여 관광객들이 환복한 후 기념 촬영을 할 수 있다. 그리고 당시 군인들의 가두 행렬과 현대 군인들의 장갑차 행렬도 이어진다.
전라병영성축제는 외국인은 물론 어린이와 노인까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다양한 강진의 특산품을 구경하거나 구매할 수 있고,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문화체험도 즐길 수 있다.
전라병영성의 긍정적 효과
고려 말 이래 계속된 왜구의 침략을 효과적으로 방어하기 위해 광산현에 설치되었던 육군 지휘부 전라병영을 태종대에 도강(작천)으로 옮겨오면서 강진 병영이 탄생하였다. 53주 6진의 병권을 장악한 전라도 군사령부였던 전라병영성은 한가롭기만 하던 강진군 동부지역에 커다란 바람을 일으켰다.
“성을 쌓고, 병사들이 거주할 막사를 짓고, 병사들에게 필요한 생활필수품과 군인가족들이 생활하는 데 필요한 물건들이 거래되기 시작했지요. 병영성 일대에서 농사를 짓던 사람들이 장사에 눈을 뜨고, 돈을 버는 갖가지 행위를 배우고 실행한 겁니다.”
병영 출신 김강운 하멜기념관 관리자는 강진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INFO 전라병영성축제
일시 3월29~31일
장소 전남 강진군 병영면 병영성 일대
조선을 처음 유럽에 알린 하멜기념관
병영성 앞에는 현대식 건축물이 하나 있다. 마당 앞에 풍차가 서 있는 하멜기념관이다. 기념관 앞에 하멜의 동상이 서 있다.
헨드릭 하멜은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소속 상선의 서기 선원이었다. 1653년 중국에서 일본 나가사키로 가던 중 태풍을 만나 죽을 고생을 하다 배가 난파되자 일행 36명과 함께 제주도 대정에 상륙했다. 제주에서 한양으로 압송되었다가 강진에서 6년간 억류 생활을 했고, 1666년 여수에서 격리 생활을 하던 중 일행 7명과 미리 구입한 배를 타고 나가사키로 탈출하였다. 조선 억류 13년 만이었다.
그들이 강진에 남기고 간 흔적은 지금도 남아 있다. 특히 그들이 거주했던 병영성 인근 한골목마을에는 유난히 높은 담장들이 있다. 담장은 돌과 흙을 섞어 쌓았는데 돌을 바로 놓지 않고 비스듬히 쌓은 것이 이채롭다고 한다.
하멜 일행은 한양에 있을 때 대포를 비롯한 신무기 개발에 참여했고, 강진에서 포크와 쇠스랑 등 서양식 농기구도 만들어 사용했다. 마을과 농지에 돌을 이용해서 수로를 만든 것도 그들의 솜씨였다고 한다.
하멜은 조선에서 살았던 13년간 이야기를 보고서로 작성하여 의회에 제출했는데, 이 내용이 <하멜표류기>란 책으로 출판되었고, 최초로 유럽에 조선을 알린 책이 되었다.
병영에는 당시 하멜 일행이 조선에서 살다간 내용을 기록한 기념관이 있다. 하멜의 고향인 네덜란드 호르큼시와 강진군이 자매결연을 맺고 하멜기념관을 개관하였다. 히딩크 축구감독을 비롯한 네덜란드 사람들이 심심찮게 다녀간다고 한다. 봄이면 튤립과 수선화, 모란이 만개하여 관광객을 반긴다.
십리벚꽃길과 맛있는 먹거리, 홍교
강진에는 유난히 벚꽃길이 많이 있고, 잘 가꾸어져 있다. 작천면과 병영면 일대 도로는 온통 벚꽃대궐이다. 지방도 옆에 식재된 가로수에 벚꽃이 피면 하얀 벚꽃터널로 차를 타고 지나다니기가 미안할 정도다. 벚꽃은 병영성축제 기간과 맞물릴 때도 있고, 며칠 뒤에 피기도 한다. 하얀 꽃비가 바람에 날릴 때면 관광객들은 차를 세우고 배우나 모델이 된다.
병영에는 전라도에서 가장 맛있다는 돼지불고기 거리가 있다. 오랜 옛날부터 서너 집에서 돼지불고기 백반을 팔았는데 지금은 돼지불고기 백반집과 토속 음식점이 열 집 이상 성업 중이다. 병영 5일장은 작은 시장인데 3일과 8일에 맞춰 가면 지역특산품을 골라 살 수 있다.
병영성 인근 한골목마을은 크고 작은 9개 마을이 어깨를 맞대서 앉아 있다. 마을 골목길을 걸으면 강진의 한가로운 농촌마을 풍경과 맑은 물이 흐르는 적벽청류 계곡도 구경할 수 있다.
병영성 이웃 배진천에는 아주 오래된 무지개 다리 홍교가 있다. 홍교의 상단 중간 지점에 머리를 치켜든 용머리 조각이 있는데 다른 홍교에서 보기 어려운 장치다. 홍교 옆에는 작은 저수지가 있고, 수변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