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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섬 여행] 설레고 애정하는 그 섬, 외연도
[섬 여행] 설레고 애정하는 그 섬, 외연도
  • 김민수 섬 전문 여행작가
  • 승인 2024.02.14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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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섬 외연도. 육지와 멀리 떨어져 있어 서해임에도 물빛이 맑은 그곳으로 떠나본다. 사진 / 김민수 여행작가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섬 외연도. 육지와 멀리 떨어져 있어 서해임에도 물빛이 맑은 그곳으로 떠나본다. 사진 / 김민수 여행작가

[여행스케치=보령] 외연도란 이름만 들어도 설렌다. 매 계절이 또렷하게 기억날 만큼 애정하는 섬이다. 서해에 있음에도 물빛은 맑고 투명하며, 산록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을 만큼 푸르고 울창하다. 해무를 뚫고 솟아난 이름, 새벽녘이면 중국의 닭울음 소리가 들려올지도 모를 신비하고 또 먼 섬이다.

여행하기 좋은 섬 외연도
외연도는 대천항에서 쾌속선을 타고 두 시간은 달려야 만날 수 있는 섬이다. 충남 지역 유인도 중에는 육지와 가장 멀리 떨어져 있다. 또한, 10개의 무인도를 거느린 외연열도의 어미 섬이기도 하다.

외연도항은 2023년 말 어항 정비 사업을 완료. 어업시설의 안정성을 확보했다. 사진 / 김민수 여행작가
외연도항은 2023년 말 어항 정비 사업을 완료. 어업시설의 안정성을 확보했다. 사진 / 김민수 여행작가
섬 식생은 원시적 모습을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다. 사진 / 김민수 여행작가
섬 식생은 원시적 모습을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다. 사진 / 김민수 여행작가

섬은 중앙의 낮고 완만한 당산이 양옆에 봉화산과 망재산을 우뚝 세워 놓은 M자형의 모습을 하고 있다. 큰 면적을 차지하는 두 개의 봉우리를 제외하면 사람 사는 공간은 그리 넉넉하지 않다. 마을은 당산의 자락을 따라 항구까지 이어지고 대부분 주민은 선착장을 중심으로 옹기종기 모여 산다. 마을에는 초등학교, 보건소, 여객선 대합실, 공동 작업장은 물론 식당과 슈퍼, 민박이 들어서 있다. 먼 섬치고는 여행 인프라가 꽤 좋은 편이다.

외연도는 바다는 남해안을 연상시킨다. 육지와 멀리 떨어져 펄이 없기 때문이다. 하늘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물색은 곱고 선명하다. 그리고 해안에는 유난히 크고 둥근 바위가 많다. 오래전 주민들은 햇살에 반짝이는 그것을 보고 이라 불렀고 고라금, 누적금, 작은명금, 큰명금이란 지명이 생겨났다. ‘은 만입 된 해안을 뜻하기도 한다.

높은 파도가 칠 때면 누적금의 모습이 섬뜩하게 변모한다. 사진 / 김민수 여행작가
높은 파도가 칠 때면 누적금의 모습이 섬뜩하게 변모한다. 사진 / 김민수 여행작가
그나마 원형을 유지하고 있었던 2011년 당시의 상록수림 연리지. 사진 / 김민수 여행작가
그나마 원형을 유지하고 있었던 2011년 당시의 상록수림 연리지. 사진 / 김민수 여행작가

외연도상록수림은 여전히 푸르고 울창할 예정
당산에 있는 상록수림은 외연도의 시그니처다. 상록수종에 낙엽활엽수가 어우러진 숲은 일 년 내내 싱그럽다. 외연도상록수림은 섬 식생의 원시적 모습을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어 일찌감치(1962) 천연기념물 136호로 지정되었다. 숲은 동백나무, 팽나무, 상수리나무, 생달나무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많은 수종으로 이뤄져 있다. 특히 500년을 살았다는 아름드리 후박나무도 그중 하나다.

이런 외연도상록수림에도 아픔의 기록이 있다. 예능 프로그램 <12>에 소개되면서 관심과 사랑를 한 몸에 받았던 연리지가 그 주인공이다. 아쉽게도 연리지는 2010년 태풍 곤파스가 섬을 덮쳤을 때 가지가 부러졌다. 마을 사람들이 그것을 동여매고 다시 하나가 되기를 바랐지만, 이후 또 다른 태풍에 의해 몸통 째 사라져 버렸다.

봉화산 중턱에 오르면 망재산과 외연도항의 오롯한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사진 / 김민수 여행작가
봉화산 중턱에 오르면 망재산과 외연도항의 오롯한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사진 / 김민수 여행작가
무인도 대청도 중청도의 모습이 아련해 보였던 누적금의 저녁 한때. 사진 / 김민수 여행작가
무인도 대청도 중청도의 모습이 아련해 보였던 누적금의 저녁 한때. 사진 / 김민수 여행작가

이렇듯 상록수림은 매년 닥쳐오는 태풍으로 인해 많은 생채기를 입었다. 하지만 굿굿하게 견뎌내고 있으며 후계목 조성사업 등의 관리를 통해 여전히 푸르고 울창할 예정이다.

아찔했던 그곳에 둘레길이 놓였다
오래전 15kg 백패킹 배낭을 메고 외연도를 한 바퀴 돌았던 적이 있다. 섬사람들이 나무하러 다녔다는 산길은 거칠었고 때론 풀숲으로 뒤덮여 사라졌다 나타나기를 반복했다. 물론 표지판도 없었다. 그러다 무심코 맞닥트린 해안에서 난감한 상황을 만나게 됐다. 바닷물이 들어와 길이 끊겨버린 것. 고민 끝에 바위와 바위 사이를 뛰어 건너는 위험한 시도를 했고 그러다 발목을 심하게 삐었다. 아픈 다리를 이끌며 우여곡절 끝에 선착장으로 복귀할 수 있었지만, 가시덩굴에 옷이 찢어지고 탈진한 상태가 되었다.

돌삭금에서 명금으로 이어지는 북쪽 해안 길은 가볍게 산책하기에 좋다. 사진 / 김민수 여행작가
돌삭금에서 명금으로 이어지는 북쪽 해안 길은 가볍게 산책하기에 좋다. 사진 / 김민수 여행작가
높이 238m의 봉화산 정상에는 이름처럼 봉화터의 흔적이 남아있다. 사진 / 김민수 여행작가
높이 238m의 봉화산 정상에는 이름처럼 봉화터의 흔적이 남아있다. 사진 / 김민수 여행작가

지금 생각해 보면 아찔한 기억이다. ‘알지 못하는 길은 함부로 가는 것이 아니다라는 강력한 교훈을 얻었다. 그런 외연도에 얼마 후 둘레길이 조성됐다. 표지판도 생기고 험한 지형에는 데크길도 놓였다.

외연도 둘레길은 각각 망재산과 봉화산을 중심으로 2개의 코스로 조성돼있다. 여행자들은 따로 혹은 한 번에 길을 걷을 수 있게 됐다. 해안과 숲을 고루 지나는 외연도 둘레길은 시야에 관대하고 지루함이 없다. 소심한 사람도 콧노래가 나오는 경쾌한 길이다.

돌 너머 노랑배의 색이 유난히 진하게 보였던 돌삭금의 아침. 사진 / 김민수 여행작가
돌 너머 노랑배의 색이 유난히 진하게 보였던 돌삭금의 아침. 사진 / 김민수 여행작가

더불어 외연도는 새들의 천국이다. 발견된 조류만 1,200종을 넘는다. 둘레길을 걷다보면 새를 촬영하는 전문작가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그때는 발걸음을 늦추고 조심히 걸어야 한다. 카메라 렌즈가 향하는 그곳에 희귀 조류가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봉화산 등산은 둘레길과는 별도로 이른 아침이나 늦은 오후가 좋다. 동틀 무렵 봉화산 중턱(데크 쉼터)의 전망 바위에서는 외연도항과 마을의 어스레한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하루해가 저물 즈음, 정상에서 바라본 외연열도의 낙조는 너무도 황홀하다.

당산 자락의 고갯길을 넘어서면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돌삭금이 나타난다. 사진 / 김민수 여행작가
당산 자락의 고갯길을 넘어서면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돌삭금이 나타난다. 사진 / 김민수 여행작가
노랑배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외연도 끝자락의 매바위 낙조. 사진 / 김민수 여행작가
노랑배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외연도 끝자락의 매바위 낙조. 사진 / 김민수 여행작가

하마터면 뱃길이 끊길 뻔
이른 아침 돌삭금에서 큰 명금으로 이어지는 해안 길을 산책할 때 저 멀리 절벽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그 모습이 뱃머리와 흡사하고 햇살을 받으면 노란빛을 띤다는 노랑배다. 외연도의 지명은 이토록 단순하다. 마당과 같이 널찍한 바위가 있으면 마당배’, 고래의 생식기를 달았으면 고래조지이런 식이다.

외연도는 최소 23일 정도는 머물러야 진면목을 느껴갈 수 있는 섬이다. 상록수림과 둘레길을 걷고 난 후라면 그 사람 다음은 당연히 마을 차례다. 주민들은 여행자들에게 매우 친절하다. 한 번이 아닌 여러 번의 여행이 쌓인다면 그리워하게 될지도 모른다. 식당 앞 평상에서 회 한 접시를 시켜놓고 소주잔을 기울여도 좋다. 취기 속으로 먼 섬의 푸릇한 저녁이 들어와 앉을 테니까.

외연도 여행 팁

여객선
대천연안여객선터미널 외연도항 11

캠핑
누적금, 돌삭금, 노랑배의 전망데크가 주된 숙영지로 이용된다. 하지만 최근에는 화재와 데크 파손 등을 이유로 주말과 성수기에는 캠핑을 제한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대안으로는 마을 안 테마공원, 헬기장 부근 노지 그리고 돌삭금 몽돌해변이 있다.

섬 내에 작은 규모지만 슈퍼가 두세 곳 있고 식당도 여러 곳 영업하고 있으므로 지나치게 많은 음식이나 식재료는 준비해 올 필요가 없다.

망재산 둘레길
안내판에는 둘레길과 해안 탐방로를 나눠 코스를 설명하고 있지만, 선착장을 출발하여 길이 이어지는 대로 걷다 보면 섬의 모든 곳을 자연스럽게 돌아보게 된다. 섬이 작은 편이고 모든 길이 완만해서 별다른 차림 없이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다.

1) 망재산 둘레길(3.5km /2시간)
선착장 -> 일출전망대 -> 망재산 -> 고래조지 -> 고라금 -> 선착장

2) 해안탐방로
선착장 -> 누적금 -> 돌삭금 -> 헬기장 -> 노랑배 -> 봉화산 -> 쉼터 -> 당산 -> 상록수림 -> 초등학교 -> 선착장

노랑배-마당배-선착장으로 이어지는 코스는 길이 험하고 우천 시 시계가 안 좋으며 특히 갯바위 구간은 만조 시 위험하니 날씨와 물때를 잘 살펴야 한다.

FOOD
상시 운영되는 섬 내 식당들은 생선회와 매운탕을 주 메뉴로 하지만 백반을 빠뜨리지 않는다. 생선구이(조림)과 찌개나 국이 기본으로 나오는 백반은 평균 이상이다. 생선회는 모두가 자연산이라 식감이 좋고 밑반찬과 매운탕이 기본으로 제공되며 가격이 적절해 한 번쯤 먹을 만하다. 외연도는 해삼이 많이 양식되는데 해삼 가공공장을 갖추고 있을 정도다. 해삼내장으로 만든 젓갈은 반드시 먹어봐야 할 별미다. 백반에도 해삼요리가 올라오는 추억식당을 추천한다.

STAY
작은 섬에 무려 25곳이나 되는 민박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여행객이 많다는 뜻이다. , 가을 주말과 휴가철에는 숙소 잡기가 쉽지 않다. 여행계획을 세우면 일단 여객선 티켓을 확보(가보고싶은섬 홈페이지)한 후 숙소를 예약하는 것이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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