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7호 표지이미지
여행스케치 7월호
[가을 정취와 함께 거닐다①] 수천만 년 전 공룡의 흔적을 따라 걷다…화성 공룡알 화석산지 탐방로
[가을 정취와 함께 거닐다①] 수천만 년 전 공룡의 흔적을 따라 걷다…화성 공룡알 화석산지 탐방로
  • 유인용 기자
  • 승인 2019.10.14 11: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룡알 화석 200여 개 발견된 화석산지
산조풀과 억새 펼쳐진 탐방로…가을철 걷기 좋아
코리아케라톱스 실물 골격 화석도 볼 수 있어
사진 / 유인용 기자
경기 화성의 공룡알 화석산지에는 왕복 3km에 달하는 탐방로가 조성돼 쉬엄쉬엄 걷기 좋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여행스케치=화성] 경기 화성의 우음도 일대는 전 세계적으로도 드물게 공룡알 화석이 대거로 발견된 곳이다. 6500만년보다도 더 된 화석을 간직한 채 바다 속에 잠겨 있던 땅은 지난 1994년 시화방조제가 준공되면서 세상에 드러났다. 공룡알 화석은 처음 발견된 자리에서 그대로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화석이 있는 곳으로 가는 왕복 3km의 길은 가을을 한껏 머금고 있다.

사람의 흔적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운 드넓은 초원과 드문드문 서 있는 나무 몇 그루. 그리고 그 사이에 앉아 있는 적갈색의 거대한 바위들. 공룡알 화석산지의 주변 풍경은 마치 아프리카의 어느 초원에 온 것 같다. 그래서 이곳은 ‘한국의 세렝게티’라는 별명이 붙었다.

걷기 전 먼저 찾아야 할 곳
공룡알 화석산지로 바로 들어가서 걸어도 좋지만 아는 만큼 보이는 법. 길을 걷기 전 먼저 방문해야 할 곳이 바로 공룡알 화석산지 방문자센터다. 센터는 공룡알 화석들이 처음 발견되고 10년이 지난 2009년 문을 열었다. 방문자센터에서는 화석산지에서 볼 수 있는 세 가지 타입의 공룡알 화석들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사진 / 유인용 기자
공룡알 화석산지 방문자센터의 외관. 오른편으로 보이는 초록색 공룡이 코리아케라톱스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사진 / 유인용 기자
전 세계 최초로 화성 전곡항에서 발굴된 코리아케라톱스 화성엔시스의 실물 골격 화성. 사진 / 유인용 기자

센터에서 가장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코리아케라톱스 화성엔시스의 골격화석이다. 지난 2009년 전곡항에서 제1회 세계요트대회 개최를 준비하던 화성시청 공무원에 의해 발견된 것으로, 전 세계에서 이전까지 발견된 적이 없던 새로운 종류의 공룡이다.

공룡의 이름은 ‘우리나라 화성에서 발견됐다’는 뜻을 담아 지어졌다. 코리아케라톱스는 두 발로 걸어 다니던 뿔공룡이 머리가 무거워지면서 무게 중심이 앞으로 쏠려 네 발로 걸어 다니게 되기까지의 중간 단계에 있는 공룡이다. 코리아케라톱스의 골격화석은 발견된 모습 그대로 센터에 전시돼 있다.

센터 2층 영상실에서는 코리아케라톱스와 관련된 20분 가량의 애니메이션 영상을 3D로 상영한다. 전망대에서는 공룡알 화석산지를 제법 높은 곳에서 내려다볼 수 있다. 센터에는 문화관광해설사들이 상주하며 매일 오전 10시 30분과 오후 2시, 해설사와 함께 나가 풍부한 해설을 곁들여 화석산지를 둘러볼 수 있다.

바다와 육지가 공존하는 땅
방문자센터를 둘러봤다면 이번엔 실전으로 나갈 차례다. 방문자센터부터 출발하는 탐방로는 공룡알 화석이 있는 곳까지 왕복 약 3km에 이르는 길이다. 탐방로 전체가 나무데크로 조성돼  쉬엄쉬엄 걷기 좋다. 입구부터 공룡 조형물들이 서 있어 과거 이 땅을 점령했던 이들을 잠시 떠올려볼 수 있다.

사진 / 유인용 기자
공룡알 화석산지는 공룡 모형 등으로 실감나게 꾸며 놓았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사진 / 유인용 기자
탐방로 인근으로 자란 산조풀이 가을의 풍경을 더한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사진 / 유인용 기자
공룡알 화석산지 인근에 찍힌 고라니의 발자국. 화석산지는 바다 아래 지형이었다가 시화방조제 건설로 육지가 된 곳이기 때문에 일반 토지와 다르게 땅이 푹신하고 발자국이 잘 남는다. 사진 / 유인용 기자

화석산지 일대는 과거 해저지형이었던 곳이 육지가 됐기 때문에 독특한 풍광을 자랑한다. 탐방로를 걷다 보면 땅바닥이 마치 시멘트를 부어 굳힌 듯 회색빛을 띠는 것을 볼 수 있다. 보기엔 무척 단단해 보이지만 막상 밟아보면 푹신하다. 갯벌처럼 질퍽하진 않지만 발자국이 쉽게 남을 수 있을 정도다.

길을 걷다가 작은 발자국을 발견했다면 고라니일 가능성이 높다. 야행성이기 때문에 눈으로 직접 보기는 어렵지만 이곳저곳에 발자국과 흔적을 남겨 놓는다. 운이 좋은 날에는 풀숲 사이에서 펄쩍 뛰어오르는 고라니도 만날 수 있다.

화석산지의 이국적인 풍경을 완성하는 것은 건조한 지역에서 잘 자라는 식물인 산조풀이다. 봄에는 흰 솜털처럼 자라는 삘기, 가을에는 포슬포슬한 억새가 계절의 풍경을 더한다. 드문드문 어른 키만 한 나무들도 보인다. 처음에는 육지식물을 찾아보기 어려웠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바람을 타고 날아온 씨앗이 하나둘 뿌리를 내렸다.

김영선 공룡알 화석산지 문화관광해설사는 “생김새가 조를 닮은 산조풀은 여름에는 연둣빛과 자줏빛을 띠다가 가을이 되면 마치 벼처럼 황금빛으로 변한다”며 “화석산지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식물”이라고 말한다.

염분이 많은 땅에서 자라는 염생식물도 탐방로 주변에서 볼 수 있다. 통통한 아기손가락을 닮았다고 해 이름 붙은 퉁퉁마디, 칠면조처럼 색이 여러 번 변한다는 칠면초 등이다. 한바탕 비가 내리고 나서 땅이 굳으면 눈이 내린 듯 하얗게 덩어리진 부분을 볼 수 있는데 땅 속의 염분이 올라오는 것이다. 육지가 된 지 25년이 됐지만 땅은 아직도 바다의 품속에 있던 짭짤한 과거를 기억하고 있다.

그래픽 / 김지애 디자이너
화성 공룡알 화석산지 탐방로 약도. 방문자센터에서 무명섬까지 왕복 약 3km에 달한다. 일러스트 / 김지애 디자이너
사진 / 유인용 기자
공룡알 화석산지 탐방로의 풍경. 사진 / 유인용 기자
사진 / 유인용 기자
땅 위로 하얗게 염분이 올라온 모습. 사진 / 유인용 기자

수천만 년 전 공룡이 낳은 알
탐방로를 따라 걷다 보면 길 중간에 전망데크를 만난다. 비교적 높은 지대로 올라가 주변을 둘러볼 수 있도록 조성한 곳이다. 이국적인 풍경으로 인해 잡지나 방송 촬영도 종종 진행되는 곳이다. 데크 앞의 포토존은 아기공룡 캐릭터 옆에 앉아 사진을 찍어볼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는데, 코리아케라톱스 화성엔시스를 본 따 만든 화성시의 마스코트 ‘코리요’다. 코리요를 지나 10분 정도 더 걸으면 공룡알 화석들이 발견된 바위들이 서 있다.

화성의 공룡알 화석산지에서 발견된 공룡알은 200여 개로 중생대 백악기의 퇴적지층을 가지고 있는 퇴적암에서 대거 발견됐다. 닭의 벼슬을 닮은 닭섬, 개미허리처럼 가운데가 잘록한 개미섬, 과거 화보 촬영을 많이 했다는 누드바위 등이다. 이 바위들은 방조제가 준공되기 전에는 배를 타야만 올 수 있는 섬이었다.

바닥까지 모습을 모두 드러낸 바위를 옆에서 보면 지층의 줄무늬가 다 보인다. 지층 사이에 동글동글하게 콕 박혀 있는 것들이 공룡알이다. 언뜻 보면 알인지 커다란 돌멩이인지 헷갈릴 수 있지만 옆에 팻말이 있어 구분할 수 있다. 껍질이 두꺼운 것, 후대에 쌓인 지층에 의해 타원 모양으로 눌린 것 등 다양한 형태의 화석이 있다.

기존에는 중국이나 몽골 등 내륙 지역에서 공룡알이 많이 발견됐지만 화성시의 경우처럼 많은 공룡알 화석이 발견된 것은 매우 드문 경우다. 화석을 통해 약 1억 년 전 시화호 일대가 공룡의 산란 지역이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이 일대는 모두 지난 2000년 천연기념물 제414호로 지정됐다. 

사진 / 유인용 기자
무명섬과 누드바위 등에서 실제 공룡알 화석이 박혀 있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사진 / 유인용 기자
코리아케라톱스를 본따 만든 화성시 마스코트 코리요. 사진 / 유인용 기자

화석산지를 걷기 좋은 날
그렇다면 왜 공룡의 뼈나 발자국은 없고 알만 발견됐을까. 과거 이 일대가 모래밭이어서 발자국이나 뼈가 묻혀 화석이 되기엔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룡알은 껍질이 두껍고 단단한 편이라 형태를 유지한 채 화석이 될 수 있었다.

김영선 해설사는 “현재의 공룡알 화석산지는 과거에는 바다와 거리가 먼 강의 상류 지역이었다”며 “아직까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갑작스런 천재지변으로 인해 알들이 부화되지 못하고 화석이 된 것”이라고 말한다.

화석이 있는 바위들 중 누드바위와 무명섬은 주변을 빙 둘러 나무데크가 만들어져 있고, 중한염과 하한염은 옆에서 관찰할 수 있다. 맨 끄트머리의 무명섬까지 둘러보고 나서 방문자센터로 돌아오려면 갔던 길을 되돌아 걸어야 한다.

탐방로 주변에는 다양한 식물들이 있어 이들을 보면서 천천히 걷다 보면 시간이 훌쩍 흐른다. 하지만 중간에 만들어진 세 곳의 쉼터를 제외하면 그늘막이 없기 때문에 해가 쨍쨍한 날보다는 선선한 날 걷기 좋다. 단, 비가 오는 날에는 화석산지 출입이 제한된다.

인류가 태어나기 훨씬 전 지구를 지배했던 거대한 공룡의 알이 형태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것을 직접 보면 새삼 놀랍다. 마음이 실타래처럼 엉킨 날 공룡알 화석산지를 걸어보길 추천한다. 몇 억 년에 달하는 지구의 나이에 비해 사람의 삶은 얼마나 짧은 것인지, 또 지금 마음속에 품은 고민들은 이 거대한 우주에 비해 얼마나 티끌만한 것인지 다시금 와 닿는 시간이 될 터다.

INFO 공룡알 화석산지 방문자센터
관람요금 무료
관람시간 오전 10시~오후 5시(월요일 휴관)
주소 경기 화성시 송산면 공룡로 659

공룡알 화석산지 주변 여행지

사진 / 유인용 기자
우음도 꼭대기의 송산그린시티전망대. 사진 / 유인용 기자

송산그린시티 전망대
우음도 꼭대기에 만들어진 전망대. 우음도는 시화방조제가 만들어지기 전엔 한때 초등학교에 학생이 50명에 달하던 섬이었지만 간척 사업이 진행되면서 육지가 됐고 현재는 주민들이 거의 살지 않는다. 전망대에서는 간척지 일대와 시화호, 안산 시가지까지 눈에 담을 수 있다.
주소 경기 화성시 송산면 고정리 산1-38

사진 / 유인용 기자
공룡알 화석산지에서 차량으로 15분 거리에 있는 사강시장. 사진 / 유인용 기자

사강시장
매일 장이 열리는 송산면의 전통시장. 어시장과 횟집거리가 특히 발달했으며 화성 일대 바다에서 잡은 신선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다. 시장 옆의 송산버스터미널에는 공룡알 화석산지를 비롯해 송산면 곳곳으로 뻗어나가는 마을버스들이 모인다.
주소 경기 화성시 송산면 사강로 189

사진 / 유인용 기자
화성의 대표 마리나인 전곡항. 사진 / 유인용 기자

전곡항
코리아케라톱스 화성엔시스의 골격화석이 발견된 곳. 경기도의 대표 마리나 중 하나로 흰 돛을 단 요트들이 빽빽이 정박된 풍경이 인상적이다. 주말에는 요트와 해상레저를 즐기기 위해 전국에서 모이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주소 경기 화성시 서신면 전곡리 일대

사진 / 유인용 기자
당항성전투의 배경이 된 당성. 사진 / 유인용 기자

화성 당성
삼국시대에 당나라와 교역하는 데에 관문 역할을 한 성. 흔히 ‘당항성’이라고 알려진 곳으로 원효대사가 해골물을 마시고 깨달음을 얻었던 곳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백제가 축조했으나 잠시 고구려에 수복됐다가 신라의 영토가 됐다. 1.2km의 산성길을 따라 걸어볼 수 있다. 
주소 경기 화성시 서신면 상안리 산32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