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홍천] “낚시에 ‘낚’ 자도 모르지만, 견지낚시만은 재미있어요.” 팔봉산 자락 홍천강의 한 여울머리. 오정균씨와 김지영씨 커플이 흐르는 강물에 풍덩 뛰어들었다. 이 강줄기를 찾은 게 벌써 5번째다. “암 것도 모르고 처음 왔을 때, 쏘가리와 누치를 20마리나 잡아 버린 거예요 글쎄. 그때 이후로 계속 오죠.”
조금 아래쪽에서 익숙한 자세로 낚싯줄을 풀었다 당겼다 하고 있는 이성일씨는 15년 경력의 견지낚시 마니아이다. “요령? 이건 그런 거 없어. 자주 해보면 그냥 ‘감’이 생겨. 그 감을 뭐라 설명할 순 없는데, 어쨌든 잡는 사람은 무섭게 계속 잡어.” 어릴 땐 한강에서 견짓대로 뱀장어를 잡기도 했다는 얘기도 들려준다.
‘이보다 더 좋은 피서가 있을까요?’ 견지낚시를 즐기러 홍천강으로 나온 이들의 한결같은 외침이다. 이왕 젖은 옷, 낚시가 싫증나면 그냥 그대로 수영을 즐기면 그만인 걸! 강물의 흐름에 몸과 낚싯줄을 내맡기는 맛이 견지낚시의 첫번째 묘미다.
두번째 묘미는 바로 ‘손맛 두 배!’ 피라미 한 마리가 걸려도 월척이 걸린 것처럼, 일반 대낚싯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짜릿하고 강렬한 떨림이다. 견지낚싯대의 길이는 70cm로 낚싯대 가운데 가장 짧고 가는 데다, 찌가 따로 없이 미끼채비가 낚싯대에 바로 연결되어 있어 낚싯대의 떨림을 타고 물고기의 몸부림이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 것이다.
세번째 묘미는 간단하다는 것. 줄이 감긴 견지낚싯대, 밑밥, 어망을 합해 1만원이면 모든 채비 끝. 잡는 법도 쉽다. 깻묵가루 같은 밑밥으로 물고기를 모은 뒤 견지(얼레)를 돌려 물이 흐르는 대로 줄을 풀어주기만 하면 된다. 그러다 한 번씩 줄을 살짝 당겨주는 ‘스침질’만 하면 된다. 미끼가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동작이다. 견지낚시를 즐기는 사람 태반이 아이들과 여성이다. 한번 힐끗 보면 누구나 할 수 있다.
피라미와 누치, 쏘가리 등이 주종이다. 하지만 제법 큰 놈도 심심찮게 잡힌다는데, 물 속에 몸을 담그고 조그만 견짓대로 큰 물고기와 씨름하는 재미는 상상만 해도 즐겁다.
아무 강이나 견지낚시의 천국이 되는 건 아니다. 강바닥에 걸림돌이 적어야 하고, 유속과 수심이 적당한 여울이 있어야 가능하다. 홍천군 홍천강의 견지낚시 포인트는 대략 3군데. 팔봉유원지 부근의 어유포리와 팔봉산 자락 팔봉리의 되룡골, 그리고 모곡리의 밤벌유원지다.
팔봉리 참살이 마을은 1박2일 산골여행을 겸한 견지낚시 체험지로 적격이다. 다른 두 곳이 번잡한 유원지인데 반해, 이곳의 되룡골은 산골의 한적한 맛이 있다. 세 군데 가운데 가장 상류라 물이 맑고 어종도 다양하다. 준비없이 떠나도 주변 가게에서 견지낚시 장비를 쉽게 구입할 수 있다.
팔봉참살이 체험마을은 펜션과 민박을 합해 41군데의 숙박시설을 갖추고 민박 가격지정예고제를 실시하고 있다. 오리농법체험 같은 유기농 농사체험과 찰옥수수, 찹쌀떡, 손두부 체험 등 다양한 체험프로그램도 갖췄다.
무엇보다 마을 독자적으로 견지낚시대회를 여는 점이 눈길을 끈다. 지난해 펜션 숙박권을 비롯해 푸짐한 상품을 내걸고 견지낚시대회를 개최했는데, 호응이 너무 좋아 올해는 더욱 알찬 행사를 준비하고 있단다. 산수 좋고 인심 좋은 낚시마을로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마을에 활력이 넘치게 되었다. 헬스장을 방불케 하는 마을 공동 건강관리실과 현대식 컴퓨터실까지 갖춘 마을로 자랐다.
올해는 8월 12일을 전후해 개최할 계획이다. 마을 홈페이지를 통해서만 참가신청을 할 수 있다. 체험객을 대상으로 보험에 가입하기 때문에 신청 마감일을 지켜줘야 한단다. 홍천군이 준비하는 홍천강 견지낚시대회 역시 8월중에 계획되어 있다.