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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지구촌 기행] 케냐 마사이마라 야생 보호구역, 야생의 힘, 여유, 지혜!
[지구촌 기행] 케냐 마사이마라 야생 보호구역, 야생의 힘, 여유, 지혜!
  • 이분란 객원기자
  • 승인 2006.03.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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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차량 행렬이 케냐의 지평선에 가늘게 그어진 한줄기 비포장도로에 몰리고 있다. 야생 그대로의 동물을 보기 위해 달려온 다국적 나그네들의 흥분된 행렬이다. 차량에서 뿜어 나오는 매캐한 연기와 도로에 날리는 흙먼지로 이미 코밑은 새까맣고 목은 따갑다. 2006년 3월. 사진 / 이분란 객원기자
차량 행렬이 케냐의 지평선에 가늘게 그어진 한줄기 비포장도로에 몰리고 있다. 야생 그대로의 동물을 보기 위해 달려온 다국적 나그네들의 흥분된 행렬이다. 차량에서 뿜어 나오는 매캐한 연기와 도로에 날리는 흙먼지로 이미 코밑은 새까맣고 목은 따갑다. 2006년 3월. 사진 / 이분란 객원기자

[여행스케치=케냐]  찌그러진 지프차의 요란한 엔진소리에 소음보다 더 큰 환호를 지르며 아프리카에서만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투박한 스피드를 만끽한다. 차량은 도로 군데군데 팬 엄청난 규모의 웅덩이를 건너며 덜컹거린다.

몸이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탓에 엉덩이를 여러 번 흔들며 자세를 고쳐 앉아야 하지만 끝없이 펼쳐진 대자연에 오히려 마음만은 벅차다. 차창 너머 중간 중간 보이는 마을 부락마저 없었다면 과연 이 넓은 대륙에 인간이라는 존재가 살고 있기는 한 걸까 의문스러울 정도다.

물론 동물을 위한 ‘우리’가 아닌 사람을 위한 ‘가옥’이라는 사실에 더욱 놀라움을 금할 수 없지만 아무튼 여기가 아프리카니까.  

사바나 초원지대의 마사이마라 보호구역엔 몰려온 사파리 차량들로 북적인다 망원렌즈를 장착한 대형 카메라 장비가 여기저기 불쑥불쑥 튀어나오는가 하면 초대형 망원경까지 등장한다. 구뇽ㅇ 망원경을 목에 걸고 열심히 사자를 찾고 있는 한국 관광객 또한 이미 흥분상태다. 야생동물의 천국이 아니라 사람들의 호기심 천국이라고나 할까. 2006년 3월. 사진 / 이분란 객원기자
사바나 초원지대의 마사이마라 보호구역엔 몰려온 사파리 차량들로 북적인다. 망원렌즈를 장착한 대형 카메라 장비가 여기저기 불쑥불쑥 튀어나오는가 하면 초대형 망원경까지 등장한다. 군용 망원경을 목에 걸고 열심히 사자를 찾고 있는 한국 관광객 또한 이미 흥분상태다. 야생동물의 천국이 아니라 사람들의 호기심 천국이라고나 할까. 2006년 3월. 사진 / 이분란 객원기자

‘아니, 동물의 왕이라는 사자가 왜 이리 안 보이노? 동물의 왕국 찍은 데가 아프리카 맞긴 맞아?’ 야생 동물들이 모여 있다는 국립공원 지역을 한 시간째 돌아다녀도 사자 한 마리 보이지 않으니 여기저기서 안타까운 소리가 흘러나온다.

이곳 방문자들의 한결같은 생각은 텔레비전에서 보듯이 쉽게 야생사자를 보게 될 거라는 기대감이다. 처음에는 야생 코끼리만 봐도 와~ 하고 정신없이 셔터를 누르더니, 초원에서 풀을 뜯는 얼룩말 몇 마리만 봐도 야호~ 하더니, 이제는 지평선에 떼로 지어 다니는 누떼조차 관심이 없다.

강을 헤엄쳐서 건너가는 코끼리 무리를 보기 위해 가까이 다가가는 보트. 2006년 3월. 사진 / 이분란 객원기자
강을 헤엄쳐서 건너가는 코끼리 무리를 보기 위해 가까이 다가가는 보트. 2006년 3월. 사진 / 이분란 객원기자

소위 ‘빅5’(사자, 표범, 코뿔소, 코끼리, 버팔로)를 모두 보아야 하고, 야생 사자는 특히 많이 보아야 한다. 나무를 잘 탄다는 귀한 표범 보기는 이미 포기한 상태다. 사파리 차량 한 대가 아까부터 나무 주위를 빙빙 돌고 있었다.

게임드라이브-케냐에서는 사파리를 동물을 찾아 나서야 하는 일종의 게임으로 비유하고 있다-를 하는 차량 기사들끼리 서로 무전기 교신을 하며 동물들의 위치를 알려 주고 있다. 채 이십분도 지나지 않아 갑자기 나무 주변으로 모여든 엄청난 차량들. 기가 막힌다. 다들 어디에 있다가 이렇게?

아프리카 대륙에 떨어지는 일몰. 2006년 3월. 사진 / 이분란 객원기자
아프리카 대륙에 떨어지는 일몰. 2006년 3월. 사진 / 이분란 객원기자

바로 그 때, “와~ 사자다 사자!” 사자가 나무 아래에 숨어 있었던 것이다. 우리 눈에 안 띄었으니 숨어있었다고는 하지만, 실은 그냥 습성대로 낮잠을 자고 있었을 뿐이다. 몰려든 카메라 부대와 차량 엔진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하품을 하며 계속 잠을 청하는 사자.

가만히 보니 잠을 자고 있는 건 한 마리가 아니라 새끼까지 동반한 사자 가족이다. 사자보러 여기까지 온 고생이 순간 사라진다. 동시에 몇 시간씩 찾아다닌 수고가 갑자기 허탈해진다.

강에서 더위를 식히며 놀고 있는 하마 떼. 2006년 3월. 사진 / 이분란 객원기자
강에서 더위를 식히며 놀고 있는 하마 떼. 2006년 3월. 사진 / 이분란 객원기자

동물원에서 보던 놈과 하나도 다를 바가 없는데, 더 크거나 더 잘생긴 것도 아닌데, 이렇게 힘들게 먼지 뒤집어쓰며 찾아다니게 될 줄이야. 무엇보다 겨우 찾은 사자한테 시선도 못 받고 무시당하는 기분은 더 나쁘다.

이곳의 게임 드라이브가 동물원과 크게 다른 점이라면 한 눈에 동서남북 사방으로 온갖 야생동물을 같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코끼리 가족은 저쪽 물가에서 키가 큰 풀을 뜯고 있고, 얼룩말 무리와 누떼는 멀리 초원에 흩어져 바닥에 붙은 작은 풀을 뜯고 있다.

하품을 하며 낮잠을 더 즐기려는 사자. 2006년 3월. 사진 / 이분란 객원기자
하품을 하며 낮잠을 더 즐기려는 사자. 2006년 3월. 사진 / 이분란 객원기자

그리고 주인공인 오늘의 사자 가족은 나무아래에서 느긋하게 낮잠을 즐기고 있다. 뉘엿뉘엿 아프리카 대륙을 붉게 물들이는 해를 바라보며 아프리카에서의 여정을 되짚어 본다. 바깥 세상은 이렇게 리얼한 한 컷을 얻기 위해 멀리에서 먼지 날리며 오늘도 힘들게 달려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라이온 킹이여~. 지금 여기 당신의 구역에 먼지를 날리는 이방인들이 싫지 않은가. 플래시 세례를 받고도 시선없이 걸어가는 이유가 그 대답인가?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는 이 대륙에서 차가운 새벽바람에 황금빛 깃털 날리며 생존을 향해 몸부림쳐야 하는 먹이 사냥에 나서는 처절함을 누가 알겠는가!

지금 자고 있는 시간은 게으른 낮잠이 아니라 다음을 위한 생존의 휴식인 것을! 어느 새벽에 너의 야생이 깨어나 먹이를 공격할지 모르지만 여기 너희가 살아가는 야생의 힘, 야생의 여유, 야생의 지혜를 나는 배우노라.

마사이마라 야생보호 구역 안에서 야생의 먹이사슬 속에서 먹히고 먹힌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2006년 3월. 사진 / 이분란 객원기자
마사이마라 야생보호 구역 안에서 야생의 먹이사슬 속에서 먹히고 먹힌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2006년 3월. 사진 / 이분란 객원기자

동물도 사람도 다 자신의 공간이 있고 먹고 사는 방법이 있는 것을, 사람도 동물도 다 경쟁자가 있고 활동하는 영역이 있는 것을…. 더 많이 가지고 쌓으려고 자신을 혹사하는 사람들에게 라이온은 무심한 낮잠으로 할 말을 대신한다.

오늘 하루도 필요한 먹이만 사냥하고 자연에서 여유를 부리는 그 모습, 배고픈 오늘 하루 한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배고플 내일을 걱정하지 않는 단순한 야생성이 나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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