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호 표지이미지
여행스케치 5월호
[한국의 정원] 정용준씨 고택 별당, 연정(蓮亭)
[한국의 정원] 정용준씨 고택 별당, 연정(蓮亭)
  • 김진용 기자
  • 승인 2006.01.1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연못에 비친 정용준씨 고택 별당 모습. 2006년 1월. 사진 / 김진용 기자
연못에 비친 정용준씨 고택 별당 모습. 2006년 1월. 사진 / 김진용 기자

[여행스케치=영천] “정원(garden)이 어디 있는가? 풍경(scenery) 뿐이지 않은가?.” 지난해 창덕궁 후원을 방문한 LA 카운티 식물원 관계자들의 말이다. 정극인은 <상춘곡>에서 또 이렇게 적고 있다. “초가삼간을 벽계수 앞에 지어놓고 울창한 송죽 속에서 바람과 달의 주인이 되었구나.”

우리 옛 정원의 첫째 미덕은 자연스러움이다. 정원과 풍경을 구별하지 않으니 애초부터 정원이라는 개념이 있기는 했던가 의심스럽다. 풍경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풍경을 찾아가면 그것이 곧 정원이었다.

풍경이 사라진 곳엔 정원도 없다. 정원을 찾는 일은 우리의 마음 속에서 내쫓은풍경을 되찾는 일이다. 자연스러움이란 자연처럼 꾸미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스스로 그렇게 있는 것이 자연일진대, 높은 곳을 낮게 낮은 곳을 높게 꾸미지 않았다.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물의 순리를 거스르는 분수는 한국 정원에 들어올 수 없다. 정용준씨 가옥의 별당 주변은 자연을 가능한 따르려 한 정원이다. 초승달 모양으로 굽은 연못과 정자가 있고, 노송과 느티나무, 그리고 팽나무가 주위를 두르고 있을 뿐이다.

산에서 흘러오는 계류가 정자 뒤편에서 잠시 소를 이뤘다가 연못으로 흘러들어 빠져나간다. 그 풍경은 그냥 그대로 깊은 산의 정취를 담은 정원이었다. 어느 것 하나 손대지 않은 덕에, 정자에 걸터앉은 이는 ‘바람과 달의 주인이 되었구나’.

Info 정용준씨 고택
경북 영천 임고면의 고택이다. 현 주인인 정용준씨의 8대조가 조선 영조 원년(1725년)에 지은 가옥으로 본채와 별당 정자로 이뤄져있다. 본채는 사랑채와 문간채가 합쳐져 일자형으로 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별당은 본채와 50m 정도 떨어져 있는데, 정자를 지은 직후 연못에서 연꽃이 저절로 피었다고 해서 연정(蓮亭)이라 이름 붙였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