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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가족체험여행] 전주한옥마을에서 보낸 반나절
[가족체험여행] 전주한옥마을에서 보낸 반나절
  • 김정민 기자
  • 승인 2004.01.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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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여행스케치=전주] 천년고도, 전주에는 1900년대 초부터 풍남동과 교동일대에 조성된 한옥밀집지구가 있습니다. 국내 최대의 한옥보존지구로 9백 여 채에 달하는 고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그 곳을 한국관광공사 가족체험여행단과 다녀왔습니다. 신나는 전통체험 이야기 듣고 싶으세요?

경기전에 걸려있는 순종, 철종, 영조의 초상화. 2004년 1월. 사진 / 김정민 기자
경기전에 걸려있는 순종, 철종, 영조의 초상화. 2004년 1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오후 1시 30분 경기전 답사
드디어 전주한옥마을에 도착했습니다. 경기전에 간답니다. 경기전이라고 해서 궁궐 같은 유적인 줄 알았는데 이 곳은 조선왕조를 세운 태조 이성계의 초상화를 보관하고 있는 곳이랍니다. 원래 태조의 초상화를 보관하던 건물은 개성과 영흥, 전주, 평양, 경주 등 다섯 곳에 있었는데 경기전을 제외한 나머지는 임진왜란 때 불타서 소실되었다고 하는군요.

경기전에 들어가면 가장 가운데 태조 이성계의 초상화가 근엄하게 걸려있고 그 양 옆으로 순종, 철종, 영조, 세종, 정조, 고종의 초상화가 있습니다.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하신 분들은 한번씩 자세히 얼굴을 뜯어보시기 바랍니다.

로마네스크 양식의 전동성당. 2004년 1월. 사진 / 김정민 기자
로마네스크 양식의 전동성당. 2004년 1월. 사진 / 김정민 기자

2시 20분 아름다운 성당 전동성당
전동성당은 경기전의 바로 건너편에 있습니다. 한옥양식 일색인 마을에서는 보기 드물게 로마네스크 양식을 사용한 서양식 건물이라 약간은 어색해 보이기도 하죠. 이 곳은 한국 천주교의 순교 1번지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한국 천주교 최초의 순교자들이 신해박해 때 처형당한 풍남문이 있던 바로 그 자리에 세워진 성당이니까요. 그런 슬픔을 간직했지만 우리나라 성당같지 않게 규모도 크고 외관이 아름답습니다. 유럽에 있는 유서 깊은 성당들과도 견줄 만 하답니다.

전주 공예품전시관. 전주의 공예품을 한눈에 볼 수 있다. 2004년 1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전주 공예품전시관. 전주의 공예품을 한눈에 볼 수 있다. 2004년 1월. 사진 / 김정민 기자

2시 40분 전주 공예품전시관
세상에. 아이들이 마당 한가득 너무나도 즐겁게 전통놀이를 즐기고 있습니다. 굴렁쇠 굴리기, 널뛰기 등 한 사람이 시작해서 재미있어하니까 순식간에 들불처럼 번져갑니다. 전주공예품전시관에는 한지공예 전문 갤러리 기획관, 공예체험을 위한 체험관, 명인명장의 작품을 구입하고 전통차를 마실 수 있는 명장공예관이 있습니다.

체험관을 살짝 둘러보니 한 가족이 와서 마침 보석함을 만드는 한지공예를 하고 있군요. 선생님의 꼼꼼한 지도아래 너무도 진지하게 공예체험을 하고 있었습니다. 원래 이곳에는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에 관광객을 대상으로 공예체험을 실시하고 있는데 토요일에는 한지공예, 천연염색 등의 체험을 번갈아 가며 실시하고 일요일에는 도자체험을 하고 있으므로 참여를 원하면 문의를 해보세요.

전주한옥생활체험관 사랑채. 2004년 1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전주한옥생활체험관 사랑채. 2004년 1월. 사진 / 김정민 기자

3시 한옥생활체험관
전주한옥생활체험관은 한옥마을의 안쪽에 있습니다. 관광안내소에 있는 지도를 따라가면 금방 찾을 수 있습니다. 한옥생활체험관은 조선시대 양반집같이 꾸며놓은 곳에서 하룻밤 숙박체험을 하는 곳입니다. 안채와 사랑채 그리고 행랑채와 안마당, 사랑마당을 갖추고 있습니다.

사랑채를 열어보니 보료에 문갑까지… TV 사극에 나오는 세트장을 보는 것 같습니다. 이곳에서의 하룻밤이라. 꽤 운치가 있겠죠? 숙박 외에도 매월 ‘산조의 밤’과 같은 음악회도 열린다니 색다른 경험을 해볼 수 있을 듯 합니다.

술박물관에 가면 우리나라 술의 종류와 빚는 방법을 알 수 있다. 2004년 1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술박물관에 가면 우리나라 술의 종류와 빚는 방법을 알 수 있다. 2004년 1월. 사진 / 김정민 기자

3시 15분 전주전통술박물관
한옥생활체험관에서 술박물관이 가까워서 두리번두리번 찾았는데 모퉁이를 돌았더니 바로 보이네요. 술과 향이 흐르는 전주전통술박물관은 우리 조상들이 대대로 집집마다 빚어 마시던 술 ‘가양주’에 대한 다양한 유물을 소개해 놓았습니다. 술을 빚는 도구부터 술 빚는 과정까지 전시장을 한바퀴 둘러볼 수 있습니다.

매달 첫째 주, 셋째 주 토요일 3시에는 우리 술 빚기 행사가 있고, 둘째 주, 넷째 주 토요일 오후 3시에는 우리 술 시음회가 있답니다. 아참, 이 한옥마을에 왔다면 막걸리를 마셔봐야 한답니다. 전주막걸리도 상당히 유명하대요. 한옥마을 주변에도 여섯군데의 막걸리집이 있는데 막걸리만 시켜도 10여 가지 안주가 무료로 나온답니다. 그러니 안마시고 지나갈 수가 없겠죠?

술 박물관에 들렀다가 술에 대한 역사도 훑어보고 술박물관 안내서에 있는 전주 막걸리 지도를 따라 막걸리 한 잔 들이키러 가보는 것도 좋겠네요.

전주문화센터 앞마당에는 이렇게 전통놀이 시설들이 있답니다. 2004년 1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전주문화센터 앞마당에는 이렇게 전통놀이 시설들이 있답니다. 2004년 1월. 사진 / 김정민 기자

3시 30분 전주전통문화센터
전주비빔밥 만들기 전주전통문화센터에 왔습니다. 이곳은 볼거리, 먹을거리, 놀거리가 총체적으로 함께 하는 전주 한옥마을의 중심이라고도 볼 수 있답니다. 음식과 다례, 혼례, 풍물, 민속놀이, 공연관람을 즐길 수 있답니다.

요리체험이 있답니다. 오늘의 메뉴는 전주비빔밥입니다. 먼저 선생님께서 한번 시범을 보여주셨습니다. 먼저 깨끗이 씻어 불린 쌀에 사골국물을 넣어 밥을 합니다. 밥이 끓어오르면 불을 줄이고 콩나물을 얹어 뜸을 들이고 콩나물이 익으면 밥과 고루 섞습니다. 애호박, 무, 오이와 당근은 5cm길이로 채 썰어 깨소금과 참기름, 마늘을 버무려 놓습니다.

도라지는 소금을 넣어 주물러서 쓴 맛을 제거한 후 볶고, 미나리와 고사리도 같은 방법으로 준비해 놓습니다. 자. 재료가 준비되었으면 놋그릇에 밥을 담고 각종 나물들을 같은 색깔을 피해서 담습니다. 그리고 불고기 양념을 가미해 볶은 고추장을 밥 위에 얹고 계란 고명을 얹어줍니다. 고명이 없으면 생계란을 깨서 노른자만 푹 떠서 고추장 위에 얹어 놓고 참기름과 깨소금을 얹어주세요.

전주비빔밥. 2004년 1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전주비빔밥. 2004년 1월. 사진 / 김정민 기자

다 끝나셨나요? 이제 싹싹 비벼서 먹기만 하면 되겠죠? 자. 아빠, 엄마랑 같이 만들었다면 설거지도 같이 해야죠? 오늘만큼은 모든 가족이 팔을 걷어붙이고 비빔밥 만들기에 동참했습니다. 배가 부른데도 한 그릇을 금세 비웠습니다.

전주비빔밥 만들기를 해보시고 싶으세요? 매달 넷째 일요일 1시 전통문화센터 조리실로 오세요. 5시 전주전통문화센터 풍물체험 조금 시간이 남아서 앞마당에서 엄마, 아빠랑 널뛰기 하고 굴렁쇠 굴리기를 하며 놀았더니 이제 풍물 체험하러 들어오랍니다. 방안에 들어갔더니 수많은 장구와 북, 징과 꽹과리가 있습니다. 우선 편한대로 장구 하나를 잡고 앉았습니다. 투당탕탕.

풍물체험을 하는 사람들. 2004년 1월. 사진 / 김정민 기자
풍물체험을 하는 사람들. 2004년 1월. 사진 / 김정민 기자

모두들 두드려 보는데 갑자기 선생님께서 주목을 시키십니다. “자. 양반다리를 하고 앉으세요. 장구 앞에 앉으신 분 오른손을 들어 열채를 잡으세요. 편안하게 쥐시고 왼손을 들어 궁채를 잡으세요. 이제 입으로 장단을 말해 봅시다. 오른손은 ‘딱’이고 왼손은 ‘쿵’이예요. 같이 치면 ‘덩’이구요. 함께 쳐볼까요. 덩덩~쿵딱쿵. 덩덩~쿵딱쿵.” 왼손, 오른손이 신들린 듯 장단을 쳐댑니다.

북이 합류하고, 선생님이 치시는 꽹과리가 점점 소리를 높여갑니다. 이렇게 신날 수가. 자. 지금껏 친 장단은 무엇일까요? 바로 휘모리 장단이래요. 추임새도 넣고 어깨춤도 추다보니 30분간의 체험시간이 끝났습니다. 아쉬움의 함성이 쏟아집니다. 이렇게 우리 장단이 재미있는 줄 예전에는 미처 몰랐거든요. 아! 오늘은 정말 재미있는 하루였습니다. 저만 그랬을까요?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또 오고 싶어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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