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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특집 ①] 국내 최대의 묘목 시장으로 떠나는 옥천 봄 여행
[특집 ①] 국내 최대의 묘목 시장으로 떠나는 옥천 봄 여행
  • 김수남 여행작가
  • 승인 2024.03.13 0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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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 움트는 봄날, 국내 최대의 묘목 시장이 열리는 옥천으로 여행을 떠나본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생명이 움트는 봄날, 국내 최대의 묘목 시장이 열리는 옥천으로 여행을 떠나본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여행스케치=옥천] 내일 지구에 종말이 와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라는 말은 나무와 관련된 가장 유명한 명언일 것이다. 동화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나무와 관련된 가장 유명한 문학작품으로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에게까지 큰 울림을 주고 있다. 부처의 깨달음 역시 보리수라는 나무 아래서였다. 인간에게 나무는 어떤 존재일까? 봄날, 국내 최대의 묘목 시장이 열리는 옥천에선 그 답을 찾을 수 있을까.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는 옥천. 정지용 시인이 노래한 아름다운 옥천은 나무의 고장이기도 하다. 포도와 복숭아 그리고 각종 나무 묘목이 3대 특산물 대접을 받고 있다. 특히 읍내에 붙은 동이면과 이원면에는 묘목가게가 몰려있다. 그중에서도 이원면이 핵심인데 국내에서 유일한 묘목 산업 특구이면서 3월 말에는 묘목 축제가 열리기도 한다.

옥천묘목공원 전망대에서 바라본 이원면 일대.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옥천묘목공원 전망대에서 바라본 이원면 일대.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전국 최대 묘목 시장에 찾아온 봄
이맘때면 단골로 등장하는 뉴스가 45일로 지정된 식목일의 적정성 여부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일본 패망 직후인 1946년 미 군정에 의해 45일이 식목일로 지정되었고 이승만 정권을 거쳐 한때는 법정공휴일 대접까지 받았다. 최근에는 지구온난화 등으로 날씨가 따뜻해져서 3월에 나무를 많이 심으니, 날짜를 옮겨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여론을 정확히 살펴보려면 시장으로 나가야 한다. 옥천 묘목 시장의 성수기는 2월에서 4월인데 그중에서도 3월이 제일 분주하다. 나무는 봄뿐 아니라 가을에도 많이 심어서 한여름과 한겨울만 주춤할 뿐 항상 성시를 이루는데 이곳에서 거래되는 묘목이 전국 거래량의 60~70% 가량 된다.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는 다양한 종류의 묘목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는 다양한 종류의 묘목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봄맞이 꽃화분을 장만해볼 수 있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봄맞이 꽃화분을 장만해볼 수 있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앞마당에 나무 몇 그루 심어보려는 개인들로부터 나무 판매를 업으로 하는 소매상들까지 다양하다. 생산과 함께 도소매를 겸한 시장인 셈인데 다양한 나무 묘목을 취급하다 보니 대부분의 업체들이 규모가 크고 그 거래액도 큰 편이다. 관내 묘목 생산업체 중 약 70%가 가입한 옥천이원묘목영농조합법인의 대표이기도 한 김영식 광일농원 대표는 대략 연간 4,000~5,000만 그루 정도가 이곳에서 거래된다고 말한다.

김 대표는 부친이 경영하던 농원을 물려받은 경우인데 그 내력을 듣다 보면 이원 묘목 시장의 역사가 보인다. 지금으로부터 약 90~100년 전인 일제강점기에 김 대표의 할아버지가 일본인들에게 복숭아 접목 기술을 배워 사업을 시작했단다. 그렇게 기술을 익힌 당시 사람들 중심으로 1930년에서 1940년 무렵에 이원의 묘목 시장이 태동하였다. 김 대표가 3대째 가업을 잇듯 회원사 74개 농가 중 50개 농가 이상이 대를 이어 운영하는 사업체라고 한다.

옥천이원묘목영농조합법인 김영식 대표.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옥천이원묘목영농조합법인 김영식 대표.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좋은 묘목을 고르는 요령을 숙지한 후 방문하면 더욱 좋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좋은 묘목을 고르는 요령을 숙지한 후 방문하면 더욱 좋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옥천 묘목의 뿌리가 생각보다 깊다. 옥천이 나무의 고장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된 비결도 물었다.

첫째는 국토 정중앙의 내륙지방이다 보니 기후적 조건이 좋아 내성이 강한 우량 묘목을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마사질 토양이 대부분이라 배수가 잘되고 잔뿌리가 많이 생기는 등 생육에 유리하다는 점입니다. 세 번째는 유통에 유리한 지리적 위치도 한몫하고 있죠.”

요즘 인기를 끄는 가정용 정원 나무로는 수형이 수직으로 뻗어 올라가는 블루엔젤이나 그린, 수국 등을 꼽았다. 대중적으로 인기를 끄는 수국도 노지에서 월동이 가능한 품종이 많이 개발되어 꾸준하게 찾는 편이라고 한다.

묘목 화분을 둘러보는 손님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묘목 화분을 둘러보는 손님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이원묘목시장에서는 해마다 새로운 품종들이 쏟아져 나온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이원묘목시장에서는 해마다 새로운 품종들이 쏟아져 나온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일반 소비자들이 좋은 묘목을 고르려면 요령이 필요하다. 첫째 꽃눈이 살아있는지 잘 확인할 것, 두 번째는 뿌리를 살펴서 거무칙칙하면 죽어가는 것이니 발그스름한 것을 고를 것, 그리고 세 번째는 동해를 입은 나무는 아닌지 꼼꼼하게 살펴봐야 하는데 이는 나무껍질을 보면 알 수 있다. , 나무껍질이 동해를 입은 것은 뭉그러지고 건강한 것은 빳빳한 편이라고 한다.

나무도 사고 꽃도 사고 힐링도 하고
많은 업체가 묘목과 작은 화분 등 목본류를 중심으로 영업하지만 대흥사거리 인근 도로변의 해오름농장은 실내에서 키울 수 있는 초화류를 전문으로 한다. 묘목 시장 안에서도 틈새시장을 찾은 셈이다. 야생화와 사계 장미, 관엽류 등이 주품목이어서 관광객들도 가볍게 구경할 만하다. 시클라멘, 제라 늄, 펠라르고늄과 같이 아파트에서도 키울 수 있는 깜찍하고 예쁜 꽃 화분들이 많다.

초화류를 취급하는 해오름농장.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초화류를 취급하는 해오름농장.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다양한 구근류 제품을 보여주는 해오름농장 김용금 대표.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다양한 구근류 제품을 보여주는 해오름농장 김용금 대표.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농장주 김용금 씨는 2017년에 귀농하여 이듬해 노점처럼 작은 꽃가게를 시작했는데 지금은 웬만한 묘목 업체와 어깨를 견줄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그동안은 대전에서 출퇴근하던 절반의 귀농생활이었지만 작년부터는 완전히 정착하여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아무래도 도시 생활을 오래 하여서 꽃을 가꾸고 싶어 하는 도시민들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것일까, 화분 하나에도 키우는 요령을 자세히 설명하며 정성을 들인다.

글로벌팜 아열대식물원 커피체험관의 내부 소품.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글로벌팜 아열대식물원 커피체험관의 내부 소품.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글로벌팜 내부 모습.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글로벌팜 내부 모습.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인근에는 글로벌팜 아열대식물원 커피체험관이 있는데 꽃과 나무로 가득한 온실 카페 역할을 하고 있다. 커다란 온실 안으로 들어서면 오밀조밀 정감 있고 운치 있는 분위기가 기다린다. 적절하게 자리한 아열대식물과 실내용 화분들을 구경한 후 적당한 자리에 앉으니 푸릇푸릇한 기운이 마음속으로 스며드는 느낌이다. 이럴 땐 차 한 잔 앞에 놓고 잠시 세상일을 접어두는 게 좋다. 치유 여행이 따로 있나, 몸과 마음이 절로 가벼워진다. 이곳에선 차와 빵만 파는 게 아니라 화분과 나무도 함께 팔고 있다. 잘 자란 커피나무 화분이 여행자를 유혹한다.

글로벌팜 아열대식물원 커피체험관에서는 소품류 식물도 구입할 수 있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글로벌팜 아열대식물원 커피체험관에서는 소품류 식물도 구입할 수 있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글로벌팜에서의 차 한 잔의 여유가 마음의 힐링을 가져다 준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글로벌팜에서의 차 한 잔의 여유가 마음의 힐링을 가져다 준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이원면에는 군에서 조성한 묘목공원이 있다. 묘목 조형물이 반기는 묘목공원에는 별다른 볼거리가 있는 건 아니지만 호젓한 산책로 끝에 자리한 전망대만큼은 일품이다. 전망대 역시 묘목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들었는데 이원면 일대를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다. 지난 여름에는 수국을 대량 심었다고 하니 수국 동산으로 변하는 6월에는 어떤 모습으로 변할까 기대된다. 이곳 묘목공원을 중심으로 우리나라에선 하나뿐인 묘목 축제가 열린다.

묘목을 형상화한 옥천묘목공원 전망대.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묘목을 형상화한 옥천묘목공원 전망대.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올해 축제는 329일부터 31일까지 열린다. 묘목(천리향) 심어가기, 묘목경매, 나무 커플링 만들기, 묘목 기술 상담 등의 프로그램이 3일간 이어져 묘목도 구하고 축제 분위기도 즐길 수 있다. 특히 2만 주 가량의 묘목을 나눠주는 행사도 있다고 하니 나무 좋아하는 여행객들에겐 눈이 번쩍할 만한 뉴스다.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여행쪽지
옥천묘목공원(옥천묘목축제장) - 옥천군 이원면 이원로 789

광일농원(옥천이원묘목영농조합법인 대표) - 043-733-9500
해오름농장 - 010-7622-6630
글로벌팜 아열대식물원 커피체험관 - 010-9212-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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