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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박물관 기행] 아이들 핑계로 어른이 더 신나는 춘천 애니메이션박물관 & 토이로봇관
[박물관 기행] 아이들 핑계로 어른이 더 신나는 춘천 애니메이션박물관 & 토이로봇관
  • 최보기 객원기자
  • 승인 2024.04.12 16: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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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어린이와 어른들 모두에게 인기 있는 도시 춘천의 애니메이션박물관을 방문했다. 사진 / 황일민 사진작가
현재 어린이와 어른들 모두에게 인기 있는 도시 춘천의 애니메이션박물관을 방문했다. 사진 / 황일민 사진작가

[여행스케치=춘천] 춘천은 젊은 엄마와 아빠가 처녀총각 때 로맨스를 즐기던 도시다. 호반의 도시 춘천은 지금 어린이와 어른들에게 인기 있는 도시다. 어른들이 만화와 함께 성장했다면 어린이들은 애니메이션과 더불어 꿈을 키운다. 춘천 애니메이션박물관에 다녀왔다.

물 위를 걷는 개꿈이와 아기공룡 둘리를 찾아서
춘천행 기차를 타고 가면서 우선 궁금한 것은 애니메이션박물관이 왜 춘천에 있게 된 걸까였는데 춘천에 도착하여 그 궁금증부터 풀었다.

춘천은 수도권 인구의 상수원 구역으로 굴뚝 산업에 제한을 받고 있어, 당시 시장님께서 유럽의 사례를 참고로 CT 산업인 만화와 영상 산업을 키우며 1996년 만화영상도시로 지정을 받게 됐다. 이후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아우르는 춘천애니타운페스티벌을 매년 개최하며 애니메이션 산업을 육성하는 과정에서 애니메이션박물관도 개관하게 되었다.

세계 애니메이션 전시관 중 일본 애니메이션관 입구. 사진 / 황일민 사진작가
세계 애니메이션 전시관 중 일본 애니메이션관 입구. 사진 / 황일민 사진작가
애니메이션 더빙 체험관에서 서울의 한 초등학교 3학년 가족이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 / 황일민 사진작가
애니메이션 더빙 체험관에서 서울의 한 초등학교 3학년 가족이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 / 황일민 사진작가

경춘가도(京春街道)는 여전히 낭만과 로맨스가 넘쳤다. 넉넉하게 물이 차오른 호수를 내려다보며 형형색색의 차와 자전거 행렬이 각자의 길을 느긋하게 달렸고, 사방을 둘러싼 산맥 안에 아담하게 담긴 분지 평야에는 물의 도시 춘천이 조용히 숨어있었다. 울창한 산맥과 푸른 물이 수채화처럼 춘천의 배경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수도권 상수원 보호구역으로서 연기를 내뿜는 공장이 없기 때문이다. 굴뚝 산업 금지의 땅 춘천에게 CT(문화 기술, 콘텐츠 기술) 산업은 위기를 극복하는 기회의 문으로 다가왔다.

실제 사용된 태권V 신문 광고 인쇄용 동판. 사진 / 황일민 사진작가
실제 사용된 태권V 신문 광고 인쇄용 동판. 사진 / 황일민 사진작가
로봇관 3층 갤러리 툰은 의암호 파노라마 풍경을 즐기며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사진 / 황일민 사진작가
로봇관 3층 갤러리 툰은 의암호 파노라마 풍경을 즐기며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사진 / 황일민 사진작가

오래전 춘천에 씨앗으로 날아왔던 마임, 만화, 영상, 연극, 애니, 인형, 문학같은 낯선 단어들이 싹을 틔워 이제 그 열매를 익숙하게 맺고 있는 이유다. 의암호 서쪽 물가, 박사(博士)가 하도 많이 나와 이름도 박사마을인 곳에 애니메이션박물관, 토이로봇관이 있는데 거기 사는 개꿈, 아기공룡 둘리, 로봇태권브이가 하버드 박사못지않게 유명세를 타고 있는 까닭이다. 2023년 야외 이벤트 방문객 빼고 실내 입장객만 18만여 명이었는데 그중 80%가 춘천이 아닌 외지에서 온 관람객이었다. 저 멀리 남쪽 지역에서 소문 듣고 일부러 찾아오는 가족 관람객도 적지 않다.

애니메이션은 영혼을 불어넣는애니마(Anima)에서 유래했는데 학자들은 선사시대 어느 미술가가 스페인 알타미라 동굴 벽에 멧돼지를 그리면서 움직임을 표현하기 위해 다리를 8개 그려 넣은 것이 그 최초의 시도였다고 해석한다.

INFO 애니메이션박물관 & 토이로봇관
주소 강원 춘천시 서면 박사로 854
운영시간 10:00~18:00(각 관 입장마감 17:00)
정기휴관 매주 월요일, 11, 명절 당일 (월요일이 공휴일이면 다음날 휴관)
반려동물 출입금지
문의 애니메이션박물관 033-245-6470 / 토이로봇관 033-245-6460

가볍게 왔다가 깜짝 놀라는 애니메이션박물관
애니메이션박물관은 앞뒤 넓은 마당부터 하나의 예술공원이다. 영화로 유명해진 캐릭터들이 군데군데 전시된 정원과 바닥분수, 애니타운 투어열차, 유아숲체험원, 야외 영화공연장 사이에 귀에 익숙한 애니메이션 영화 주제음악들이 흐르며 방문객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

박물관 2층에서 내려다본 박물관 중앙홀은 필름과 렌즈를 모티브로 설계되었다. 사진 / 황일민 사진작가
박물관 2층에서 내려다본 박물관 중앙홀은 필름과 렌즈를 모티브로 설계되었다. 사진 / 황일민 사진작가
애니메이션 주인공 체험관으로 자신의 사진을 찍으면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이 된다. 사진 / 황일민 사진작가
애니메이션 주인공 체험관으로 자신의 사진을 찍으면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이 된다. 사진 / 황일민 사진작가

박물관 1층 인테리어는 단성사 골목이 컨셉. 1937년 조선시대 최초 만화영화 주인공 개꿈이가 1929년식 포드 자동차에서 내려 관람객을 맞이한다. 1970년대 만화가게, 똘이네 잡화점, 은하사진관을 기준으로 나뉜 골목에 애니메이션의 종류와 제작 원리, 영사기 발달 과정 등 한국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유물과 자료, 다양한 체험시설이 있다. 과거 춘천 영화관에서 사용했던, 영화 <시네마 천국>에서 조작 실수로 영사기가 불타는 장면에 나왔던 대형 가스(탄소막대) 영사기를 구경하고, 레버를 돌리면 그림판이 잔상효과로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는 애니메이션으로 바뀌는 것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1960년대 홍길동부터 2000년대 오세암까지 한국 만화영화가 아카이브에 모두 모여 어린이에게는 신기한 구경거리를 제공하고, 어른에게는 추억을 소환한다. 2층에는 유럽, 미국, 일본 등 나라별 애니메이션과 구름빵, 핀스크린, 리듬게임, 더빙 하기, 효과음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시설로 관람객의 도파민을 자극한다.

애니메이션박물관에 있는 캐릭터 판매점. 사진 / 황일민 사진작가
애니메이션박물관에 있는 캐릭터 판매점. 사진 / 황일민 사진작가
자전거로 전기를 만들어 레이싱을 할 수 있는 체험공간. 사진 / 황일민 사진작가
자전거로 전기를 만들어 레이싱을 할 수 있는 체험공간. 사진 / 황일민 사진작가
박물관 뒷편에는 의암호의 풍경을 보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멋진 공간이 있다. 사진 / 황일민 사진작가
박물관 뒷편에는 의암호의 풍경을 보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멋진 공간이 있다. 사진 / 황일민 사진작가

토이로봇관은 원래 박물관 옆 건물 1층 빈 사무실을 활용하기 위해 들어섰던 로봇상설체험관이 박물관 못지않게 인기를 끌면서 3층 건물 전체로 확대됐다. 1층은 로봇, 2층은 토이를 주제로 재미있는 로봇 체험과 게임, 톱니바퀴 원리로 움직이는 과학 장난감 원리와 체험시설이 가득하다. <실감체험관>에서는 관람객이 우주쓰레기를 제거하는 환경구조특공대로 변신하고, 에너지 자전거로 로봇에게 을 주고, 영화 <미션 임파서블>의 주인공이 돼 레이저 미로를 돌파한다. <상설공연장>은 정기 로봇드론 댄스공연으로, 갤러리가 있는 3층 카페는 의암호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전망으로 핫플레이스 in 핫플레이스다.

! 이제 우리는 어느 날 외계인의 공격이 있더라도 안심, 안심이다. 토이로봇관 옥상이 열리면서 아톰과 로봇태권브이가 날아올라 지구를 지켜줄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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